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네! 형 정말 똑똑하다!”최군성이 눈을 반짝이며 최군형에게 팔을 벌렸다. 하지만 최군형은 인상을 쓰고 최군성을 막았다.“뭐 해! 어릴 때 우리 자주 안았는데, 다 잊은 거야?”“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저리 떨어져!”“싫어!”최군성이 헤헤 웃으며 최군형에게 몸을 들이밀었다. 또다시 전쟁이 폭발할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육연우가 소리 내 웃었다.최군형이 그제야 알아챘다.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친형도 가만히 두지 않는 것이다. 육연우에게 보여주려고 일부러 이런 장면을 연출한 게 분명했다.최군형이 큰형의 위엄을 지키며 말했다.“이제 그만해! 지금 급선무는 빨리 병원에 가 검사하는 거야. 강주에 아는 병원이 있어. 다들 믿을 만 한 사람이니 괜찮을 거야. 검사도 빠르고.”최군성과 육연우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곧바로 그 병원으로 향했다.검사는 이틀이 걸렸다. 그들 세 사람은 또다시 그 카페에서 보였다. 최군성이 검사 결과를 그에게 보여주었다.“형, 이것 좀 봐!”최군형은 곧바로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보았다. 일치 확률 0%라는 글이 적혀있었다.최군형이 멍해졌다. 가슴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군형 오빠, 죄송해요... 제가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했어요. 하수영이 육소유인 줄 알고...”“너 때문이 아니야! 연우야, 네가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조사하지도 못했을 거야.”“맞아, 지금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이 하나 늘었어. 하수영은 육연우가 아니라는 거.”“그럼 어떻게 육소유의 DNA를 하수영에게 넘겨준 거예요?”그 말에 최군형의 표정이 변했다. 그와 최군성이 눈빛을 교환했다. 뭔가 알아버린 것 같았다.하수영은 육소유가 아니지만 육소유의 DNA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진짜 육소유는 하수영이 접근하기 쉬운, 그녀의 주변 사람일 것이다.설마...그의 상상이 맞다면?최군형은 숨을 참고 두 손을 꼭 맞잡았다. 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최군성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형, 형수님도... 조사해 봐야 하지 않아?”최군
최군형은 코를 긁적거리며 잠깐 망설이고는 강소아의 손을 잡고 가게로 걸어갔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심경이었다. 정말이지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그는 자신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뛸 듯이 기뻤다. 그 뒤에는 또다시 말로 형용하지 못할 슬픔이 밀려왔다.어릴 때도 그는 이렇게 육소유의 손을 잡은 채 금방 걸음마를 뗀 육소유와 함께 걸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녀가 이런 방식으로 자신 곁에 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 목소리들은 최군형의 머리에서 되풀이되고 있었다.“형, 형수님이랑 우정 아줌마랑 엄청나게 닮았어!”“저 둘을 봐, 초면일 텐데 친자매 같아!”“소아는 저들 부부가 훔쳐 온 아이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잖아.”......생각에 빠진 최군형의 심장이 점점 거세게 뛰었다. 그의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강소아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파요!”“아, 미안해요. 너무 세게 쥐었나요?”“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안 좋은데.”강소아가 붉어진 손목을 주무르며 말했다. 최군형이 숨을 깊이 들이쉬며 입을 열었다.“소아 씨,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진짜요? 나도요! 나도 할 말이 있어요.”최군형이 흠칫했다. 강소아는 환하게 웃으며 그를 이끌고 가게에 들어섰다. 마침 손님이 없었다. 그들은 함께 계산대 뒤에 앉았다.“할 말이 뭔데요?”강소아가 최군형의 어깨에 몸을 기대고는 웃으며 말했다.“엄마가 말하는데, 며칠 뒤에 집을 나한테 주겠대요. 이 가게도 나한테 줄 테니 우리 둘이 잘 경영해 보래요.”“네?”최군형이 깜짝 놀라 물었다.“그러니까, 알려주는 게 어때요? 우리 엄마는 이런 것들로 당신을 여기 남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아직도 당신을 데릴사위로 생각하는걸요.”최군형의 심장이 쿵쿵거렸다. 강우재 부부가 강소아를 아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에게 이 정도로 잘해줄 줄은 몰랐다.강소아가 최군형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그냥 사실대로 얘기
