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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작가: 십일
정은은 오랜만에 손수 무언가를 해보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도겸과 함께했던 지난 몇 년 동안, 옷이나 식사는 스스로 해결했지만, 이런 육체적인 노동은 거의 하지 않았었다. 몇 년 전 도겸이 창업을 시작할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집안 청소만큼은 언제나 청소 아주머니에게 맡겼었다.

페인트 한 통을 다 칠하고 나서 정은은 아픈 허리를 부여잡았다. 몇 년 동안 편안하게 지내왔던 그녀에게는 이런 일이 익숙하지 않았다. 페인트를 더 가져오기 위해 복도로 나가려던 순간, 정은은 너무 서두른 나머지 발로 페인트 통을 차버렸다.

서둘러 페인트를 닦아내기 시작했지만, 이웃집 문 앞에 조금 쏟아져 버렸다. 걸레를 가져와 닦으려던 찰나, 문이 갑자기 열리며 정은은 깜짝 놀라 사과를 하려고 했다. 뜻밖에도 문 앞에는 아는 사람이 서 있었다.

“너도 여기 사는구나?”

“어떻게 여기에 계세요?”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말했다. 조재석은 바닥을 한번 훑어보고, 정은의 뒤편을 살폈다.

“그래서 오늘 이사 온 사람이 너였구나?”

정은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네, 오늘부터 우리 이웃이에요.”

정은의 말에 재석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가 이곳에 사는 이유는 실험실과 학교와 가까워서 편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은이 여기서 산다고? 이곳은 여자 혼자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이곳은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는 곳이었다. 재석이 움직이지 않자, 정은은 그가 페인트로 복도를 더럽힌 것을 신경 쓰는 줄로만 알았다.

“죄송해요. 조금 흘렸어요. 곧 다 치워요.”

정은은 서둘러 페인트를 닦아냈다. 내려갈 때, 재석이 들고 있는 쓰레기를 보고 정은이 말했다.

“마침 내려가는 길인데, 제가 대신 버려드릴까요?”

재석은 거절하지 않았고, 대신 집에서 접이식 사다리를 가져왔다.

“벽을 칠할 거면, 이걸 쓰는 게 편할 거야.”

“고마워요.”

사다리가 있으니 벽 칠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정은은 오전 내내 집안의 낡은 벽을 모두 칠했다.

집은 금세 깔끔해졌고, 새로 산 소파와 테이블로 방을 꾸민 후, 정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집 안은 따뜻한 노란빛 조명 아래 아늑해 보였다. 낡았던 집은 마치 새 집처럼 변해 있었다.

침대에는 정은이 좋아하는 밝은색 순면 침구가 깔려 있었다. 햇볕에 말려 하루 종일 상쾌한 향이 났다. 오후에 사온 식물들이 창가에 줄지어 놓여 있었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흑백 빈백 소파에는 포근한 쿠션이 놓여 있어 독서할 때 기대기에 딱 좋았다. 작지만 완벽한 공간이었다.

[이게 네 새집이야? 꽤 괜찮네.]

영상 통화에서 조수민이 감탄했다.

[너의 손재주는 여전히 뛰어나구나. 예전에 우리 기숙사를 너 혼자서 대대적으로 꾸몄던 실력 그대로구나.]

정은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내가 사는 곳이니까 신경 쓴 것뿐이야.”

[정은아, 네가 생각보다 더 강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 이렇게 빨리 새로운 목표를 찾았구나.]

수민은 새로운 주소를 듣고 이미 눈치챘지만, 말하지 않았다.

“다시 돌아오게 되어 정말 기뻐.”

통화를 끝내고 나서 정은은 잠시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그래도 되돌릴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오후 6시.

바쁜 하루를 보낸 정은은 아직 식사를 하지 못했다. 냉장고에는 토스트와 신선한 야채가 있었다. 시간이 늦어서, 간단히 수프를 끓이고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사다리를 돌려주러 갈 때, 정은은 수프와 샌드위치를 포장해 재석의 집으로 가져갔다. 논문 실험 데이터를 수정하느라 바빴던 재석은 문 두드리는 소리에 서재에서 나와 문을 열었다.

