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인터뷰를 받을 때 기자에게 소희가 자신의 모습을 본떠 성형했다고 암시하는 말과 동영상이 다시 들춰지면서 네티즌들은 분분히 이현이가 여우라며 욕설을 퍼부었다.심지어 이현의 공식 계정으로 가서 질책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분명히 그가 소희 얼굴을 본떠 성형했으면서 왜 사실을 전도하여 소희를 사지로 몰아넣었냐고, 자신이 한 일때문에 저녁에 악몽을 꾸는 게 두렵지 않냐고.많은 댓글 중 이현과 미연의 핸드폰을 해킹한 ‘묵언’의 행위가 틀린 거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사건이 거듭되는 반전을 겪으며 결국 이현만이 당황함에 빠지게 되었다.그는 일이 이렇게 빨리 반전을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다. 미연의 핸드폰을 해킹한 것도 모자라 심지어 두 사람의 통화 내용까지 몰래 녹음한 자가 있었다니.현재 매일 수많은 사람이 이현에게 전화가 오고 주소도 노출되는 바람에 아래층에는 매일 그녀의 해석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로 에워싸여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집에만 박혀 있는 채 인터넷에 오르지도 못하고 전화도 받을 담이 없이 극도로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물론 이현에게 있어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며, 그녀를 지옥으로 끌어내릴 최후의 공격은 하루 후에 나타났다.전반 사건에서 제일 볼품없었던 작은 조연, 류 조감독이 갑자기 자신의 공식 계정에 올라 그와 이현의 관계를 폭로했다.그는 자신과 이현이 연인 사이라고, 소희를 모함한 것도 이현이 자신에게 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 며칠 소희가 인터넷 폭력을 당하고 있는 모습에 양심의 가택을 느끼고 진실을 털어놓기로 결정한 거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하지만 이현의 일부 팬들은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류 조감독의 공식 계정에 댓글을 달아 류 조감독이 주제도 모르고 감히 이현을 넘보려 하는 두꺼비라고, 이현의 인기를 이용하기 위해 이제야 나타나 이현한테 돌을 던지는 나쁜 사람이라고 욕설을 난발했다.이현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밟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이에 류 조감독은 자신이
임구택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경고했을 텐데, 소희한테 접근하지 말라고.]"어찌 되었건 내가 구택 씨를 도왔었잖아요! 구택 씨도 나에게 보답하겠다고 했고."이현의 목이 쉰 질책에 임구택이 냉소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서, 내가 보답하지 않았나? 모든 행사나 작품은 내가 전부 허진더러 가장 좋은 거로 안배해 줘라고 했고, 모든 접대 장소도 내가 사람을 시켜 막아줬어. 그래서 지금의 넌 무명 배우에서 일류 스타로 진급하며 대박 났는데 뭐가 불만인 거지? 네가 나를 속여 네 생일 파티에 참석하게 한 것도 모자라 일부러 소희 앞에서 자랑한 거에 대해서도 난 참았어. 그리고 정중히 경고했지, 소희를 건들지 말라고. 하지만 네가 듣지 않았으니, 날 탓할 수는 없는 거지?]"그렇긴 하지만......"임구택이 소희를 건들지 말라고 경고한 적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후에 그녀가 여민을 이용하여 소희를 모함했을 때 임구택은 분명 그녀가 한 짓이라는 걸 발견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현은 당연히 임구택이 소희에 대한 감정이 식었기에 자신의 행위를 방임하는 줄 알고 심지어 임구택의 마음을 떠보고 얻기 위해 점점 지나치게 소희를 대했던 건데, 임구택이 그녀를 류 조감독에게 선물해 주고서야 그녀는 자신이 줄곧 임구택의 뜻을 잘못 추측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나 알겠다!"이현이 눈물을 흘리며 절망에 빠진 얼굴로 대답했다."임구택, 당신 일부러 그런 거 맞지? 당신은 나를 이용하여 소희의 마음을 떠보려고 고의로 잘못된 신호를 주었어. 내가 소희를 괴롭혀야만 당신이 소희를 접근하고 보호할 수 있으니까. 난 처음부터 당신한테 이용당하고 있었어!"이현은 마침내 모든 걸 알게 되었다.임구택의 마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희한테 가 있었다.그가 한 모든 짓도 소희를 만회하기 위해서였고.임구택이 나지막하게 웃으며 이현을 비웃었다.[아니, 네가 너무 탐욕스러워 자제할 줄 몰라서 그런 거야. 난 처음부터 분명 너에게 똑
