넘버 나인에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이 들어갔고 곧이어 4,5명의 아가씨들도 들어왔다. 어두운 불빛, 호화스러운 인테리어, 술을 마신 뒤의 남자들의 본성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곳이었다. 고명계 사장은 안면이 있는 아가씨를 껴안고 있었는데 처음 봤던 예의 있던 모습은 없었다.우청아는 이런 장면을 처음 보았다. 예전에 장시원, 조백림은 늘 모임이 있었지만 카드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정도이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우청아는 이것이 직장 남자들의 일상이라는 걸 알았고 그래서 싫더라도 습관 할 수밖에 없었다.장시원의 곁에 아가씨 한 명 앉았지만 장시원의 포스에 압도당해 함부로 굴지 못했다. 소소가 걸어오자 우청아는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장시원은 우청아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우청아가 조용한 곳을 찾는 틈을 타 진유현 사장은 그녀에게 달라붙고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우청아 씨 술을 꽤 하네요. 장 사장이랑 많이 놀았나 봐요?”우청아는 웃으며 받아쳤다.“협력이 성사되면서 장 사장님이 굉장히 기뻐하셔서 저도 두 잔 정도 마신 것뿐입니다. 평소에는 술을 잘 안 마셔서 주량이라 할 것도 없습니다.”“우청아 씨 겸손하시네요!”진유현 사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우청아의 곁에 기댔고 팔도 우청아 뒤의 소파 등받이에 걸쳤다. 그는 술기운을 빌려 우청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우청아 씨는 평소에 뭐 하면서 시간 보내죠? 저랑 제 친구가 가게를 하나 차렸는데 우청아 씨도 주말에 와서 스트레스 풀고 해요. 사람 보내서 평생 무료인 골드 카드 보내줄 테니까.”우청아는 내색하지 않고 뒤로 물러섰고 방금 마신 술이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지럽지만 가까스로 진유현 사장에게 말했다.“감사하지만 저는 주말에는 아이를 봐야 해서 못 갈 것 같네요.”“아이가 있어요?”진유현 사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장난이죠?”우청아는 웃었고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유현 사장
“마셔요.”장시원이 명령하자, 우청아의 가슴은 뛰는 듯한 설렘이 가득했다. 취기에 취해, 그녀는 한 모금 큰 술을 마시고 말았다. 하지만, 그를 위해 먹이라고 부탁받으면, 그녀는 전혀 할 수 없었다.장시원은 망설이는 우청아를 응시하며 머리를 숙이고,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키스가 시작되자 우청아는 머릿속이 하얗게 번졌고, 그 순간 우청아 입에서 장시원으로 향한 술의 감미로움이 전해졌다.장시원은 우청아의 허리를 감싸며 자세를 고쳤고, 둘은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우청아의 가슴은 뛰는 소리가 거세져 마치 강한 술기운이 그녀를 감싸고 있을 것만 같았다. 술잔이 비어갈수록 키스는 더 깊어져갔다. 주변에서는 누군가가 웃고, 다른 이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우청아는 숨이 막히는 듯한 감정에 휩싸였다. 이런 순간에 장시원은 살짝 찡그리며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우청아의 심장은 거세게 뛰었고 튀어나오려는 것만 같아 마치 강한 술기운이 그녀를 감싸고도는 듯싶었다. 술을 다 마시자 그의 키스는 더욱 깊어졌다. 옆에서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숨이 차올랐고 그런 우청아에 장시원은 살짝 찡그리더니 그녀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우청아, 숨 쉬어.”우청아, 이 멍청이는 숨 막혀 죽으려고 그러는지 키스할 때마다 호흡하는 걸 잊는다.우청아는 눈을 뜨고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고 정신이 난 그녀는 그에게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움직이지 말고.”장시원은 그녀의 허리를 단단하게 잡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당신을 쳐다보고 있어요. 당신이 내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되면 저 인간은 계속 당신 옆에 달라붙을 겁니다.”그의 말에 우청아는 멍해졌고 망연자실해 얼굴을 찌푸리며 장시원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 볼은 핑크빛을 뛰는 것이 굉장히 설레는 모습이라 장시원은 그녀가 반쯤 취했다는 것을 알고는 이 기회를 틈타 유혹하였다.“내 품에 얌전히 있으면 그 누구도 당신을 함부로 건드리
우청아는 갑자기 몸에 힘이 들어갔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고민이었다. 하지만 굉장히 많은 일이 있어 혼란스러워진 그녀는 사고력을 잃었고 장시원은 술보다도 더 그녀를 취하게 만들었다.“좀 기대게 해줘요, 오늘 밤 내가 얼마나 봐줬는데.”장시원은 눈을 감은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는 스스로 놓았고 오직 우청아를 대할 때만 자신을 통제할 수 있었다.우청아는 순간 진유현 사장에게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이라고 생각되어 그의 말대로 가만히 있었다.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빨리 달리는 차에 그녀는 술에서 깨더니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걸 감지했다. 