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의 말에 부시혁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가 윤슬을 구한 건 온전히 그의 의지였고 그 어떤 목적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이 사실을 빌미로 윤슬과의 재결합을 추진한다거나 사귄다거나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경고에 가까운 윤슬의 말에 부시혁은 마음이 씁쓸하면서도 왠지 화가 치밀었다.내가 그렇게 치졸한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이런 일로 네 감정을 강요할 만큼?“그건 천천히 얘기해.”갑자기 차가워진 부시혁의 표정에 윤슬이 고개를 갸웃했다.또 왜 갑자기 다운된 거래? 하여간 변덕은.영수증에 사인을 마친 윤슬이 고개를 돌렸다.
게다가 저 의연한 태도... 누가 봐도 범인은 아니었다.하지만 연락을 대포폰으로 했을 수도 있고 다른 차명계좌로 범인들에게 입금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죄책감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들도 수두룩하니 윤슬을 혐의선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하지만 일단 지금은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형사도 오늘은 윤슬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병원에 가서 고유나한테 직접 사건 현장 상황에 대해 물어야겠어.“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하죠.”자리에서 일어선 형사가 윤슬을 향해 손을 내
유신우는 숲에서 잡지 촬영을 하고 있어 핸드폰 확인을 하지 못했다. 숲에서 나와 신호가 잡혀 핸드폰을 확인하니 윤슬에 관한 기사가 인터넷을 도배했다.‘고유나, 감히 윤슬 누나가 자기를 죽이려고 했다는 거짓말을 해서 누나의 명예를 더럽히다니.’‘기자들, 네티즌 그리고 황산을 뿌린 사람 모두 가만두지 않을 거야!’온화한 유신우도 이렇게 화를 낼 수 있었다. 윤슬은 유신우의 화가 난 목소리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눈치채고 황급히 말했다. “신우야, 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정말 괜찮아요? 그럼 황산은...”“
윤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경찰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윤슬 씨, 황산을 뿌린 사람의 심문 결과가 나왔습니다!”윤슬은 경찰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부시혁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결과가 어떤가요? 누기 시킨 건가요? 아니면 윤슬한테 원한이 있는 사람인가요?”윤슬도 궁금해서 경찰의 대답을 기다렸다. 경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둘 다 아니에요. 누가 시킨 것도, 윤슬 씨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그럼 도대체 왜 그런 거래요?” 윤슬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
그 시각 병원, 여자 경찰과 남자 경찰 한 명이 고유나의 병상 옆에 앉아 취조를 하고 있었다. “고유나 씨, 윤슬 씨가 사람을 시켜서 고유나 씨를 이렇게 만든 거라고 확신하십니까?” 남자 경찰이 심오한 눈빛으로 고유나를 쳐다보며 물었다.옆에 있던 여경은 녹음펜을 들고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있었다. 고유나가 확신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죠!”“만약 최종적으로 윤슬 씨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 고유나 씨는 거짓으로 고소했으며 윤슬씨의 명예를 훼손을 했기 때문에 법적 책임과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고유나 씨,
“유나씨 말도 맞네요. 그러면 제가 경찰서에 가서 상의해 보겠습니다. 우선 들어가서 쉬세요.”남자 경찰은 말을 마치고 여자 경찰과 함께 병실에서 나왔다. 엘리베이터 안, 여자 경찰은 남자 경찰에게 녹음 펜을 건네주며 말했다. “팀장님, 고유나가 분명 부추겼는데도 인정하지 않네요.”“그러게, 고유나가 이상경을 부추긴 것이 확실해, 방금 임 팀장님한테 전화 왔는데 고유나가 사고를 당하고 이상경이 몇 번이나 고유나를 찾아가서 이미 더러워진 몸이니 자기 말고는 고유나랑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자기랑 결혼하자고 했데, 그래
“말씀하세요.” 박 비서가 윤슬을 쳐다보며 말했다. 윤슬이 눈썹을 매만지며 말했다. “주차장 CCCV 경찰서에 보냈어요?”박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는 길이 좀 막혀서 늦었지만 이미 보냈습니다.”“보냈으면 됐어요. 나가보세요.” 윤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박 비서는 웃으며 대답하고 나가려고 문으로 향했다. 박 비서가 문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 밖에서 문을 열었다. 화가 잔뜩 난 육재원이 들어오면서 박 비서와 부딪쳤다.“아!” 박 비서는 중심을 잃고 뒤로 휘청이며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육재원이
“인터넷에 있어, 이 사람들 자료 뒷면 비고란에 너한테 악플 단 적이 있다 적혀있어.”“그래? 내가 한번 볼게.” 윤슬이 눈살을 찌푸리며 노트북을 켰다. 정말 육재원의 말대로 떠들썩했다. 수많은 SNS 계정과 언론사들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했던 나쁜 짓들을 모두 폭로했다. 네티즌들은 과부가 목욕하는 것을 훔쳐보며 여자들에게 집적거리거나 이웃집 닭을 훔친다거나 학교폭력을 했다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았다. 이러한 일들은 법적 처벌을 내리지는 않지만 앞으로 사람들의 비웃음 대상이기 되었기 때문에 매우 창피할 것이다.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