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마워요!”병실 밖에서 윤도훈이 진지한 모습으로 이진희에게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이제 당신은 내 사람이니까요.”이진희가 덤덤히 말했다.“아...”윤도훈의 표정이 이상해졌다.이진희는 여신급이었는데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그를 자기 사람이라고 칭하니 어쩐지 조금...바로 다음 순간, 이진희는 자신이 한 말이 이상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걸 자각했고 이내 화제를 돌렸다.“참, 의술을 공부한 적 있어요? 당신 딸 백혈병이에요?”조금 전 이진희는 문밖에서 똑똑히 들었다. 윤도훈의 딸은 활력징후가 전혀 없었다가 갑자기 살아났고 지금 상태를 보면 꽤 괜찮은 것 같았다.정말 신기한 일이었다.그래서 이진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조금 알아요.”윤도훈은 잠깐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일단 딸 일부터 처리하고 날 따라와요. 날 좀 도와줘야겠어요!”이진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표정을 보니 무언가를 시도할 생각인 듯했다.뒤이어 윤도훈은 병실로 돌아왔고 한참 동안 율이를 달래서 재운 뒤 조심스럽게 자리를 떴다.이진희의 인맥 덕분에 황 원장은 직접 병원의 다른 전문가를 불러와 율이를 1대1로 치료하게 했다.현재 윤도훈은 용의 기운을 잘 응용하지 못했고 머릿속의 용황경 또한 흐릿했다.율이는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으나 병원에 있으면서 계속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더 나았다.30분 후, 윤도훈은 이진희와 함께 개인 병원에 도착했다.공립 병원에 비해 그곳은 의료 조건이 더 좋고 설비도 더 선진적이었다.물론 그곳의 비용은 일반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었고, 그곳에서 치료받는 사람들도 전부 엄청난 거물이었다.“인 대표님은 내가 지금 쟁취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예요! 그의 아들도 백혈병을 앓고 있어요. 만약 당신이 아이를 치료하거나 아이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나한테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알겠어요?”고급 병실 입구에서 이진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최선을 다할게요!”윤도훈은 장담하지는 못하
“헛소리하지 마요! 당신이야말로 목숨이 위험할 것 같네요!”인광준은 완전히 화가 나서 무시무시한 얼굴로 말했다.흰 가운을 입은 유 닥터가 냉소하며 말했다.“저희 병원은 인 대표님 아드님의 병세를 안정시켰어요. 대표님 아들은 만성 과립구성백혈병에 걸렸고 지금은 만성기인데 갑자기 생명이 위험하다니요! 시비 거는 겁니까?”“전 백혈병 때문이라고 한 적 없어요! 이 아이는 독에 중독되었어요!”윤도훈이 설명했다.용의 기운을 두 눈에 주입한 윤도훈은 겸이의 체내에서 검푸른색의 독소가 유동하고 있는 걸 보았다.그것은 이제 곧 심맥에 침입할 것이다.“그게 무슨 말이죠? 저희 병원이 환자에게 독을 썼다는 말입니까?”유 닥터는 더욱더 화가 났다. 그는 윤도훈을 손가락질하며 호된 목소리로 물었다.“제 말은 그 뜻이 아닙니다. 어떤 음식들은 서로 상극이라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을지 몰라도 함께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어요.”윤도환이 고개를 저었다.“장난해요? 우리 국인 사립병원의 레시피가 이런 저급한 실수를 저지른다는 게 말이 돼요?”유 닥터는 못마땅한 얼굴로 불만스레 인광준을 바라보았다.“인 대표님, 이 사람이 헛소리하는 걸 듣고만 계실 겁니까? 저희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럼 이 사람에게 아드님의 치료를 맡기시죠?”그 말에 인광준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유 선생님, 전 절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말하면서 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이진희 씨, 얼른 이 사람 내보내시죠.”도운시 상류층이라면 이진희가 데릴사위를 찾고 있다는 걸 대부분 알고 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조금 전 기사는 윤도훈이 이진희의 약혼자라고 했다. 그래서 인광준은 곧바로 윤도훈을 형용할 단어 몇 개를 떠올렸다. 쓸모없는 사람, 기생오라비, 수치를 모르고 허영심만 가득한 사람.그러니 그가 윤도훈이 한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아들은 계속해 이곳에서 치료받아야 했기에 절대 이곳 의사에게 밉보여서는 안 됐다.이진희는 자신을 부르
