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아와 육연우는 함께 기대어 있었다. 두 사람은 똑같이 당황했다.강소아가 몰래 주머니를 뒤졌다. 과연 핸드폰이 사라졌다! 그녀는 눈짓으로 육연우에게 주의를 주었다. 육연우는 애써 그때의 상황을 기억해 내려 했다.여기 오기 전에 그 하인의 주스를 마셨었던 기억이 났다.“언니, 주스가 문제예요!”강소아는 멍하니 있었다. 지금도 혀끝이 약간 저렸다.육연우는 팔짱을 끼며 덜 당황스러워 보이려고 애썼다.“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요?”강소아는 심호흡하고 싶었지만 탁한 공기는 그녀를 더욱 울렁거리게 했다.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필사적으로 자신을 진정시켰다.육연우는 그녀들 옆에 있는 작은 창을 가리켰다.강소아는 몸을 쭉 내밀고 밖을 바라보았다. 밖은 망망대해였는데 바다에는 안개가 자욱하여 동서남북을 전혀 구별할 수 없었다. 그들은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어떤 통신 수단도 없었다.주위의 이 여자들의 눈빛이 점점 좋지 않게 변했다.“저기, 새로 왔어요?”“크레아가 방금 구해왔다고 해.”“음, 크레아가 그러는데, 좋은 가격에 팔릴 수 있대.”“어머, 설마 깨끗한 거야?”“하하하하...”좁은 선실에서는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강소아와 육연우는 서로 달라붙어 있었다. 화가 목구멍까지 치밀어올랐다.그중 한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험악하게 변했다.강소아는 이 소녀들이 매우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의 피부에는 온통 상처투성이였다.“저 사람들은 왜 깨끗한 거야? 왜?”그 여자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다가갔다.육연우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강소아는 그녀를 품에 안고 눈을 가려줬다.“당신... 뭘 하려는 거죠?”그 여자아이는 듣기 싫고 음산한 웃음소리를 냈다.“우리 다 같은 처지야. 아무도 깨끗한 몸으로는 못 나가!”“맞아!”다른 여자들은 모두 맞장구를 쳤다.강소아가 이상함을 느끼고 멍하니 있을 때 누군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크레아가 그들 둘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어. 너...”“누가 쓸데없이 참견하래!
강소아는 아픈 몸을 이끌고 최선을 다해 육소유 곁으로 기어갔다. 자매의 손이 또다시 꼭 맞닿았다.들어온 남자들은 무표정하지만 눈에는 독살스러운 빛을 띠고 있었다. 하이힐 소리가 나더니 남자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좁은 공간에 길을 내주었다."쓸데없이 뭘 하는 거야?”그녀가 고함을 지르자 여자들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선실 전체가 저기압에 휩싸인 듯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누가 일을 저질렀어? 자수해!”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그 말썽꾸러기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허, 말하지 않아도 알아. 장미, 또 너야?”이때의 장미는 이미 방금 날뛰던 모습이 아니었다.그녀는 여자의 발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애걸했지만, 여자는 그 모습을 귀찮아하며 손을 흔들어 그녀를 데리고 나가라고 했다.장미의 가슴을 찢는 울음소리는 날카로운 검처럼 강소아의 침착함을 헤집어 놓았다.이윽고 밖에서 비명이 들렸고 곧 비명은 사라졌다.강소아와 육연우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주위의 두려움에 떠는 표정, 서로의 눈에 보이는 당황과 나약함을 보았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감히 내 말을 거역하면 이렇게 될 거야!”여자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감히 소리도 내지 못했다.여자는 엎드려 있는 두 사람에게 눈을 돌렸다.강소아가 고개를 들고 여자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녀는 가슴이 심하게 떨렸다."두 사람을 내 방에 데리고 가!”강소아와 육연우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다른 사람에게 팔을 잡혀 들어 올려졌다.두 사람은 다리에 힘이 없어 거의 끌려가다시피 여자 뒤를 따라갔다.그 작은 선실에서 나온 후에야, 그녀들은 이 배가 얼마나 큰지 똑똑히 보았다. 마치 바다를 행진하는 성처럼 호화로웠다. 하지만 바닥의 좁고 탁한 공간만이 여자들을 위한 것이었다.여자는 두 사람을 자기 방으로 데려왔다."깨끗한 옷 두 벌 찾아서 갈아입혀 줘!”누군가가 옷을 가져다 그녀들에게 건네주었다.여자는 다시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저기가 욕실이야.