“사다리 고마웠어요. 그리고, 제가 만든 저녁인데, 저녁 안 드셨다면 좀 드세요.”

조명 아래에서, 정은의 눈은 촉촉하게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재석은 잠시 멈칫했다가, 물건을 받아들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방으로 돌아와 데이터를 재조정하고, 이전 실험 결과와 비교하며 계산했다. 모든 작업을 끝마쳤을 때는 이미 밤 8시였다. 배가 매우 고팠던 그는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배달 음식을 주문하려 했는데, 문득 램프 아래 놓여 있던 정은이 준 음식을 발견했다. 샌드위치와 수프는 아직 따뜻했다.

재석은 샌드위치를 집어 한 입 베어 물고 잠시 멈췄다. 베이컨의 향과 신선한 야채, 적당히 익힌 계란의 맛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샌드위치를 다 먹고 수프를 한 입 떠먹자,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 퍼지며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었다.

몇 숟가락을 먹고 나니 속이 편안해졌다. 재석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수프와 샌드위치를 깨끗이 비웠다.

...

밤 10시.

야간 조깅을 마치고 돌아오던 재석은 정은을 만났다. 캐주얼한 옷차림에 머리를 묶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눈에 띄었다.

“산책 나왔어?”

“야간 런닝 뛰세요?”

두 사람은 동시에 말하자 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산책 나왔어요. 겸사겸사 찾을 것도 있고요.”

재석은 걸음을 늦추며 호흡을 조절하고 정은과 나란히 걸었다.

“오늘 저녁 고마워, 맛있었어.”

“저를 두 번이나 도와줬으니, 제가 고맙다는 말을 해야죠.”

두 갈래의 길을 사이에 두고 어린이 공원이 있었고, 근처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재석은 정은의 시선을 따라가며, 여기에서의 생활을 생각해보았다. 도겸의 별장에서는 항상 조용했지만, 이곳은 시끌벅적했다.

“여기 참 시끌벅적하네.”

정은은 도겸과의 조용했던 일상을 떠올리며 말했다. 재석은 그와는 다른 이 활기찬 환경이 정은에게는 어떨지 생각했다.

“아까 후배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교수님이 요즘 집에서 요양 중이시래. 내일 오전 10시에 찾아뵐 건데, 너도 괜찮겠어?”

“내일 10시라고요?”

너무 빨랐다. 순간 정은은 6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교수님을 생각하며 갑자기 두려움이 생겼다.

“문제 있어?”

“아니요, 괜찮아요.”

재석은 정은의 얼굴을 한 번 보고, 감정 변화를 느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재석은 남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집 앞에서 헤어져, 각자 집으로 들어갔다.

정은은 샤워를 마친 후 잠을 청하려 했지만, 한밤중에 내린 비에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 뒤척이며 거의 잠들지 못한 채 밤을 지새웠다.

아침이 되어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친 정은은 재석을 기다렸다.

오전 10시.

정각에 노크 소리가 들리자, 정은은 준비를 마친 채 문을 열었다. 재석은 그녀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가 짧게 말했다.

