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임운기 씨 맞으시죠? 전 한화은행의 직원입니다. 최근 임운기 씨께서 돈세탁 또는 불법 거래에 참여하신 혐의가 있으셔서, 저희 은행에서 발급받으신 카드가 동결될 예정입니다.]이 말을 들은 운기는 심장에 칼이 꽂힌 것 같았다.은행 카드에 있던 1조 원은 운기의 마지막 희망이었다.“돈세탁? 지금 장난해요? 전 돈세탁 따위 한적 없어요! 제대로 조사는 해보신 거예요? 당신들이 뭔데 멋대로 제 카드를 동결시켜요?”운기는 전화에 대고 노호하기 시작했다. [저희 은행에서는 법에 따라 조치를 취한 것이니 협조해 주시 길 바랍니다. 조사한 결과 이상이 없으시다면 동결은 해제될 겁니다.]은행 직원이 말했다.“그럼 조사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들어요?”운기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그건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한 달이 걸릴 수도 있고, 1년이 걸릴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오래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건 운에 맡기실 수밖에 없어요.]운기는 더 이상 소리 지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전화를 끊고 바닥에 쪼그리고 앉기만 했다.‘분명 은씨 가문의 짓일 거야!’화정이 파산되었을 때, 운기는 아직 YJ와 1조가 있으니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은씨 가문이 이런 것들에도 손을 댈 줄이야!운기는 이때 갑자기 생각났다. 이전에 화정 빌딩 앞에서 은경수는 그에게 지옥에 떨어지는 맛을 느껴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운기는 그제야 경수의 뜻을 알게 되었다.모든 것을 알아차린 운기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판을 뒤집으려 해도 전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옆에 있던 울프와 소아는, 땅에 쪼그리고 앉은 채 머리를 수그리고 있는 운기를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운기는 엄청나게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그들은 단 한 번도 운기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더욱이, 운기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기에, 마찬가지로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어느덧 저녁이 되었고 날은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쿵!”멀지 않은 곳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호텔 프런트.운기는 신분증을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건넨 후, 주머니를 더듬으며 돈을 꺼내려고 했다.비록 카드가 동결되었지만 100만 원 정도의 현금은 가지고 있었다.“손님, 죄송합니다만 저희 호텔에는 남는 방이 없습니다.”프런트 아가씨는 신분증을 운기에게 돌려주었다.“남는 방이 없다고요? 방금 제가 물어볼 때는 방이 많이 남아있다고 하지 않았나요?”운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때 옆에 앉아있던 부장이 일어나서 말했다.“손님,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은씨 그룹에서 이미 부근 지역에 통보를 내렸어요. 손님을 받아들인다면 자희 호텔은 분명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될 겁니다.”“은경수, 이렇게 나온다는 거지?”운기는 이를 악물며 넘쳐 오르는 화를 억눌렀다.운기는 분명 경수의 짓일 거라고 확신했다. 게다가 경수가 왜 자신을 잡아넣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은경수 그 자식은 분명 내가 지금처럼 초라한 모습으로 지내길 바랐던 거야! 지낼 곳조차 없이 거리를 나도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엄청 기뻐하겠네.’“손님, 저희는 단지 호텔을 위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이만 나가주시면 안 될까요?”“그럼 이렇게 합시다. 전 나갈 테니 이 두 사람은 이곳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시죠.”운기가 말했다.운기는 지금처럼 광풍과 폭우가 몰아치고 있는 상황에, 울프와 소아마저 노숙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특히 소아처럼 어린 여자아이를 절대로 자신 때문에 고생시킬 순 없다.“이건.”부장은 망설이는 눈치였다.“이건 100만 원이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전부이니 제발 부탁드릴 게요.”운기가 부탁했다.“그래요. 은씨 가문은 손님만 들이지 말라고 했으니 나머지 두 분이라면 괜찮을 거예요.”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운기가 준 100만 원을 받았다.“운기 도련님, 저도 함께 나갈 거예요! 어디로 가든 전 반드시 함께 할 겁니다!”소아는 운기의 팔을 잡은 채 확고한 말투로 말했다.“소아 씨, 전 지금 빈털터리에요. 이 100만 원은 제 마지막 재산이나 다
