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황원.이진희 세 사람은 거실에 앉아 있는데, 저마다 얼굴이 굳어졌다.이진희의 예쁜 얼굴에는 아직도 죄책감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했다.남미숙의 마지막 그 말은 그녀로 하여금 그때 그 일을 떠올리게 하였다.어쩐지 NC 조직이 귀에 익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윤병우 손에 잡혔을 때 율이가 진살부로 화경 강자를 죽였는데, 그 사람이 바로 그 조직이었던 것 같았다.즉, 이 일이 정말로 자기 일가 때문에 일어났단 말일 수도 있다.이때 이원의 휴대폰이 흔들렸다.메시지를 보고 이원의 얼굴에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누나, 자책할 필요 없어요. 이 일은 누나 탓이 아니고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봐라고했어요.”“실은 둘째 삼촌이 NC 조직과 결탁하여 누나네 새 공장 폭파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자기 공장이 폭파되고 만 거예요. 근데 그 공장에 NC 조직의 두목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폭발로 죽고 말았데요. 그래서 NC 조직에서 복수하려고 온 것이고 둘째 삼촌은 스스로 어찌할 역량이 없으니 이씨 가문을 등에 업으려고 한 거고요. 그러다가...”이원은 조사해 낸 경과를 이진희와 서지현에게 들려주었다.당초 코브라가 사람을 데리고 이씨 가문 고택을 찾아간 일, 이무 등 이씨 가문 고수들이 시체를 반납하러 갔지만 모두 죽게 된 일까지.이씨 가문에서 소문낸 적은 없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다.부하에게 자초지종을 알아보라고 하자마자 이러한 정보들을 가지고 온 것이다.“지금 보면 할머니가 NC 조직의 보복을 두려워해서 저를 잡아서 상대방에게 맡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를 통해 NC 조직이 도운시에서 세력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거였죠. 그리고 이것을 카드로 NC 조직과 화해하려고 싶은 마음이었고요.”이원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일을 알아차렸다.“맞는 것 같아.”이진희는 수려한 눈썹을 찌푸리며 말투가 차가웠다.서지현은 이때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세상에! 어떻게 자기 아들 목숨으로 이런 거래를 할 수 있지?”“자기목숨을 지키기 위해 못 할 게
따지고 보면, 흡수하는 영기 농도가 아직 하나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마치 큰 나무에 못을 박았다가 무엇인가에 부딪힌 것처럼.힘이 모자라면 천 번, 만 번을 박아도 소용없다.힘이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힘을 교묘하게 들어야 넘어갈 수 있듯이 말이다.“휴...”“결단 경지 돌파도 이리 어려운데, 그 뒤로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닐까?”아침 해가 막 떠오르는 것을 느끼고 윤도훈은 마침내 눈을 뜨고 마음속으로 탄식을 했다.이때의 그는 그가 지금 이렇게 어려운 것은 전적으로 그가 ‘완벽한 초급 경지’라는 것을 모른다.일단 돌파한 후에는 완전히 다른 광경이 될 것인데.“쯧쯧, 이제 보니 자질이 둔한 것뿐이지, 수련은 꽤 열심히 하네요?”이때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남장을 한 고향기가 방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정원에 앉아 있는 윤도훈을 보고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은 자기도 모르게 경이로운 빛을 번쩍이며 무의식중에 목소리를 내어 당당하게 말했다. 그녀는 어젯밤에 자기 전에 그가 밖에 앉아서 수련하는 걸 보았는데, 아침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설마 하룻밤 내내 수련한 거 아니죠?”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윤도훈은 허허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설마 밤새 훔쳐본 거 아니죠?”“내가 미쳤다고 그쪽 훔쳐보겠어요?”고향기는 그 말을 듣고 냉소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아침을 먹은 후 두 사람은 고연까지 더해져 어제 그곳으로 다시 왔다.오늘 온 사람 수는 어제의 3분의 1도 안 된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랭킹 시련을 포기하고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농담하고 싶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그리고 끝까지 남아 참가를 결심한 이들은 모두 자신이 가진 실력을 어느 정도 믿고 있어서, 최소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보편적인 실력은 초급 경지 후기 이상이다.이때 호씨 가문의 자제가 몇명 있었는데 결단 경지 선배의 안내하에 이미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호정우도 물론 그 속에 있었고.윤도훈 세 사