“가자.”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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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냥이
정 은아 도겸 이같은 싸가지 개쓰레기 그만 잊고 너랑 어울 리는 재석이 만 나자 너가 너무 아까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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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민규 비서가 정은을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정은은 차에서 내려 감사 인사를 한 후, 집으로 바로 올라가지 않고 옆에 있는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20분 후, 정은이 양손 가득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서 재석이 저녁 햇살을 받으며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하늘은 이미 조금 어두워졌지만, 재석의 몸은 주황빛 노을에 감싸여 있었고, 원래도 긴 그림자가 더 길어 보였다. 재석은 다른 곳에 시선을 두지 않고, 마치 어떤 일에 집중한 것처럼 걸어오고 있었다.“오, 또 만나네요.” 정은이 먼저 인사를 건네자, 재석은 고개를 들어 안경을 살짝 밀며 대답했다. “그러네, 또 만났네.”“저녁 먹었어요? 제가 장을 좀 많이 봤는데, 같이 먹을래요?”재석은 본능적으로 거절하려 했지만, 정은의 요리 솜씨를 떠올리며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은의 집은 재석이 처음 방문하는 곳이었다. 앞쪽 발코니에는 튤립이 활짝 피어 있었고, 뒤쪽에는 네모난 어항 안에서 두 마리의 붉은 잉어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흰색 커튼은 저녁 햇살 속에서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고, 체리 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는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 온화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웠다.유리 테이블 위에는 대학원 시험 문제지와 책이 펼쳐져 있었는데, 재석은 한눈에 문제지에 적힌 답이 거의 모두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뭐 마실래요?”“물만 줘.”정은은 재석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고마워.”“오늘 장을 좀 많이 봐서요. 샤부샤부 해 먹기 딱 좋은 재료들이에요.”정은은 장바구니를 열어 다양한 채소와 한 덩이의 소고기, 그리고 손수 만든 미트볼을 꺼냈다. 그리고 집에는 지난번 남겨둔 소고기 뼈가 있었기에, 담백한 소고기 샤부샤부를 만들기에 딱 맞았다.“선택 문제 하나 틀렸어.”재석이 갑자기 말하자 정은의 시선이 재석의 시선을 따라가 오늘 아침에 푼 시험지로 향했다. 그리고 재석이 말하는 문제가 어떤 것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그 문제는 생물학과 물리학의 교차 학문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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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민은 사시미를 좋아해서 신선한 연어와 평소에 자주 먹는 새우 등 해산물을 주문했다. 정은은 차가운 음식을 잘 못 먹기 때문에 라멘과 스시를 시켰다. 라멘 맛은 그저 그랬지만, 재료가 신선한 덕에 먹을 만했다. 수민은 정은이 꽤 잘 먹는 걸 보고 일부러 장난을 쳤다. “이 연어 진짜 신선하고 맛있는데, 한 번 시도해 볼 생각 없어?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자 정은이 웃으며 거절했다. “너도 알잖아, 나는 날 것을 심리적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걸. 그냥 라멘이나 먹을게.” 그 말에 수민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넌 한결같아.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말이야.” 수민은 정은이 좋아하는 것에는 항상 고집 있게 행동한다는 걸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았다. 마찬가지로,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도 항상 그랬다.“그러고 보니, 며칠째 스파를 못 갔더니 손이 거칠어졌어. 요즘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었거든.” 수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 아빠 탓이야. 요즘 자꾸 나 보고 소개팅을 하라고 하셔. 엄마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아빠와 함께 나를 몰아세우고 있어.”“나를 못 먹여 살리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게다가 사촌 오빠도 아직 결혼 안 했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수민이 조재석을 언급하자 정은은 그들이 비록 이웃이지만 각자 바빠서 거의 만날 시간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함께 핫팟을 먹은 후, 삼각김밥을 한 번 가져다준 것 외에는 따로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수민은 정은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스시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그들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그때 너 내 오빠랑 같이 오미선 교수님 만나러 간다고 했잖아, 그 후에는?” 정은은 고개를 숙여 면을 흡입하고 한동안 씹더니 이내 삼키며 말했다. “그게 말이야. 오미선 교수님께서 나를 위한 티오 이미 마련해주셔서, 올해는 반드시 통과해야 해.” 그 말에 수민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최신 챕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03화

