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명진이 피를 토하며 중얼거렸다.“너희들... 때려. 죽여도 소용없어! 때려죽여. 내가 그들 둘을 데리고 함께 가겠어!”최군성이 소리를 질렀다. 두 형제가 그를 벽에 기대어 세웠다.최군형의 뼈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육명진의 목을 조른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원수를 칼로 찌르고 싶어도 찌를 수 없는 그런 느낌은, 마치 화살이 가슴을 꿰뚫는 것 같았다.바로 그때 취조실 문이 열리고 바깥의 빛이 들어왔다. 경찰 몇 명이 그들에게 다가와 나지막이 말렸다.경찰의 뒤에는 또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신발 굽이 땅을 밟을 때마다 무거운 소리가 울렸다.최군형은 육명진에게서 손을 떼고 최군성과 함께 그를 바라보았다.“경섭 아저씨...”육경섭의 얼굴에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최군형은 그의 흰머리가 더 많아졌다는 것을 발견했다.20년 전, 육소유의 비보가 전해지던 날 밤, 경섭 아저씨는 하룻밤 새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가 서서히 회복되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의기양양한 육경섭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딸을 잃었다가 다시 얻었고, 얻었다가 다시 잃었다.그의 머리에는 다시 흰 서리가 내렸다. 그는 육명진 앞에 서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 밑에는 한이 깊이 묻혀있었다. 드러나는 것은 딸을 다시 잃은 슬픔뿐이었다.그는 더 이상 강호의 경섭 형도 아니고, 정섭 엔터테인먼트의 수장도 아니며, 어둠의 세계를 넘나드는 거물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딸을 찾으려는 아버지일 뿐이었다.육경섭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가늘게 떨리는 주먹을 꽉 쥐고 놓기를 반복했다.그는 육명진을 보고,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경섭 아저씨...”최군형과 최군성은 깜짝 놀라 그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육경섭은 손을 들어 오지 못하게 했다. 그는 목소리를 떨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제발 부탁이야...”최군형과 최군성은 눈 밑을 붉히며 육명진을 노려보았다.“명진아, 제발... 내 딸은 어디에 있어? 제발 알려줘! 어디 있어!"육명진은 입가
강소아와 육연우는 함께 기대어 있었다. 두 사람은 똑같이 당황했다.강소아가 몰래 주머니를 뒤졌다. 과연 핸드폰이 사라졌다! 그녀는 눈짓으로 육연우에게 주의를 주었다. 육연우는 애써 그때의 상황을 기억해 내려 했다.여기 오기 전에 그 하인의 주스를 마셨었던 기억이 났다.“언니, 주스가 문제예요!”강소아는 멍하니 있었다. 지금도 혀끝이 약간 저렸다.육연우는 팔짱을 끼며 덜 당황스러워 보이려고 애썼다.“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요?”강소아는 심호흡하고 싶었지만 탁한 공기는 그녀를 더욱 울렁거리게 했다.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필사적으로 자신을 진정시켰다.육연우는 그녀들 옆에 있는 작은 창을 가리켰다.강소아는 몸을 쭉 내밀고 밖을 바라보았다. 밖은 망망대해였는데 바다에는 안개가 자욱하여 동서남북을 전혀 구별할 수 없었다. 그들은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어떤 통신 수단도 없었다.주위의 이 여자들의 눈빛이 점점 좋지 않게 변했다.“저기, 새로 왔어요?”“크레아가 방금 구해왔다고 해.”“음, 크레아가 그러는데, 좋은 가격에 팔릴 수 있대.”“어머, 설마 깨끗한 거야?”“하하하하...”좁은 선실에서는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강소아와 육연우는 서로 달라붙어 있었다. 화가 목구멍까지 치밀어올랐다.그중 한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험악하게 변했다.강소아는 이 소녀들이 매우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의 피부에는 온통 상처투성이였다.“저 사람들은 왜 깨끗한 거야? 왜?”그 여자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다가갔다.육연우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강소아는 그녀를 품에 안고 눈을 가려줬다.“당신... 뭘 하려는 거죠?”그 여자아이는 듣기 싫고 음산한 웃음소리를 냈다.“우리 다 같은 처지야. 아무도 깨끗한 몸으로는 못 나가!”“맞아!”다른 여자들은 모두 맞장구를 쳤다.강소아가 이상함을 느끼고 멍하니 있을 때 누군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크레아가 그들 둘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어. 너...”“누가 쓸데없이 참견하래!
