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고유나가 고도식 친딸이 아니라니.”성준영이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었다.“휴, 어쩔 수 없죠 뭐. 고유나가 고도식 부부의 친딸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고유나가 친딸이 아닌 이상 그 여자 머리카락은 쓸 수가 없어요. 고도식이나 채연희의 머리카락이 필요해요.”윤슬의 말에 턱을 만지작거리던 성준영이 대답했다.“이 일은 나한테 맡겨요.”“어떻게 할 생각인데요?”성준영의 입가에 매력적인 미소가 피어올랐다.“슬이 씨처럼 하면 되죠. 아무나 찾아서 고도식한테 시비를 걸게 만드는 거예요. 그럼 자연스럽게 실랑이가 오
고도식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그게 말은 바로 하죠? 그쪽이 먼저 와서 부딪힌 거잖아요.”고도식의 말에 건달의 눈이 더 커다래졌다.“뭐요? 내가 부딪혔다고? 아니, 이 아저씨가 말이면 단 줄 아나. 아저씨가 앞도 제대로 안 보고 다녀서 나랑 부딪힌 거 아니에요! 안 되겠다. 가뜩이나 기분도 안 좋은데 아저씨, 오늘 좀 맞읍시다.”말을 마친 건달은 바로 고도식을 향해 뺨을 날려버렸다.50이 넘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맞은 적은 처음인데다 남자의 팔힘이 너무 세서인지 눈앞에 별이 보이는 기분이었다.겨우 정신을 차린
사실 그때 당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한 번 몰래 사진 찍은 것 외에는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윤슬은 그 후로도 몇 번 부시혁을 몰래 본 적이 있었다. 윤슬은 결혼하면 부시혁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큰 착각이었다. 부시혁이 윤슬을 좋아하기는커녕 더 싫어하자 윤슬은 점점 지쳐갔다. 또한 부시혁은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따뜻한 청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윤슬은 마음속의 남아있는 미련과 집착 때문에 이혼하지 않고 악착같이 6년 동안 부가 집
“그리고 또 있나요?” 신 의사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부 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말씀하신 두 가지로는 최면에 걸렸는지 알 수 없어요.”“또 있어요.” 부시혁이 두 눈을 감으며 말했다.이번이 진짜 중요한 증거이다.부시혁은 한숨을 내쉬고 흥분한 감정을 억누르며 침착하게 말했다. “저는 유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런데 유나를 볼 때마다 제 안에 누군가 ‘나는 지금 유나를 사랑해, 유나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해, 유나를 위협하는 사람은 없애버려야 해’라고 말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뭐죠?” 신 의사는
부시혁은 한숨을 내쉬며 신 의사의 제안에 동의하는 듯했다. 신 의사가 다시 한번 부시혁에게 물었다. “그리고 부 대표님이 약혼녀의 영향을 받은 원인을 약혼녀한테서 찾아보세요. 아마 약혼녀는 알고 있을 거예요.”“네, 알겠습니다. 신 선생님 말씀도 일리가 있네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부시혁이 신 의사에게 악수를 청했다. 신 의사는 부시혁과 악수를 하며 말했다. “아닙니다. 궁금하신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세요.”“네, 알겠습니다. 부시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밖에 있는 장 비서를 불렀다. “장 비서님, 신 선생님 엘리베이터
부시혁은 장 비서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생각에 빠졌다. “아, 부 대표님.” 장 비시가 다시 말을 꺼냈다. “방금 유니 씨가 대표님이 전화를 안 받으신다고 전화 왔었어요. 오늘 대표님이랑 레스토랑에서 밥 먹으면서 얘기하고 싶다고 했어요. 제 생각에는 유나 씨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 같아요.”부시혁은 요 며칠 고유나를 만나지 않았다. 고유나도 당황했을 것이다.“알겠다고 전해주세요.” 부시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부시혁은 지난번에 고도식에게 하지 못한 말을 고유나에게 할 생각이었다. 부
“누나? 누나?” 윤슬이 넋이 나가자 유신우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러자 윤슬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응?”“방금 무슨 생각 했어요?” 유신우가 윤슬을 쳐다보며 말했다. 윤슬이 웃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배고프니까 우선 들어가자.”“네.” 유신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윤슬이 발을 내딛자 유신우가 윤슬을 불렀다 “잠깐만요.”윤슬이 의아해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왜?”“우리 팔짱 끼고 들어가요.” 유신우는 윤슬에게 팔짱을 끼라며 팔을 구부리며 말했다.윤슬이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며 말했다.
하지만 유신우의 계획은 실패했다. 윤슬의 눈에는 그 남자아이밖에 없었다. 유신우가 아무리 비슷하게 흉내를 내도 윤슬이 좋아하는 남자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렇다. 온화하고 성격이 좋은 남자아이는 부시혁이었다.부시혁이 예전의 윤슬이 좋아했던 성격에서 왜 갑자기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유신우는 부시혁 앞에만 서면 부시혁을 흉내 낸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가품이 진품을 만난 것 같은 열등감이 들었다. “신우야.” 윤슬이 갑자기 부르자 유신우는 정신을 차렸다. 유신우가 온화하게 웃으여 대답했다. “누나, 왜?”“내가 묻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