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찬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최지한을 쳐다보았다.뒤집을 수 있다는 최연준의 한마디에 유찬혁은 이곳까지 왔다. 그리고 이 시간을 택한 건 최지한이 아직 쉬지 않고 유흥을 즐기고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최지한에게서 쓸모 있는 정보를 얻어내려면 당연히 그를 만날 가능성이 있는 시간을 택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시간에 이곳에서 성설연의 이런 모습을 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유찬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슴 속의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성설연도 놀란 두 눈으로 유찬혁을 쳐다보았다.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하고 머리도 헝클어졌으며 게다가 얼굴에 상처까지 입은 채 최지한의 품에 찰싹 안겨 있었다.유찬혁은 갑자기 자신을 비웃었다. 그동안 그녀를 좋아했던 마음과 집착이 한순간에 완전히 무너졌다.인터넷에서 자주 보던 질문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당신은 언제부터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나요?유찬혁에게 있어서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그는 성설연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한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했던 그 마음을 좋아한 걸지도 모른다. 여태껏 그는 성설연에게 빛을 수도 없이 가져다주었다.사실 성설연은 연예계에서 다른 일반 여자 연예인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그 여자 연예인들은 그녀보다 훨씬 솔직했다. 적어도 욕망을 얼굴에 드러냈고 그녀처럼 청순한 척하면서 욕망을 숨기진 않았다.“변호사님.”최지한이 피식 웃었다.“저기... 오해하지 말아요. 설연 씨가 촬영하느라 힘든 것 같아서 변호사님 대신 챙겨주려고 그런 거예요.”“참 고맙네요, 도련님.”“별것도 아닌데요, 뭐.”최지한이 씩 웃었다.“변호사님, 여긴 너무 시끄러우니까 다른 데로 자리를 옮길까요?”“그래요.”유찬혁의 목소리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도련님의 뜻대로 하시죠.”유찬혁이 화난 것 같지는 않자 최지한은 그제야 조금 시름이 놓였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성설연을 보내라고 한 후 유찬혁과 함께 클럽하우스의 최고급 V
최연준이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니 강서연은 이미 표를 깔끔하게 만들어놓은 뒤였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대고 코를 비벼댔다.“꼼꼼한 당신이 장부를 관리한다면 아무리 복잡한 장부도 깔끔하게 정리되겠네.”“말은 참 예쁘게 한단 말이죠.”강서연은 돌아앉아 그의 코끝을 톡 쳤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여보, 난 말도 예쁘게 하고...”최연준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밤에도 잘해.”강서연은 장부에만 정신이 팔려 뭘 잘한다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뭘 잘한다는 거예요? 회사 일 좀 처리하는 것 말고 당신이 집안일을 신경이나 쓴 적이 있어요? 내가 다시 계산해 보니 까 최씨 빌라의 수입과 지출의 평형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겠더라고요. 하지만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자원을 합쳐야 해요. 그러면 많이 아낄 수 있고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어요... 이봐요, 내가 지금 얘기하고 있잖아요. 듣고 있어요?”‘이 남자 대체 뭐 하자는 거야? 내가 지금 진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계속 얼굴이나 들이밀고. 못살아, 정말.’“최연준!”“여보, 나 듣기 싫어.”욕구불만인 최연준은 오로지 그녀와 다시 침대로 돌아가 자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강서연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매달 10만 원밖에 안 되는 그의 용돈을 6만 원으로 고쳐놓았다.그 순간 최연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아 참, 저번에 준 블랙 카드 있잖아요. 그것도 다시 내놔요.”“여보... 그건 내 능력으로 번 돈이야.”“이젠 이 집안의 규정이 바뀌었잖아요. 당연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죠.”풀이 죽어 시무룩해진 최연준의 모습에 강서연은 몰래 피식 웃었다.최연준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그녀에게 하나하나 분석했다. 이렇게 노동력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면서 엄청난 자본가도 이 정도 깍쟁이가 아니라고 했다.‘한 달에 6만 원으로 어떻게 살아...’강서연은 갑자기 돌아앉아 작은 손으로 최연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두 눈에 빛이
