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자기만큼 좋은 여자는 없을 거야...”“그럼 은혜를 어떻게 갚을 건데? 하하하...”서지현은 침대에 누워 토할 뻔했다.그녀는 그 두 사람이 한 몸으로 되어 문밖으로 나가는 듯한 소리를 똑똑히 들었고 이어서 옆방에서 차마 말 못 할 소리가 들려왔다.서지현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뒤로 한 채 조심스럽게 안대를 벗고 주위를 둘러보았다.2층에 있는 방이었는데 그녀는 이 건물의 구조를 몰라 아래층에 경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차라리 여기서 뛰어내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몇 초를 망설이다가 그녀는 바로 눈을 감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발목을 한 번 삐었는데 아픈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필사적으로 앞으로 달려갔다.맨체스터에서 18년을 살았기 때문에 서지현은 이미 이곳의 거리와 골목을 훤히 알고 있었고 어떤 이름 모를 작은 골목도 모두 알고 있었다.좌회전하고 우회전하면서 뒤도 돌아보지도 못하고 멈추지도 못하고 얼마나 달렸는지도 모른 채 마침내 큰길로 나왔다.비록 한밤중이지만 이 번화한 시내 중심가는 여전히 북적거린다.서지현은 인파 속에 거닐면서 마침내 천천히 숨을 쉬었다.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그녀의 어깨 위에 커다란 손이 얹혔다.서지현은 비명을 지르며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고 바로 돌아서서 그 손을 세게 물었다.“앗!”서지현이 잠시 멈칫하더니 입의 힘을 풀었다.‘이 목소리... 왜 이렇게 귀에 익지?’그녀는 소심하게 눈을 들어봤는데 주위에는 보디가드들이 있었고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그리고 그녀에게 물린 남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등을 움켜쥐고 그녀를 째려봤다.“아... 아저씨!”서지현은 한참 지나서야 울먹이며 말했다.순간 팽팽했던 신경이 무너지면서 그녀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고 나석진의 품으로 들어가 울기 시작했다.“아저씨, 도와줘요! 그 사람들이 날 잡아갔고 또 돈세탁을...”나석진은 그녀에게 한입 물린 것이 매우 불쾌했지만 그는 얼굴이 어두운 채 손은 자기도 모르게 위로 올
침묵이 길게 이어졌고 나석진은 담담하게 말했다.“그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왜 나중에 다시 말해요?”최연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연이가 하라면 바로 해야죠! 꾸물거리지 말고 남자답게 행동하세요!”“...”‘너만 잘났고 남자답다! 한밤중에 아내가 기내식을 먹고 싶어 하니까 배식 회사 사람들까지 다 불러들이고!’나석진은 그에게 눈알을 굴리며 콧방귀를 뀌었다.“연극 학원에 공부하러 가야 해서 먼저 가볼게!”“아니...”최연준의 말소리가 떨어지기도 전에 그는 이미 긴 다리를 벌리고 달아났다.강서연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걱정하지 마. 형님의 비자는 이미 연기했어.”최연준은 속삭였다.“왜요? 어떻게 알았어요?”강서연은 어안이 벙벙했고 그는 매우 의기양양했다.“당연히 내가 사람을 시켰지!”“그러면 지현이를 도와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더 많아졌네요!”최연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연은 그가 일을 효율적으로 한다고 칭찬할 겨를도 없이 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서연아, 어떻게 된 거야? 매니저가 영국에 두 달 더 있으라고 하던데?”“그렇게 돼버렸네요...”나석진은 너무 흥분되어 목소리까지 변했다.“내 비자는 분명 한 달이었는데 지금은 석 달이 되었어! 석 달 동안 오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작품도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는 있어?”강서연이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자 최연준이 핸드폰을 뺏어왔다.“제가 연기해 드렸는데 무슨 문제 있어요?”“...”“형님. 형님의 사장으로서 당연히 형님의 연기가 한층 더 향상되기를 바라요! 그래서 제가 연극 학원에서 두 과목을 더 신청했는데 딱 두 달이 더 필요하더라고요. 이참에 더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을 다듬으세요!”“...”“걱정하지 마세요. 형님은 화제성이 높은 배우지만 기타 연예인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요. 그 사람들은 오랫동안 대중 앞에 노출되지 않으면 인기가 떨어지지만 형님은 신비로울수록 팬들은 더 조급해져요. 3개월은 팬들의 심리적인 면에서 참을 수 있는
