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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재석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물리학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 나름의 속도와 경로를 가지고 있으며, 당신이 멈추라고 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자 고승찬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한번 말해본 것뿐입니다.”

두 사람은 화기애애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헤어졌다. 재석이 돌아섰을 때, 정은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네, 이웃.”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은은 아까의 일을 피하려는 듯 가볍게 대화를 이어갔다.

“지난번 도움 주신 덕분에, 요 며칠간 문제 풀이가 순조로웠어요.”

그러자 재석이 겸손하게 말했다.

“그건 네가 잘 이해한 덕분이야. 오미선 교수님께는 다녀왔어?”

정은은 손을 뒤로 잡고, 발밑의 돌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다.

“아뇨, 몇 번 전화만 했어요. 오미선 교수님 건강이 많이 회복되어서 곧 학교에 돌아오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오미선 교수님은 항상 자신의 교육 업무에 책임감을 가지고 계셔서, 이 며칠 쉬는 것도 아마 답답하실 거야.”

해가 점점 저물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 균형을 잡지 못해 흔들거렸다.

정은은 마침 고르지 않은 돌판을 밟아 비틀거렸고, 균형을 잡지 못해 자전거와 부딪칠 뻔했다.

순간적으로 재석은 정은의 가느다란 손목을 붙잡고는, 조금 힘을 주어 정은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덕분에 정은은 자전거와 충돌하지 않고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괜찮아?”

재석의 따뜻한 손이 옷소매 너머로 정은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다. 여름옷은 얇았기에 따뜻한 온기는 곧바로 전해졌고, 정은의 귀는 순간적으로 뜨거워졌다.

“괜찮아요, 고마워요.”

두 사람은 너무 가까이 있었다. 호흡이 닿을 듯 가까웠다. 이 사실을 인지한 정은은 반 발짝 뒤로 물러섰다. 재석도 그제야 깨닫고, 손을 놓았다. 그 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집까지 걸어갔다.

이윽고 집에 도착하자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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