이현의 자살 뉴스로 그녀와 소희 사이의 일은 드디어 서서히 식어가기 시작했고, 소희도 운수로에서 다시 경원주택단지로 돌아가게 되었다.그녀의 집 밖에 쌓여있었던 쓰레기와 화환 등은 이미 깨끗이 정리되었을 뿐만 아니라 백합 몇 다발이나 놓여있었고, 카드에는 미안함이 담긴 말들이 쓰여 있었다.전에 인터넷에서 그녀를 욕했던 네티즌들이 보내온 것인 듯했다.소희는 기분이 좋아져 백합을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그리고 마침 청아의 전화가 걸려왔다.[어서 아래층으로 내려와. 내가 맛있는 음식들을 엄청 많이 만들었거든, 너를 위해 축하파티 열려고!]"곧 내려갈게!"소희는 가방을 내려놓고 백합을 꽃병에 꽂은 후에야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요 며칠간의 일을 거쳐 네티즌들도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이 본 게 반드시 진실인 거는 아니니 독립적인 사유와 사상을 가져야지 인터넷상의 일부 유언비어에 이성까지 잃어가면서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마구 폭언을 날려서는 안 된다고.그러면서 네티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소희가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게끔 소희에게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았다.미안한 마음 때문이든, 잘못을 뉘우치고 싶은 마음 때문이든, 방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지지였다.그리고 이틀 후, 소희는 구은서의 전화를 받게 된다.구은서가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어쩐지 나와 손 잡으려 하지 않더라니. 진작에 이현을 상대할 계획이 있었네? 이현을 이렇게 철저하게 끌어내리다니, 역시 대단해.]"네 앞가림이나 잘해. 나쁜 마음은 될수록 적게 가지고, 이현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소희의 경고에 구은서가 냉소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내 지금의 처지가 이현보다 많이 좋은 거 같아? 사랑도 잃고, 명원이도 너 때문에 나와 절교하고, 사업도 곤두박질치고. 소희야, 나한테 아직도 더 잃을 게 남았다고 생각해?]"이현의 병문안을 한 번 가봐. 그럼 네가 지금 이현보다 얼마나 더 행복한지 알게 될 거야."소희는 구은서와 더 이상
이정남이 듣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제가 한 번 소희에게 물어볼게요.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품지 마시고요. 소희가 얼굴을 알리는 걸 제일 싫어해요. 전에 주 감독님께서도 소희의 외모가 마음에 들어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소희가 거절했거든요.""정말이야?"이 감독은 아직도 명성과 이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여인이 있을 거라는 걸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당연하죠!"이정남이 엄청 진지하게 대답했다.하지만 이 감독은 여전히 포기하고 싶지 않은 기세였다."그래도 한번 해 보고 싶어. 내가 당분간 배역을 선정하지 않을 테니 정남 씨가 먼저 소희 씨를 잘 설득해 줘. 정 안 되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설득할 거야.""소희가 동의하지 않는 일은 하느님이 와도 소용없을 건데."이정남이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제가 일단 한 번 물어보긴 할게요.""부탁해!"이 감독의 성의에 이정남은 너무 오래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날로 소희를 경원 주택단지 맞은편에 있는 바비큐 가게로 불러냈다.소희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이정남은 특히 소희를 위해 매운 것들만 가득 주문하고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이현에 대해 언급하게 되었다.이정남은 고개를 들어 단숨에 맥주 한 잔을 원샷하고는 이현에 대한 분노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듯 분개해서 입을 열었다."다들 연예계가 복잡한 곳이라고, 아무리 좋은 사람이 발을 들여도 결국엔 껍질까지 발려진다고는 하지만 이현은 겨우 발을 들인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잖아. 2년 만에 저렇게 귀신으로 변하다니!"소희가 가재의 껍질을 천천히 벗기며 입을 열었다."사람이 변하는 과정엔 필연적으로 흔적이 남아있게 되어있어요. 다만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뿐.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이현이 변해가고 있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현은 이미 변해있었고, 그게 우리에겐 갑작스럽게 느껴졌을 뿐이겠죠."이정남이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눈살을 찌푸렸다."네 말이 맞