    침묵하며 집에 돌아온 재석은 정은을 문앞까지 바래다주었다. 방금 그 이상한 분위기를 떠올리며 그래도 입을 열어 설명했다.“아주머니도 나쁜 분이 아니셔. 그냥 수다 떨기를 좋아하셔서 그래.”‘차라리 설명하지 않는 게 더 낫겠네.’정은은 이렇게 생각했지만 이 일을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날 저녁, 정은은 노동일이 말한대로 연고를 붙이며 발에 물을 조금도 묻히지 않았다. 잠자기 전에 또 노동일이 가르친 대로 허벅지의 관건적인 혈자리를 누르며 안마했다.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연고를 뜯은 후, 정은은 발목을 몇 번 눌렀는데, 뜻밖에도 통증이 정말 사라졌다.그녀는 즉시 뛰쳐나가 옆집 문을 두드렸고, 재석이 나온 순간, 정은은 흥분해하며 말했다.“어르신의 연고가 너무 대단한데요! 하룻밤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부기가 사라졌고, 깡충깡충 뛰어도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말하면서 재석이 믿지 못할까 봐 정은은 정말 깡충깡충 뛰려고 했다.재석은 한숨을 쉬며 정은의 어깨를 잡았다.“응, 난 믿으니까 증명할 필요 없어. 어르신이 말씀하셨잖아, 한동안 오래 서 있을 수 없다고. 발목에 너무 힘 주지 마.”정은은 응답한 다음, 남자의 웃음을 머금은 눈빛을 마주했다. 방금 유치한 자신의 행동을 떠올리며 정은은 갑자기 쑥스러워하더니 코끝을 만졌다.재석은 그녀의 유치한 동작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1월 중순,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맞이했다.전교학생들은 7일 동안 시험을 봐야 했는데, 정은과 같은 경우, 매일 시험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시험이 없을 때 그녀는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었다.드디어 기말고사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시작됐다.그러나 휴가는 정은에게 있어서 큰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여전히 전과 마찬가지로 일찍 나가고 늦게 돌아왔기 때문이다.가장 큰 차이점은 방학한 후에 다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은의 일상은 집과 실험실만 드나드는 것으로 바뀌었다.“정은 언니, 기말고사가 끝나면 이틀 정도 쉬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02화

    정은은 멍해졌다.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심지어 거절할 겨를이 없었고, 남자는 이미 신발을 벗겨줬다.그 다음은 양말...정은은 눈을 드리우며 재석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마치 중요한 실험을 완성하고 있는 듯 표정이 진지했다.이 순간, 정은은 호흡이 멎더니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는 왜 재석이 자신에게 이렇게 잘해주는지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재석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잘 대해주는 것일까?그러나 지금, 정은은 재석이 자신을 대할 때 확실히 남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재석이 아무리 좋고, 아무리 성실해도, 낯선 사람에게 이 지경까지 할 수는 없다.신발과 양말을 벗자, 재석은 노동일의 요구에 따라 조심스럽게 정은의 발목을 잡았다.남자의 손바닥은 약간 차가웠기에, 손끝이 정은의 발등에 닿았을 때 피부가 닿는 곳에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두 사람은 가슴이 두근거렸다.정은의 피부는 섬세하고 매끄러워, 재석은 침을 삼키더니 들끓는 감정을 극력 억제했다.정은은 이게 어떤 느낌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간지럽고 뜨거워서, 마치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지나치게 뜨거운 온도가 도대체 재석의 온도인지, 아니면 자신의 온도인지 몰랐다.그녀는 발을 움츠리고 싶었지만, 노동일의 말에 또 억지로 참았다.두 사람의 표정이 너무 이상해서 한쪽에서 약재를 체크하던 아주머니조차도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오늘은 정말 희한하네. 재석이가 주사를 무서워하지 않다니?”전에 재석이 강서원을 데리고 왔을 때, 침을 보기만 하면 멀리 떨어져 나갔다.보면 볼수록 괴로워, 심지어 쓰러질 수도 있었다.‘그런데 오늘은...’“역시! 여자친구랑 같이 오니 다르긴 다르구나! 하하...”아주머니는 친절하게 웃었다.정은은 움직일 수도, 입을 열 수도 없어 못 들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재석은 어색하게 기침을 하며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노동일은 눈치를 살피다가 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01화