배홍은 멍하니 반쯤 탄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쥐고 있었다. 연기가 모락모락 흩어졌다.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강소아를 자세히 훑어보았다.이 사람은 뼛속에서부터 용감한 기질이 배어 나오고, 두 눈은 별처럼 굳은 빛을 발했다. 특히 미간의 용기는 꼭 그 사람을 닮았다.배홍은 넋을 잃고 담배가 다 타버린 것을 눈치채지 못하다가 손을 데고 나서야 나지막이 소리를 지르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빠르게 호흡을 가다듬고 아까와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문제가 너무 많은 거 아니야?”"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죽더라도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고 죽어야 합니다.”"허, 아무도 널 죽이려 하지 않아, 너희 둘은 내 보물이야!”"고가에 팔 수 있는 보물이요?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는 잘 알겠어요."“역시 네 반응이 빠르네. 역시 그 사람 딸이야! 이런 일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어!”"당신..”육연우는 몸을 떨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 여자는 그들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는 것 같다!강소아는 이것이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홍이 언니, 우리가 누군지 아시나 봐요.”"물론이지.""그럼 제 질문에 대답해 주시겠어요?”"그건 안 돼."배홍이 눈살을 찌푸리며 가볍게 웃었다."우리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아요?”배홍은 멍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한 일이 비록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명망 있는 사람들도 그녀를 만나면 공손히 예의를 차렸다.자신이 계집애에게 욕을 들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의 배후에 어떤 인물이 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이 계집애는 강호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금기시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배홍은 웃기고 화가 나서 능숙하게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토했다."허, 계집애가 버릇이 없으니 잘 가르쳐야 할 것 같다!”"당신...”"기억해, 영원히 네 뒤에 있는 사람을 이용하여 네 앞에 있는 사람을 억압하지 마! 아니면... 네 배후가 너를 구하러 오기도 전
"꼭 일이 있어야만 오나?"남자는 연기 때문에 잠긴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허, 여기 보물이 있다고 해서 보러 왔지!”강소아는 배홍이 일부러 그 남자의 시선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일까? 그건 장담하지 못했다. 그것보다는 손에 들어온 이익을 놓치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배홍은 한 손을 가슴 위에 올렸다. 손가락 사이로 연기가 천천히 타올랐다."우리 둘은 함께 이 배를 빌렸어요, 당신이 운반한 것은 독이고, 내가 운반한 것은 사람이에요.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하고는 왜 오신 거예요?”"같은 배를 빌렸으니 좋은 건 더더욱 나눠야지!”전하늘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 능글맞은 얼굴에 흉악한 웃음이 나타났다. 그가 손에 힘을 주자 배홍이 쉽게 밀려났다.그의 눈길이 강소아의 몸에 닿았다. 그는 즉시 눈에서 사나운 빛을 발하며 갑자기 달려들어 강소아의 턱을 꽉 잡았다!"아.."강소아는 턱뼈가 부서지는 것 같았다!배홍도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하늘 오빠!”"이것이 네 보물이야?”"놔주세요.”"정말 좋네!"전하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네 어머니하고 똑 닮았네!”깜짝 놀란 강소아는 깊은 눈으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엄마가 사촌 동생을 어떻게 해쳤는지 말 안 했지? 이 천한 X!"강소아는 오장육부가 찢어질 듯 아팠다. 남자는 마치 그녀를 산 채로 삼키려는 것 같았다.“아버지 빚은 아들들이 갚고, 어머니 빚은 딸들이 갚아! 하하하...”"하늘 오빠, 뭐 하려고요?”"홍이야, 이 여자를 내게 줘! 얼마야, 내가 세 배로 지급할게!”"이..”배홍은 놀라서 머리가 하얘졌다.전하늘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음험하고 교활하며, 악랄하고 양심 없는 사업도 하고 있다.강소아가 그의 손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전하늘은 강소아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육연우가 울부짖으며 앞을 가로막았지만, 몇몇 부하들에 의해 심하게 밀려서 땅에 넘어졌다.복도 전체에 전하늘의 웃음