소희가 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적합한 배우를 추천해 드릴 수는 있지만 저는 아닐 겁니다.""소희 씨, 도대체 뭘 망설이는 거야? 만약 연기가 걱정되는 거라면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쳐 줄 수 있어.""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는 정말 배우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소희가 아무런 여지도 없이 거절했지만 이 감독은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소희의 동의를 기다리겠다고 고집했다.그리고 며칠을 기다려도 제작팀 쪽에 촬영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없자 승엔 쪽 직원이 이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캐스팅 진도를 물었다.이 감독은 소희에게 여주인공 역을 맡길 생각이라며 아직 설득하고 있으니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그리고 소희의 이름이 언급되자 허진은 바로 임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임구택이 듣더니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소희에게 여주인공 역을 맡긴다고?"[네. 이 감독님께서 반드시 소희 씨가 그 배역을 맡아야 한다면서 소희 씨가 동의하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키스신이 있어?"[네. 남주와 세 씬 정도 있을 겁니다.]"그럼 이 감독한테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해. 그리고 다른 여배우를 빨리 선정하라고 해."케이슬 전용 룸에 앉아있는 임구택이 단호하게 말하고는 핸드폰을 옆에 있는 탁자 위에 던졌다.그러자 옆에 있던 장시원이 웃으며 물었다."왜, 소희에 관한 일이야?""응, 이적이 이현의 역을 소희에게 맡기고 싶어 해."임구택의 덤덤한 대답에 장시원이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큰 소리로 웃었다."너무 억지인 거 아니야? 소희가 배우 출신도 아니잖아.""소희는 얼굴 알리는 거 좋아하지 않아."임구택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아마 이적도 소희한테서 문전박대를 당했을 거야."장시원이 소파에 기대어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이현의 일은 모두 해결되었어?""어.""난 네가 분명 이현이 소희를 계속 괴롭히게 놔두지 않을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 전에 명원이가 하마터면 이성을 잃고 이현을 암살할 뻔
장시원이 듣더니 눈썹을 올린 채 마음속의 추측을 말했다."그래서 일부러 끊임없이 떠보고 집적거렸던 거야? 소희가 사실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나도 어쩔 수 없었어. 소희가 스스로를 설득시켜야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니까.""그건 많이 어려울 것 같은데?"장시원이 한숨을 쉬며 동정을 표하자 임구택이 자조하듯 웃었다."내가 저지른 죄이니 내가 보완해야지. 누굴 탓하겠어."그런데 이때 장시원이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물었다."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소희가 정말로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쩔 건데? 소희가 심명과 엄청 가깝게 지내고 있던데."임구택이 듣더니 조용히 담배 연기를 뿜었다. 연기에 가린 남자의 눈동자는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그러다 한참 후 임구택이 편집이 띤 어투로 대답했다."이번 생에서 소희는 죽더라도 나와 함께 죽어야 해."......이튿날, 소희는 오후 내내 서재에 앉아 디자인 원고에 전념했다. 그러다 곧 저녁 무렵이 되니 임구택의 전화가 걸려왔다.받고 싶지 않았지만 전화가 끊임없이 울리는 바람에 소희는 어쩔 수 없이 받았다. 그러고는 차가우면서도 소외감이 묻은 어투로 입을 열었다."네, 임구택 씨."[저녁 나와 같이 먹어, 내가 데리러 갈게.]"미안하지만 저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요."[무슨 약속?]"그건 알려드릴 수 없을 것 같네요."소희의 완곡한 거절에 임구택은 조급해하지 않고 나지막하게 웃었다.[총, 돌려받고 싶지 않아?]소희가 듣더니 눈썹을 올렸다. 잃어버린 총이 임구택의 손에 있을 거라는 거 소희도 진작에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전히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그럼 수고스러운 대로 총을 유민이에게 맡겨주세요, 제가 토요일에 가지러 가겠습니다."이에 임구택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유민이에게 네가 매일 총을 몸에 지닌 채 공부를 배워주고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거야? 비록 유민이 빨리 철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주의할 것 주의해야 하는 거 아니야?]소희가 숨을