비록 운기는 하루빨리 은씨 가문을 이겨 화정을 되살리고 싶었다.하지만 가장 급한 것은 생계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일단 배를 채우고 지낼 만한 곳을 찾아야 한다.방금 소아를 호텔에 들여보내기 위해, 운기는 이미 가지고 있던 100만 원을 전부 써버렸기에 지금은 밥을 먹을 돈조차 없다.“일단 돈부터 좀 빌려봐야겠어.”운기가 중얼거렸다.곧이어 운기는 핸드폰을 꺼내 금도의 사장 몇 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몇 명은 모두 술자리에서 류충재가 소개해 준 사람들이다.운기는 연속 몇 번 걸었지만 결과는 모두 같았다. 전화는 연결되자마자 바로 끊겨버리고 말았다.“지난번 자선 연회에서는 굽신거리던 놈들이, 지금은 화정이 봉쇄되었다고 하나같이 전화를 받지 않다니.”운기는 고개를 저으며 감탄했다.“사업에서 다진 우정은 쉽게 믿어서는 안 되나 봐요.”울프가 말했다.“됐어, 창양시의 사장 몇 명에게 전화해 봐야겠어.”운기는 중얼거리며 그나마 사이가 좋은 사장들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전화를 여러 번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운기는 결국 창양시 상업 연합회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몇 번 울리더니 마침내 연결되었다.‘역시 윤 회장은 다를 줄 알았어.’운기는 마음속으로 감탄하고는 입을 열었다.“윤 회장님, 저 임운기에요. 지금 제 상황이 좀 급해서 그런데, 돈 좀 빌려주실 수 있나요?”[운기 씨, 뭐라고요? 저 지금 외국인데 잘 안 들리네요.]전화에서 윤 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끊겨버리고 말았다. 운기는 전화가 끊기는 소리를 듣자 온몸이 굳어지고 말았다.예전에 윤 회장은 늘 운기에게 아부하느라 바빴다. 운기는 그와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윤 회장마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을 줄은 몰랐다.“역시 이게 현실인가 봐. 울프 네 말이 맞아, 도움 되는 사람이 정말 하나도 없네.”운기는 고개를 저으며 감탄했다.다시 전화를 걸어도 같은 상황이 일어날 것이기에 운기는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았다.유일하게 위로가 된
조영과의 전화를 끊은 뒤, 임청이 전화를 걸어왔다.운기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설마 사촌 누나의 회사도 차압당한 건가?’“여보세요, 사촌 누나.”운기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운기야, 누나 방금 외지에서 보급에 관해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야. 화정이 파산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너네 집으로 찾아갔었는데, 호숫가 별장마저 차압당했더라고, 너 지금 어디야? 안전한 거야?]임청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사촌 누나, 저…….”운기는 약간 울먹거렸다.“전 괜찮아요, 누나네 회사는 어때요?”운기는 이를 악물고 감정을 가다듬었다.[우리 회사는 모두 정상이야. 너 지금 어디야? 내가 차를 몰고 데리러 갈 테니 일단 우리 집에서 지내. 화정은 없어졌어도 분명 다른 방법이 또 있을 테니까, 함께 잘 생각해 보면 될 거야.]이 소식을 듣자 운기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자신과 관련된 모든 회사가 모두 봉쇄되었기 때문이다.임청의 회사는 50%의 주식이 운기의 것이기에, 이마저도 차압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누나, 절대로 절 찾아와서는 안 돼요. 지금 제 명의로 된 모든 회사가 차압당했는데, 누나네 회사가 차압당하지 않은 건 아마 은경수가 모르고 놓친 걸 거예요. 지금 절 만나러 온다면 괜히 불통이 튈 거예요.”운기가 정중히 말했다.운기가 만약 임청의 집에 들어서게 된다면, 임청의 회사가 분명 파급을 받아 언제 파산될지 모를 것이다.‘조윤 그룹이 나 때문에 파산된 이상, 누나 회사도 파산되게 만들 수는 없어.’[그럼 지금 네 상황은 어때? 지낼 곳은 있어? 안전하긴 한 거야?]임청은 걱정스럽게 물었다.“누나, 전 지금 호텔에서 지내고 있으니 엄청 안전해요. 제 걱정은 넣어두시고, 디지털 윙크릭스를 발전시키는 게 우선이에요. 누나네 회사가 발전하는 게 저한테 가장 큰 도움이 될 거예요.”운기는 진지하게 말했다.[그래, 내가 도와줄 만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 회사를 버리더라도 널 끝까지 도와줄 거야!]임청이 말했다.