강소아는 아픈 몸을 이끌고 최선을 다해 육소유 곁으로 기어갔다. 자매의 손이 또다시 꼭 맞닿았다.들어온 남자들은 무표정하지만 눈에는 독살스러운 빛을 띠고 있었다. 하이힐 소리가 나더니 남자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좁은 공간에 길을 내주었다."쓸데없이 뭘 하는 거야?”그녀가 고함을 지르자 여자들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선실 전체가 저기압에 휩싸인 듯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누가 일을 저질렀어? 자수해!”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그 말썽꾸러기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허, 말하지 않아도 알아. 장미, 또 너야?”이때의 장미는 이미 방금 날뛰던 모습이 아니었다.그녀는 여자의 발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애걸했지만, 여자는 그 모습을 귀찮아하며 손을 흔들어 그녀를 데리고 나가라고 했다.장미의 가슴을 찢는 울음소리는 날카로운 검처럼 강소아의 침착함을 헤집어 놓았다.이윽고 밖에서 비명이 들렸고 곧 비명은 사라졌다.강소아와 육연우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주위의 두려움에 떠는 표정, 서로의 눈에 보이는 당황과 나약함을 보았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감히 내 말을 거역하면 이렇게 될 거야!”여자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감히 소리도 내지 못했다.여자는 엎드려 있는 두 사람에게 눈을 돌렸다.강소아가 고개를 들고 여자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녀는 가슴이 심하게 떨렸다."두 사람을 내 방에 데리고 가!”강소아와 육연우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다른 사람에게 팔을 잡혀 들어 올려졌다.두 사람은 다리에 힘이 없어 거의 끌려가다시피 여자 뒤를 따라갔다.그 작은 선실에서 나온 후에야, 그녀들은 이 배가 얼마나 큰지 똑똑히 보았다. 마치 바다를 행진하는 성처럼 호화로웠다. 하지만 바닥의 좁고 탁한 공간만이 여자들을 위한 것이었다.여자는 두 사람을 자기 방으로 데려왔다."깨끗한 옷 두 벌 찾아서 갈아입혀 줘!”누군가가 옷을 가져다 그녀들에게 건네주었다.여자는 다시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저기가 욕실이야.
배홍은 멍하니 반쯤 탄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쥐고 있었다. 연기가 모락모락 흩어졌다.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강소아를 자세히 훑어보았다.이 사람은 뼛속에서부터 용감한 기질이 배어 나오고, 두 눈은 별처럼 굳은 빛을 발했다. 특히 미간의 용기는 꼭 그 사람을 닮았다.배홍은 넋을 잃고 담배가 다 타버린 것을 눈치채지 못하다가 손을 데고 나서야 나지막이 소리를 지르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빠르게 호흡을 가다듬고 아까와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문제가 너무 많은 거 아니야?”"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죽더라도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고 죽어야 합니다.”"허, 아무도 널 죽이려 하지 않아, 너희 둘은 내 보물이야!”"고가에 팔 수 있는 보물이요?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는 잘 알겠어요."“역시 네 반응이 빠르네. 역시 그 사람 딸이야! 이런 일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어!”"당신..”육연우는 몸을 떨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 여자는 그들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는 것 같다!강소아는 이것이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홍이 언니, 우리가 누군지 아시나 봐요.”"물론이지.""그럼 제 질문에 대답해 주시겠어요?”"그건 안 돼."배홍이 눈살을 찌푸리며 가볍게 웃었다."우리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아요?”배홍은 멍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한 일이 비록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명망 있는 사람들도 그녀를 만나면 공손히 예의를 차렸다.자신이 계집애에게 욕을 들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의 배후에 어떤 인물이 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이 계집애는 강호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금기시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배홍은 웃기고 화가 나서 능숙하게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토했다."허, 계집애가 버릇이 없으니 잘 가르쳐야 할 것 같다!”"당신...”"기억해, 영원히 네 뒤에 있는 사람을 이용하여 네 앞에 있는 사람을 억압하지 마! 아니면... 네 배후가 너를 구하러 오기도 전