기원의 사람들은 줄곧 장시원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진유현 사장조차도 장시원에게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웠고 그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를 쓴 게 우청아의 눈에도 훤히 보였다.만약 장시원이 그런 식으로 자신을 대하지 않았다면 진유현 사장이 어떻게 나올지 상상조차도 하기 싫었다.우청아는 입술을 깨물더니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생각이 들었으나 장시원은 도대체 왜 그런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진짜 취했나?’우청아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팠다. 반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차는 경원 주택단지에 들어섰고 우청아는 아직도 기대고 있는 장시원을 보더니 그를 깨웠다.“저 도착해서 내려야 해요.”장시원은 그녀의 목소리에 그녀가 술이 깼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천천히 일어났다.“가봐요.”“사장님, 조심히 가세요.” 우청아는 눈을 내리깔며 인사를 했고 그대로 몸을 돌려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서야 한숨을 돌렸고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만지더니 얼굴이 뜨거워져 바삐 계단으로 향했다.“우청아 씨!”뒤에서 갑자기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우청아는 몸을 돌려 옆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고 화들짝 놀라더니 눈이 커졌다.“하 선생님! 여기엔 어떻게?”하온의 손엔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오랫동안 기다렸어요.”그러자 우청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저는 우청아 씨 좋아해요. 그것도 아주 많이.”하온은 손을 뻗어 우청아의 손을 잡았다.“하루에도 수백 번씩 보고 싶고 제가 우청아 씨를 왜 좋아하는지 의문스러울 것도 알아요. 하지만 정말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당신을 좋아하게 됐어요.”우청아는 고개를 들고 당황했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장시원은 둘을 바라보았다. 그도 자신이 왜 주성에게 유턴하여 돌아왔는지 몰랐는데 아마 이런 좋은 구경거리를 보려고 한 게 틀림없었다. 장시원은 우청아를 차갑게 주시하고 있다가 우청아가 하온의 손을 뿌리치자 표정이 조금 풀렸다.“하 선생님,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신다면 앞으로 저희는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좋아해 주시는 마음 감사하지만 저는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죄송하지만 돌아가 주세요!”말을 마친 우청아가 몸을 돌려 계단을 오르려고 하자 하온이 다시 한번 우청아의 손을 잡았다.“우청아 씨, 저는 우청아 씨가 저한테 아무 감정이 없다는 걸 못 믿겠으니 거절하지 말아줘요. 제가 우청아 씨한테도 아이한테도 잘해줄 거라고 맹세하니까 남은 시간은 저랑 행복하게 보내요!”그러나 우청아는 확고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는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을 겁니다.”“우청아 씨.”하온이 입을 열자마자 뒤에서 차가운 소리가 들려왔다.“당장 내 아들 놓지 못할까!”하온은 멍해 있더니 이내 돌아섰다.그의 어머니인 서영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더니 화난 표정으로 자신의 백을 우청아에게 던졌다.“이 여우 같은 계집애, 감히 내 아들을 꼬셔? 너 오늘 내 손에 죽어보자.”하온은 우청아의 몸을 급히 감싸고 서영의 손을 잡았다.“엄마 도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뭐하냐니? 너 미쳤어? 민아 같은 애는 싫고 이런 천박한 여자를 좋아해?”서영이 성난 목소리로 물었다.서영은 자신이 데리고 오진 않았지만 두 고모는 일제히 우청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미혼모 주제에 감히 우리 하온이를 넘보다니 염치가 있는 거야
장시원은 몸집이 컸고 풍겨 나오는 카리스마에 압도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조용히 있었다. 그는 우청아의 앞에 있던 하온을 밀치더니 차갑게 말했다.“당신 어머니 데리고 여기서 당장 떠나세요. 그리고 앞으로 한 번만 우청아 건드리면 그때는 이 강성에서 발 못 붙이게 할 거니까!”그의 말에 하온은 놀라서 장시원을 바라보았고 서영도 손을 멈추었다. 그녀는 줄곧 자기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겼기에 다른 사람이 자기 아들을 협박하는 걸 용납할 수 없어 얼굴을 찡그리며 장시원을 바라보았다.“넌 또 누구야?”“전 이 사람 남자입니다.”장시원이 우청아의 손을 잡고 폭탄 발언을 하자 그녀 또한 놀랐다는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장시원의 옆모습만 봐도 화가 잔뜩 난 게 티가 났고 하온은 물론 서영도 멍해졌다. 이내 서영의 눈이 번쩍이더니 물었다.“당신이 이 여자 남자인데 왜 이 여자는 우리 아들을 안 놔주고 있는 거죠?”“그건 본인 아드님에게 물어보셔야죠. 누가 누구를 귀찮게 하는지. 본인 아들 데리고 돌아가세요. 