“총이야!”“저 새끼 총 가지고 있어!”거지들은 운기가 손에 든 총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크게 놀랐다.운기는 직접 총을 장전했다.“빵!”운기는 키가 작은 거지의 어깨에 총을 쏘았다.“아악!”키가 작은 거지는 아파서 소리를 질렀고, 옆에 있던 거지들은 깜짝 놀라며 얼른 무릎을 꿇었다.“선생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했어요! 얼마든지 때려도 좋으니 총은 쏘지 말아 주세요!”그들은 연신 용서를 빌었다.“당장 꺼져!”운기가 큰 소리로 말하자 거지들은 키가 작은 거지를 부축하며 재빨리 도망쳤다.거지들이 떠난 후 울프가 큰비 속에서 뛰어왔다.“운이 형, 방금 총 쏜 거예요?”울프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응, 몇 마리의 개들이 달려들었어.”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다행히 이곳엔 불빛이 어두워서 운이 형 얼굴을 똑똑히 보지 못했을 거예요. 얼른 다른 곳으로 가야겠어요. 놈들이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큰일이에요.”울프가 말했다.“그래.”운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울프를 따라 떠났다.두 사람은 결국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운이 형, 이건 빵과 물이에요.”울프가 사 온 빵과 물을 꺼내자 두 사람은 서둘러 먹기 시작했다.울프는 먹으며 운기를 타일렀다.“운이 형, 지금은 중요한 시기니까 이런 일이 생겨도 될수록 참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 만약 은경수가 형이 총을 쏘아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분명 이것을 빌미로 운이 형을 없애 버리려고 할 거예요.” 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점은 운기도 잘 알고 있었지만 방금 너무 화가 났던 것이다.“운이 형, 제가 방금 확인해 봤는데, 제가 그동안 어르신을 따르면서 카드에 총 172억을 저축했더라고요. 이 돈을 전부 형에게 드릴 게요. 판을 뒤집으려면 퍽이나 부족하겠지만 이건 제 전부에요.”울프는 카드 한 장을 꺼냈다.“울프야, 내 카드가 동결되지 않았어도, 네가 1000억을 나한테 준다고 해도 모두 소용없어. 우린 권력이 없으니 화정 그룹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해도 은씨
이 말을 듣자 주국건이 얼른 일어나 말했다.“저 주국건은 평생 은씨 가문에 충성할 겁니다!”은경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임운기를 없애버렸으니 드디어 마음이 편해지네요. 그놈도 운이 참 좋은 편이에요. 오 어르신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놈은 그 자리에서 죽었을 지도 몰라요.”경수가 말했다.“경수 형, 그 자식은 아마 지금쯤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겠죠? 지금 밖에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거지랑 같이 자고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하하.”주준이 웃으며 말했다.주준은 지하 복싱 대회에서 운기와 원수를 졌었기에, 지금 운기의 처지를 보자 기분이 엄청 좋았다.“맞아, 아마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지도 몰라. 몸과 마음이 모두 타들어가기 직전이겠지. 이게 바로 나 은경수한테 덤비는 결과야!” 경수는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일은 모두 독고 가문의 도움 덕분입니다. 다들 함께 제 미래의 며느리인 독고 용미를 위해 짠합시다.”은광덕이 술잔을 높이 들자,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도 분분히 일어나 잔을 든 다음 고개를 들어 마셨다.“여러분 감사합니다.”독고 용미도 술잔을 들어 한 잔 마셨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은 후 말했다.“경수 오빠, 저 취한 것 같아요. 너무 어지러워요.”용미는 경수에게 기대어 있었다. 경수는 자신에게 기대어 있는 용미를 보자 밥맛이 떨어지고 말았다.‘X발, 뚱뚱하고 못생긴 데다가 입 냄새도 이렇게 지독하다고?’은광덕은 얼른 웃으며 경수에게 말했다.“경수야, 용미가 취한 것 같으니 얼른 데리고 윗방으로 올라가.”은광덕은 말을 하면서 경수에게 눈짓을 보냈다.경수는 당연히 은광덕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분명 용미를 제대로 붙잡으라는 것이다.“네.”경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용미를 부축해 위층으로 올라갔다.침실에 들어선 후.“경수 오빠, 저 너무 어지러운데 침대 옆으로 부축해 주시면 안 될까요?”용미는 한 손으로 이마를 가리며 말했다.이 모습을 본 경수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감탄했다
