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일찍 차를 몰고 제작팀에 도착한 소동은 스태프에게 자신이 새로 온 마민영의 개인 디자이너라고 소개했고, 스태프는 바로 소동을 안으로 안내했다.하지만 아직 마민영이 출근하기 전이라 소동은 홀로 분장실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그러다 다들 분분히 각자의 업무를 시작하자 조용하게 옆에 앉아 마민영을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희가 조수를 데리고 들어와서는 배우들에게 오늘의 의상을 안배하기 시작했다.분장을 하고 있던 배우들은 소희를 보자마자 잇달아 소희에게 인사를 했다. 다시 촬영을 시작한 이후로 다들 왠지 소희를 많이 존중하게 되었다.이미 2년 동안 소희를 보지 못한 소동은 순간 지난날의 원한이 밀려와 천천히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면서 잠시 후 소희와 만나게 되면 어떻게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인사해야 할지 생각했다.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소희는 소동 쪽을 보지도 않았고, 의상을 전부 안배한 후 바로 나갔다.이에 소동이 눈알을 한 번 돌리더니 바로 일어나 복도까지 따라 나가서는 소희를 불렀다."언니, 오랜만이야!"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소희가 발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소동을 알아보고는 의아해서 물었다."너 왜 여기에 있어?""아~ 나 마민영 씨가 특별히 초대한 개인 디자이너야. 앞으로 마민영 씨의 드라마 의상은 모두 내가 직접 코디할 거고."소동의 눈에는 득의양양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그러면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언니가 해야 할 일인데 내가 빼앗아서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민영 씨가 그러는데, 언니가 코디한 의상이 너무 별로래. 그래서 나더러 꼭 와서 도와달라고 어찌나 부탁을 하든지. 나도 거절하기 뭐해서 온 거야."소희가 담담하게 소동을 한참 쳐다보더니 갑자기 웃었다."잘됐네."덤덤하게 한마디만 내뱉고 떠난 소희의 뒷모습을 보며 소동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러다 곧 또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소희가 지금 분명 화 나 미칠 지경인데 일부러 참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극 중의 여
마민영이 다시 한번 소동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따라와."마민영에게는 개인 휴게실이 따로 있었다. 휴게실 분장대 맞은편 캐비닛에는 어제 소희가 보내온 여주의 의상들이 담겨 있었고, 물론 마민영이 마음에 들어 하는 의상은 한 벌도 없었다.그래서 오늘 그녀는 특별히 자신이 평소에 자주 입던 옷들로 한 상자 더 가지고 왔다."민영 씨 정말 보는 눈이 있네요."소동이 그중의 치마 한 벌을 들고 말했다."저도 이 치마를 엄청 좋아하는데, 제가 입으면 핏이 안 살더라고요."200만 원에 달하는 치마를 들고 있는 소동을 마민영이 한 번 쳐다보고는 궁금해서 물었다."부모님은 뭐 하시는 분이지?""그냥 이런저런 장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회사 규모가 아무리 커도 저희 아버지 것이니까요, 전 아버지의 도움이 없이 혼자서 성공하고 싶어요."마민영이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돈 많은 집 아가씨였네. 그래, 지훈처럼 세력 있는 가문의 도련님이 평범한 가정 출신인 여인을 좋아할 리가 없지.’"지훈이 오빠가 소동 씨를 좋아하지?"마민영의 물음에 소동은 얼굴이 빨개져 바삐 해석했다."저와 지훈 씨는 친구일 뿐입니다.""남녀 사이에 뭔 친구야? 연인이 아니면 곧 연인이 될 사이만 있는 거 아닌가?"마민영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더 이상 둘의 사이에 대해 캐묻지 않았다."나 지금 메이크업 받으러 가야 하니까, 옷이나 골라 놔.""네!"조수한테서 마민영이 찍을 씬을 확인한 소동은 바로 세련된 티셔츠와 같은 브랜드의 청치마를 준비했다.그리고 메이크업을 받고 소동이 준비한 옷까지 갈아입은 마민영은 순간 청춘의 느낌이 물씬한 소녀로 변했다.마민영이 아주 만족스러웠는지 웃으며 칭찬했다."괜찮네. 어제 소희가 고른 것보다 훨씬 예뻐. 안목 인정.""이런 브랜드에서 만들어낸 옷들만이 민영 씨의 완벽한 몸매를 돋보이게 할 수 있거든요."마민영이 듣더니 눈썹을 올린 채 냉소했다."소희는 딱 봐도 가난한 집 애 같았어, 품위가 뭔지 전혀 몰라.