그리고 다시 한번 내 여자 귀찮게 했다간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서영은 눈앞의 남자가 비싼 정장에 준수하고 아우라가 풍겨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한눈에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 자기 아들과 비교해 보니 확실히 더 잘났다.이때 주성이 다가오더니 공손히 말했다.“사장님 분부하실 게 있으십니까?”서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주성과 옆에 있는 롤스로이스를 번갈아 보더니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 장시원은 우청아의 손을 꼭 자고 차가운 목소리로 분부했다.“경호원 몇 명 이곳에 배치해서 앞으로 우청아 씨 귀찮게 하는 사람 있으면 바로 다리부터 부러뜨리라고 해.”말이 끝나고 장시원은 우청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고 주성은 냉담한 표정으로 하온을 바라봤다.“혼자 가실 겁니까 아니면 사람 부를까요?”구경꾼들은 계속되는 반전에 흥미진진해 바라보았고 하온의 얼굴에는 난처함이 가득하였다. 학업도, 사업도 성공한 그는 항상 다른 이들의
이경숙 아주머니는 요요를 목욕시키고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혔다. 장시원은 요요를 안고 침실로 향했고 동화책을 읽어주며 재웠다. 요요는 굉장히 얌전했지만 불안한지 장시원의 옷소매를 잡고 있었다.“삼촌, 엄마한테 화내지 마요.”장시원은 요요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지며 알았다고 했다.“엄마한테 화 안 낼 테니까 요요 이만 자자.”30분도 채 되지 않아 요요는 잠에 들었고 장시원은 요요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 스탠드 등을 어둡게 조절하고는 방을 나왔다. 그는 주방으로 가서 생수를 한 병 꺼내더니 벌컥벌컥 들이켰다.“내가 진작 그 사람이랑 엮이지 말라고 했잖아요. 바보처럼 구니 요요도 같이 욕먹고. 그 남자 우청아 씨 어떻게 지키는지 보게 그냥 내버려둘걸 그랬네.”그의 말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고개를 돌려 보니 우청아는 소파에 웅크리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등불에 비친 그녀의 그림자는 그로 하여금 보호본능이 생기게 하였다.장시원은 생수병을 내려놓고 그녀의 곁에 앉아 바라보았다.“본인이 생각해도 본인이 바보 같지 않나요?”우청아는 소파에 머리를 기댔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런 장시원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울고 있는 걸 알게 된 장시원은 가슴이 철렁했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울긴 왜 울어요?”우청아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고 너무 세게 깨문 나머지 입술에 이빨 자국이 나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장시원은 마음이 너무 아파 그녀를 자신의 품속에 가뒀다.“울지 마요. 다른 사람들이 널 건들지 못하게 내가 보호해 줄 테니까.”여자가 우는 걸 굉장히 혐오하는 장시원이었지만 우청아만큼은 제외였다. 우청아가 울면 그는 마음이 매우 아팠다.우청아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장시원은 오히려 그녀를 더욱 세게 안았다.“고집부리지 말고!”우청아는 그의 어깨를 내리치며 그를 거부했고 울먹거리지 않으려고 간신히 참고 있었다.“내가 잘못한 것도 아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 어슴푸레한 등불은 우청아로 하여금 평안하게 했지만 장시원의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안절부절못했다.그녀는 다시 한번 그에게 벗어나려고 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시죠.”“또 쫓아내는 겁니까?”장시원은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저번에 우청아 씨가 쫓아내서 내가 한숨도 못 잤어요. 열이 뻗쳐서!”“제가 언제…….”우청아는 말을 반쯤 하다가 지난번 저녁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말을 잇지 못하였다.“운전기사가 이씨 아주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퇴근했어요. 차가 없는데 어떻게 뭐 걸어서 집에 가요?”장시원은 불만스럽다는 듯 말했고 우청아는 한동안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게스트룸에서 자요.”“아니, 내가 요요랑 같이 잘 테니까 우청아 씨가 게스트 룸에서 자요.”우청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노려보았다.“지금은 안 우네요?”장시원은 놀리듯 웃었고 우청아는 난처해졌다.“사실 전 다른 사람이 뭐라고 떠들어도 신경 안 써요!”그저 장시원이 한 매 한마디가 신경이 쓰였을 뿐이었다.장시원은 부드럽게 말했다.“너무 두려워하지 마요. 누가 건드리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우청아는 놀랐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두 사람의 눈이 서로 마주쳤고 장시원은 물기가 가득한 그녀의 눈과 얼굴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숙이며 키스를 하려고 했다. 가까워지는 장시원의 얼굴에 우청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장시원의 따듯한 입술이 그녀의 아래턱에 떨어졌고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었다. 우청아는 움직일 수가 없었고 장시원의 거친 호흡이 그대로 전해져 자신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다.“장시원 씨, 여자가 그리웠던 거예요?”“네.”우청아는 다급하게 말했다.“제, 제가 당신의 숨은 병을 낫게 할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장시원은 우청아의 말에 멍해졌고 자세를 고쳤다.“무슨 병?”우청아는 눈이 반짝였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장시원은 이전에 우청아에게 다시는 여자를