경수는 짙은 가래를 싸고 있는 휴지를 보았다. 아무리 싫어도 그는 억지로 건네받을 수밖에 없었다.이때.“팍!”경수가 건네받은 휴지가 부주의로 찢어지고 말았던 것이다.진한 가래는 순식간에 경수의 손가락에 묻어 끈적거릴 뿐만 아니라, 손에 달라붙어 떨쳐버릴 수도 없었다.“쾅.”경수는 토할 것만 같아 얼른 용미를 밀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우웩! 우웩!”경수는 화장실에서 한바탕 토했는데, 위에 있던 모든 것들을 토한 것만 같았다.결국 경수는 손 세정제로 여러 번 씻고서야 화장실에서 나왔다.“경수 오빠, 왜 그래요? 걱정돼 죽는 줄 알았어요.”용미는 얼른 달려와 물었다.눈앞의 용미를 보자 경수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이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해야 하다니, 앞으로 이 여자와 매일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야겠지? 생각만으로도 죽을 것 같아!’그러나 경수는 이 혼사를 절대 망치지 못했고, 용미를 화나게 만들지도 못했다.원인은 아주 간단했다. 독고 가문이 화정을 없애버린 것처럼 은씨 가문도 쉽게 없애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나, 나 뭔가 음식을 잘못 먹은 것 같아. 몸이 너무 안 좋은 것 같으니 이만 방으로 돌아가서 쉬어야겠어.”“경수 오빠, 가지 마요. 몸이 아프시다면 제가 마사지해줄게요.”용미는 경수를 붙잡았다.“용미야, 나 오늘 정말 몸이 안 좋은 것 같아.”경수는 여전히 도망치려 했다.용미가 아무리 못생겼다고 해도 불을 끄면 그럭저럭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경수 오빠, 이러면 저 화낼 거예요.”용미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경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이때 용미는 이미 경수에게 달려들었다.경수의 악몽도 여기서 시작되었다.……다음 날.밤새 내린 폭우는 간신히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이 짙어 숨이 막힐 정도로 어두웠다.하룻밤의 폭우로 인해 운기는 전혀 잠들지 못했다. 그저 밤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했지만 전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
“할아버지, 저희 이제 어떡해요?”운기가 입을 열었다.류충재를 만난 후 운기의 마음도 많이 진정되었다.류충재가 알고 있는 것이 많으니, 뭔가 판을 뒤집을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운기야, 지금 판을 뒤집는 건 쉽지 않을 거야.”류충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때 마세라티 한 대가 달려왔는데, 운기가 고개를 들어보자 류원해였다.화정 그룹은 비록 망했지만, 경수가 주로 손을 댄 것은 류충재와 운기였다. 그러기에 원해의 개인 명의로 된 차, 집은 모두 남아있었다.“임운기? 네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너만 아니었으면 화정 그룹이 파산되었을 리가 없잖아!”원해는 큰 소리로 외쳤다.운기는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반박하진 않았다.“임운기, 네가 전에 날 회사에서 내쫓은 건 기억나? 지금 네 꼴 보니까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 같네!”원해의 얼굴은 한층 험상궂었다.“그만해!”류충재는 원해를 향해 호통을 쳤다.“할아버지, 왜 아직도 저놈 편을 드시는 거예요?”원해는 매우 불만스러워 보였다.“말해봐, 무슨 일로 온 거야?”류충재가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지금 류씨 가문이 엉망진창이에요. 다들 할아버지께서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고만 있어요!”원해가 말했다. “알았어, 너 먼저 돌아가. 난 만날 사람이 있으니 좀 이따 돌아갈게.”원해가 떠난 후, 류충재는 운기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인애병원으로 향했다.택시비는 자연히 울프가 내게 되었다. 운기와 류충재는 지금 모두 빈털터리기 때문이다.택시 안.“울프야, 결국 네 돈을 쓰게 되다니 정말 부끄럽구나.”류충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애초에 어르신께서 절 유럽에서 구해주셨으니, 전 평생을 다해 은혜를 갚을 겁니다.”류충재는 그 말을 듣자 무척 감동되었다.“외할아버지, 제가 어젯밤에 생각해 보았는데, 지금 저희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권력인 것 같아요.”운기가 말했다.“운기야, 네가 이 점을 깨달았다니 다행이구나. 사실 할아버지도 줄곧 권력이