오전 8시 모일 사람들은 어느새 하나둘씩 경기장으로 모여들었다.백장미 장로와 기타 은둔 세력 대표 심판도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그 외에 백장미 장로 옆에는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머물게 되는 여인이 서 있었다.여인의 정체는 다름이 아닌 허란파의 미녀 소주 백아름이었다.오늘의 백아름은 평소와 다르게 장검을 등에 업고 무술 복장으로 곱게 차려입어 온몸에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드러내고 있다.“오늘의 개인 랭킹 시련에 우리 측의 백아름도 참가할 것입니다. 하지만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절대 생명에 위협가는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백장미 장로가 말했다.모든 이들은 순간 얼굴에 약간 어두운 빛을 드러내기 시작했다.특히 금도문의 임수학과 하씨 가문의 하장풍 두 사람은 더더욱 사색이 되어버렸다.두 사람 모두 결단 초기 실력으로 오늘 이 시련에서 1등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백아름이 시련에 참가하면서 확률은 한껏 떨어짐을 설명하고 있는 바이다.그뿐만 아니라 흑월교의 성자 임시원 얼굴에도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백장미 장로는 기타 주의 사항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지만 별다른 것이 없었다.오늘 진행될 개인 랭킹 시련은 참가 선수들의 염원이 전혀 반응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좋든 말든 마음에 내키든 아니든 하란파에서 조직한 일이니 모든 규칙은 하란파에 속한다는 뜻이다.이윽고 하란파는 이번 시련 참가자에게 주어질 상품을 꺼내놓았다.1등에게는 ‘음혼신검’이라고 하는 보검이 주어질 것이다.검 전체에 눈에 보일 정도로 한기가 가득 돌고 있는 것이 한눈에 봐도 평범하지가 않다.“음혼신검이라고 하는 이 보검은 이미 검령이 나타났으므로 이번 랭킹 1위에게 주어질 상품입니다.”백장미 장로가 보검을 꺼내 들며 말했다.이윽고 옆에 있는 백아름을 바라보았는데 백아름도 그녀를 향해 웃으며 기대에 찬 모습을 드러냈다.빙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이 검은 이미 검령을 지니고 있는 보검으로 모든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어당겼다.무기 하나에
5등 그 뒤로는 그 어떠한 상품도 주어지지 않는다.이때 윤도훈 옆에 서 있는 고향기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꼭 3위안에 들어가고 말 거야! 꼭 하란파에 들어가고 말 거야!’고씨 가문 천재 소녀인 고향기는 멀리 내다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비록 이번에 고씨 가문에서 고대 무술 세가 자격을 지키긴 했지만 앞으로 진행될 청황 대회에서도 이처럼 운이 좋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게다가 앞으로 있게 될 청황 대회에서 그 주최자가 은둔 오씨 가문이라면 고씨 가문은 구석으로 몰린 쥐가 되는 셈이다.만약 이번에 하란파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란파의 제자가 된다면 고씨 가문도 은둔 세력을 등에 업은 셈이 되는 것이다.은둔 오씨 가문과 고대 무술 오씨 가문에서 고씨 가문을 상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면 쉽사리 덤비지 못할 것이다.앞선 3등 만이 하란파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고 하는데 실은 2등과 3등만 놓고 하는 말이다.백아름이 1등이라는 것은 시합을 하기도 전에 모든 이들이 알 수 있는 바이기 때문이다.즉 고향기는 2등과 3등을 다투어야 한다는 말이다.백아름을 제외하고서 이번 시련에 참가한 임수학과 하장풍은 결단 강자이므로 고향기는 희망이 아주 미미해 보인다.“넌?”고향기는 고개를 돌려 윤도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물어보면서 두 눈에는 경멸과 대수롭지 않음이 가득했다.그녀에게 있어서 윤도훈은 참가한다고 해도 별다른 이변을 일으킬 수 없는 아무개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윤도훈은 무대 위에서 반짝이고 있는 빙하용철검을 바라보며 두 눈을 반짝였다.“나? 적어도 2등은 해야 하지 않겠어?”그 말을 듣고서 고향기는 흠칫거리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고도훈, 너 꽤 유머스러한 사람이었구나?”“그래?”윤도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자, 선수분들 저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신약 골짜기로 들어가기 전에 그 어떠한 소란과 싸움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미리 경고하는 바이니 규칙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백장미 장로가 말하면서 무대에서 뛰어
