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가 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적합한 배우를 추천해 드릴 수는 있지만 저는 아닐 겁니다.""소희 씨, 도대체 뭘 망설이는 거야? 만약 연기가 걱정되는 거라면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쳐 줄 수 있어.""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는 정말 배우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소희가 아무런 여지도 없이 거절했지만 이 감독은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소희의 동의를 기다리겠다고 고집했다.그리고 며칠을 기다려도 제작팀 쪽에 촬영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없자 승엔 쪽 직원이 이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캐스팅 진도를 물었다.이 감독은 소희에게 여주인공 역을 맡길 생각이라며 아직 설득하고 있으니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그리고 소희의 이름이 언급되자 허진은 바로 임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임구택이 듣더니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소희에게 여주인공 역을 맡긴다고?"[네. 이 감독님께서 반드시 소희 씨가 그 배역을 맡아야 한다면서 소희 씨가 동의하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키스신이 있어?"[네. 남주와 세 씬 정도 있을 겁니다.]"그럼 이 감독한테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해. 그리고 다른 여배우를 빨리 선정하라고 해."케이슬 전용 룸에 앉아있는 임구택이 단호하게 말하고는 핸드폰을 옆에 있는 탁자 위에 던졌다.그러자 옆에 있던 장시원이 웃으며 물었다."왜, 소희에 관한 일이야?""응, 이적이 이현의 역을 소희에게 맡기고 싶어 해."임구택의 덤덤한 대답에 장시원이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큰 소리로 웃었다."너무 억지인 거 아니야? 소희가 배우 출신도 아니잖아.""소희는 얼굴 알리는 거 좋아하지 않아."임구택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아마 이적도 소희한테서 문전박대를 당했을 거야."장시원이 소파에 기대어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이현의 일은 모두 해결되었어?""어.""난 네가 분명 이현이 소희를 계속 괴롭히게 놔두지 않을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 전에 명원이가 하마터면 이성을 잃고 이현을 암살할 뻔
장시원이 듣더니 눈썹을 올린 채 마음속의 추측을 말했다."그래서 일부러 끊임없이 떠보고 집적거렸던 거야? 소희가 사실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나도 어쩔 수 없었어. 소희가 스스로를 설득시켜야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니까.""그건 많이 어려울 것 같은데?"장시원이 한숨을 쉬며 동정을 표하자 임구택이 자조하듯 웃었다."내가 저지른 죄이니 내가 보완해야지. 누굴 탓하겠어."그런데 이때 장시원이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물었다."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소희가 정말로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쩔 건데? 소희가 심명과 엄청 가깝게 지내고 있던데."임구택이 듣더니 조용히 담배 연기를 뿜었다. 연기에 가린 남자의 눈동자는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그러다 한참 후 임구택이 편집이 띤 어투로 대답했다."이번 생에서 소희는 죽더라도 나와 함께 죽어야 해."......이튿날, 소희는 오후 내내 서재에 앉아 디자인 원고에 전념했다. 그러다 곧 저녁 무렵이 되니 임구택의 전화가 걸려왔다.받고 싶지 않았지만 전화가 끊임없이 울리는 바람에 소희는 어쩔 수 없이 받았다. 그러고는 차가우면서도 소외감이 묻은 어투로 입을 열었다."네, 임구택 씨."[저녁 나와 같이 먹어, 내가 데리러 갈게.]"미안하지만 저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요."[무슨 약속?]"그건 알려드릴 수 없을 것 같네요."소희의 완곡한 거절에 임구택은 조급해하지 않고 나지막하게 웃었다.[총, 돌려받고 싶지 않아?]소희가 듣더니 눈썹을 올렸다. 잃어버린 총이 임구택의 손에 있을 거라는 거 소희도 진작에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전히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그럼 수고스러운 대로 총을 유민이에게 맡겨주세요, 제가 토요일에 가지러 가겠습니다."이에 임구택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유민이에게 네가 매일 총을 몸에 지닌 채 공부를 배워주고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거야? 비록 유민이 빨리 철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주의할 것 주의해야 하는 거 아니야?]소희가 숨을