전하늘은 배홍이 모질다는 것도 들은 바가 있다. 배홍은 적을 천 번 다치게 해도 개의치 않고, 필요할 때 상대방의 옥석을 끌어다가 불태울 수도 있다.그래서 그녀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홍이 언니였다. 모두가 목숨을 아끼고, 모두가 몇 년 더 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전하늘은 강소아를 천천히 풀어주었다. 두 눈은 배홍을 응시하며 서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배홍의 심장 박동도 약간 불규칙했다. 전하늘의 미움을 사면, 앞으로의 생활이 편치 않을 것이었다. 이 늙은 여우가 공개적으로 그녀를 상대하지는 않겠지만, 몰래 그녀에게 얼마나 큰 손해를 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강소아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 자신을 위해서, 그녀의 구원을 위해서였었다.전하늘은 점점 더 큰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와 배홍의 어깨를 두드렸다."배 사장님 화내지 마, 이 계집애, 난 필요 없어!”배홍도 웃으며 다홍빛 입술로 당당한 매력을 뽐냈다."오빠가 예쁜 아가씨를 원한다면 제가 몇 명 골라 드릴게요. 하지만, 이 두 명은 놔주세요. 아쉽네요!”"그래, 그래!"전하늘이 웃었다.배홍이 눈짓을 하자, 부하가 즉시 강소아와 육연우를 데려갔다."하늘 오빠, 배의 이 반쪽은 제가 세낸 거예요!”전하늘은 헛웃음을 지으며 곧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배홍은 그의 뒷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부하가 다가와 작은 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물었다."그 두 여자는 어떻게 처리합니까?”"일단 깨끗하게 씻기고 보지. 막노동을 좀 시켜! 하늘 오빠에게도 미움을 샀는데, 교훈을 주긴 해야지.”측근인 지수가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배홍을 오랫동안 보필했다. 배홍이 여자 때문에 남과 사이가 틀어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오늘 전하늘과의 사이가 틀어졌는데, 둘은 겉으로는 아무 티도 내지 않을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끝났다.한동안 계속 바다 위에 함께 있어야 하는데, 조심해서 대처하는 게 좋았다.배홍이 두 여자에게 막노
또 하나는...눈을 가늘게 뜬 배홍의 눈 아래 한 줄기 매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육명진?"맞아요. 녹음된 시간은 바로 두 여자가 보내지기 전날입니다.”배홍은 냉소를 지었다.당시 육명진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두 명의 여자를 데려오겠는데, 모두 좋은 물건들이라고 했다.배홍이 비록 깨끗한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동은 매우 신중한 편이었다. 재삼 캐묻고 나서야, 육명진은 이 두 여자가 사실은 육경섭의 딸과 그 자신의 딸이라고 말했다!배홍은 깜짝 놀랐다.호랑이도 제 새끼를 먹지 않는데, 육명진은 짐승만도 못했다!이 녹취록은 육명진이 겉과 속이 다른 패륜아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그는 그녀와 거래를 마친 후 바로 이 소식을 전하늘에게 전한 것이다.배홍은 이제야 알아차렸다. 육명진은 전하늘도 이 배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 그래서 사람을 시켜 두 여자를 기절시켜 이 배로 데려온 것이다.전하늘의 병든 눈으로 어떻게 한눈에 강소아가 임우정의 딸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을까?육명진이 진작에 그에게 사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두 여자를 망치기 위해서, 그는 정말 온갖 수단을 다 썼다.배홍은 손을 꽉 쥐고, 미간을 약간 찡그렸다. 그녀의 입가가 절로 씰룩거렸다.20년 전,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다. 육명진이 큰돈을 내려고 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에게 아이를 납치할 때 자주 사용하는 약을 구해줬다. 이것이 뜻밖에도 육경섭의 딸을 해친 것이다.배홍은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어쨌든 두 사람부터 지켜내자.”......오성.어둠침침한 지하실에는 상처투성이의 여인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소금물을 한 번 한 번, 한 번 맞을 때마다 상처는 생으로 찢어지는 듯했고, 지하실 전체가 여자의 가슴을 찢는 비명이었다.육경섭은 정중앙에 앉아 차가운 표정으로 땅바닥에서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한 명의 부하가 갑자기 그녀의 명치를 걷어찼다!“얌전히 굴어! 아가씨 둘을 어디로 데려갔어? 말해!”그저 쓸쓸한 미소를 지으
