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식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유나는?”“방에 있어요.”채연희의 대답에 눈을 가늘게 뜨던 고도식이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고도식이 이렇게까지 화가 난 모습은 오랜만이라 채연희도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설마 유나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건가?불안한 마음에 채연희도 바로 고도식의 뒤를 따랐다.고유나의 방 앞에 도착한 고도식은 바로 문을 쾅쾅 두드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잠옷 원피스 차림의 고유나가 잔뜩 졸린 얼굴로 문을 열었다.“아빠? 왜 그러세요?”여유로운 고유나의 모습에 고도식은 화가 더 치밀었
“그래, 유나도 좋은 마음에서 잘해 보려다 그렇게 된 거잖아.”채연희의 반응에 고도식은 또다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당신이 항상 애를 이렇게 싸고 도니까 유나가 이따위로 큰 거 아니야! 독한 건 그렇다고 쳐! 멍청하게 증거나 남기고 다니고! 언젠가 저 계집애 때문에 우리 집안 전체가 망할 거라고!”“아빠...”아버지의 말에 고유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그래도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는 날 독하고 멍청한 아이로 보고 있었구나.순간, 고유나의 마음속에서 분노와 증오의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그 감정을 들킬
“혹시 신입이에요?”고유나가 불쾌한 표정으로 직원을 훑어보았다.“아니요.”고개를 젓는 직원의 모습에 고유나가 팔짱을 끼고 따지기 시작했다.“신입도 아니라면서 왜 날 막는 거죠? 내가 누군지 몰라요?”난 부시혁의 약혼녀이자 FS그룹 미래의 사모님이라고. 그런데 날 막아?고유나의 질문에 직원도 난색을 표하다 다시 침착한 미소를 지었다.“고유나 씨가 누군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올라가실 수 없어요. 대표님이 직접 분부하신 사항입니다.”“시혁이가 직접요?”직원의 말에 흠칫하던 고유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부시혁은 고유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되물었다.“지금 회사에 있어?”“응. 지금 회사 로비야.”작게 한숨을 내쉰 부시혁이 대답했다.“알겠어.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일단 회의부터 끝내고 다시 얘기하자.”말을 마친 부시혁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고유나는 하이힐 굽으로 바닥을 콱 내리찍었다.이렇게 전화를 끊어버린다고?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잖아.통화를 마친 부시혁이 다시 회의실로 돌아오자 속닥대던 사람들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게다가 윤슬의 흥미로운 표정까지 보아하니 그가 나간 동안 부시혁과 고유나에 대해
사무실에 도착하고 고유나는 바로 참았던 말들을 쏟아냈다.“아직도 나한테 화 많이 난 거 알아. 하지만 나도 내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아.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고...”고유나의 말에 부시혁이 고개를 돌렸다.“몰랐다고?”“응. 정말 기억이 안 나. 내 다른 인격이 튀어나왔나 봐...”고유나가 고개를 푹 숙였다.그런 그녀를 부시혁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훑어보았다.“네 그 인격은 자극을 받을 때만 나타난다면서? 네가 그 짓을 저지를 때 접견실에는 너 한 명뿐이었어. 그런데 무슨 충격을 어떻게 받았다는 거지?”“그
순간, 부시혁이 의심하는 건 아닐까 싶어 고유나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침을 꿀꺽 삼킨 고유나가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저었다.“무서운 게 아니라... 걱정돼서.”“뭐가 걱정되는데?”고유나는 걱정돼서 죽을 것 같다는 듯 눈썹을 축 내리며 대답했다.“날 독방에 가두시진 않겠지? TV에서 봤는데 인격장애 환자들을 흰 방에 가둬두기도 하더라고... 나한테도 그러면 어떡해?”고유나가 부시혁의 소매를 부여잡았다.그제야 의심이 풀렸는지 부시혁은 손을 뻗어 고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TV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일부러 그렇게 표현
아니야... 공고문을 자세히 보면 목걸이가 아니라 목걸이 주인을 찾으려는 것 같은데...“삼성그룹에서 찾는 사람이 누군지, 왜 찾는지 알아봐요.”부시혁이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고씨 일가 사람들이 찾는 사람은 윤슬일 거라는 예감이 강렬하게 부시혁의 머릿속을 스쳤다.“네.”고개를 푹 숙인 채 잠깐 망설이던 부시혁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엇다.한편, 천강그룹.복잡한 내용의 파일을 검토하느라 잔뜩 집중하고 있던 윤슬은 갑자기 울린 휴대폰 벨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윤슬은 발신인을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수락 버튼을 눌렀다.“여
윤슬의 질문에 박희서가 바로 대답했다.“단 이사님, 왕 이사님이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습니다.”“그래요.”잠시 후 회의실 문이 열리고 단한영이 왕 이사와 함께 들어왔다.“단 이사님, 늦으셨네요.”하지만 단한영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앉았다.“볼일이 좀 있어서. 우리 조카님, 그런 일로 날 나무라려는 건 아니지?”“당연히 아니죠.”윤슬이 싱긋 미소 지었다.물론 윤슬도 단한영이 기선제압을 위해 일부러 늦게 온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 실컷 웃어둬. 잠시 후에는 웃고 싶어도 웃음이 안 나올 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