임구택이 차를 몰면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 감독이 너에게 여주인공 역을 맡기고 싶어 했다며? 내가 이미 거절했어.""어떻게 알았어?"소희가 놀라 무의식적으로 묻는 모습에 임구택이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지금 그 작품의 가장 큰 자본주인데, 당연히 다 알고 있지."‘자본주’라는 세 글자에 소희는 순간 예전에 두 사람이 자주 하던 농담이 생각나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너 얼굴을 알려 남들의 주목을 받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네 의견을 묻지 않고 바로 거절했어. 날 탓하지는 않겠지?""아니."소희가 두 눈을 아래로 드리운 채 대답했다.‘내가 여러 번이나 거절했는데도 소용없었는데, 이번에는 자본주가 직접 거절했으니 이 감독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겠지?’"그럼 어떻게 고마워할 건데?"임구택이 물었다.그러자 소희가 경악하여 고개를 돌렸다. 저녁의 어두운 그림자에 임구택의 이목구비는 더욱 입체적이었고 표정도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정말로 그녀가 고마움을 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소희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되물었다."뭘 해줬으면 하는데?""오늘 저녁은 네가 사."임구택의 요구가 이렇게 간단할 줄 몰랐던 소희가 쿨하게 대답했다."그래.""나의 모든 요구를 이렇게 통쾌하게 들어줬으면 얼마나 좋아."임구택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소희를 한번 흘겨보았다. 말투에는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원한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소희는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임구택은 소희를 데리고 남월정으로 갔다. 문과 벽, 그리고 들어간 후에 펼쳐지는 정원은 전부 이전과 똑같았다. 다만 대나무가 더욱 무성해졌고 계수나무도 조금 더 굵어졌다.임구택이 앞에서 걷고 있었고 소희가 뒤를 따르고 있었다.그러다 절반쯤 들어갔을 무렵 임구택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가볍게 웃었다."빨리 걸어. 매번 올 때마다 돌계단을 세더니, 아직도 돌멩이가 몇 알인지 다 세지 못했어?"임구택의 말에 소희가 고개를 들었다.
주인아줌마가 떠나고 나서야 소희 마음속의 궁핍감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모든 것이 변한 후 제일 두려운 게 바로 예전에 알던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무심코 옛일을 꺼내게 되면 그것보다 난처한 순간이 없으니까.임구택이 소희에게 차를 따라주며 물었다."불편했어?""아니."소희가 고개를 들어 대답하고는 다시 물었다."그래서 내 총은?"임구택이 듣더니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그렇게 네 총이 염려되면서 왜 한 번도 나한테 먼저 전화 걸어 달라고 한 적이 없었어?""......"한참 기다려도 소희가 아무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임구택이 그윽하게 소희를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사실 너도 네 총이 나한테 있다는 사실에 매우 안심하고 있는 거지?"임구택이 가리키고 있는 다른 뜻을 눈치챈 소희는 순간 가슴이 빨리 뛰었다.그녀가 가장 은밀하게 숨기고 있던 물건, 가장 다른 사람의 눈에 띄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 임구택한테 있다는 걸 알면서도 되찾기는커녕 되려 안심하고 있었다는 건 무엇을 설명해주고 있는지 자세히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하지만 소희는 오히려 임구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대답했다."임구택 씨가 그 정도로 쓰레기일 건 같지 않은 데요?"임구택이 듣더니 눈썹을 올렸다."내가 쓰레기라고? 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만 사랑하고 있었어. 양다리를 걸친 적도 없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도 없었어. 그런데 왜 쓰레기인 거지?"소희가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 갑자기 악랄한 생각이 피어나 담소하며 말했다."임구택 씨가 확실히 쓰레기는 아니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쪽이 좋아하는 사람이 그쪽을 더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죠."임구택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러면서 암울함과 결렬함이 섞인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그녀 자신도 아직 잘 모르고 있을 거야. 그리고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아. 난 다시 그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 거니까."소희가 듣더니 냉소했다."너무