최군형과 최군성은 5일 동안 서재에 있었다.두 사람은 잠을 이루지 못했고, 심지어 물도 거의 마시지 않았으며, 오성으로 출입하는 모든 비행기, 기차, 선박, 출입국 기록, 심지어 고속도로 감시까지 최선을 다했다.육명진이 사용한 교통수단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단서만 찾으면 그 둘은 더 추적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종종 그들을 실망하게 했다.며칠 사이 두 사람은 살이 많이 빠졌고 헝클어진 머리와 다크서클을 달고 있었다.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그 둘의 심리적 경계선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사랑하는 사람을 이렇게 잃으면 남은 생이 어떨지 그들은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또다시 추적에 실패하자 최군성은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리치며 무너질 뻔했다.여전히 컴퓨터를 응시하고 있는 최군형은 눈에 핏발이 선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을 비볐다.최군성은 얼굴을 돌려 그를 바라보고 그를 불렀다. 목이 막힌 것 같아서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최군형은 무표정이었다.하인이 여러 번 와서 그들에게 말했다“육씨 가문이 전력으로 두 분의 행방을 쫓고 있고, 최씨 가문이 보낸 사람도 오성을 샅샅이 뒤졌지만, 둘의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형, 나는 이렇게 끝이라고 안 믿어...”"나도 안 믿어."최군형이 급히 말했다. 한편으로는 그가 무슨 듣기 싫은 말을 할까 봐 두려웠다.다른 한 편으로 그는 정말 믿지 않았다.그는 언제나 서로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강소아에게 약속했다.어디에 있든 서로가 알아야 할 것이다.그런데 지금...최군형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댔댔다. 한바탕 졸음이 몰려와 가볍게 눈을 감고 있었다.밤하늘과 반딧불이가 멀리서 반짝였다. 그는 누군가에게 별을 향해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별이...최군형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형, 왜 그래?”최군형은 잠시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무엇이 떠올라 손가락으로 재빨리 키보드를 두드렸다."형, 뭐 하는 거야?”"소아 씨가 신호를 보내고
강소아와 육연우는 통신실 사람들이 교대하는 틈을 타 몰래 몇 번 들어간 적이 있다.들어가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안에서 통신장비를 잠시 익히거나 설명서를 뒤적거리곤 했다.매번 간담이 서늘했지만 이상하게도 매번 눈에 띄지는 않았다. 누가 오는 발소리를 들어도 그 둘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들을 돕고 있는 것 같았다.강소아는 선체 구조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고 육연우는 숫자에 천성적으로 민감했다. 두 사람은 호흡을 맞춰 통신실 상황을 거의 파악했다.그날 밤, 그녀 둘은 갑판에 왔다.큰 배는 천천히 나아가는데,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검푸른 물이었다. 달은 밤하늘에 걸려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 명주 같았다.짭짤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그녀 둘은 아직 배에 탄 사람이 좀 더 깊이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육연우는 약간 피곤해서 강소아의 어깨에 기대어 말했다."언니, 오빠들이 우리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강소아는 눈빛이 흐릿하고 말이 없었다. 최군형은 분명 급해 죽을 것이다.그가 강주의 부모님께 이 소식을 알리지 않았기를 바랐다. 이 사실을 듣는다면 소정애는 분명 기절할 것이다.엄마 아빠 생각에 눈시울이 확 붉어졌다."언니, 엄마가 걱정돼요, 워낙 몸이 안 좋으시니까, 혹시라도...”"아냐, 아냐! 엄마는 다 잘 계실 거야!”"네, 숙모는 잘 계실 거예요.”"연우야, 우리 엄마 말이야.”강소아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은 소리로 말했다. 육연우는 눈을 크게 뜨고 조금 놀랐다."우리 강주 엄마 아빠 말이. 연우야, 나는 어렸을 때부터 네 삼촌과 숙모 곁에서 자란 적이 없어. 그들은 내게 거의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어.”"언니..."육연우는 팔짱을 끼고 그녀에게 몸을 기대었다.강소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요 며칠 동안 만약 육경섭과 임우정의 딸이 아니었다면 이런 재난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우울한 생각까지 들었다.왜 운명이 이런 장난을 치는 걸까?왜 그녀가 강소아로 잘 살아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