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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현빈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방금 막 따온 부르고뉴 와인이야, 한잔할래?”

현빈은 잔에 반을 따라 강도겸에게 건넸다. 도겸은 잔을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괜찮네.”

도겸은 잠시 망설이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아까 정은이도 여기 있다더니, 왜 안 보이지?”

현빈은 와인잔을 흔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설마 정은 씨 보러 일부러 온 건 아니지?”

도겸은 약간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웃기지 마. 그냥 술이나 마시려고 들른 것뿐이야. 우연히 마주치면 물어볼 수도 있지, 그게 뭐라고.”

현빈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쳤어. 그냥 술 한잔하러 온 것 같은데, 아마 지금쯤 돌아갔을걸?”

도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한결 풀어진 듯했다.

‘역시 정은은 이런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구나.’

그러자 도겸도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먼저 가볼게. 오늘 술값은 내 앞으로 해둬.”

현빈은 도겸의 뒷모습을 보며, 눈빛이 약간 깊어졌다. 그러고는 나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미안하다, 친구야.”

...

조수민과 소정은은 개인실에서 한 시간도 채 머물지 않았지만, 수민은 술 반병을 마시고는 정신을 잃고 잠들어버렸다. 정은도 술을 마셔 운전할 수 없었기에, 결국 대리운전을 불러 수민을 아파트에 데려다주고, 본인은 택시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갑자기 큰 비가 내렸고, 너무 늦은 시간이라 택시는 골목 입구에 정은을 내려주었다. 정은은 우산도 가져오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 그칠지 모를 비를 맞으면서라도 집에 달려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정은아!”

뒤에서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가 정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뒤돌아보니 조재석이 우산을 들고 빗속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비 맞으면서 갈 생각이었어?”

오늘 재석은 셔츠 대신 조금 더 캐주얼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 평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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