5분도 안 되어 소희가 촬영장에 나타났다."이 감독님, 저를 찾으셨어요?"소희를 본 순간 이 감독의 태도가 많이 누그러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오늘 민영 씨에게 코디한 옷이 씬이랑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안 들어?"소희가 모니터를 한 번 보더니 바로 고개를 저었다."이건 제가 코디한 게 아니라 민영 씨가 따로 청한 개인 디자이너 분이 코디한 겁니다.""뭐? 그걸 왜 아무도 나한테 말 안 했어?"이 감독이 눈살을 찌푸린 채 조감독에게 분부했다."마민영 씨의 개인 디자이너도 호출해!"이 감독의 호출에 소동이 곧 나타나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감독님, 부르셨어요?"이 감독이 눈썹을 올리며 되물었다."오늘 의상이 그쪽이 코디한 건가?""네!"소동의 순진한 태도에 이 감독의 얼굴색이 순간 굳어졌다."대본 제대로 보기나 했어? 마민영 씨가 맡은 역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는?"소동이 순간 멍해졌다. 대본을 보기는커녕 조수에게 대충 내용만 물었으니까."민영 씨가 맡은 역할은 별장 가정부의 딸이야. 평소에 엄청 절약하면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간고하게 사는 역할인데, 감히 브랜드를 입혀? 이 드라마가 이대로 방영되었다간 나의 감독길이 이대로 끝난다는 거 알아 몰라!"이 감독이 차가운 얼굴로 소동을 향해 소리쳤다.그리고 처음 이렇게 누군가에게 혼나 보는 소동은 얼굴이 붉어져 바삐 해석했다."저, 저 아직 대본을 자세히 보지 못했습니다.""대본도 안 읽어보고 뭔 제작팀 디자이너를 해!"화가 제대로 치밀어 오른 이 감독은 인정사정없이 계속 호통을 쳤다."너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아마추어가 감히 내 제작팀으로 기어들어 와?"이때 마민영이 다가와 바삐 물었다."왜 그래요?"소동이 마민영을 보더니 바로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였다."감독님께서 제가 코디해 준 의상이 이번 씬이랑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전 아주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마민영의 대답에 이 감독이 화를 내며 말했다."민영 씨
소희의 조수 미나는 곧 소희가 새로 코디한 의상을 마민영에게 전달했고, 이번에 마민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탈의실로 들어갔다.이에 소동이 옷 갈아입는 걸 도와주러 뒤따라 탈의실로 들어갔다.하지만 들어가자마자 마민영이 화를 내며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너 목 위에 달린 건 장식품이야? 어떻게 패션 디자이너로서 최소한의 소양도 없어? 이렇게 큰 로고가 붙어있는데 보지 못하고 감히 나한테 입혀 욕먹게 해? 지훈 오빠의 소개로 온 게 아니었으면 넌 바로 꺼져야 했어!"처음 이런 욕을 들어보는 소동은 속으로 더욱 분개했다. 분명히 마민영도 마음에 들어 했던 의상인데, 이 감독의 꾸중을 들었다고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떠넘겼으니.그녀는 당장이라도 마민영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제작팀을 떠나고 싶었다.하지만 정말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했다간 진연을 볼 면목이 없게 될 것이다.어젯밤 진연이 소식을 듣자마자 그녀보다 더욱 흥분했고 심지어 오늘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가정 셰프더러 보양식까지 만들라고 했었는데, 지금 이대로 떠나게 되면 진연은 엄청 실망할 게 분명했다.진연의 실망하여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이 떠오른 소동은 마민영의 질책을 참았다.마민영은 결국 소희가 고른 옷으로 갈아입었고, 이 감독에게 한바탕 욕을 먹고 난 후 겨우 고분고분해져 착실한 태도로 촬영에 임했다.그리고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이정남이 점심 먹을 때 호탕하게 웃으며 소희한테 본 그대로 말해 주었다.그는 소동과 소희의 관계를 모르고 있었다. 다만 마민영이 꾸중을 듣는 모습이 깨고소하게 느껴졌을 뿐."이 감독님도 다른 감독들처럼 자신을 오냐오냐 예뻐해 줄 거라고 생각했나 봐. 이 감독님이 얼마나 참아줬는지 눈치도 못 채고. 오늘 이렇게 호되게 욕먹었으니 앞으로는 더 이상 날뛰지 못할 거야."이정남이 소희가 준 게다리 볶음을 먹으며 격동되어 말했다.오늘 그들과 함께 밥을 먹게 된 미나도 유난히 기뻐하며 말했다."마민영이 어제 소희 씨를 얼마나 괴롭혔는데요! 소희 씨가 착하니까