운기가 정말로 S국 왕자를 죽인다면, 운기는 앞으로 평생 도망치게 될 거다. 결국엔 죽음이 닥친다 해도 운기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운기에게는 남겨진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평생 도망쳐야 할 신세가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신이 죽으면 그들은 또 어떤 상황에 놓일 것인가?이러한 생각에 운기는 손을 풀고, 즉시 계약서를 수정하여 금액을 10조로 고친 후 서명했다.계약서에 서명이 완료되자, S국 왕자는 곧바로 운기의 계좌로 10조를 송금했다. 곧이어 입금 문자가 도착했다.“가자.” 운기는 울프에게 말하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S국 왕자는 운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는 운기를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권총을 꺼내어 운기의 등을 겨누었다.탕! 총성이 울려 퍼졌다.그러나 다시 운기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총에 맞지 않은 듯 멀쩡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S국 왕자와 경호원들은 놀란 나머지 눈을 비볐다. 방금 발사한 총알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지?“총알 찾고 있나? 여기 내 손에 있어.” 운기는 차갑게 웃으며 손가락 사이에 낀 총알을 들어 보였다.“뭐, 뭐라고?” 그들은 운기의 손에 들린 총알을 보고 마치 머릿속이 폭발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곧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죽어!”운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손가락 사이의 총알을 가볍게 던졌다.푹! 총알은 그대로 총을 쏜 경호원의 이마에 박혔고,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너, 너!” S국 왕자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경악했다. 경호원의 시체가 그의 발밑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몸이 떨렸다.“임운기, 네가 감히 내 사람을 죽이다니! 넌 이제 끝장났어!” S국 왕자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운기는 차가운
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임운기, 전혀 예상 못 했지? 결국 최후의 승자는 나야. 아침에 네게 팔라고 했을 때 기회를 주었건만, 결국 벌 받는 길을 택했네.”“S국 왕자, 고작 이 카지노 몇 개 얻었다고 진짜 승리했다고 생각한 거야? 우리 사이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야.”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말했다.“뭐라고? 너 따위가 나와 맞서 싸우겠다고?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S국 왕자는 비웃으며 한 글자 한 글자 강조해 말했다.“바로 이걸로!” 운기는 가볍게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의 힘, 그것이야말로 운기의 진짜 무기였다.“주먹? 하하하! 네가 아직도 조선시대인 줄 아나 보네. 주먹 하나 믿고 싸우겠다니, 정말 웃겨서 말이 안 나오네!” S국 왕자는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말은 됐고, 계약서에 서명이나 해.” 운기는 냉소를 지었다.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임운기, 여기에 아직도 200조가 적혀 있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얼마 낼 생각인데?”S국 왕자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10조?” 운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니, 100원. 그거면 충분하지.”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었다.“뭐? 100원? S국 왕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옆에 있던 울프가 화를 터뜨렸다.운기 역시 얼굴에 분노의 기색이 어렸다. 운기는 이 카지노들을 사기 위해 가진 돈을 모두 쏟아부었고, 빚까지 지고 있었다. 그런데 단돈 100원을 주겠다고?“지나치다니, 주도권은 내게 있잖아? 내가 100원이라도 주겠다고 하는 게 어디야?” S국 왕자는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얘기할 필요도 없겠군.” 운기는 차갑게 말했다.“임운기, 나와 거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울 거야. 내 손에 네 생사가 달려 있거든!” S국 왕자는 비웃으며 경고했다.“그래?” 운기는 앞에 놓인 강철로
운기는 이번 사건을 또렷이 마음에 새겼다.“이번 일은 나와 진 어르신이 전력을 다해 자네 목숨을 지켜낸 셈이야. 하지만 A국의 카지노들은 어쩔 수 없이 넘겨야 할 거야. 이 문제는 S국과의 석유 자원 협력에 관한 일이라 양보할 수가 없네.” 장호동이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장 어르신, 정말 감사드립니다.” 운기가 고마움을 전했다.“내가 자네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당연히 도와야지. 그리고 민서준에 대해서는 걱정 말게. 나와 진 어르신이 힘을 합쳐 천천히 처리할 테니 오래 버티진 못할 걸세.” 장호동이 말했다.“알겠습니다.” 운기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민서준은 운기가 혼자 상대하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러니 그를 장호동과 진성훈에게 맡기는 편이 더 나았다....