임구택이 차를 몰면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 감독이 너에게 여주인공 역을 맡기고 싶어 했다며? 내가 이미 거절했어.""어떻게 알았어?"소희가 놀라 무의식적으로 묻는 모습에 임구택이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지금 그 작품의 가장 큰 자본주인데, 당연히 다 알고 있지."‘자본주’라는 세 글자에 소희는 순간 예전에 두 사람이 자주 하던 농담이 생각나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너 얼굴을 알려 남들의 주목을 받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네 의견을 묻지 않고 바로 거절했어. 날 탓하지는 않겠지?""아니."소희가 두 눈을 아래로 드리운 채 대답했다.‘내가 여러 번이나 거절했는데도 소용없었는데, 이번에는 자본주가 직접 거절했으니 이 감독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겠지?’"그럼 어떻게 고마워할 건데?"임구택이 물었다.그러자 소희가 경악하여 고개를 돌렸다. 저녁의 어두운 그림자에 임구택의 이목구비는 더욱 입체적이었고 표정도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정말로 그녀가 고마움을 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소희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되물었다."뭘 해줬으면 하는데?""오늘 저녁은 네가 사."임구택의 요구가 이렇게 간단할 줄 몰랐던 소희가 쿨하게 대답했다."그래.""나의 모든 요구를 이렇게 통쾌하게 들어줬으면 얼마나 좋아."임구택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소희를 한번 흘겨보았다. 말투에는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원한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소희는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임구택은 소희를 데리고 남월정으로 갔다. 문과 벽, 그리고 들어간 후에 펼쳐지는 정원은 전부 이전과 똑같았다. 다만 대나무가 더욱 무성해졌고 계수나무도 조금 더 굵어졌다.임구택이 앞에서 걷고 있었고 소희가 뒤를 따르고 있었다.그러다 절반쯤 들어갔을 무렵 임구택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가볍게 웃었다."빨리 걸어. 매번 올 때마다 돌계단을 세더니, 아직도 돌멩이가 몇 알인지 다 세지 못했어?"임구택의 말에 소희가 고개를 들었다.
주인아줌마가 떠나고 나서야 소희 마음속의 궁핍감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모든 것이 변한 후 제일 두려운 게 바로 예전에 알던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무심코 옛일을 꺼내게 되면 그것보다 난처한 순간이 없으니까.임구택이 소희에게 차를 따라주며 물었다."불편했어?""아니."소희가 고개를 들어 대답하고는 다시 물었다."그래서 내 총은?"임구택이 듣더니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그렇게 네 총이 염려되면서 왜 한 번도 나한테 먼저 전화 걸어 달라고 한 적이 없었어?""......"한참 기다려도 소희가 아무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임구택이 그윽하게 소희를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사실 너도 네 총이 나한테 있다는 사실에 매우 안심하고 있는 거지?"임구택이 가리키고 있는 다른 뜻을 눈치챈 소희는 순간 가슴이 빨리 뛰었다.그녀가 가장 은밀하게 숨기고 있던 물건, 가장 다른 사람의 눈에 띄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 임구택한테 있다는 걸 알면서도 되찾기는커녕 되려 안심하고 있었다는 건 무엇을 설명해주고 있는지 자세히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하지만 소희는 오히려 임구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대답했다."임구택 씨가 그 정도로 쓰레기일 건 같지 않은 데요?"임구택이 듣더니 눈썹을 올렸다."내가 쓰레기라고? 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만 사랑하고 있었어. 양다리를 걸친 적도 없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도 없었어. 그런데 왜 쓰레기인 거지?"소희가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 갑자기 악랄한 생각이 피어나 담소하며 말했다."임구택 씨가 확실히 쓰레기는 아니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쪽이 좋아하는 사람이 그쪽을 더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죠."임구택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러면서 암울함과 결렬함이 섞인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그녀 자신도 아직 잘 모르고 있을 거야. 그리고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아. 난 다시 그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 거니까."소희가 듣더니 냉소했다."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