    침을 놓을 때, 노동일은 큰 손을 휘두르며 천을 폈고, 안에 크기가 다른 은침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정은은 두피가 저렸다.“시, 시작한 거예요?”“음.”“어디를 찔러야 하는 거죠?”노동일은 정은의 머리를 가리켰다.“여기.”정은은 영문을 몰랐다.“발목을 다쳤는데 왜 머리를 찌르는 거죠?”그녀는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이다.“상처를 누르자마자 아픈 이유는 멍이 흩어지지 않기 때문이야. 그러나 머리에는 몇 군데의 큰 혈자리가 있어 근육을 풀 수 있지. 이렇게 이해하면 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앙 제어 시스템을 치료하는 거지.”그리고 뇌가 바로 이 중앙 제어 시스템이었다.“준비됐나? 그럼 시작한다...”노동일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바늘을 뽑았다.정은은 무서워서 무언가를 잡으려고 했다.마침 이때 재석은 자신의 손을 건네주었고, 그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단번에 잡았다.“긴장 풀어, 겁먹지 마, 금방 다 될 거야.” 노동일의 목소리는 가벼워서 사람의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정은은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감았다.그녀가 조심스럽게 통증을 기다리고 있을 때, 머리는 마치 개미에게 물린 것처럼 따끔했다. 한순간의 아픔이 지나가자, 다른 이상은 없었다.“좋아, 첫 번째 침을 이미 놓았어.”정은이 눈을 뜨려고 하자 노동일은 얼른 막았다.“급해하지 마. 아직 몇 개 더 남았으니까 지금 움직일 수 없어.”정은은 이 말을 듣고, 이상한 느낌을 꾹 참으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다른 감각이 무척 예민해졌다.정은은 약간 긴장하여 주먹을 쥐고 싶었지만, 남자의 따뜻한 손을 꽉 잡았다. 이어서 귓가에 노동일의 자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긴장하지 마, 그래, 그렇지... 사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섭지 안존하?”어르신의 목소리는 정은의 긴장된 정서를 완화시켰고, 곧 그녀는 마음이 편해졌다.“아직 심하게 움직일 수는 없지만, 천천히 눈을 뜰 수 있어.”정은은 속눈썹을 가볍게 떨었고, 눈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00화

    “근골을 다쳤으니 적어도 3개월 이상 휴양하셔야 돼요. 비록 뼈를 다치지 않았지만, 발목을 삐었잖아요.”“지금은 이미 부기가 가라앉았지만, 안의 근육이며 근막은 여전히 영향을 좀 받았을 거예요. 아주 긴 회복 과정이 필요하니까 오직 시간에 맡길 수밖에 없어요.”재석은 생각에 잠겼다.“한의학에 의지하는 건요?”“그럴 시간이 있으시면 당연히 좋죠. 그러나 그것도 보조 작용일 뿐이고, 제일 좋기는 휴양을 하셔야 돼요.”병원을 나서자, 재석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나랑 어디 좀 가자.”“네?”20분 후, 차가 길가에 세워졌다.재석은 정은을 데리고 길을 건너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이리저리 빙빙 돌다가 결국 고풍스러운 한의원 앞에 멈춰 섰다.“한의원이요?” 정은은 고개를 들어 무슨 나무로 만들었는지 모르는 간판을 보았다. 까맣지만 아주 밝은 간판이 높이 걸려 있었다.재석은 익숙하게 안으로 들어섰다.“노 선생님?”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노 선생님, 계세요?”“그래...”커튼을 젖히자, 안방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나왔다. 수염이 길고,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으며 앞치마까지 매고 있었다. 티비에서 나오는 한의사와 똑같았다.“이 자식, 왜 이제야 날 보러 온 거야? 들어오자마자 호들갑을 떨다니. 뒤뜰에서 약을 찧고 있었는데도 네 목소리가 들렸어! 어? 오늘은 혼자 온 게 아니네? 여자아이까지 데리고 왔다니?!”어르신은 눈에서 빛을 발했다.재석은 재빨리 두 사람을 소개했다.정은은 그제야 어르신의 성이 노 씨이고, 연세가 이미 90세이며, 제일병원에서 영광스럽게 퇴직한 후, 심심해서 이 작은 골목에 한의원을 차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에 와서 병을 보려면 돈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었다.어르신은 일주일에 3일만 진료를 하는데, 매일 오전밖에 나오지 않았다.지금 이미 오후 2시였고, 진료를 중단했기 때문에 이렇게 조용했던 것이다.오전에 오면 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였다.“젊은 아가씨,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99화