“왜 안 되는데요?”장시원은 그녀의 턱을 만지며 물었다.“누구 때문에? 요요 아빠? 그 사람 사랑해요?”우청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말해보시죠!”장시원의 강압적인 태도에 우청아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네 저 그 사람 사랑해요!”장시원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얼마나 알고 지냈는데요?”“한 사람을 사랑하는 건 시간이랑 별개의 문제에요. 어떤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서서히 사랑에 빠지지만 첫눈에 반해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요.”“우청아 씨 연애관을 묻진 않았어요. 나한테 빚지고 해외에 도망가더니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었어요?”“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통제할 수가 없는거에요.”장시원은 화가 나 얼굴에 피가 쏠렸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아무리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뭐 합니까? 당신이랑 요요 버리고 간 사람인데.”우청아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장시원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자 더욱 화가 그녀를 뿌리치고 보려고 하지 않았다. 우청아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는 두 팔로 다리를 끌어안았는데 그녀의 얼굴엔 슬픔이 어려있었다.장시원은 그녀를 한 번 흘겨보자 눈을 떼지 못하였지만 속에서 천 불이 나 얼굴을 찡그렸다.“우청아 씨, 당신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항상 내 신경을 건드리시네요!”우청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고 입술을 앙다물었다.“절 미워하셔도 소용없어요! 당신 병을 고치는 게 우선이니까!”장시원은 그녀에게 화가 나 어쩔 줄 몰랐고 그는 그녀를 매섭게 쳐다보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샤워할 거니까 가운 갖다주시죠.”“아!”우청아는 침실로 가다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예전에 쓰던 가운이라도 괜찮죠?”장시원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나한테 다른 선택이 또 있습니까?”“없어요.”우청아는 진지하게 말했고 장시원이 더 화를 내기 전에 안방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예전의 핑크색 키티 가운을 든 장시원은 못마땅해 보였으나 하는 수없이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에는 그가 이
아심은 말을 마치고 바로 물었다.“조하루는 어떻게 됐나요?”시야는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무사히 집에 데려다줬어요. 집이 꽤 가난해서 할아버지가 아프신데도 병원에 갈 돈이 없다고 해서 저희가 그 집에 돈을 좀 두고 왔어요.”“놀라게 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하루 군에게도 여러분이 무사하다는 걸 전했습니다.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했어요.”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마워요!”“천만에요! 예전엔 우리가 잘 몰랐지만, 이제 앞으로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시야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농담 그만하고, 빨리 떠나!” 시언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시야는 아심에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기 사람들을 불러 함께 산에서 내려가려고 했다. 떠나기 전, 그는 다시 아심을 향해 말했다.“이 일은 진언 님과는 아무 상관 없어요. 전부 제 생각이라서, 절대 진언 님을 탓하지 마세요!”아심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탓 안 해요. 장난이었다면서요?”시야는 아심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고는, 시언의 차가운 눈빛이 번쩍이자 급히 사라졌다.잠시 후, 아까까지 살기와 긴장으로 가득 찼던 오두막은 다시 조용해졌다. 원래의 고요하고 텅 빈 분위기로 돌아갔다. 방 한가운데의 불만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고, 나뭇가지가 탁탁!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갔다.시언은 아심 앞에 앉아 물병을 건네며 물었다.“놀랐어?”아심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모두 무사하니 더 좋은 거 아니에요? 그렇죠?”시언은 아심을 바라보며 평소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시야 대신 사과할게.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물어봐.”아심은 방금 전의 격렬한 감정이 갑자기 멈추자 머릿속이 멍해진 것 같았다. 그녀는 낮게 말했다.“아니요, 물어볼 건 없어요. 다 알겠으니 우리 내려가요. 벌써 늦었어요. 도도희 이모가 걱정하고 계실 거예요. 방금도 전화했었어요.”시언은 그녀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지금 내려가자.”두 사람은 자리에서