최연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 원래는 스스로 짊어지려고 했었지만 예전에 입을 꾹 다물었다가 하마터면 그녀를 잃을 뻔했다. 이런 바보 같은 짓을 두 번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나지막하게 말했다.“강명원이 지금 오성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품에 안겨 있던 강서연이 움찔하자 최연준은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강씨 가문의 회사는 완전히 부도났고 강유빈은 최지한의 노리개가 되었어...”최연준은 그녀에게 차근차근 얘기했다.“강명원 지금 돈이 많이 필요할 거야. 그러니까 딸 찾으러 오성에 온 것도 이상할 건 없지.”“딸 찾으러 온 것만은 아니겠죠.”강서연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마 나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최연준은 그녀의 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그녀의 부드러우면서도 고집스러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예전에 강서연을 처음 만났을 땐 그녀가 자기주장도 내세울 줄 모르는 연약한 여자라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여자였다. 하여 그녀에게 무슨 얘기든 거리낌 없이 했다.“당신을 찾으러 올뿐만 아니라 장모님도 찾으러 갈 거야. 그때 강주에 있을 때도 강명원이 당신네 집에 찾아가서 한바탕 난리를 피웠었잖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강명원이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하게 장모님 쪽에 이미 사람을 붙여뒀어.”강서연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이내 달콤하게 웃었다. 최연준은 무슨 일이든 항상 미리 완벽하게 처리했다.“왜 그렇게 봐?”최연준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강서연은 그런 그를 보며 솔직하게 얘기했다.“고마워요, 여보...”“당신과 나 사이에 고맙다는 말이 필요해?”강서연은 가볍게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속에 따뜻함이 사르르 퍼져나갔다.“정말로 고마우면...”최연준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앞으로 용돈이나 더 줘.”강서연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그를 밀쳐내려 했지만 최연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소파 위에서 꼼
‘예전에 그렇게 오만하고 자부심도 강했던 할아버지가 언제 이렇게 구차해지셨지?’“할아버지.”강서연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테이블 밑으로 남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사실 저도 초밥을 먹고 싶었어요. 그리고 장어덮밥도요.”“그래...”최재원이 잠깐 생각하다가 박경수에게 눈빛을 보내자 박경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 요리사도 정신을 번쩍 차리고 자세를 고쳐잡더니 90도 인사를 하고는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네.”그러고는 곧장 준비하러 주방으로 향했다.최연준은 체념한 듯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본가의 분위기가 점점 답답해지고 있어. 다음에는 차라리 단식할까? 할아버지도 직접 키운 후계자가 배를 곯는 걸 보고만 있진 않겠지. 그리고 서연이도 마음 아파할 거야. 어쩌면 예전보다 훨씬 더 다정해지고 용돈도 올려줄 뿐만 아니라 블랙 카드도 다시 줄지 몰라... 그래, 그렇게 하자!’최연준은 씩 웃고는 눈앞의 연어회를 허겁지겁 먹었다.“도련님.”박경수가 서류 하나를 들고 왔다.“이건 내년에 오성대에 후원할 리스트입니다. 한번 보세요...”최연준이 받으려는데 최재원이 한마디 툭 던졌다.“서연이에게 줘. 이제부터 이런 일은 다 서연이가 결정할 거야.”“할아버지, 뭐라고요?”최연준이 화들짝 놀랐다.“아 참, 깜빡하고 얘기 안 했네.”최재원은 휴지로 입을 닦았다.“서연이가 재무관리도 아주 전문가처럼 잘하더라고. 너보다 훨씬 잘해. 그래서 말인데 집안일뿐만 아니라 회사 재정도 앞으로 서연이에게 천천히 맡길 생각이야.”최연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럼 저는...”“넌 돈을 잘 벌잖아.”최재원의 계획은 아주 용의주도했다.“네가 돈을 벌고 서연이가 돈을 관리하면 얼마나 좋아.”“네... 좋긴 하죠.”어젯밤 힘들게 받은 ‘인센티브’ 생각에 최연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강서연은 반짝이는 두 눈으로 그를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미소에 최연준은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최연준은 강서연의 가느다란 허리를 몰래 감싸