"꼭 일이 있어야만 오나?"남자는 연기 때문에 잠긴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허, 여기 보물이 있다고 해서 보러 왔지!”강소아는 배홍이 일부러 그 남자의 시선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일까? 그건 장담하지 못했다. 그것보다는 손에 들어온 이익을 놓치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배홍은 한 손을 가슴 위에 올렸다. 손가락 사이로 연기가 천천히 타올랐다."우리 둘은 함께 이 배를 빌렸어요, 당신이 운반한 것은 독이고, 내가 운반한 것은 사람이에요.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하고는 왜 오신 거예요?”"같은 배를 빌렸으니 좋은 건 더더욱 나눠야지!”전하늘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 능글맞은 얼굴에 흉악한 웃음이 나타났다. 그가 손에 힘을 주자 배홍이 쉽게 밀려났다.그의 눈길이 강소아의 몸에 닿았다. 그는 즉시 눈에서 사나운 빛을 발하며 갑자기 달려들어 강소아의 턱을 꽉 잡았다!"아.."강소아는 턱뼈가 부서지는 것 같았다!배홍도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하늘 오빠!”"이것이 네 보물이야?”"놔주세요.”"정말 좋네!"전하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네 어머니하고 똑 닮았네!”깜짝 놀란 강소아는 깊은 눈으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엄마가 사촌 동생을 어떻게 해쳤는지 말 안 했지? 이 천한 X!"강소아는 오장육부가 찢어질 듯 아팠다. 남자는 마치 그녀를 산 채로 삼키려는 것 같았다.“아버지 빚은 아들들이 갚고, 어머니 빚은 딸들이 갚아! 하하하...”"하늘 오빠, 뭐 하려고요?”"홍이야, 이 여자를 내게 줘! 얼마야, 내가 세 배로 지급할게!”"이..”배홍은 놀라서 머리가 하얘졌다.전하늘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음험하고 교활하며, 악랄하고 양심 없는 사업도 하고 있다.강소아가 그의 손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전하늘은 강소아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육연우가 울부짖으며 앞을 가로막았지만, 몇몇 부하들에 의해 심하게 밀려서 땅에 넘어졌다.복도 전체에 전하늘의 웃음
전하늘은 배홍이 모질다는 것도 들은 바가 있다. 배홍은 적을 천 번 다치게 해도 개의치 않고, 필요할 때 상대방의 옥석을 끌어다가 불태울 수도 있다.그래서 그녀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홍이 언니였다. 모두가 목숨을 아끼고, 모두가 몇 년 더 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전하늘은 강소아를 천천히 풀어주었다. 두 눈은 배홍을 응시하며 서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배홍의 심장 박동도 약간 불규칙했다. 전하늘의 미움을 사면, 앞으로의 생활이 편치 않을 것이었다. 이 늙은 여우가 공개적으로 그녀를 상대하지는 않겠지만, 몰래 그녀에게 얼마나 큰 손해를 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강소아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 자신을 위해서, 그녀의 구원을 위해서였었다.전하늘은 점점 더 큰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와 배홍의 어깨를 두드렸다."배 사장님 화내지 마, 이 계집애, 난 필요 없어!”배홍도 웃으며 다홍빛 입술로 당당한 매력을 뽐냈다."오빠가 예쁜 아가씨를 원한다면 제가 몇 명 골라 드릴게요. 하지만, 이 두 명은 놔주세요. 아쉽네요!”"그래, 그래!"전하늘이 웃었다.배홍이 눈짓을 하자, 부하가 즉시 강소아와 육연우를 데려갔다."하늘 오빠, 배의 이 반쪽은 제가 세낸 거예요!”전하늘은 헛웃음을 지으며 곧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배홍은 그의 뒷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부하가 다가와 작은 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물었다."그 두 여자는 어떻게 처리합니까?”"일단 깨끗하게 씻기고 보지. 막노동을 좀 시켜! 하늘 오빠에게도 미움을 샀는데, 교훈을 주긴 해야지.”측근인 지수가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배홍을 오랫동안 보필했다. 배홍이 여자 때문에 남과 사이가 틀어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오늘 전하늘과의 사이가 틀어졌는데, 둘은 겉으로는 아무 티도 내지 않을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끝났다.한동안 계속 바다 위에 함께 있어야 하는데, 조심해서 대처하는 게 좋았다.배홍이 두 여자에게 막노
또 하나는...눈을 가늘게 뜬 배홍의 눈 아래 한 줄기 매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육명진?"맞아요. 녹음된 시간은 바로 두 여자가 보내지기 전날입니다.”배홍은 냉소를 지었다.당시 육명진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두 명의 여자를 데려오겠는데, 모두 좋은 물건들이라고 했다.배홍이 비록 깨끗한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동은 매우 신중한 편이었다. 재삼 캐묻고 나서야, 육명진은 이 두 여자가 사실은 육경섭의 딸과 그 자신의 딸이라고 말했다!배홍은 깜짝 놀랐다.호랑이도 제 새끼를 먹지 않는데, 육명진은 짐승만도 못했다!이 녹취록은 육명진이 겉과 속이 다른 패륜아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그는 그녀와 거래를 마친 후 바로 이 소식을 전하늘에게 전한 것이다.배홍은 이제야 알아차렸다. 육명진은 전하늘도 이 배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 그래서 사람을 시켜 두 여자를 기절시켜 이 배로 데려온 것이다.전하늘의 병든 눈으로 어떻게 한눈에 강소아가 임우정의 딸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을까?