굉음이 천둥같이 울려 퍼지며, 마치 지붕을 뚫을 듯했다.아심은 눈앞의 상황을 보고 멍하니 굳어버렸고, 시언은 아심을 두 팔로 꽉 끌어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이제 괜찮아. 시야가 장난친 거야.”“시야?” 아심은 멍한 얼굴로 시언이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거면 남자를 바라보았다.가면 남자가 몸을 일으켜 목소리 변조기를 벗고, 이어서 얼굴에 쓴 가면까지 벗었다. 그제야 드러난 것은 미소를 띤 잘생긴 얼굴이었다.“넘버세븐, 나 기억하지?”아심의 머릿속이 순간 멍해졌다.눈물은 여전히 그녀의 눈에 고여 있었고, 격렬한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아직도 진정되지 않았다. 아심은 시야를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이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시언은 그녀를 풀어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배고프지 않아? 뭐 좀 먹고 여기서 잠시 기다려.”시언은 아심을 의자에 앉히고 나서 시야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나와!”시야는 아심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건 내 생각이었어. 그냥 장난치려던 거야. 진언 님과는 아무 관련 없어. 혼나고 올 테니까, 이따가 와서 제대로 사과할게.”아심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너무나 강렬했던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멍한 상태였다.시언과 시야가 밖으로 나가자, 나머지 용병들은 일제히 일어나 벽 쪽으로 물러섰다. 그들은 총을 안고 긴장감 있게 서 있었다.뒤에 있던 면수건을 쓴 남자도 면수건을 벗고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전 시야의 부하예요. 시야가 명령을 내린 거라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화가 나셨다면 그를 탓하세요!”그는 말이 끝나자 아심 앞에 놓인 구운 고기를 깨끗한 칼로 잘라 작은 조각들로 내밀었다....오두막 밖, 시언은 거대한 나무 아래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시야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갑자기 몸을 똑바로 세우고는 보고하듯 말했다.“진언 님, 보고드릴 일이 있어요.”나무 아래 걸린 백열등이 차갑게 빛났고, 시언의 눈빛도 차갑고 무미건조했다.“말해.
“안 돼!” 강아심은 손에 쥔 줄을 힘껏 당겼다. 가면 남자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아심은 줄을 약간 풀며 다시 외쳤다.“우릴 보내 줘! 그렇지 않으면 너도 살아남을 생각 하지 마!”갑자기 꽉 닫혀 있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차가운 바람이 방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불길이 휙휙 소리를 내며 흔들렸고, 팽팽한 긴장감에 한층 더 싸늘한 기운이 더해졌다.새로 들어온 열 명이 넘는 무리가 무장한 채 총을 들고 아심과 시언을 겨누었다. 이에 시언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새로 들어온 무리의 리더는 역시 용병 차림을 하고 얼굴을 면수건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는 가면 남자를 향해 눈길을 주며 말했다.“네가 진언을 제압하지 못할 줄 알고 위에서 날 보냈다.”그러자 가면을 쓴 남자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여자를 과소평가했을 뿐이지!”면수건을 쓴 남자는 아심을 향해 말했다.“너에겐 한 생명밖에 없어. 목숨 하나로 하나를 바꿀 수 있어. 네가 나갈지, 진언이 나갈지 선택해.”또한 가면을 쓴 남자는 아심을 슬쩍 흘겨보며 말했다.“네가 날 죽여도 소용없어. 여기에 있는 이 많은 총과 사람들이 있어. 나를 죽이면 너희 둘 중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거야!”그러고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잘 알아둬.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건 한 사람뿐이야. 네가 남든, 진언 대인이 남든.”“네가 날 잡고 있으면 내 사람들은 조금은 신경 쓸지 몰라도, 그의 부하들은 내 목숨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가면 남자는 새로 들어온 리더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심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시언을 올려다보았고, 목소리는 쉰듯하지만 차분했다.“좋아, 내가 남을 테니 진언을 보내줘.”시언의 눈빛은 깊어지고, 아심을 한순간도 놓지 않았다. 가면을 쓴 남자는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의리만 생각하지 말고, 남는 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잘 알아둬. 내가 충고하건대, 잘 생각하고 결정해.”“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심은 줄을 세게 죄며, 차가운 눈빛을 빛냈다.