김자옥이 그를 힐끗 보았다.‘손미현 부하들은 참 충실하구나. 설마 자기 주인이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예전에 손미현이 이사회에 있을 때도 김자옥은 이 파를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 손미현이 교만해진 것은 모두 김성주 덕분이다.이제 그녀가 이사회에도 없는데 나머지 사람들이 어떻게 뛰어다닐 수 있는가?“흥.”김자옥이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당신은 또 무슨 근거로 관중이 무조건 싫어한다고 생각합니까?”그 사람이 대답하지 못하자 김자옥은 또 다른 데이터를 제시하였는데 여러 차례 시장 조사를 거쳐 만든 보고서다.데이터 평가를 보면 이 영화는 대중적이지 않지만 효과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적어도 국제상을 받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더군다나 우리 회사에는 연기대상을 받은 스타들이 많이 소속되어 있고 천재 감독 곽보미도 있습니다. 곽보미 씨 이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최근에 컨디션이 워낙 좋아 이 영화를 찍는 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김 대표님. 배우가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다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나석진과 주아는 오성에서만 영향력이 있지, 영국 그리고 유럽 시장을 지키려면 현지 스타를 뽑아야 합니다.”“두 가지 버전을 만들라고요?”그 사람은 목을 움츠리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이사회 사람들은 귓속말하면서 두 버전의 비용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고 생각했다.“김 대표님.”그 사람은 또 웃으면서 말했다.“지난번 주아가 유럽 시장에 진출했을 때 인생의 워털루에 의해 참패하지 않았나요?”김자옥의 안색이 변했다.이사회에는 생각이 바뀐 사람이 점차 늘어나면서 일부는 이에 동의했다.“맞아요. 주아는 안 됩니다. 게다가 이번에 곽 감독님이 찍는 것은 장르가 예술영화인데 그걸로는 돈을 벌 수 없어요. 왜 돈버는 상업영화를 찍지 않습니까?”“곽 감독님이 전에 흥행작을 몇 편 찍어서 돈을 많이 벌지 않았나요?”“맞아요. 상업영화를 찍어야 합니다.”이 사람들은 말 한마디마다 김자옥의 인내심 한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것 같은데 비용은 최씨 가문에서 지원할 것입니까?”최연준이 눈을 가늘게 떴고 눈 밑에서 한기가 솟아올랐다.이사회에서는 파계가 복잡하여 일부분은 최연준은 성이 김씨가 아니라 최씨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불만이 있다.“어진 엔터테인먼트의 주식 절반 가까이가 최씨 건데 당신이 이 돈을 내고 싶은가요?”“그게...”최연준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그때 회의실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곧이어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다.“이 돈은 우리가 투자할게요.”김자옥과 최연준은 동시에 어안이 벙벙했다.김성주가 서 있었고 그 옆에 손미현이 있었다. 그녀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고 김자옥을 바라볼 때 약간의 도발적인 눈빛을 띠고 있었다.이사회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네가 여기에 왜 왔어?”김자옥이 일어나서 경비원을 불러 그녀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손미현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소리 질렀다.“뭐 하는 거예요? 우리는 영화에 투자하러 왔는데 대표님께서 이 돈을 포기할 것입니까?”김자옥은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고 또 김성주를 노려보았다.“제가 이사회에서 쫓겨났지만 제 남편은 여기에 설 자격이 있어요!”손미현은 일부러 김성주의 슈트를 정리해 주고 냉소했다.“안 그래요, 형님?”김자옥은 심호흡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상대가 날뛰고 오만할수록 그녀는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왜냐하면 사람이 부풀어 오르면 결점도 다 드러나기 때문에 그때는 반드시 한 방에 맞을 수 있다.“맞아.”김자옥은 조용히 최연준에게 눈치를 주고 또 손미현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성주는 이사회에 올 자격이 있지. 그럼 너희들은 이 영화에 어떻게 투자할 생각인데?”손미현은 드디어 자신이 기세등등해질 때가 왔다고 느꼈다.“1억 유로를 투자할게요!”...최연준은 서재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강서연이 컵을 들고 들어갔는데 그는 받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이 시간에 커피 마시면 안 돼요!”강서연이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이미 늦
