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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육연우는 눈앞의 사람이 하수영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부드러운 소리로 물었다.

“제가 책을 안 가져와서 그러는데... 잠깐 빌려주실 수 있어요?”

하수영이 그녀를 째려보고는 읽고 있던 책을 육연우에게 밀어주었다. 어차피 보고 싶지도 않았으니 상관없었다.

육연우가 웃으며 연신 감사를 표하다가 갑자기 소리쳤다.

“어!”

“왜 그래요? 방해하지 마요!”

“아, 교실을 착각했네요... 죄송해요, 선배님!”

하수영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 학교 학생들은 모두 있는 집안 자식들인데, 보아하니 부잣집 자식들이 모두 똑똑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사람처럼!

교실도 찾지 못하면서 학교는 어떻게 다닌다는 거지?

육연우는 옷자락을 잡고 울상을 지으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하수영은 묘하게 쾌감이 들었다.

다른 사람, 특히는 명문가 자제들이 그녀보다 못한 것을 보는 게 좋았다. 하수영은 몸을 일으켜 팔짱을 끼고는 거만하게 물었다.

“저기, 새로 왔어요?”

육연우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입학 시즌 아닌데 어떻게 온 거에요?”

“저... 전 머리는 나빠도 돈은 있어요. 집에 있는 재산을 관리해야 하는데 부모님은 너무 바빠서... 그냥 아무 대학이나 졸업하고 재산을 상속받으라고... 그런데 입시에서 실패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청강생으로 들어온 거예요.”

육연우는 하수영의 질문을 예상하고 미리 답변을 준비해 왔다. 그녀는 한껏 몰입해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청강생?”

그 말을 들은 하수영의 허영심이 더욱 커졌다. 한낱 청강생이라니! 그녀는 입시를 치르고 정정당당하게 차석으로 입학했다. 수석은 강소아였다.

하수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강소아의 이름을 생각하자 또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눈앞의 재벌 2세는 꽤 순수해 보였다. 이용하기 딱 좋은 모양새였다. 하수영이 종이를 육연우에게 건네며 말했다.

“됐어, 울지 마. 어느 교실인지는 기억해?”

“음... 저... 302호요!”

“여긴 301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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