아심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남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나랑 키스해줘, 제발.”시언은 고개를 숙여 아심의 부드럽지만 결연한 눈빛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점점 더 깊어졌다.아심은 그의 턱에 입을 맞추고 살짝 깨물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입술이 시언의 피부에 닿으며 얕은 숨결과 촉촉한 감촉이 시언을 감쌌다. 아심의 눈빛은 비에 젖은 듯 촉촉했고, 마치 갈고리처럼 그를 끌어당겼다.바깥에서 몰아치는 바람과 빗소리처럼, 남자의 분노가 서서히 진정되었다.시언은 눈꼬리를 날카롭게 치켜세우며 가면 남자를 한 번 노려본 후, 고개를 숙여 아심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맞추었다. 아심은 곧바로 그의 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였다.멀리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두 사람은 깊은 산속에 홀로 있는 듯 서로만을 바라보며 키스를 나눴다. 아심은 눈을 반쯤 감고 시언에게만 집중했다. 아심의 귀에는 오직 빗소리와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만이 들렸다.아심은 시언을 더 유혹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매혹적이고 나긋나긋하게 행동했다.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낮고 부드러운 신음은 시언과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은밀한 소리였다. 마치 화려하게 피어난 꽃처럼, 그 소리는 남자의 정신을 단숨에 빼앗아 갔다.한참 후, 아심은 그의 입술을 살짝 깨물며 희미하게 말했다.“약속해 줘. 기회가 생기면, 곧바로 떠나요. 나 신경 쓰지 말고.”시언은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아심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묶여 있던 줄이 느슨해졌다. 아심은 재빨리 손을 뽑아내고 시언의 품에서 벗어나더니, 몸을 돌려 가면 남자 쪽으로 날아들다.가면을 쓴 남자와 그의 부하들은 반응이 한 박자 늦었다. 아심이 방 가운데까지 나아갔을 때야 그들은 아심을 막으려고 했다.“쾅!”아심은 손에 쥔 줄을 휘둘러 덤벼드는 용병의 목에 감았다. 그는 줄에 맞아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아심은 발을 멈추지 않고, 한 손으로 줄을 휘두르며 방어하고, 다른 발로 다가오는 용병을 걷어차며 날려버렸다. 강렬한 눈빛이 목표를 향
강아심은 그에게 대답하고 싶지 않아 시선을 돌리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이 살짝 빛났다. 아심은 가능한 시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아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벽 구석에 깨진 도자기 조각이 보여. 우리가 어떻게든 가서 그걸 손에 넣어야 해.”깨진 도자기 조각은 절반이 먼지 속에 묻혀 있었고, 아마도 산에 올라온 사람들이 여기서 밥을 먹다 그릇을 깨뜨리고는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놓은 것 같았다.여자의 숨결이 부드럽게 시언의 귀를 간질이며 퍼졌다. 아심의 부드러운 입술이 열렸다 닫히며 그의 귀밑 민감한 피부를 살짝 스쳤다. 시언은 몸이 순간 굳어졌다가 늦게서야 대답했다.“소용없어.”“뭐?” 아심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이 줄엔 합금 섬유가 섞여 있어. 칼로도 자를 수 없으니 도자기 조각으로는 더더욱 불가능해.”시언이 낮게 말하자, 아심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낮게 속삭였다.“정말 당신을 특별대우해 주긴 하네요!”이번엔 시언이 이해하지 못했다.“응?”“아니, 그런 거지! 일부러 합금 줄까지 써서 묶어놨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분명 이런 대접 못 받을걸요!” 아심이 말하자, 시언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그녀가 자신을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알 수 없었다.어느새 하늘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그들을 감시하던 사람들이 교대로 밖에 나갔다 돌아왔다. 마지막 교대 때는 가면을 쓴 남자가 부하들을 데리고 모두 오두막 안으로 들어왔다.텅 비었던 방은 순식간에 꽉 찼다. 용병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험상궂은 인상에,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방 안 공기를 긴장감으로 가득 채웠다.시언과 아심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몸을 일으켜 벽에 기대어 섰다. 시언은 벽에 몸을 대고 서서 손으로 아심의 등을 감싸며 가면 남자를 주시했다.가면을 쓴 남자는 남자는 방 한쪽의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다른 용병들은 방 안에 나무 장작을 모아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방금 비가 내린 터라 산속은 밤이 되면서 습기와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그