최연준은 이런 얘기는 윤정재나 윤문희가 직접 강서연에게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강서연이 다른 사람에게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말이 달라진다.최재원은 마른기침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도우미가 복숭아꽃으로 데코한 생선찜을 그들의 앞에 한 접시씩 내려놓았다.“서연아.”최재원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얼른 먹어봐.”강서연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 최연준의 신분을 몰랐을 적에 그와 함께 온천 리조트로 신혼여행을 갔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따뜻한 봄이라 꽃이 활짝 피어있었고 온천 근처의 산에 복숭아꽃이 만개하여 그야말로 천국 같았다.그리고 온전 리조트의 간판 요리도 마침 이 생선찜이었다. 그때 강서연은 생선 눈알을 최연준에게 집어줬었다.오늘도 마찬가지로 가장 귀한 걸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었다.그 모습에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최재원의 얼굴에 보일 듯 말 듯 한 부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한참 후, 최재원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예전에 네 할머니도... 나에게 그랬었는데.”최연준과 강서연은 동시에 젓가락질을 멈췄다.최연준은 지금까지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면서 할아버지의 이런 슬픈 표정을 처음 봤다.할머니는 최연준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돌아가셨기에 할머니에 대한 인상은 최재원의 서재에 있는 유채화와 테이블 위의 낡은 사진뿐이었다.그리고 그가 알고 있는 최재원은 차갑고 진지하며 인정이 없는 야속한 사람이었고 사업을 할 때는 또 백절불굴의 성격으로 유명했다.하여 최연준은 최재원에게도 남들이 알지 못하는 예민함과 나약함, 그리고 마음속에 사랑하는 사람을 품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할아버지...”“하하, 괜찮아, 괜찮아.”최재원은 재빨리 마음을 다잡았다.“나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식사해. 어휴,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꾸 옛날 생각을 한다니까...”“할아버지.”강서연이 가볍게 웃었다.“혹시 내일 연준 씨와 함께 할머니 뵈러 가도 될까요?”최연준이 화들짝 놀랐다. 그녀를 쳐다보는 최재원의 눈빛에도
최연준은 대충 알아차렸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 그녀에게 말하지 못했다.“내가 있으니까 괜찮아.”그는 위로를 건넨 후 강서연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그날 저녁 에덴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강서연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강유빈의 처참한 비명이 계속 귓가에 맴도는 것만 같았다.“여보, 걱정하지 마.”최연준은 박경실이 미리 끓인 국을 한 그릇 떠서 그녀에게 건넸다.“사실 난 차라리 더 잘 된 거라고 생각해.”“네?”“강유빈의 지금 상태를 보면 약을 한 게 틀림없어.”최연준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참에 실마리를 좇아 추적하면 최지한이 뒤에서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강서연은 순간 멈칫했다.‘하긴. 강유빈은 지금 완전히 최지한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어. 정말로 약을 한 거라면 그 약도 최지한이 준 거겠지.’예전에 최지한이 강서연을 초대한 적이 있었는데 강유빈이 초대장을 빼앗았던 때가 문득 떠올랐다... 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고 생각할수록 무서웠다.어찌 보면 강유빈이 그녀를 도와준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강유빈 같은 사람은 결국 자업자득이니 동정할 필요가 없다.강서연은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국의 따뜻한 온기가 그녀의 긴장한 마음을 녹여주었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녀는 배를 좀 채운 다음 서재로 가서 장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최연준은 웃으며 서재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박경실에게 가끔 옷도 가져다주고 디저트도 가져다주라고 분부했다.“도련님, 어디 가시게요?”“네, 일이 좀 있어서요.”최연준이 나지막이 말했다.“너무 늦진 않을 거예요. 서연이가 장부를 다 정리하기 전에 돌아올 겁니다.”그러고는 겉옷을 챙겨 나갔다. 나가기 전 방한서에게 에덴의 경계를 더 강화하라고 분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배경원과 자주 모이는 술집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수다나 떨려고 모인 게 아니라 중요한 소식을 얻기 위해서였다.그런데... 그 소식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최연준은 따