최군형은 인상을 쓰고 입술을 다시며 침묵하다 물었다.“그러니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뭔데요?”“소아 씨, 이 집에서... 행복해요?”강소아가 어리둥절해졌다. 최군형을 향한 시선이 조금 변했다.최군형이 변한 건 눈치채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디가 변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눈빛이 조금 어두워지고, 말을 더듬으며 그녀와의 눈 맞춤도 피했다.자신의 신분 외에 감추는 일이 더 있는 건가?“군형 씨, 그게 무슨 뜻이에요?”최군형이 부드럽게 강소아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먼저 대답해 줘요.”“그게 무슨 문제에요! 물어볼 가치가 있어요? 당연히 행복하죠! 뭐 하고 싶은 거예요? 당신한테 시집간다고 친정에는 오지 말라 이거에요? 재벌가에는 그런 규칙도 있나 보죠? 그럼 난 결혼 안 해요!”“아니, 그게 아니라...”최군형이 급히 그녀를 따라가 팔을 붙잡고는 혹시나 도망갈세라 그녀를 꼭 껴안았다.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아내를 잃을 수는 없었다.강소아는 그를 두어 번 치고는 최군형의 눈을 보고 말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요?”“제 친구 얘긴데요, 어릴 적에 가족을 잃어버렸는데 다행히 좋은 양부모님을 만났어요. 그런데 지금 그 친구 친부모님이 그 친구를 찾고 있어요. 나한테 어떻게 할지 물어보는데, 나도 알 수 없어서요.”“그렇구나...”강소아는 반신반의하며 최군형을 한참 쳐다보았다.“소아 씨, 만약 소아 씨라면 친부모님한테 돌아갈 거예요? 친부모님도 정말 좋은 분들이세요. 예전엔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됐고요. 어쩔 수 없이. 정확히 말하면 양부모님이 몰래 그 친구를 데려온 거예요. 그리고... 친부모님은 엄청난 부자라서 아무 걱정 없이 좋은 교육을 받으며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어요. 소아 씨라면 어떻게 할 거예요?”강소아가 인상을 썼다.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한참 생각하다 겨우 입을 열었다.“모르겠어요.”그 말을 들은 최군형이 멍해졌다. 강소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정말 모르겠어요! 제 일이 아니니 감히
구자영에게 괴롭힘당하면서도 두려움 없이 맞받아치던 그녀를 생각했다. 하수영에게 배신당하고도 금세 슬픔을 뒤로하던 그녀를 생각했다.한 사람의 용기와 자존심은 모두 그 사람의 가정이 준 것이다. 부모님이 지지해 준다면 아이는 한 마리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아갈 수 있었다.강우재와 소정애가 그녀를 부족함 없이 사랑해 줬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평범한 집안 출신인 강소아가 재벌 2세들이 가득한 학교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최군형이 강소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웃었다.“방금 그 말, 나 떠보려는 거예요?”“네? 아니요!”“흥, 난 또 뭐라고. 오성에 시집가면 강주에는 평생 못 온다는 말인 줄 알았잖아요!”“네? 아니요! 그럴 리가요...”최군형이 씁쓸하게 웃었다. 강소아가 최군형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최군형 씨, 말은 똑바로 해두죠. 우리가 결혼한 뒤에도 내가 친정에 가는 걸 막으면 안 돼요.”“당연하죠. 굳이 힘들게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돼요. 그때가 되면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오성에 모셔 와요. 소준이도 열심히 하면 오성대에 합격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을 가족들과 갈라놓지 않을게요.”강소아가 웃으며 최군형의 품을 파고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그녀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급한 강우재의 목소리가 들렸다.“소아야! 빨리... 빨리 병원에 와! 엄마가...”“엄마가 왜요?”......최군형과 강소아는 급히 병원에 달려갔다. 그녀는 연속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소정애의 부상 경위를 알아냈다.오전, 소정애는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우미자를 만났다. 얘기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싸움이 붙었다. 하지만 그 시간에 공원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중노년층이었기에 누구도 말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소정애와 우미자는 서로 머리채를 잡은 채 연못에 떨어졌다. 그곳에는 커다란 바위들이 솟아있었다. 다행히 우미자는 찰과상만 입었지만 소정애의 부상은 꽤 심했다. 머리를 바위에 부딪쳐 피를