강아심은 용병에게 조하루네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용병은 냉랭하게 알겠다고 대답하며 기억해두었고, 하루가 망설이자 바로 그를 들어 어깨에 둘러메고 밖으로 걸어갔다. 이에 하루는 몸부림치며 울먹이며 외쳤다.“삼촌, 누나!”점점 그 목소리는 멀어져 갔다.아심은 목이 메었지만, 하루를 떠나보내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임을 잘 알고 있었다.오두막 바깥에서는 시언에게 맞아 쓰러진 자들이 동료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 부상이 심한 자들은 땅에 누워 쉬고, 가벼운 부상자들은 안으로 들어와 명령을 기다렸다.가면을 쓴 남자는 밖에 나가 전화를 걸고, 돌아와 자기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저들을 잘 지켜보고 있어. 윗선의 지시를 기다려.”“예!” 몇몇 용병들이 대답했다.가면 남자는 다시 밖으로 나갔고, 다른 용병들도 따라 나갔다. 오두막 안에는 두 명의 용병만이 남아 시언과 아심을 감시하고 있었다.잠시 후, 시언은 갑자기 아심을 들어 올려 돌며 옆에 있던 대나무 침대에 넘어졌다. 손발이 묶여 있어 힘 조절이 어려웠고, 그가 아심 위에 넘어지며 아심은 깜짝 놀랐다. 시언은 바로 몸을 뒤집어 아심이 자신의 위에 있도록 했다.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감시 중이던 용병들은 깜짝 놀라 총을 겨누었지만, 두 사람이 단순히 침대에 누워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자 천천히 총을 내렸다.아심은 약간 고개를 들어 아래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시언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두 사람이 줄에 묶여서 뻣뻣하게 서 있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이렇게 누워 있는 게 그나마 나아.”아심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요?”그러자 시언은 태연하게 말했다.“이보다 더 위험한 상황도 겪어봤어. 걱정하지 마, 난 쉽게 죽지 않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도 절대 죽지 않을 거야.”아심은 그들을 감시하는 용병들을 한 번 흘깃 보고 나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하려는 걸까?”“잘 모르겠어. 하지만 나를 바로 죽여 노도를
시언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노도를 위해 복수하러 온 건가?”가면을 쓴 남자가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변성기를 사용한 탓에 그 웃음소리는 거칠고 듣기 거북했다. 마치 산속에서 이빨을 드러낸 야수가 내는 소리 같았다.“진언이 설마 노도의 죽음을 그냥 넘어갈 거라 생각하진 않겠지?”남자가 손짓하자, 바로 누군가가 하루를 그 앞으로 끌고 왔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하루의 목을 쓰다듬으며 냉소를 지었다.“이게 진언의 아들인가?”“아니!” 시언이 차갑게 응수했다.“보기엔 아닌 것 같지만, 진언은 무고한 아이가 본인 앞에서 죽는 걸 원하지 않겠지?”가면을 쓴 남자가 무심하게 말했다. 하루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지고 온몸이 떨렸다. 하루는 고개를 돌려 시언을 바라보며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 있었지만, 도움을 청하거나 가면 남자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는 않았다.이때 아심이 차갑게 말했다.“그 아이는 마을에 사는 평범한 농가의 아이야. 내가 인질이 될 테니 그를 풀어주고 집으로 돌려보내.”가면을 쓴 남자가 시언을 보며 물었다.“진언의 생각은 어때?”시언은 들고 있던 총을 내던졌다.“우리 조직에는 조직만의 규칙이 있어. 여성이나 아이를 인질로 잡는 건 가장 비열한 용병들만 하는 짓이야.”“너희들이 원하는 건 나니까 나를 마음대로 처리해. 하지만 여자와 아이는 산 아래로 보내.”아심이 시언을 보며 고개를 가볍게 젓자, 시언은 그녀를 바라보며 낮고 깊은 눈빛을 보냈다.“내 말을 들어.”아심은 주먹을 꽉 쥐었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거칠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아이는 풀어줄 수 있어. 하지만 이 여자는 안 돼. 이름은 넘버세븐. 진언의 곁에 있었던 사람이지? 내가 틀리지 않았군!”시언은 눈을 가늘게 뜨며 가면 남자를 노려봤다. 그의 시선은 차갑게 얼어붙었다.“그럼 아이부터 풀어줘!”“서두르지 마. 그 아이가 내 손 안에 없으면, 이 사람들로는 진언을 막아낼 수 없어. 내가 그 정도는 알고