소희의 눈빛은 맑고 차가웠다."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장시원은 종래로 청아를 찾은 적이 없었어. 이미 청아를 잊었을지도 몰라. 그리고 설사 그가 요요의 존재를 알게 된다고 해도 뭐가 달라지는데? 요요를 자신의 아이라고 인정할 수 있어? 아니면 청아와 결혼할 수 있어?"요요를 지극히 사랑하지만 청아와 결혼할 수는 없다는 건 청아에게 있어 재난과 다를 바가 없다.장시원이 요요를 청아에게서 빼앗아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요는 청아의 전부이고, 청아의 정신적 지주이다.그러니 소희는 청아에게 진실을 알려 청아를 두려움 속에 빠뜨릴 수 없다.임구택이 그윽하게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장시원이 예전에 확실히 바람기가 있긴 했어.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그는 한 번도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았어. 청아를 찾지 않은 건 다만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였고.""장시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내가 청아의 허락을 거치지도 않고 장시원을 청아의 집으로 들인 거에 이미 충분히 미안해하고 있어. 난 더 이상 청아가 주동적으로 장시원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할 거야. 일부러 제지하지는 않을 거지만, 주동적으로 중매하지도 않을 거니까 당신도 장시원에게 언급하지 마.""당연하지. 자기 이미 경고했는데 내가 자기 허락 없이 어떻게 감히 말할 수 있겠어?"소희는 그의 말속에 담긴 방임하는 태도를 무시하고 눈을 아래로 드리운 채 열심히 밥을 먹었다.밥을 다 먹고 두 사람이 방에서 나왔다. 소희가 프런트로 가서 계산하려고 하는데 임구택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됐어, 내가 이미 계산했어."소희는 놀란 나머지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임구택의 행동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언제 했는데?"‘나가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는데?’임구택이 가볍게 웃었다."나한테 주인아줌마 번호가 있으니 이체하면 돼."소희가 문득 깨닫고 핸드폰을 꺼냈다."그럼 내가 당신한테 이체해 줄게. 얼마야?"오늘 그녀가 한턱내기로 했으니."오늘은 이미 다 결산했으니, 다음에!"임구택이 입가에 웃
소희는 신속히 임구택의 손을 팽개친 후 손가락을 구부려 그의 목덜미를 잡고 뒤로 밀어냈다. 어둠 속 소희의 두 눈동자는 차갑고 매서웠다."임구택, 너무 지나치지 마."임구택은 몸을 숙여 소희를 품속으로 껴안은 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소희를 바라보았다."나 지금까지 한 번도 너를 배신한 적이 없었어. 우리 다시 시작하자.""아니, 싫어."임구택이 듣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너 전우 혹은 친구와 오해로 헤어지게 되었어도 영원히 화해 안 할 거야? 너 서인과도 오해 있은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였잖아. 그런데 왜 나만 안 되는 건데?"소희가 잠깐 사색하는 기색을 드러내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몰라, 나한테 묻지 마. 난 단지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야.""그럼 너의 마음을 원하지 않을게. 몸만 줘."말하고 있는 임구택의 검은 눈동자는 그윽하게 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너 아직 나의 아내이니 협조할 의무가 있는 거야."소희가 듣더니 바로 냉소했다."그거 알아? 내가 용병이 되고 나서 합류한 첫 번째 조직이 서인이 있던 그 조직이 아니었어. 내가 처음으로 합류하게 된 조직의 대장이 나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협조할 것을 요구했어. 그러면서 나더러 조직 몰래 그를 대신해서 소식을 전해달라고 하더군. 나중엔 내가 그를 죽이고 그의 자리를 대신했어."서희에 관한 일은 임구택도 많이 들었었다.하지만 그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넌 절대 나를 못 죽여."소희의 손가락이 점점 조이기 시작했다."나를 자극하지 마.""예전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랑하는 서희 아가씨, 당신들의 도의가 원한이 있으면 반드시 갚고, 은혜가 있으면 반드시 보답하는 게 아닌가?""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한 번 잘 생각해 봐. 전에 당신이 모함당했을 때 내가 나서서 구해줬잖아. 그리고 이현의 일도 내가 도운 거고. 당신들의 도의에 따라 이렇게 큰 은혜는 어떻게 갚아야 하는 거지?