    재석은 그게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도 문을 닫으려 했기 때문이다.“아니... 이게 뭐하는 짓이야?” 강서원은 문고리를 덥석 잡았다.재석은 영문을 몰랐다.“지금 집에 돌아가시려는 거 아니었어요?”“나 아직 안 갔는데 왜 문을 닫아?!”강서원은 아주 큰 목소리로 말했는데, 재석에게 질문하고 있는지, 아니면 정은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지 몰랐다.재석은 어리둥절했다.“이미 밖으로 나오셨잖아요? 문을 닫지 않으면 집안이 싸늘해질 거예요.”강서원은 말문이 막혔다.“돌아가는 길에 기사님에게 좀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세요. 최근에 눈이 와서 길이 많이 미끄러우니까요.”말을 마치고 가방을 그녀에게 건네준 다음, 재석은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갔다.강서원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두 사람 어쩜 이리도 버릇이 없는 거야! 내 아들은 더 심하잖아! 아이고, 내가 괜히 이 아이를 낳았어!’...정은은 발이 다 나았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병원에 가서 재검사를 받으려 했다.가방을 정리하고 문을 나서자마자 재석을 만났다.“어디 가?”“재검사 좀 받으려고요.”두 사람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 길을 건넜고, 정은은 주차장에 가서 차를 운전했다.방금 뽑은 차라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거리를 나올 때 하마터면 옆에 있는 차와 긁힐 뻔했다.다행히 재석이 제때에 일깨워주었다.어제 차를 사고 돌아올 때, 정은은 잠시 운전한 다음, 재석이 운전했다. 주차장에 들어와 차를 세우는 것도 재석이 도와주었다.정은은 운전석에 앉아 어색하게 코를 만졌다.“난 운전면허를 딴 후 별로 운전해 본 적이 없어서요.”재석은 서둘러 자신의 차를 잠그며 돌아서 조수석 문을 열었다.정은은 영문을 몰랐다.“너 지금 운전에 그리 숙련되지 않으니, 혼자 운전하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 내가 너와 함께 병원에 가 줄게. 네 코치해줄 겸 말이야.”정은은 정말 마음이 움직였다.혼자서 운전하는 것은 확실히 마음이 든든하지 않았고, 만약 누군가 옆에서 지켜보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98화