백장미 장로의 말을 듣고서도 단 한 명도 뒤돌아서지 않았다.시련에 참가하겠다고 온 만큼 그 정도의 각오는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게다가 참가자들의 시력은 모두 초급 경지 후기 이상이다.젊은 나이에 이러한 경지가 될 수 있었다는 건 그만큼 의지도 굳건하고 마음도 독하다는 것을 설명한다.즉 다시 말해서 말 몇 마디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지의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며 물러설 사람들이 아니란 말이다.백장미는 이러한 상황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모든 이들에 무슨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개자 주머니를 주며 선수들에게 각자 얻어낸 천재지보를 담으라고 했다.개자 주머니를 건네받은 윤도훈은 은둔 문패인 하란파에 좋은 물건이 많다며 내심 감탄했다.개자 주머니 안에는 부피 면적은 2 정도 되어 보였다.이윽고 백장미 장로가 부르는 이름 순서에 따라 선수들이 광막을 넘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윤도훈의 이름이 불렸고 그는 한걸음에 광막을 넘어 버렸다.순간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약간 들더니 곧장 눈앞이 어지러워졌다.다시 두 눈을 떠보니 눈앞의 광경은 이미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짙은 하얀 안개만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아무리 앞을 내다보려고 눈을 가늘게 떠 보아도 운에 들어오는 건 온통 하얀 안개뿐이었다.은은하게 지금 산기슭에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앞으로 얼마나 더 내다보니 은은하게 검은 그림자 하나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보였는데 산봉우리와 같았다.윤도훈은 탐스럽게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영기가 아주 짙구나. 이 하얀 안개들은 천지영기로 만들어진 걸까?’‘안타깝게도 고향 마을 영청 속의 영기에 비해서는 짙은 편이 아니라 경지를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살짝 안타까워하더니 윤도훈은 어느 한 방향을 선택하여 신중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백장미 장로가 말했듯이 이 골짜기에 들어선 뒤로 그 어떠한 싸움도 살해도 모두 한계를 받지 않게 되어 있다.다른 선수들이 안겨다주는 위협외에 윤도훈은 아직 이곳
“생각만으로도 짜릿하고 속이 다 시원한데? 하하.”말하면서 전봇대 청년은 다소 포악한 모습으로 덧붙였다.“근데 훈아, 미리 하는 말인데, 저 오채련은 내가 먼저 발견한 거다.”전봇대 청년은 그전까지만 해도 오훈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공손을 다했었다.오훈과 오적 친형제는 초급 경지 후기로 모든 일을 함께 했었기때문에 자른 오씨 가문 제자들은 감히 그들에게 미움을 살 수 없었던 것이다.하지만 오적이 죽고 오훈 하나만 남게 되었으니 그 모든 위장이 벗겨지게 되었다.하물며 어제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오산에게 욕까지 먹게 되었으니 오씨 가문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공손을 표할 리가 더더욱 없게 된 것이다.심지어 그동안 받았던 굴욕을 곱씹으며 암암리에 고소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전봇대 청년은 초급 경지 후기 강자로 오훈에 대해 그 어떠한 두려움도 없게 되었다.언행이나 호칭으로부터도 이미 그의 태도를 보아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오훈은 두 눈이 어두워졌으나 곧장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지. 네가 먼저 찾았으니 당연히 네가 가져야 해.”말하면서 그는 윤도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고도훈 저놈만 죽여준다면, 우리 동생 복수만 도와준다면 난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어. 여기로 들어오게 된 목적도 저놈을 죽이기 위해서야. 꼭 죽이고 말 거야.”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그만 참지 못하고 콧방귀를 뀌었다.“날 죽이려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전봇대 청년이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훈아, 네가 그동안 실력이 죽긴 죽었나 봐? 초급 중기밖에 안 되는 놈을 죽이는데 내 도움이 필요한 거야? 너도 네 동생도 어쩜 그렇게 쓰레기니?”오훈은 그 말을 듣고서 눈빛이 바로 달라졌다.“네가 생각하는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저놈 결단 강자 공격까지 견뎌냈어.”“그래서 뭐? 견뎌냈으면 뭐?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는 지 한 번 해볼까?”전봇대 청년은 차갑게 웃으며 윤도훈을 바라보는 두 눈에는 경멸이 가득했다.“그래!