육명진이 진작에 그에게 사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두 여자를 망치기 위해서, 그는 정말 온갖 수단을 다 썼다.배홍은 손을 꽉 쥐고, 미간을 약간 찡그렸다. 그녀의 입가가 절로 씰룩거렸다.20년 전,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다. 육명진이 큰돈을 내려고 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에게 아이를 납치할 때 자주 사용하는 약을 구해줬다. 이것이 뜻밖에도 육경섭의 딸을 해친 것이다.배홍은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어쨌든 두 사람부터 지켜내자.”......오성.어둠침침한 지하실에는 상처투성이의 여인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소금물을 한 번 한 번, 한 번 맞을 때마다 상처는 생으로 찢어지는 듯했고, 지하실 전체가 여자의 가슴을 찢는 비명이었다.육경섭은 정중앙에 앉아 차가운 표정으로 땅바닥에서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한 명의 부하가 갑자기 그녀의 명치를 걷어찼다!“얌전히 굴어! 아가씨 둘을 어디로 데려갔어? 말해!”그저 쓸쓸한 미소를 지으
최군형과 최군성은 5일 동안 서재에 있었다.두 사람은 잠을 이루지 못했고, 심지어 물도 거의 마시지 않았으며, 오성으로 출입하는 모든 비행기, 기차, 선박, 출입국 기록, 심지어 고속도로 감시까지 최선을 다했다.육명진이 사용한 교통수단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단서만 찾으면 그 둘은 더 추적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종종 그들을 실망하게 했다.며칠 사이 두 사람은 살이 많이 빠졌고 헝클어진 머리와 다크서클을 달고 있었다.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그 둘의 심리적 경계선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사랑하는 사람을 이렇게 잃으면 남은 생이 어떨지 그들은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또다시 추적에 실패하자 최군성은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리치며 무너질 뻔했다.여전히 컴퓨터를 응시하고 있는 최군형은 눈에 핏발이 선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을 비볐다.최군성은 얼굴을 돌려 그를 바라보고 그를 불렀다. 목이 막힌 것 같아서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최군형은 무표정이었다.하인이 여러 번 와서 그들에게 말했다“육씨 가문이 전력으로 두 분의 행방을 쫓고 있고, 최씨 가문이 보낸 사람도 오성을 샅샅이 뒤졌지만, 둘의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형, 나는 이렇게 끝이라고 안 믿어...”"나도 안 믿어."최군형이 급히 말했다. 한편으로는 그가 무슨 듣기 싫은 말을 할까 봐 두려웠다.다른 한 편으로 그는 정말 믿지 않았다.그는 언제나 서로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강소아에게 약속했다.어디에 있든 서로가 알아야 할 것이다.그런데 지금...최군형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댔댔다. 한바탕 졸음이 몰려와 가볍게 눈을 감고 있었다.밤하늘과 반딧불이가 멀리서 반짝였다. 그는 누군가에게 별을 향해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별이...최군형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형, 왜 그래?”최군형은 잠시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무엇이 떠올라 손가락으로 재빨리 키보드를 두드렸다."형, 뭐 하는 거야?”"소아 씨가 신호를 보내고
송윤지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날 선 목소리가 송윤지의 귓가를 스쳤다.“우수 교사라니? 참, 그런 상 따위는 다 가짜야. 아무 의미도 없는걸.”잠시 걸음을 멈춘 송윤지는 그 말에 반응하지 않고 곧장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갔다.허운주의 자리는 송윤지의 자리와 가까웠다. 송윤지는 허운주의 눈빛에서 질투와 증오가 서린 눈길을 느꼈다.며칠 전, 원장이 송윤지를 오성시 우수 교사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로 허운주는 완전히 송윤지를 적대하기 시작했다.겉으로는 그런 상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원장을 찾아가 분노를 터뜨렸다.“송윤지는 경력도 짧고 교직 생활을 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왜 우수 교사 후보로 추천되는 겁니까? 저는 이렇게 오랫동안 가르쳤는데, 이번에는 제 차례여야 하지 않나요?”그날, 원장실 밖에서는 여러 교사가 웅성거리며 허운주의 불만을 엿들었다.이후로 사무실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바뀌었다.건강을 회복하고 복귀한 송윤지는 동료들의 태도가 예전과는 전혀 달라졌음을 느꼈다.과거에는 송윤지가 배씨 가문의 도련님과 약혼한 사실만으로도 모두가 존중하고 떠받들었다. 하지만 이제 송윤지는 배씨 가문의 도련님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있었고 아이가 있는 이혼녀와의 경쟁에서도 패배했다는 소문까지 퍼지며 사람들의 조롱과 멸시를 받게 되었다.이런 변화가 언젠가는 찾아올 거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그리고 이렇게 노골적인 태도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그러게요, 정말 불공평한 것 같아요.”