"늦었으니 그만 쉬자."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강서연의 주의를 끌어당겼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깊은 눈동자와 바로 마주쳤는데, 그 안에는 그녀가 종잡을 수 없는 정서가 뒤섞여 있었다.강서연은 긴장한 듯 원피스를 움켜쥐었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방에 들어온 후부터 줄곧 침대의 가장 끝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오랫동안, 이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등줄기가 뻣뻣해졌고, 아직 웨딩드레스 차림 그대로였다. 남자가 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오자, 그녀는 비로소 오늘 밤이 바로 눈앞의 이 남자와의 신혼 첫날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새 남편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게다가 언니 대신에 시집온것이니...재벌집 사생아 신분으로 언니를 대신하여 빈털터리 남자에게 시집온 것은, 단지 양가 어른들이 정한 혼약을 완성하고 상당한 액수의 혼수를 얻기 위함이었다.돈이 있어야 엄마의 병이 나을 수 있고, 동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도 있으며, 온 가족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강서연은 심호흡을 깊게 하더니 겁먹은 토끼처럼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화장실을 향해 갔다."저… 저도 씻고 올게요."남자의 숨소리가 더욱 잠잠해졌다.강서연은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는데, 이 낡은 널빤지 문에 자물쇠 하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그녀도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이 정도로 가난한 삶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그녀는 눈시울을 약간 붉히더니 화장실에서 머뭇거리며 한참이나 드레스를 벗지 못했다. 문밖의 남자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난 밖에 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테니 천천히 씻어."강서연은 가슴을 졸이며 문에 엎드려 바깥의 기척을 엿들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멀어지더니 대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얼룩덜룩한 벽은 조금 창백해 보였다. 결혼을 하루 앞두고 태풍이 도시를 휩쓸면서 도로 곳곳에 떨어진 광고판과 허리가 잘린 나무들을 남겨뒀다. 강서연은 이
강서연은 머리가 텅 비는 것만 같았다.뜨거운 가슴이 그녀의 등에 닿아왔고, 그의 뜨거운 심장 박동 소리도 들려왔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지만, 여전히 팔다리가 뻣뻣하여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남자의 손이 갑자기 멈춘다."내가 누군지 알아?"강서연은 이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남편이고, 오늘이 신혼 첫날밤이기도 하니, 부부 사이에 이런 일은 당연하다는 건가?강서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네, 알고 있어요… 구현수 씨잖아요."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구현수라...'내가 진짜 구현수는 아니라는 걸 알까? 하지만 뭐 그녀도 진짜 강서연은 아니잖아.'사실 그녀가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그녀가 강서연 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어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 씨네 아가씨의 성격으로는 이런 시골뜨기에게 시집올 리가 없다.하지만 상관없었다, 둘 다 사기 결혼인 셈이니..."구현수씨..."그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보니 사슴같이 무고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의 수줍고 부드러운 표정은 그의 마음속 어딘가를 움켜잡는 듯하였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긴장해서..."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작고 가는 손을 내밀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구현수 씨는 이제 제 남편이니… 이런 일은 당연한 거죠, 그럼, 우리 시작해요."그녀의 앙증맞은 코끝에서 땀방울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서툰 동작으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온몸을 떨면서 말이다.구현수는 살짝 설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의 입술에 키스하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그녀의 작은 손을 잡더니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강서연은 달아오른 멍한 얼굴로 그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됐어. 오늘 너도 피곤할 텐데 일찍 쉬어.""구현수 씨, 저...""너에게도 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게 되면 그때 다시 봐."그는 말을 남기고는 몸을 돌려 누웠다.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서연의 귓가