배경원이 진지하게 말했다.“결혼해도 우리 수정 씨는 나에게 저러지 않을 거야.”그러더니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냈는데 스위스 모 은행이라고 적혀있었다. 유찬혁은 수많은 세계적 부자들이 돈을 이 은행에 넣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성에는 이 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이건 수정 씨가 준 거야.”배경원은 입이 귀에 걸렸다.“이 안에 우리 둘의 적금이 들어있어. 매달 이 카드 안에 돈을 저축하는데 나더러 보관하라고 했어. 나중에...”그런데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육경섭이 고함을 질렀다.“연준 씨, 경원 씨에게 돈이 있어요!”배경원은 화들짝 놀란 나머지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손목을 푸는 육경섭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서 빼앗을 기세였다.최연준은 지금 자신보다 돈이 많은 사람을 가장 질투했다. 설령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형제라도 말이다. 하여 육경섭을 더욱 부추겼다.“돈이 있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을 거예요? 조직 보스였던 그 위엄이 다 어딜 갔죠?”그러자 육경섭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럼... 어디 한번 해볼까요?”“갑시다!”“으악!”룸 전체에 순식간에 배경원의 처참한 비명으로 가득 찼다.유찬혁은 그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 이마를 짚었다...나약한 배경원은 그렇게 두 맹수에게 완전히 제압당했다. 그야말로 처참하기 그지없는 장면이었다.“찬혁아, 너 변호사잖아. 두 사람이 지금 대놓고 빼앗는데도 가만히 있을 거야?”“그게...”유찬혁은 그저 웃기만 했다.“누가 너더러 돈 자랑을 하랬어?”배경원은 말문이 막혀버렸다.그런데 그때 유찬혁의 휴대 전화가 진동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눈치를 줬다. 룸 안이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최연준은 배경원을 옆으로 밀어내고 유찬혁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유찬혁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도련님... 제대로 처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어떻게 됐어?”최연준
배경원은 눈살을 찌푸리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최지한이 그 정도로 널 믿는다고? 왜? 네가 연준 형 옆에 오래 있은 것도 분명 알 텐데...”“최지한은 자기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럴 수 있어요.”육경섭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나도 예전에 최지한을 만난 적이 있잖아요. 그 사람은 안하무인이라서 세상 사람들은 전부 바보고 자기만 똑똑한 줄 알아요. 지금 성설연을 이용하여 유찬혁을 협박하고 있다는 생각에 아주 좋아 죽을걸요? 이런 사람을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죠.”최연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걔가 작은삼촌의 절반만이라도 눈치가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되진 않았을 텐데.”“연준 형.”유찬혁이 눈살을 찌푸렸다.“강명원이 그 레시피를 훔치러 온 거라면 미리 가짜 레시피로 바꿔놓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럴 필요 없어.”최연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넌 강명원과 계속 내통해. 그때가 되면 강명원을 상대할 사람이 나타날 거야.”...그날 강서연은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전날 밤에 늦게까지 장부를 본 바람에 허리도 아프고 삭신이 쑤셨다. 최연준이 억지로 끌고 가서 재우지 않았더라면 아마 밤을 꼬박 새웠을 것이다.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최연준은 없었고 그가 남긴 쪽지가 있었다.「나 먼저 회사 나가. 어진 엔터테인먼트에는 내가 당신 대신 휴가 냈어. 오늘 하루 집에서 푹 쉬면서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강서연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카디건을 걸치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보니 박경실이 이미 아침을 차려놓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사모님, 도련님께서 쪽지를 남기셨어요.”“네, 봤어요.”“아 참, 도련님이 나가시기 전에 오늘 본가에 들리겠다고 했어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갔다가 금방 온다고 했어요.”강서연은 순간 멈칫했다. 본가 얘기만 꺼내면 그곳에 갇혀 있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강유빈의 목소리가 다시금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강서연, 아빠가 오면 넌 전부 다 잃게 될 거야.”‘전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