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맞장구를 쳤다.“허 선생님이 훨씬 자격이 있는데 경력도 없는 신입이 후보라니, 말이 안 되죠.”송윤지는 아무 말 없이 컴퓨터를 켜고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그때, 문 앞에 원장이 나타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휴대전화를 흔들었다.“송 선생님! 송 선생님! 보세요, 선생님께서 이미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어요!”사무실 안은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송윤지도 당황한 듯 잠시 멈칫했다. 유독 허운주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원장은 가볍
배현진은 잠시 멍해졌다. 배현진의 입술이 떨렸다.1조?배현진이 운영하는 자회사는 지금 당장 천억의 유동 자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1조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본사에 지원을 요청해야 하고, 이는 이사회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이사들은 모두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의 보수적인 사람들이었다. 이 금액을 승인해 줄 리가 없었다.“배 도련님?”조 회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배씨 가문의 대단한 도련님도 이런 돈 때문에 고민하시네요?”소피아는 급히 팔꿈치로 배현진을 찔러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조 회장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있겠어요! 조 회장님께서 이미 최저 가격을 제시하셨으니 우리 현진 씨가 반드시 잘 처리할 겁니다.”“그렇습니까?”조 회장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제가 최저 가격을 제시한 건 제 진심의 표현인데 두 분의 진심은 아직 보이지 않네요.”“조 회장님...”소피아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배현진이 그녀를 제지했다.배현진은 깊은숨을 내쉬며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고 입을 열었다.“조 회장님, 저도 진심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제가 운영하는 자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 1조는 저의 아버지를 놀라게 할 금액입니다. 그분이 아시면...”“아, 그게 걱정이었군요?”조 회장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배 도련님, 솔직히 이야기해 봅시다. 지금 그 돈이 없으신 거죠?”배현진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이 일을 아버님께 들키고 싶지 않은 거고요?”“네.”“그렇다면 간단합니다!”조 회장은 담배를 입에서 뗀 뒤, 부하가 건넨 명함을 내밀었다.배현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이게... 뭔가요?”“돈이 없으시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되죠.”조 회장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이 사람은 저와 친한 사이이고 은행에서 꽤 영향력이 있습니다. 이 사람을 찾아가면 당신의 자금 문제를 해결해 줄 겁니다.”소피아는 크게 기뻐하며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하지만
임지강은 약간 실망했지만, 여전히 미소를 띠고 송윤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송윤지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임지강의 눈을 보는 순간, 송윤지는 심장이 마구 뛰는 기분이 들었다. 송윤지는 급히 고개를 숙여 밀크티를 마시며 마음속의 동요를 숨기려 했다.“임 대표님, 제 뜻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고마워할 필요 없어요.”임지강은 부드럽게 말했다.“윤지 씨를 좋아하는 건 제 마음이에요, 윤지 씨가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저도 부탁이 있어요...”“무슨 부탁이죠?”“그동안은 절 거절하지 마세요.”임지강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제가 윤지 씨에게 잘할 기회는 좀 줘야죠.”송윤지는 부끄러워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공기 중에 묘한 설렘이 감돌았다.하지만, 이 남자가 자꾸 송윤지의 꿈에 나타나는 건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임 대표님.”송윤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가... 예전에 만난 적 있나요?”임지강은 잠시 멈칫했다.송윤지는 머리를 긁적이며 약간 어색하게 말했다.“임 대표님이 참 익숙하게 느껴져요... 사실 저는 예전에 큰 병을 앓은 적이 있는데 병이 나은 후로 모든 걸 잊어버렸거든요. 만약 임 대표님이 저를 알고 있었다면, 솔직히 말해 주세요. 우리 가족은 왜 그러는지 제 과거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임지강은 마음이 조여드는 듯했다.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다오랜 침묵 이후, 임지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는 모르는 사이에요.”송윤지는 멍하니 임지강을 바라보았다.“윤지 씨가 저를 익숙하게 느끼는 건, 아마 사람들 사이의 특별한 인연 때문일 거예요.”임지강은 가볍게 쉰 목소리로 말했다.“가족이 과거를 말하지 않는 건, 정말로 특별히 말할 게 없어서일 수도 있어요.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죠?”“윤지 씨.”임지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윤지 씨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요. 제가