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에는 틀림없이 속사정이 있을 것이고 김성주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갑자기 기획사를 차리고 1억 유로를 쏟아내는 건 정상이 아니에요.”강서연이 입술을 깨물며 속삭였다.“보미 씨한테는 내가 먼저 연락해서 영화 찍지 말라고 해야겠어요. 이 일은 나중으로 미뤄야 해요! 그리고 여보, 그 미웨이 엔터테인먼트는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최연준은 웃으며 컴퓨터에 두 번 클릭하자 미웨이 엔터테인먼트의 자세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강서연은 어안이 벙벙했다.“여보, 이미 시키기 전에 다 했습니다!”강서연이 자세히 보니 미웨이 엔터테인먼트의 자본금은 많지 않았고 연예인은 더더욱 없었다. 회사 전체가 법인 대표, 매니저, 그리고 재무 직원 한 명뿐이었다.“법인 대표는 외삼촌이에요.”강서연은 눈살을 찌푸렸다.“연준 씨,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기면 외삼촌이 가장 먼저 책임을 져야 해요.”“응.”“이건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라 페이퍼컴퍼니 같아요!”최연준은 가볍게 웃으며 컴퓨터를 닫았다.“됐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내가 같이 자러 갈게.”“여보...”강서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말했다.“요즘 태동이 너무 심해서 허리가 너무 뻐근해요.”최연준은 그녀를 침실로 안고 들어가서 침대에 눕히고는 살며시 허리를 주물렀다.강서연은 또 덥다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소리를 질렀다.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강서연은 조금 실망했다.그녀가 임신한 이후로 한쪽에는 시어머니 한쪽에는 어머니가 모두 그녀를 빤히 지켜보고 있는데 이것도 먹지 못하게 하고 저것도 만지지 못하게 한다.심지어 아이스크림은 블랙리스트에 추가되었다.영국에 도착한 후 김자옥은 이 블랙리스트에 따라 최연준에게 강서연의 식사를 잘 챙겨 달라고 명령하였다.강서연은 예전에 먹던 라면, 튀김, 마라탕이 당겼지만 이미 몇 달 동안 이런 것들과 연을 끊었다.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옆으로 몸을 돌려 잠을 잘 준비를 했다.최연준이 그녀를 달랬지만 작은 여인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 조금도 억울하지 않았으면 좋겠어.”...김자옥은 상황을 지켜보며 손미현이 던진 1억 유로 투자금을 받지도 않고 반대하지도 않았다.그녀는 손미현이 스스로 실마리를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그리고 최연준 역시 어머니의 일관된 태도를 고수하며 말을 아끼고 상대를 끌고 가다가 인내심을 잃게 되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특히 그가 육경섭의 전화를 받은 후에 말이다.“지난번에 조사하라고 한 그 사람을 찾았어요!”“네.”최연준이 목소리를 낮추었다.“무슨 상황이에요?”육경섭의 세력이 맨체스터에 있지는 않지만 예전에 같이 놀던 친구가 해외에서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알아낼 수 있었다.“맨체스터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 날카롭고 잠긴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요? 바로 오징국이에요!”“뭐라고요?”최연준은 하마터면 커피를 한 모금 뿜을 뻔했다.“하하하, 다들 모두 그 사람을 이렇게 부른다고 해요!”육경섭이 웃으며 말했다.“그 사람의 본명이 여진국인데 오성 사람이었다가 나중에 런던으로 갔고 런던에서 잘 안되어 다시 맨체스터로 왔어요... 나쁜 짓을 모두 해놓고 최근에는 또 돈세탁 같은 것을 하는 것 같아요!”최연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그 돈은 어디서 났어요?”“더러운 돈이요? 어떻게 왔겠어요! 그 사람은 여자한테 빌붙어서 부귀영화를 누렸어요!”최연준은 미간을 찌푸렸다.“경섭 씨는 보통 돈세탁을 어떻게 해요?”“저는 일찌감치 손을 뗐어요. 저를 끌어들이지 마세요!”육경섭은 마른기침을 두 번 했다.“돈세탁하는 방식이 얼마나 많은데요... 투자하는 거죠! 더러운 돈을 투자하면 벌어들인 돈은 깨끗하잖아요!”“그래요?”투자?그럼 영화에 투자하는 것도 그중 하나겠네?최연준의 마음속에 즉시 이질적인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서지현은 별장에서 여러 날을 묵었다.제임스가 이곳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안전하다고 느꼈다.아쉽게도 철제