"그럼 계속 그렇게 괴롭힘만 당할 거야?"진연이 화가 치밀어 올라 말했다."소희는 정말 말썽이야! 네가 북극에 있을 때도 소희 때문에 해고된 거잖아! 그러다 이번에 겨우 제작팀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또 너를 해치려고 하고! 걔는 어떻게 그런 나쁜 마음을 품고 있을 수 있어? 대체 어떤 사람이 키웠는지!""내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해서 질투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난 떳떳하니까 두려워하지 않아요. 언니가 어떻게 나를 괴롭히든, 난 내 일에만 전념하고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이 살 거예요."소동이 진연의 팔을 안고 다시 입을 열었다."엄마, 난 엄마의 사랑이 있으니 언니가 아무리 질투하고 미워한다고 해도 난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진연이 듣더니 소동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불쌍한 내 새끼, 엄마가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미안하긴요, 절대 그런 말 하지 마요!"소동이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흘렸다."난 엄마의 사랑만 있으면 돼요.""엄마는 당연히 우리 소동이를 사랑하지, 네가 엄마의 가장 귀한 딸인데."소동을 달래고 있는 진연의 눈에는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난 평생 소희가 내 딸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거야!"진연의 품에 얼굴을 묻힌 소동의 눈빛은 얼음장마냥 차가웠다. 그러면서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나 반드시 언니보다 더 훌륭해져 엄마가 사람을 잘못 선택하지 않았다는 걸 알려드릴 거예요.""응, 엄마는 널 믿어!"소동은 여전히 마민영의 개인 디자이너 신분으로 제작팀에 남았다. 그리고 또 방심하여 욕먹기라도 할까 봐 열심히 대본을 읽어보고 인물성격을 분석하며 마민영의 의상을 코디했다.마민영도 이 감독에게 욕을 먹은 후 많이 착실해졌다. 적어도 매일 출근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졌고 의상 방면에 있어서도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금요일,허홍연이 드디어 퇴원할 수 있게 되어 청아는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가서 퇴원 수속을 했다.그러다 하 의사가 사인해야 하는 서류가 있어 청아는 그의 사무실에서 잠시
"그동안 매일 얼굴을 봐오면서 난 청아 씨가 참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예전에 내가 단지 일과 책임감 때문에 출근한 거라면 청아 씨를 알게 된 후로부터는 매일 기대감을 안고 출근했어요."하 의사가 진지하게 청아를 응시하며 말을 이어갔다."청아 씨의 상황은 내가 잘 알고 있지만, 나의 상황에 대해서는 청아 씨가 아직 잘 모를 겁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행정 기관에서 근무하시다 지금은 이미 퇴직하셨어요. 난 올해 서른 살로 여자 친구는 한 명만 만났었고, 2년 전에 깨끗하게 헤어졌어요. 그리고 내 명의로 된 집 한 채와 400만 원짜리 차 한 대가 있고요, 평소에 출근하는 것 외에 운동도 좋아하고, 약간의 결벽증도 있어요. 그 외엔 다른 안 좋은 나쁜 취미는 없......""하 선생님!"청아가 놀라서 하 의사의 말을 끊었다. 그러고는 불가사의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하 선생님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당연하죠. 서로에 대해 알아야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 거잖아요. 나는 내가 그렇게 훌륭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노력할게요, 난 우리가 엄청 잘 맞다고 생각해요."청아는 한참 침묵하고 나서야 하 의사의 말을 소화하고 다소 황당함을 느껴 말했다."아니요, 하 선생님은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나의 가정도, 나의 과거도 전부 다.""무슨 과거가 있는데요?""저에겐 도박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있어요. 비록 이미 사라진 지 3년이 되었지만,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어요. 시한폭탄 같은 존재라고요. 그리고 저에겐 딸이 있어요."하 의사가 듣더니 순간 멍해져 한참 후에야 놀라서 입을 열었다."결, 결혼했어요?""아니요."결혼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있다는 건, 하 의사도 당연히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그는 깨끗한 기질을 풍기고 있는 여인이 의외로 혼전임신을 하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크게 충격을 받은 하 의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이의 아빠는요?""이미 헤어졌어요.""멍청하네요. 헤어졌는