“하지만...”배현진은 잠시 망설였다. 소피아가 말한 두 광산에 대해서는 이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고 조건도 매우 훌륭했다. 소문에 따르면 가격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하지만 배현진은 벤처 투자의 세계에서 오랜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있었다. 매력적인 가격 뒤에는 언제나 큰 함정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자기야, 당신 나 못 믿는 거야?”소피아는 배현진의 팔을 흔들며 물었다.“미국에 있을 때 내가 당신 일을 얼마나 많이 도왔는지 알잖아. 내 능력, 못 믿어?”“그럴 리가.”배현진은 소피아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소피아는 그가 가장 신뢰하는 조력자였고 배현진이 소피아에게 매료된 것도 그녀의 업무 능력 때문이었다.“그냥... 이번 일은 금액이 너무 크기도 하고, 게다가 조 회장이라는 사람과는 거의 모르는 사이잖아.”“한 번 보면 모르는 사람이지만 두 번 보면 아는 사이가 되는 거지!”소피아는 눈을 반짝이며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이번에 우리가 큰 돈을 벌게 되면, 당신 부모님도 우릴 좋게 생각해 주실 거야.”배현진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소피아는 배현진의 옆에 더 가까이 다가가 그의 셔츠 단추를 장난스럽게 만지작거리며 말했다.“현진 씨, 당신은 나와 평생 함께하고 싶지 않아? 우리가 성과를 내야 당신 부모님도 우리를 인정하실 거고 우리에 대한 반대도 사라질 거야. 난 진심으로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서 이렇게 노력하는 거야. 당신 부모님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배현진의 마음이 움직였다. 배현진은 소피아를 안고는 부드럽게 소피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그는 소피아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었다. 소피아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의 마음은 그녀에게 있었다.소피아가 아름답고 매력적인 것은 물론, 직장에서 보여주는 강단 있고 당당한 모습이 배현진을 매료시켰다. 그것은 송윤지가 가지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배현진은 송윤지처럼 순진하고 조용한 ‘작은 토끼’ 같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배현진은 도전적인 여자를 좋아했고 소피아는
한규는 얼굴이 굳어 있었지만, 여전히 주인집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한규 아저씨, 정말 미안해요.”배현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피아는 해외에서 오래 생활해서 모국어가 서툴러요. 그래서 표현이 거칠었던 거예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도련님.”한규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도련님이 자라는 걸 지켜봤습니다. 도련님은 한 번도 부모님을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그만하세요, 아저씨. 제가 잘 처리할 테니, 쉬고 계세요.”한규는 더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소피아는 배현진에게 불만을 털어놓으려 했지만, 배현진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소피아를 쏘아보았다.“한규 아저씨는 우리 집안 오래된 집사야. 아버지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런데 네가 방금 보인 태도는 정말 부적절했어.”“뭐야, 날 탓하는 거야?”소피아는 금세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머금었다.“역시 당신도 결국 당신 부모님 편에 서서 우리 모자를 배척하려고 하는 거지! 이 집에서 우리가 얼마나 불필요한 존재인지 알겠어. 차라리 내가 아이를 데리고 나갈게. 그럼 되잖아!”“소피아...”배현진은 급히 소피아를 붙잡았다. 방금까지의 분노는 반쯤 사라졌고 배현진은 소피아를 달래며 위로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소피아는 겨우 눈물을 거두었다.배현진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제임스를 무릎에 앉히고 다정한 아버지처럼 밥을 먹여주었다.소피아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속으로 자신의 연기가 성공했음을 확신했다. 정말 이 집을 떠날 생각은 없었다.배씨 가문 같은 명문 가문에 기대는 것이 소피아의 목표였다.“현진 씨.”소피아는 배현진의 뒤에서 팔을 뻗어 배현진을 안았다. 소피아의 얼굴이 그의 뺨에 닿았다.“미국에 있는 회사는... 정말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거야?”배현진은 잠시 멈칫하며 얼굴에 근심을 드러냈다.“아버지께 말씀드렸어? 본사에서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을까?”“아버지의 뜻은 아직 명확하지 않아.”