강서연이 옷을 걸치고 마당에 나오자, 아침 운동을 하는 구현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상의를 벗고 두 손으로 아령을 번갈아 가며 들고 있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아침 햇살 아래에서 마치 태양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듯했다. 강서연은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일찍이네요."구현수는 고개를 돌려 표정 없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강서연이 주위를 둘러보니, 그다지 크지 않은 마당에는 샌드백, 권투 장갑, 야구 방망이, 아령 등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구현수는 평소에 싸움을 많이 하는 것이 분명하다.이 남자의 성격은 어떨까?듣자니 이곳 사람들은 술에 취해 아내를 때리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작은 걸음으로 다가가 긴장한 듯 물었다."저기… 아침 식사는 하였나요?""아직이야."남자가 차갑게 몇 마디 내뱉었다."네가 가서 차려봐."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녀는 평소 일을 많이 하던 탓이라 손이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쌀죽 한 가마에 계란전도 부쳤고, 장조림도 한 그릇 담아 구현수 앞에 차려놓았다.구현수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마음속 어딘가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구현수는 소고기 한 조각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가져다 놓았다.강서연은 어리둥절하며 사양하려다가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말을 멈췄다."많이 먹어, 너무 말랐어!""네..."그녀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사실 그녀는 구현수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젯밤 일에 대하여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신혼부부 사이에 당연한 일을 가지고 마치 그가 강요라도 한 것처럼 행동한 것에 대하여 말이다.또한, 그녀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관하여 묻고 싶었다. 이제 부부가 된 이상 함께 앞날을 계획하는 것은 응당하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무슨 수입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거 깨끗이 세탁하였으니 절대 문제없을 거예요!""아이고, 세탁했다고요?"점원은 차갑게 비웃었다."하루만 빌리고 왜 세탁했어요? 결혼용으로 빌린 거 아니에요? 설마 입고 농사지으러 간 건 아니겠죠?"낯가죽이 얇은 강서연은 점원의 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녀가 결혼하던 날의 상황은 농사짓는 것보다 별로 더 낫지는 않았다. 큰비를 맞으며 진흙탕 시골길을 걸었고, 새하얀 웨딩드레스도, 웨딩 신발도 모두 더러워졌으며 발도 다 까지고 말았다.점원은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이따금 그녀에게 불쾌하다는 눈길을 보냈다."서연 씨, 이런 웨딩드레스는 세탁하더라도 손빨래가 아닌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해요! 드라이클리닝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점원은 강서연의 성격이 만만한 것을 보고 일부러 그녀를 조롱했다. "어휴, 우리가 이 가게를 연 이후로 웨딩드레스를 팔기만 하였지 이렇게 임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쯧쯧, 웨딩드레스 한 벌도 못 사면서 무슨 결혼을 해요?""웨딩드레스를 사지 못하면 결혼을 못 한다... 이게 어느 법률에라도 적혀있어?"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연은 어리둥절하여 돌아섰는데, 구현수가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강서연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껴안으며 점원을 바라보았다."저렇게 '웨딩드레스 대여' 라고 크게 써놓고서, 모두를 눈먼 사람 취급하는 거야?""아니...""게다가 이렇게 스타일도 별로고, 품질도 그저 그런 웨딩드레스를 집에 사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점원은 그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못 사면 못 산다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요? 이렇게 허물 잡는 게 아니라... 저희 가게에는 특별히 디자인된 고급 드레스도 있다고요!"구현수는 홀 정중앙에 있는 웨딩드레스에 눈길이 갔다. 머메이드 핏으로 몸매를 잘 드러내고 은은한 금실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가슴 부위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박혀 있었다.비교적 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