    강서원은 정은도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와 재석이 뜻밖에도 이웃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어쩐지 집에 여자가 다녀온 흔적이 없더라니... 이렇게 가까운 이상, 언제 어디서나 동거할 수 있잖아. 심지어 문을 열고 이 여자의 집에 와서 데이트를 할 수 있고. 그러니 또 무슨 단서가 있겠어?’여기까지 생각하자, 강서원은 정은을 살펴보았다.위에서 아래로, 머리부터 발까지.강서원이 마음의 준비가 좀 있었다면, 정은은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재석 집에서 나온 이 여사는 바로 전에 그녀의 다례 수업을 듣고, 심지어 복도에서 우연히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던 귀부인이었다.‘선배님과 무슨 사이이시지?’바로 이때, 재석이 방에서 쫓아나왔다.“어머니, 가방 깜박하셨어요.”‘어! 어머니?!’정은은 의혹을 느꼈다.세 사람 모두 침묵했고, 분위기는 갑자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정은은 강서원의 시선이 까다롭고 경계에 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강서원도 눈앞의 이 여자애가 자신을 그리 존경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이 때문에 강서원은 마음속으로 약간의 불만을 느꼈지만, 표정에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재석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는 강서원과 정은이 이미 아는 사이란 것을 몰랐지만, 이렇게 만난 이상, 주동적으로 두 사람을 소개하기 시작했다.“어머니, 이쪽은 제 이웃이자 친구인 소정은이에요.”“정은아, 이분은 내 어머니셔.”강서원은 아들의 말을 듣고 담담하게 정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은 더욱 까다로워졌다.정은은 차분하게 웃으며. 태연자약하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그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강서원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내 아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이상, 미래의 시어머니인 나한테 아부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인사 한 마디만 하면 다냐고? 예쁜 말 좀 하면 안 돼? 다정한 행동은? 그래, 이것들 다 그렇다 쳐도, 나한테 웃어야 하는 거 아니야?’그러나 정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인사할 때 입가가 약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97화

    이때 이미윤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핸드폰을 들고 그 몇 장의 사진을 클릭했다.‘방금 재석이와 함께 있던 그 여자애... 얼마 전에 백화점에서 우리 현빈이와 함께 쇼핑하며 신발을 고르던 그 여자애와 많이 닮은 것 같은데?!’이미윤은 고개를 젓더니 이런 생각이 터무니없다고 느꼈다.‘내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제일 잘 알지. 여태껏 다른 여자를 가지고 놀았으니 어떻게 여자에게 당할 수 있겠어? 말도 안돼... 절대 아닐 거야... 그냥 내가 잘못 본 거야.’...차를 뽑고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갔다.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길 건너편 주차장에 세워야 했다.정은은 차를 샀기 때문에 재석은 그녀에게 주차장에 자리 하나 예약하라고 제안했다.주자장 책임자를 찾아 가격을 협상하고, 또 계약을 체결하니 시간은 이미 한 시간 뒤였다.재석은 정은을 데려다 주고서야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뜨거운 물을 끓이려고 할 때,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그는 주전자를 내려놓고 문을 열었는데, 그 사람이 뜻밖에도 강서원인 것을 보고 눈썹을 치켜세웠다.“어머니께서 여긴 어쩐 일이시죠?”“왜? 난 오면 안 되는 거야? 너 집에 다른 사람 숨겼어? 아니면 무슨 비밀이라도 있어? 내가 알면 안 되는 거야?”강서원은 말하면서 재석을 밀치더니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뭐라도 발견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집에 정말 재석 혼자밖에 없을 줄이야.재석은 이런 강서원을 보며 바로 깨달았다.“어머니, 오늘 도대체 뭐 하러 오셨어요?” 그는 말투가 갑자기 무거워지더니 왠지 모를 압박감을 주었다.강서원은 몸이 굳어졌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에헴! 요 며칠 많이 추워졌잖아. 난 네가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걱정이 돼서 찾아온 거야.”말하면서 강서원은 거실 한가운데로 걸어가더니 내색하지 않고 집안을 훑어보기 시작했다.거실은 깨끗했고 여자가 남긴 흔적이 조금도 없었다.식탁 위의 컵도 모두 하나밖에 없었는데, 립스틱 자국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욕실 안의 수건조차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96화