“앞으로 고모와 고모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도 모르겠어.”배윤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엄마는 원래 몸이 좋지 않은 데다가 아빠까지 화가 나서 쓰러질 지경이셔. 두 분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질까 봐... 정말 걱정이야.”최군성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최군성은 배윤아를 부드럽게 안아주며 등을 다독였다.“그나저나.”최군성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배현진이 이번에 귀국한 이유가 송윤지와의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서였잖아. 그런데 소피아가 갑자기 끼어들다니, 도대체 또 무슨 상황이야?”“오빠는 애초에 송윤지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배윤아가 최군성을 바라보며 말했다.“게다가 이번에 돌아온 이유도 결혼 때문이 아니야. 해외 회사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서 돌아온 거야.”“그래?”“해외 시장은 원래부터 우리 가족의 주력 분야가 아니었어. 아빠는 그동안 해외 사업을 오빠에게 맡겼는데, 오빠가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교육을 받았으니 익숙하게 운영할 거라고 생각했고 오빠가 성과를 내서 친척들 입을 막아주길 바랐던 거야. 하지만 오빠도 해외에서 고생 많이 했어.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였고 각종 장벽도 많았거든. 백인 중심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리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야.”최군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그럼, 오빠가 이번에 돌아온 건 본사 지원을 요청하려고 한 거구나?”배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오빠가 송윤지와 결혼을 잘 성사했다면, 아빠와 엄마가 기뻐서 본사 지원을 해줬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소피아를 데리고 들어올 줄은.”“걱정하지 마.”최군성은 배윤아를 위로하며 말했다.“우리 두 집안의 관계를 생각하면 배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최씨 가문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경원 아저씨를 안심시키고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거야.”배윤아는 최군성의 품에 기댔다. 이 따뜻한 품만이 배윤아를 안정시켜주는 유일한 위로가 되었다.그러나 그 시
임지강은 자신이 한 말을 되짚어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혹시 자신이 돌려서 모욕한 걸로 들린 건 아닐까?그는 황급히 해명하려 했지만, 말문이 막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그런데 송윤지는 갑자기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송윤지 씨, 저는 그저...”“말 안 해도 돼요.”송윤지는 맑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알아요. 나쁜 뜻은 없었다는 걸.”임지강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송윤지를 바라보았다.“그런데요, 앞으로는 그런 썰렁한 농담은 하지 마세요. 농담은 별로 안 웃기는데, 임 대표님 반응이 참 웃겨요!”송윤지의 말에 임지강도 따라 웃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창문 틈으로 들어온 햇살이 두 사람의 얼굴을 따뜻하게 비췄다.송윤지는 눈치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임지강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그리고 송윤지도 임지강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그것은 단순한 호감 이상이었다. 그에게서는 이상하게도 익숙함이 느껴졌다. 마치 전생에 알고 있었던 것처럼.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란 참으로 신비로운 것이었다....배윤아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작품은 아직 절반만 완성된 상태였지만,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그때 최군성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화실로 들어섰다. 최군성은 배윤아의 그림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윤아야, 이 부분의 구도가 맞지 않잖아... 그리고 여기, 앞부분에서 주인공은 이렇게 묘사되지 않았다고.”“영상 제작사에서 이미 전화가 왔어. 그쪽은 홍보까지 마쳤고 이제 우리 둘의 완성본만 기다리고 있대. 그런데 이 속도로는 안 될 것 같아.”“차라리 내가 우리 엄마한테 물어볼까? 어진 엔터테인먼트가 그래도 영상 업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가 있잖아. 우리 엄마 인맥도 넓으니까, 제작사에 부탁해서 마감일을 조금 미뤄보라고 할게.”“그만둬.”배윤아는 한참을 침묵하다 무기력한 목소리로 말했다.