장호동의 집을 떠난 운기는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그는 울프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사항을 지시했다.운기가 A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울프가 그를 공항에서 맞이했다.두 사람이 만난 후.“울프, 계약서는 준비됐어?” 운기가 물었다.출발하기 전에 이미 울프에게 준비를 지시해 둔 상태였다.“걱정 마세요, 운이 형. 계약서는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잠시 후, 울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카지노를 S국 왕자에게 넘기는 게 맞나요?”“나도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 운기는 고개를 저었다.잠시 침묵을 지킨 뒤,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번은 단지 작은 승리일 뿐이야. 최후의 승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걸 잊지 마. S국 왕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울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전쟁에서의 승패는 늘 왔다 갔다 하는 법이니까요. 이번 작은 승리는 크게 문제될 게 없죠.”“참, 울프야, 내가 S국 왕자 집안 상황을 조사해보라고 했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전화를 끊은 후, 운기는 이번 일에 대해 깊이 생각에 잠겼다.운기는 지금 H국과 M국이 심각하게 대립 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S국과 H국 간의 협력은 매우 중요했다. H국은 S국의 석유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는 두 나라의 깊은 협력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S국이 지닌 석유 매장량은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며, 원래는 M국과 긴밀하게 협력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H국과 손을 잡게 된 것이다.단순히 S국 하나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이 문제는 H국과 M국의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H국이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잃게 된다면 석유 자원 측면에서 약점을 잡히게 되는 상황이었다.반면 운기는, 수사라는 신분을 제외하면 아무런 배경이 없는 상인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이 명확했다.비록 운기가 수사라 해도 지금은 실단에 불과했다. 현대의 무기들은 여전히 그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운기가 빨리 달릴 수 있다 해도 미사일은 피할 수 없다. 초음속 전투기조차도 피할 수 없는 이 미사일을 피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게다가 운기에게는 친구, 가족, 연인이 있다. 그들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기 혼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해도, 그들을 어떻게 지키겠는가?이런 생각에 잠기자 운기는 한없이 무력감을 느꼈다.“아직... 너무 부족해.” 운기는 자신의 두 손을 보며 중얼거렸다.만약 자신이 신단 이상의 강자였다면, 혹은 그 이상의 실력에 도달한 존재였다면, 이러한 상황을 쉽게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이런 문제들은 문제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의 운기에게 있어선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이 일은 오히려 운기의 마음속에 강해지고 싶은 열망을 더욱 불태우게 했다.“좋아,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S국의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A국의 카지노들은 포기하지.” 운기는 속삭이듯 말했다.운기는 H국이 이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를 진심으로 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당장 나랑 가자!” 진수현이 얼굴을 굳히며 호통쳤다.“아버지!” 수정은 발을 구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쪽은 운기, 한쪽은 진수현이었기 그녀는 그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었다.운기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정 씨, 아버님 말씀 들으세요. 