소희는 볼을 임구택의 가슴 쪽에 기댄 채 깊이 잠들었다. 은은하게 드리운 그림자는 그의 마음속 가장 부드러운 곳을 비춰주고 있었다.임구택은 소녀의 희고 부드러운 얼굴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만족스러운 듯 한숨을 쉬었다.*소희가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날이 이미 밝았고, 햇빛이 커튼을 치지 않은 창문너머로 그녀의 정교한 얼굴에 비쳐있었다.천천히 눈을 뜨니 바로 코 앞까지 붙어 있는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먼저 보였다.임구택은 몸을 옆으로 돌려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방금 깨어난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나른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눈부시게 웃었다."자기야, 좋은 아침."소희의 두 눈동자는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가운을 몸에 걸치고는 일어나 옷 입으러 갔다.그러다 옷을 다 갈아입고 드레스 룸에서 나오니 임구택이 아침을 차리고 있었다."와서 아침 먹어.""됐어."소희가 덤덤한 말투로 거절했다."말 들어. 아침 먹고, 내가 데려다줄게.""임구택! 어젯밤에 한 말 잊지 마!"소희의 화난 태도에 임구택이 오히려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물었다."소희야, 네가 어젯밤에 남기로 한 게 정말 내가 모든 빚을 청산하자고 했던 말 때문이었어?""당연하지."임구택이 소희에게 다가가 칠흑 같은 눈동자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그렇게 쉽게 남기로 했던 게, 사실 너도 나를 원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어?"소희가 듣더니 놀랐는지 눈을 약간 크게 뜨더니 바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그래, 그렇다 쳐."임구택은 소희와 더는 논쟁하지 않고 시계를 한 번 쳐다보았다."하지만 너 지금 아래층으로 내려가게 되면 마침 장시원과 마주칠 수 있어. 네가 아침 일찍 여기서 나가는 걸 장시원이 보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소희가 다시 한번 놀라움에 빠졌다."장시원이 여기에 살아?""어. 1년 전에 갑자기 집에서 나왔거든. 그리고 거의 매일 밤 여기에서 지내."‘예전에
이틀 후, 토요일소희가 임유민에게 수업해 주러 가려고 집에서 나오니 차가 이미 집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다행히도 운전석에 앉은 게 임구택이 아니라 임씨 가문의 운전기사였다.줄곧 조마조마해 있었던 소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임가에 도착하니 임유민은 이미 아래층에서 소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소희를 발견하고는 다가가 친절하게 물었다."일은 다 해결되었어?""너도 알고 있었어?"소희가 웃으며 물었다.그러자 임유민이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그렇게 난리가 났는데 내가 어떻게 몰라? 나와 누나가 그 며칠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쌤을 도와 그 팬들을 욕했다고."소희가 듣더니 크게 감동하여 말했다."고마워.""올라가서 얘기해."임유민이 소희를 끌고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그리고 문을 닫자마자 곧장 물었다."이현이 정말 자살했어?""아마도?"이현의 자살 소식이 인터넷에 전해지면서 전에 떠들썩했던 일들이 그제야 잠잠해지게 되었다.그 후 이현이 회사로부터 매장을 당하는 바람에 그녀의 소식은 점점 줄어들었고,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사람이 없었다."자살해도 싸!"임유민이 화를 내며 말했다."우리 반 친구들이 전부 이현을 싫어하거든.""너희 친구들도 연예인에 관심이 있어?""그런 셈이지? 예전에는 이현을 좋아하는 애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 탈덕했어."임유민이 소파에 앉아 말을 이어갔다."심지어 우리 엄마까지도 나한테 연락이 와서 쌤과 둘째 삼촌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던데. 그래서 직접 둘째 삼촌에게 물어보라고 했어."소희가 듣더니 안색이 순간 변했다."그래서 너의 둘째 삼촌이 뭐라고 설명했는데?""내가 어떻게 알아?"임유민이 눈알을 한 번 굴리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쌤과 둘째 삼촌이 그렇게 오랫동안 숨겼는데 이제 우리 식구들한테 알릴 때도 됐잖아.""문제는 나와 너의 둘째 삼촌이 이미 헤어졌다는 거야. 그들이 알게 되면 많이 번거로워질 거야."소희는 다소 괴로워났다.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