윤도훈은 오훈을 바라보며 한동안 표정이 변화무쌍했다.‘설마 오채련 하나 가지고 배신 때리는 건 아니겠지?’바로 이때 오훈이 차가운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고도훈, 겁 먹을 필요 없어. 너 안 죽여.”‘뭐? 네가 죽이고 싶다고 하여 쉽게 죽일 수 있는 내가 아닌데...’윤도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죽이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이지?”“네 동생 복수는 어떻게 하고?”오훈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복수 같은 거 할 필요 없는 것 같아. 적이가 너 때문에 죽은 건 사실이지만 자기 실력이 그러하니 뭐 어떻게 할 수 없잖아. 바보 같은 놈! 가문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 버리다니!”“죽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한테 알려줄 정보 하나도 있어. 이번 개인 시련이 끝나는 대로 너도 그 고수라도 하는 녀석도 조심해야 할 거야. 특히 너! 은둔 오씨 가문의 청송 장로가 널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했거든. 어쩌면 하란파 떠나자마자 너한테 손 쓸지도 몰라. 그 노인 실력은 금단 경지 이상이고.”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눈빛이 확 달라지더니 의혹이 점점 커졌다.‘이건 또 뭐지?’‘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대체 왜 저러는 거야?’“나한테 알려주는 목적이 뭔데?”윤도훈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오훈의 얼굴에는 비분과 분노의 기색이 가득했다.“그 어떠한 목적도 없어. 오씨 가문과 은둔 오씨 가문 엿 먹일 수만 있다면 그게 뭐든 하기로 했거든.”“믿든지 말든지 그건 네가 알아서 판단하도록 해.”말을 마치고 오훈은 몸을 돌려 떠났다.윤도훈과 오채련을 빼앗을 생각 따위는 전혀 없는 모습으로.오훈이 떠난 뒤로 윤도훈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한참 동안이나 생각했다.‘대체 뭐지? 오씨 가문이랑 틀어진 거야?’‘아니면 이 또한 또 다른 음모인가?’‘몰라 몰라! 그게 뭐든 나만 조심하면 그만이야!’‘그래도 좀 조심하는 게 좋겠어. 금단 이상의 강자가 날 죽이려고 한다면 그건 좀 번거로울 수도 있잖아.’윤도훈은 속으로 다짐하며 얼굴에 어
세 사람은 두말하지 않고 윤도훈의 주머니를 빼앗으며 심지어 그를 죽이려고 했다.같은 마음으로 힘을 합쳤지만, 별다른 이변없이 바로 윤도훈 앞에 무릎을 꿇게 된 것이다.윤도훈은 무려 결단 초기 강자인 귀대성을 죽인 인물이다.그 말인즉슨 초급밖에 안 되는 세 사람은 그에게 쨉도 안 된다는 것이다.“너... 초급 중기 아니잖아...”숨이 간당간당하게 남아 있는 한 사람이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윤도훈을 바라보며 달갑지 않아 했다.“그걸 인제야 알았다니... 아쉽네.”윤도훈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바로 칼을 휘두르며 마지막 숨까지 앗아가 버렸다.부모님에 관한 불행한 일을 듣고 난 뒤로 윤도훈은 마음가짐이 달라졌다.적을 마주함에 있어서 절대 약해지면 안 된다고.세 사람을 죽이고 나서 윤도훈은 덤덤한 모습으로 세 사람의 주머니까지 챙겨 걸음을 재촉이었다.세 사람이 얻은 약초를 더해보니 11개의 품질이 다양한 약초가 주머니로 들어왔다.하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윤도훈을 만만하게 생각하면서 공격을 더 해오다가 도로 공격을 당해버린 경우 말이다.이전에도 윤도훈은 이와 같은 사람들을 두 명이나 더 죽였다.하여 모든 약초를 더해보니 총 37개였고 그 중의 20개는 모두 다른 사람한테서 빼앗아 온 것이다.‘강도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네.’‘앞으로 이런 바보 같은 녀석들이 좀 더 찾아왔으면 좋겠어.’윤도훈의 얼굴에 사악한 웃음이 드러났다.신약곡 산골짜기 어느 한 폭포 위에서.짙은 안개 속에 여러 사람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있다.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어두웠고 긴장해 보이는 모습도 있었다.그중에 딱 한 사람만이 홀로 서 있었는데, 고향기였다.고향기의 얼굴에는 심각하고 비분한 모습이 가득했는데, 호정우와 그의 곁을 지키는 긴 머리 남자가 다른 한쪽 곁에 서 있었다.태원문의 전진은 또 다른 동문 두 명을 데리고 고향기의 뒷쪽을 지키고 있었다.그렇게 두 무리의 사람이 고향기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리고 있었다.“진형, 저 기생오라비 같은 놈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