    정은이 차를 고를 때, 재석은 말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줄곧 그녀의 곁에 있어줬고, 만약 정은이 어떤 문제를 홀시했다면, 재석은 또 적시에 입을 열어 일깨워주었다.‘일반 친구가 이 정도까지 도울 수 있다고?’게다가 문에 들어서면서부터 남자의 눈빛은 줄곧 정은에게 떨어졌다. 눈에 비친 집중과 애정은 도저히 가짜 같지가 않았다.‘내가 전에 만났던 신혼부부들과 똑같잖아? 신혼이 아니더라도 커플인 게 틀림없어!’그래서 점원이 그런 질문을 했던 것이다.정은은 이런 오해를 직면한 게 처음이 아니었다. 그녀는 재석의 표정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손을 흔들었다.“그런 거 아니에요.”점원은 얼른 사과했다.재석은 말을 하지 않았고, 정은을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다.점원은 영문을 몰랐다.‘이래도 커플이 아니라고?’...길 건너편에서, 이미윤은 쇼핑하러 나왔는데 갑자기 차를 정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차 매장에 들렀다.매장에서 나올 때 뜻밖에도 아는 사람을 보았다니.그녀는 모자를 들더니 눈을 깜빡이며 다시 한번 확인했다.‘역시, 서원이 아들 재석이잖아!’재석의 옆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는데, 이미윤은 그 여자의 옆모습이 아주 낯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대체 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눈알을 굴리며 이미윤은 핸드폰을 꺼내 두 사람의 뒷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곧바로 강서원에게 보냈다.[서원아, 이거 재석 맞지?][얘 여자친구 사귀었어?]...미용실에서, 강서원은 이 문자를 보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마스크팩이 몸에 떨어져도 상관하지 않았다.그녀는 즉시 이미윤에게 구체적인 위치를 물었다.상대방은 빠르게 주소를 보냈다.“강 부인, 지금 무슨 일 생겼어요?” 같이 온 몇 명의 귀부인은 강서원 때문에 놀라 잇달아 입을 열어 물었다.“괜찮아요.”강서원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작은 문제가 좀 생겨서요.”만약 그녀가 이 말을 할 때 이를 갈지 않았다면, 귀부인들은 바로 믿었을 것이다.강서원은 담요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95화

    “부탁은 무슨. 좋아하는 차 종류 있어?”정은은 특별한 요구가 없었다.“그냥 쉽게 운전할 수 있으면 돼요.”“그럼 승용차가 좋을 거야. 승차감과 조종성 모두 SUV보다 좋거든. 다만 공간이 많이 좁을 거야. 가족 여행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단지 편리하게 출퇴근을 하고 싶다면, 승용차는 확실히 좋은 선택이야.”“좋아요.” 정은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브랜드는?” 남자가 다시 물었다. “선호하는 브랜드 있어?”“아니요.” 정은은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난 G국의 차를 좋아해요.”재석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그럼 예산은?”“얼마든 상관없어요.”두 사람은 먼저 근처에 있는 폭스바겐 매장에 들어섰다.문에 들어서자마자 점원이 웃으며 맞이했다.“두 분은 어떤 차를 보고 싶으세요? 제가 두 분께 소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재석이 말했다.“기름을 절약하고 운전하기 쉬운 승용차요. 추천 좀 해주실래요?”“그럼 이건 어떠신가요...”점원은 그들을 데리고 한 부스로 갔다.“이건 올해 새로 나온 신형 티구안 L인데, 공간이 클 뿐만 아니라 외관도 패기가 넘칩니다...”재석은 눈썹을 찡그렸다.정은도 영문을 몰랐다.승용차를 원하다고 했지만, 점원은 오히려 SUV를 보여줬다.뒤에 또 몇 대를 추천했는데, 예외 없이 모두 SUV였다.재석은 입을 열어 주의를 주었다.“저기, 저희는 승용차를 원하는데.”“SUV가 승용차보다 더 멋있지 않습니까? 신분과 지위가 있는 남자들은 모두 SUV를 선택하잖습니까. 이 전조등, 이 엔진 좀 보세요...”재석은 그의 말을 끊었다.“제가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여사님이 운전하는 거예요.”“아이고, 그래도 한 가정에서 대부분 남자가 운전을 하지 않습니까? 여자한테 사준다고 해놓고 결국 운전하는 건 다 우리 남자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남자가 좋아하는...”재석은 어이가 없어 고개를 돌려 정은을 보았다.“다른 매장으로 갈까?”“네! 나도 벌써 가고 싶었어요.”이 점원은 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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