병실 안의 사람들은 모두 청아가 낸 기척에 놀라 문 쪽을 쳐다보았고, 청아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장시원을 바라보았다."왜 왔어요?"우강남이 듣더니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청아야, 오늘 엄마 퇴원하신다고 장 대표님께서 호의로 도우러 오신 건데, 너 그게 무슨 태도야?"이에 청아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평정심을 되찾고는 우강남에게 물었다."오빠 오늘 출근 안 해요?""오늘 엄마 퇴원하시잖아, 그래서 휴가를 냈어."우강남이 웃으며 말했다."마저 못한 수속이 있으면 내가 갈게, 넌 장 대표님과 잠시 이야기 나누고 있어.""이미 다 끝냈어요!"죽어도 장시원과 단독으로 있고 싶지 않은 청아가 우강남의 말에 바로 거절했다.그리고 그러는 청아의 태도에 장시원의 눈동자에는 순간 어두운 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곧 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럼 가시죠."장시원을 유독 소외하고 차갑게 대하는 청아의 태도에 우강남이 마침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장시원이 먼저 화제를 돌려주는 덕분에 그도 재빨리 청아더러 물건을 잘 정리하라고 했다.그렇게 허홍연이 옷을 갈아입고 물건도 전부 정리한 후 몇 사람은 병실을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때 병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하 의사가 들어왔다.그는 허홍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아주머니, 퇴원하신 걸 축하합니다. 앞으로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하세요."청아는 하 의사를 보자마자 어색함이 밀려와 바로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 옆에서 예리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한 번 훑어보던 장시원의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이건 또 뭔 표정이지?’‘부끄러워하는 건가?’‘허!’허홍연이 바삐 웃으며 대답했다."네, 그동안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고맙긴요."하 의사가 웃으며 고개를 돌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청아를 바라보았다."재진 하는 날, 청아 씨가 같이 왔으면 좋겠네요."청아가 놀라 하 의사를 한 번 쳐다보고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뭐라 말하기도 불편하고 해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이에
다행히도 장시원은 줄곧 운전에 전념하느라 그녀를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 같았다.청아는 조용히 손바닥의 땀을 바지에 문질렀다. 반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그녀는 이미 7~8번은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우강남이 사는 주택단지에 도착했고, 아무리 기다려도 장시원이 차에서 내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청아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잠깐 올라가서 앉을래요?"이에 장시원이 백미러로 차갑게 청아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됐어. 가족끼리 얘기하는데 내가 끼면 불편하니까, 난 차에서 기다릴게.""아니요!"청아가 듣더니 놀라서 연거푸 머리를 흔들었다."이만 돌아가셔도 돼요, 저는 잠시 후에 택시 타고 가면 되니까.""내가 시키는 대로 해."장시원이 청아가 말을 하기도 전에 또 한마디 덧붙였다."자꾸 반항하지 말고."순간 할 말을 잃게 된 청아는 거울에 비친 남자의 차가운 눈빛을 한 번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차에서 내렸다.그러고는 우강남과 허홍연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허홍연이 출근하지 않은 후로 줄곧 우강남의 새 집에서 지냈다.비록 예전의 집을 판 돈으로 바꾼 새 집이라고는 하지만 청아는 그곳이 낯설기만 할 뿐, 아무런 소속감도 느끼지 못했다.예전의 집을 팔고 난 후, 청아는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없어졌다.우강남이 갑자기 입을 열어 해석했다."네 형수도 휴가 내고 나와 함께 엄마 데리러 가려고 했는데,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겨 휴가를 내지 못했어."허홍연이 듣더니 즉시 말했다."괜찮아, 돈을 버는 게 중요하지."청아는 귀국해서부터 지금까지 정소연이라는 형수를 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 아주 다정해 보이는 여인이었다.하지만 정소연과 너무 친근한 것도 아니고, 정소연도 아직 우씨 집에 시집온 것도 아니니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해도 원망할 것 없었다.우강남이 열정적으로 청아를 향해 말했다."청아야, 엄마도 이제 집에 돌아왔으니 요요랑 함께 집으로 들어와. 마침 엄마가 너를 도와 요요를 돌볼 수도 있고."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