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수정은 운기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수정은 진수현을 따라 집을 나섰다.그들이 떠난 후.“운기 오빠, 무슨 큰일이 생긴 거예요?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태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운기의 손을 잡았다.“별일 아니에요.” 운기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니,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 않았지만 아침에 전화가 왔던 S국 왕자의 번호임을 기억해냈다. 그가 운기에게 A국의 카지노를 팔라고 부탁했던 그 번호였다.운기는 잠시 고민한 끝에 전화를 받았다.[임운기, 내가 아침에 말했지? 순순히 팔면 큰돈을 벌 기회라고. 하지만 네가 내 경고를 무시하고 내 실력을 무시했으니 기회를 놓치게 된 거야. 이제 알겠지 내 힘이 어떤지?] S국 왕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거만하게 말했다.“어차피 내 손에 있는 카지노를 원하는 거잖아? 네가 원한 대로 카지노를 넘길테니, 내가 보낸 사람들과 직접 서류 교환하면 되겠지.” 운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니, 난 네가 직접 A국에 와서 나와 거래를 했으면 좋겠는데? 난 네 울상인 표정을 직접 보고 싶거든.] S국 왕자는 웃으며 말했다.“이,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어때?”운기의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일어났다.[왜? 화났어? 하하, 네가 화를 내면 나는 오히려 더 기쁘거든!]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음을 터트렸다.S국 왕자의 웃음소리에 운기는 두 손을 꽉 쥐며 분노로 손이 떨렸다. S국 왕자는 웃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지금 나한테 따질 자격조차 없어. 순순히 A국으로 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운기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수현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S국이 H국에 위협을 주기 시작했어. 목표는 바로 너야!”“뭐라고요?” 운기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최근 H국과 S국은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H국이 S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너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어.” 진수현이 설명했다.운기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진수현의 말을 들으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수현은 계속해서 말했다. “운기야, 우리 아버님과 장호동 어르신께서 너를 지키기 위해 힘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네 안전을 보장할 수밖에 없어. 물론, 네가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넘긴다는 조건이 붙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위험할 거다.”“빌어먹을!” 운기는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밥그릇이 덩달아 흔들리며 떨어졌다.S국 왕자가 이런 수를 쓸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운기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옆에서 수정이 운기의 팔을 살짝 잡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번 일은 운기 씨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이건 운기 씨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에요. 우선은 목숨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요.”운기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수정 씨. 절대 무리하지 않을게요.”진수현도 다시 입을 열었다. “운기야, 네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S국 왕자와 비교하면 신분이나 배경 차이가 어마어마해. 이건 네가 아무리 애써도 메울 수 없는 격차야. 이 점을 명확히 알아차려야 해.”운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수현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분과 S국 왕자의 신분을 비교하면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S국 왕자의 아버지 한마디면, 먼 곳에서도 운기를 완전히 억누를 수 있었다.“운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진수현이 물었다.
