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걸은 탓에 그녀는 앞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다가오는 사람과 부딪혔다.어깨가 부딪혀서 아팠던 윤슬은 신음을 내더니 두 발자국 물러섰다.그러나 제대로 서지 못하고 몸이 뒤로 쏠렸다.뒤로 넘어지려는 순간 윤슬의 머릿속에 아이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감쌌고 땅에 넘어진 후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윤슬이 땅바닥에 떨어지려는 순간 큰 손이 불쑥 들어와 그녀의 손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윤슬의 몸은 그대로 잡아당겨졌고 앞으로 쏠려 민트향이 나는 넓은 품에 안겨졌다.“괜찮아?
"똘이야, 착하지. 스스로 갈 수 있어?"부시혁이 입을 열기 전에 윤슬은 허리를 굽히며 똘이에게 말했다.그녀는 부시혁에게 경미한 결벽 장애가 있고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니 그가 아이를 안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똘이는 눈을 깜빡이더니 손을 내려놓았다."알겠어요. 스스로 갈게요.""똘이가 정말 씩씩하구나. 얼른 삼촌이랑 가."윤슬이는 웃으면서 부드럽게 그의 머리를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부시혁을 바라 보았다."부 대표님, 똘이를 부탁할게요."부시혁은 답한 후 주동적으로 똘이의 손을 잡고 화장
그렇구나.윤슬은 상황을 깨닫고 머리를 들면서 거절하려고 했다.하지만 매니저가 다시 말을 이었다."1등 상품은 아주 어마어마합니다. 예를 들면 어린이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로봇을 비롯하여......""로봇?"순간 똘이의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그는 그런 유형의 장난감을 가장 좋아했다.아니면 삼촌의 트랜스포머에 홀려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똘이의 표정을 본 윤슬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아까 부시혁의 말도.하지만 그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도리어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부시혁조차도 자신이 뭘
부시혁은 눈을 내리 깔고 있어 눈빛을 읽을 수 없었다."아니, 그저 레스토랑 매니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해서 그랬어."그의 표정은 아주 덤덤하여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윤슬은 그 말을 믿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렇군요."보아하니 역시 그녀가 달리 생각한 것이다.그것도 그랬다. 부시혁이 그녀를 그렇게 싫어하는데 어떻게 매니저에게 고의적으로 부부로 보이려고 할 수 있겠는가?"부 대표님, 하지만 왜 이런 행사에 참가하려고 하는 거예요?"윤슬은 고개를 들고 부시혁을 바라 보았다.부시혁은 입을 열었다."똘이
"왜 그래?"그녀의 곁에 있던 부시혁이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윤슬은 너무 골똘히 생각하느라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게임 판을 가리키면서 물었다."두 번째 게임과 세 번째 게임은 이해되는데, 입술 배달이라는 건 뭘까요?"그녀는 입술이라는 단어가 좀 불안했고 부모가 뽀뽀하는 게임일까 걱정되었다.그렇다면 그녀와 부시혁이......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부시혁은 엄지손가락으로 턱을 잡고 2초 동안 고민했다. 그도 도대체 무슨 게임인지 몰라 미간을 주무르며 말했다."매니저에게 물어봐.""
윤슬을 배를 만지면서 점차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부시혁은 이 장면을 보고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그녀는 뱃속의 아이를 그렇게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하지만 왜......"엄마."똘이의 목소리에 부시혁은 사색에서 벗어났다.똘이는 윤슬의 팔을 흔들면서 다시 고발했다."아빠가 절 괴롭혀요."윤슬은 정신을 차리고 똘이를 바라 보았다."삼...... 아빠가 널 어떻게 괴롭혔어?"깜짝이야, 하마터면 들통날 뻔했어.제때에 말을 고쳐서 다행이야."아빠가 제 얼굴을 주물렀어요."똘이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면서 부시혁을 향
"괜찮아요. 저 사람들은 진짜 부부고 저희는 아니니 잡지 않아도 돼요. 굳이 따라 배울 필요가 없으니 이대로 가죠."윤슬은 시선을 돌리면서 덤덤하게 말했다.부시혁은 손을 거두면서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래."그가 좀 기분 나빠하는 걸 느낀 윤슬은 눈썹을 치켜 올리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손을 잡지 않았을 뿐인데 왜 기분 나빠하는 거지?설마 나와 손 잡고 싶은 건가?그럴 리가!윤슬은 고개를 저은 후 5번 소파에 앉았다.똘이와 부시혁은 각각 그녀의 양쪽에 앉았다.그들이 맘대로 앉은 것이 아니라 엄마가 꼭 중간
부시혁과 엇갈린 키스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부 대표가 소유한 별장 주방에서도 입맞춤을 했다.그러니 너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큰 강아지에게 물렸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자신을 위로한 윤슬은 심호흡을 한 후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입에 카드를 붙인 부시혁은 그녀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주먹을 꼭 쥔 윤슬은 마음속으로 절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후 고개를 내밀고 카드에 입술을 붙였다.카드의 반대편에서 전해지는 온도를 느낀 부시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 온도를 조금 더 느끼고 싶었지만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