“1년을 더 준대도 똑같아.”최군성은 걱정스러운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송윤지의 고열이 서서히 내려갔다.송윤지는 마치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았다. 꿈속에서 다시 임지강의 얼굴이 나타났지만, 지난번처럼 기묘한 꿈은 아니었다.이번에는 임지강이 송윤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따뜻하고 다정했다. 마치 자신의 모든 애정과 온기를 송윤지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꿈속에서 송윤지는 호접란이 만개한 작은 정원에 있었다. 꽃들은 활짝 피어 있었고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쬐며 푸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오성에 온 이후로 본 적 없었던 평화로운 하늘이었다.정원의 한쪽에는 작은 남자아이가 송윤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아이는 포동포동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큰 소리로 엄마라고 외쳤다.송윤지는 아이를 향해 달려가려 했지만,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송윤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온몸이 깊은 피로감에 휩싸였고 마치 물속에서 건져낸 듯 축 처져 있었다.그러나 고열로 인한 불편함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송윤지는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움푹 들어간 침대 자리에 익숙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송윤지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부엌에서는 임지강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임지강은 송윤지를 위해 뭔가를 요리하려는 듯했다.그러나 부엌일은 그의 전문 분야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단순히 국을 끓이는 일이었는데도 그는 냄비를 태워버렸고 부엌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임지강은 짜증 난 듯 국자를 내던지며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는 화가 가득 차 있었다.“네가 말한 대로 했는데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그는 잠시 말을 듣더니 다시 소리쳤다.“이러고도 호텔 총주방장이야? 당장 그만둬!”“내가 주소를 보낼 테니까 음식이랑 국 좀 가져와. 1분이라도 늦으면 내일부턴 짐 싸서 나가야 할 줄 알아!”송윤지는 이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임지강은 송윤지의 웃음소리를 듣고 갑자기 뒤돌
임지강은 막 공항으로 향하려던 참이었다.중림 그룹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 오전에 운산시로 갔다가 저녁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선배로부터 송윤지와 관련된 전화가 걸려 왔다.송윤지는 임지강이 필요해 보였다.임지강은 주저 없이 짐을 내려놓고 부하에게 운산시로 혼자 가라고 지시했다.“대표님, 이건...”부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쪽 사람들한테 이미 지시해 두었어.”임지강은 급히 설명을 이어갔다.“운산시에 도착하면 내가 지시해 둔 대로 그 사람들과 협력해 일을 처리하면 돼. 내가 없어도 문제없을 거야.”부하가 멍하니 있는 사이, 임지강은 이미 차의 가속 페달을 밟아버렸다. 차는 화살처럼 도로 위를 질주했다.중림 그룹의 일 따위는 사소한 문제였다. 그는 송윤지와 함께 시간을 보낼 모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임지강은 금세 송윤지를 데리러 갔다.송윤지는 두통과 인후통에 시달리며 피곤한 상태였고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어 했다. 집에 도착하자, 송윤지는 문 앞에서 누군가가 이삿짐을 나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송윤지는 문간에 서서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그때, 소피아가 문밖으로 나왔다. 소피아는 송윤지를 보자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돌아왔네요? 송 선생님, 그동안 우리 제임스를 잘 돌봐주셔서 감사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을 거예요!”소피아는 비웃는 듯한 말투로 이어갔다.“현진 씨가 제임스에게 개인 교사를 붙여줬거든요. 앞으로는 집에서 수업할 예정이에요. 현진 씨는 제임스를 정말 친아들처럼 아껴서요. 제임스에게 돈 쓰는 걸 보면, 진짜 친아들보다 더 신경 쓰는 것 같아요!”송윤지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문틀에 기대 있었다.“아, 맞다.”소피아는 비웃으며 덧붙였다.“현진 씨가 이 집을 팔았어요. 오늘은 짐을 좀 챙겨가려고 왔어요. 이제 우리 만날 일은 없을 거예요.”“그래요?”송윤지는 조용히 말했다.“정말 다행이네요...”“현진 씨가 저를 위해 새집을 사줬어요!”소피아는 일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