“너 거기서 멍하니 서 있기만 할 거야?”손미현은 뒤돌아서서 서지현을 차갑게 쳐다봤다.“새로 왔어? 차를 끓이고 다과를 가져와야지.”서지현은 지나치게 빠른 심장박동을 억누르고 돌아서 부엌으로 가서 다과를 준비했다.그녀는 일부러 머리를 숙여 손미현이 자신을 보지 못하게 했다.손미현은 그녀를 한 번 흘겨봤는데 그녀가 돌아서는 순간 그 밤색 긴 머리가 눈에 띄었다.잠시 머뭇거리다가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는데 때마침 방에서 나오는 강서연과 마주쳤다.“서연아!”강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고 웃음에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외숙모께서 여긴 웬일이에요?”“일이 없으면 오지도 못하는 거야?”강서연의 표정은 하마터면 변할 뻔했다.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서연아, 요즘 배가 많이 나와서 걷는 것도 불편하지?”손미현이 팔짱을 끼려고 하자 강서연이 슬쩍 피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손미현의 웃고 있던 얼굴이 굳어졌다.자신이 오늘 그녀에게 인사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손미현은 말투가 당당해지기 시작했다.“서연아, 이사회에서 있었던 일을 들었겠지? 드디어 우리 집 유정이의 미래가 보이는 거 같아! 맞다, 너랑 곽 감독님이랑 친하다며? 저번에 곽 감독님이 우리 집 유정이를 직접 거절했다고 들었어. 네가 곽 감독님께 앞으로 우리 유정이 잘 부탁드린다고 말해줘.”강서연은 그녀를 보며 소인배가 뜻을 이루어 득세하다가 무슨 말인지 깊이 이해했다.“알겠어요. 유정이는 재주도 많고 외모도 출중해서 여주인공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하지만...”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외숙모께서 1억 유로를 투자하지 않았더라면 이 영화는 유정이를 캐스팅하지 못했을 거예요! 외숙모께서 돈이 이렇게 많으실 줄 몰랐어요. 저한테도 돈 버는 법을 가르쳐줄 수 없을까요? 저도 여기에 관심이 많아요!”손미현은 바로 안색이 바뀌었다.강서연이 무심코 던진 말에 손미현의 아픈 곳을 세게 찌를 줄은 몰랐다.“돈을 버
검은 포도처럼 커다란 두 눈이 순식간에 빛을 잃더니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서연 언니... 저 여자가 누군지 알 것 같아요.”...6월의 맨체스터 날씨는 비가 많이 내려 습했다. 여름이 가까워졌지만 기온이 높지 않았고 밤공기가 여전히 쌀쌀했다.최연준은 얇은 카디건을 가져와 창가에 서 있는 강서연에게 걸쳐주고는 뒤에서 살포시 끌어안았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강서연이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그를 돌아보았다.“연준 씨, 지현이 말이... 다 사실일까요?”최연준의 눈빛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강서연은 오늘 손미현이 찾아온 일과 서지현이 납치당한 날에 겪었던 일을 최연준에게 말했다.“그날 지현이가 눈이 가려져 있었지만 소리를 정확하게 들었대요. 손미현이 한국어를 한 게 아주 인상 깊었대요.”최연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손미현과 여진국이 그렇고 그런 사이이고 김성주는 아무것도 모르고 까맣게 속고 있다는 말인데...이 일이 드러나게 되면 김성주는 돈과 사람 모두 잃게 되고 누구보다도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라 김씨 가문 전체가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연준 씨...”최연준의 감정 기복을 느낀 강서연은 작은 손으로 그를 껴안고 가슴팍에 기댔다.“아직은 나쁜 쪽으로 생각하지 말아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강서연이 낮은 목소리로 위로를 건넸다.“삼촌과 외숙모가 그래도 부부로 오랜 시간 함께 지냈는데 아무런 정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그리고 외숙모가 그럴 만한 배짱도 없다고 생각하고요...”“그럴 리가 없다고?”최연준이 냉랭하게 웃었다.“허, 그 여자 그동안 우리 삼촌을 이용하여 돈을 많이 뜯어냈어. 우리 삼촌 이름을 걸고 사업도 많이 말아먹었고... 인제 드디어 그 이유가 뭔지 알았어. 여진국에게 줬던 거야. 김씨 가문의 돈을 훔쳐서 애인을 먹여 살린 거지.”강서연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연준 씨, 일단 진정해요.”그녀가 최연준을 보며 말을 이었다.“지현이가 그러는데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