강아심이 몸을 드러내는 순간, 밖에 있던 사람들이 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창문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고, 두 개의 창문을 지키기에 역부족이었던 아심은 결국 한 사람과 몸싸움을 벌이게 되었다.아심은 자신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을 알았기에 가능한 한 빠르고 강력하게 상대의 약점을 노려 공격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창문을 통해 밀려들었고, 하루가 숨던 곳에서 고개를 내밀자 한 고용병이 그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들어가!” 아심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발로 근처에 있던 나무 의자를 걷어차 상대의 어깨를 가격해 총을 떨어뜨렸다.“탕!” 총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방아쇠가 당겨졌고, 총알이 벽을 뚫고 나갔다.아심은 두 명을 밀어내며 하루가 숨은 대나무 침상으로 다가가 그를 보호했다. 그 순간 또 다른 고용병이 방 안으로 뛰어들어 하루가 숨은 침상 밑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아심은 몸을 날려 고용병의 총을 걷어차며 떨어뜨렸고, 다시 그 총을 잡으려는 찰나 또 다른 고용병 두 명이 그녀를 공격해 왔다.아심은 한 남자의 팔을 비틀어 탈골 시키고, 몸을 회전시켜 다른 남자의 복부를 강하게 가격했다. 아심의 힘은 이 고용병들보다 약했지만 몸놀림이 민첩하고 공격이 매끄러워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그러나 그 순간, 대나무 침상 위로 한 남자가 뛰어올라 침상을 들어 올리며 하루를 붙잡아 칼을 그의 여린 목에 들이댔다.“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이 아이를 죽일 거야!”이와 동시에 문이 거칠게 열리며 시언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시언이 지나온 길에는 이미 쓰러진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시언의 등장에 방 안의 고용병들은 더욱 경계하며 총을 모두 그에게 겨누었다.가장 가까이 있던 고용병이 아심의 머리에 총을 겨누자 시언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총으로 겨누지 마.”고용병은 시언의 서늘한 시선을 받자 손이 떨렸지만,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시언은 천천히 아심 쪽으로 걸어갔다. 고용병의 눈빛은 두려움이 엿보였고, 본
조하루가 즉시 과일 주스를 시언에게 내밀며 말했다.“삼촌, 이거 드세요. 저를 그렇게 오랫동안 업어 주셨잖아요. 고마워요!”시언은 얇게 입가를 올리며 주스를 다시 돌려주었다.“난 누나와 장난친 거야.”“아...”시언은 최대한 표정을 부드럽게 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효과는 없었다. 조하루는 멍하게 대답하며 다시는 시언을 쳐다보지 못했다.아심은 입술을 꽉 다물며 웃음을 참았고, 차마 대놓고 웃을 수 없어서 고개를 돌려 빵을 베어 물었다.숲속에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창가에 앉아 방 안을 들여다보며 검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쭈쭈 하고 소리를 내면서. 아직 인간에게 위협을 느껴본 적 없는 새는 사람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아심은 빵 부스러기를 조금 떼어 창가에 놓았다. 새는 신나게 부리로 쪼아먹었지만 다 먹기도 전에 갑자기 날아가 버렸다. 시언은 창 아래에 서 있는 아심을 보며 반쪽 남은 빵을 들어 올렸다.“천천히 먹어, 난 밖에 좀 보고 올게.”아심은 시언이 문을 나가는 걸 보고 하루에게 속삭였다.“볼일 보러 가야 해? 삼촌이랑 같이 가면 돼!”하루는 눈을 크게 뜨다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어갔다. 아심은 천천히 빵을 다 먹고 물병을 집어 들고 막 마시려던 순간, 밖에서 탕! 하고 커다란 총성이 들려왔다.아심의 얼굴이 굳어졌고,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문이 갑자기 열렸다. 시언이 떨고 있는 하루를 방 안으로 밀어 넣고는, 곧바로 따라오던 한 남자를 발로 차서 밖으로 날려 보냈다.그는 고개를 돌려 매우 빠르게 말했다.“지켜, 절대 나오지 마. 창문도 다 잠가!”문이 열리는 그 순간, 아심은 이미 상황을 확인했다. 그들은 이미 포위당한 상태였다. 나무집 주위는 전부 위장복을 입고 얼굴을 가린 용병들로 가득했고, 적어도 스무 명이 넘었다.문이 닫히고 난 뒤, 바깥에서는 치열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아심은 조하루를 안전한 곳에 숨기고 두 개의 창문을 빠르게 닫은 뒤, 창을 야생 동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