운기는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파는 것은 그를 돕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S국 왕자가 자신에게 신세를 진 거라며 아첨을 해도, 운기는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운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하러 갔다.다른 한편, A국.S국 왕자가 머무는 호텔 스위트름.쾅! S국 왕자는 테이블 위에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리치고,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며 방 안에 있던 꽃병과 장식품을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다.“빌어먹을! 이 망할 놈!” S국 왕자는 욕설을 퍼부으며 마음속의 울분을 터뜨렸다.그가 이미 낮은 자세로 운기에게 부탁까지 했지만, 운기는 여전히 거래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그는 더욱 화가 났다. 그리고 200조 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은 애초에 감당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이런 엉터리 같은 조언을 해준 게 문제야! 네가 내 체면만 구겨놓은 거라고!” S국 왕자는 검은 슈트를 입은 경호원을 향해 소리쳤다.“죄송합니다, 왕자님. 보통 사업가는 이익이 우선일 텐데, 설마 그 녀석이 200조를 제안해도 거절할 줄은 몰랐습니다.” 경호원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당장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안 그러면 네 놈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야!” S국 왕자는 경호원을 향해 소리치며 위협했다.경호원은 그 말을 듣자 더더욱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왕자님, 그 녀석은 끝까지 팔지 않을 태세이니 협상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방법으로 왕자님께서 어르신께 연락을 드려 H국을 상대로 위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임운기는 결국 평범한 사람이고 특별한 배경도 없으니, H국은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위해 저희를 도와줄 가능성이 높습니다.”“어쩔 수 없지, 결국 아버지께 부탁을 드리는 수밖에 없겠군.” S국 왕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사실 이번 일로 아버지께 도움을 청하는 것은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분명 아버지는 S국 왕자를 무능하다며 호되게 꾸짖을 것이기 때문이
“왕자님,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왕자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임운기에게서 A국의 카지노를 사들인 후에야 임운기와 등을 돌리고 천천히 처리하시면 됩니다.” 경호원이 조언했다.S국 왕자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내 미래를 위해서 잠시 참아주지.”...한편, 수원.점심 무렵, 운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태나는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운기는 침대 옆에 남겨진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를 집어 들어 읽어보니, 거기에는 귀여운 메시지와 함께 작은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태나가 남긴 것이 분명했다.[자기야, 나 점심 준비하러 내려가 볼게요. 일어나면 꼭 내려와서 밥 먹어요!]운기는 쪽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영 씨는 정말 착한 분이야. 절대 실망시키지 말아야지.”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또 다른 문제는 설아, 정문, 서연, 그리고 조영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였다. 그녀들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줄 거라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스스로도 조금 부끄러웠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니 A국에서 걸려온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운기가 전화를 받자 S국 왕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운기씨죠? 전 S국 왕자입니다. 직접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할 이야기라니? A국 카지노를 사고 싶어서 연락한 거죠?” 운기가 웃으며 물었다. 사실 운기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A국 카지노를 통합하는 문제는 S국 왕자의 명성과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었다. 비록 그가 울프를 통해 답을 전했더라도, 이렇게 다시 연락해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맞습니다, 전 운기 씨가 가지고 계신 카지노 전부를 사고 싶습니다. 가격은 원하시는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저희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해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적이란 없는 법이잖아요, 어쨌든 이익이 우선인 법 아니겠어요?]S국 왕자가 말했다.“일리가 있네요. 음... 그럼 이 정도로 하죠. 200조
게다가 태나가 정말로 목적이 있어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인지 아닌지는,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다. 그런 목적이 있었다 해도, 운기는 손해를 본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첫 경험을 빼앗아 간 셈이니 말이다.“정말이에요?” 태나는 눈물을 닦은 채 밝게 웃으며 맑고 반짝이는 눈으로 운기를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물론이죠. 다만... 저를 싫어하거나 원망하진 않으시죠?” 운기가 조심스레 물었다.“제가 왜 운기 오빠를 싫어하겠어요. 오히려 제가 더 걱정이었어요. 오빠는 대단한 분인데, 저는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라서...” 태나는 스스로가 초라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그런 생각은 하지 마요. 앞으로 아영 씨는 제 여자이고 제가 끝까지 책임질 거예요.” 운기는 그렇게 말하고 태나를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네... 정말 고마워요.” 태나는 운기의 품속에 얼굴을 파묻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태나는 자신이 써먹은 이 ‘밀당’이 위험한 한 수였지만, 결국 성공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제 운기의 여자가 되어 그의 신뢰를 얻기만 하면, 언젠가 YJ신약의 제조법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태나는 그 제조법을 가지고 D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YJ신약을 D국 전역에 판매해 큰돈을 벌 생각이었다. 태나는 그 돈으로 천씨 가문을 인수해, 자신을 무시했던 천태성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녀는 천태성과 천씨 가문 모두에게 자신이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참, 아영 씨에게 솔직히 말할 게 있어요. 사실 저에겐 이미 네 명의 여자친구가 있어요.” 운기는 고백하듯 말했다.“운기 오빠, 저는 오빠의 여자로서 오빠 곁에만 있으면 돼요. 오빠 마음에 제가 조금이라도 자리 잡고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저는 그냥 오빠와의 집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할게요.” 태나는 상냥하게 말했다.목적을 가지고 있는 태나로선 운기에게 거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