삐! 삐! 삐!10분 뒤, 기계에서 들리는 소리가 다시 안정적으로 변했다.겸이의 오른쪽 엄지발가락에서 나온 피는 푸른색이었다.닭 피를 마시자 아이의 상태가 기적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인광준은 너무도 기뻐서 눈물을 흘렸고 더할 나위 없이 감격했다.유 닥터는 식은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전 그는 엄청난 압박을 느꼈다.만약 인광준의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겼더라면 병원도 망하고 그도 큰일 났을 거다.“유 선생님, 정말 아이가 중독되었나요?”이진희가 물었다.인광준은 분통을 터뜨리며 유 닥터를 노려보았다.“병원 음식에 독이 있다니 말이 돼요?”“아뇨!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희가 왜 독을 넣겠어요?”유 닥터는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그는 곁눈질로 옆 탁자 위에 놓인 도시락을 보았다.그 안에는 뱀탕이 들어있었다!“이 뱀탕은 어디서 난 거죠?”유 닥터는 무언가 떠오른 듯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건 제 아내가 보양식이라면서 아이를 위해 만든 겁니다. 왜 그러시죠?”인광준이 물었다.“알겠어요! 바로 이 뱀탕 때문이에요! 오늘 병원에서 제공한 일반식에는 흰 무가 있었어요. 이 두 음식은 독이 없지만 같이 먹으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어요!”유 닥터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아까 그 젊은이가 이걸 보아냈을 줄은 몰랐네요. 그 사람 말이 맞았네요. 전부 맞았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인광준의 표정이 달라졌다.자신이 가져온 뱀탕 때문에 아들이 죽을 뻔했다.만약 윤도훈이 떠나기 전 당부하지 않았더라면 일이 어떻게 됐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 순간, 인광준의 마음속에 두려움, 미안함, 감격이 한데 어우러졌다.그는 이희진의 앞에 서서 말했다.“이 대표님, 저 대신 그분께 감사 인사를 전해주세요. 그리고 이 대표님 회사와 협력하겠습니다. 저번에 이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조건대로 며칠 뒤 계약서에 사인하시죠. 참, 다음번에 다시 만날 때는 그분과 동행하셨으면 합니다. 제 아들
30분도 되지 않아 윤도훈은 서안구 시장에 도착했다.시장 입구 쪽 거리에 꽈배기를 파는 곳이 있었다.이렇게 먼 곳까지 온 이유는 그 가게가 좋은 기름을 쓰기 때문이었다.“사장님 1kg, 아니 1.5kg 아니, 5kg 주세요. 그리고 순두붓국 두 그릇 포장해주세요!”윤도훈이 사장에게 말했다.사장은 이상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혹시 장사 망치러 온 건 아니죠?”윤도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뇨, 일단 돈부터 드릴게요.”왼쪽 신장에서 용의 기운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육체를 강화하고 있었고 윤도훈의 몸은 마치 블랙홀처럼 대량의 양분이 필요했다.율이도 배가 고프겠지만 윤도훈이 훨씬 더 배가 고팠다.그는 지금 소 한 마리도 통째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윤도훈이 먼저 돈을 내겠다고 하자 사장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그는 앞에 놓인 꽈배기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것뿐이에요. 여기에 하나 더해도 5kg는 안 될 것 같네요. 일단 무게 재볼 테니까 있는 만큼 가져가요.”“알겠어요!”운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때, 한 무리 사람들이 그 가게로 왔다.맨 앞에 선 사람은 위엄있는 얼굴의 노인이었는데 그는 인형처럼 생긴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다가왔다. 여자아이는 6, 7살 정도 돼 보였다.그들 외에도 잘생긴 청년 한 명과 기세가 남다른 중년 남성이 있었다.“할아버지, 손 선생님이 할아버지는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고 그랬어요. 할머니께서 할아버지가 꽈배기를 먹었다는 걸 아시면 혼나실 거예요!”잘생긴 청년이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언제 꽈배기를 먹으러 왔다고 했어? 난 아침 운동하러 나온 거야. 알겠어?”어르신은 청년을 흘겨보며 말했다.“네! 네! 할아버지는 아침 운동하러 나온 거죠.”할아버지를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잘생긴 청년은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다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더니, 한때 위세를 떨쳤던 그의 할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이 가게는 좋은 기름을 써. 순두붓국도 맛있고. 가서
송영태는 다급하게 주저앉아 송가네 할아버지의 입을 벌리고는 우황청심환을 넣어드렸다. 하지만 송가네 할아버지는 전혀 호전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낯빛이 새하얗게 질린 채, 더욱 고통스러워했다.“할아버지! 할아버지!”송영태는 잔뜩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송가네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가 될 것이다.송 씨 집안에서 절대로 이런 비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도운시가 발칵 뒤집힐 수도 있었다.은표는 휴대전화를 꺼내고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불렀다.주위를 지나던 행인들과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사람들도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거죠?”“심장병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이 가게 꽈배기에 무슨 문제 있는 건 아니겠죠?”다급한 상황이 되자, 송영태는 송가네 할아버지의 인중을 누르려고 했다. 손이 송가네 할아버지의 인중에 닿는 순간, 송영태의 얼굴빛이 확 달라졌다.송가네 할아버지의 호흡이 뜻밖에도 이미 멈췄다!이어서 그는 급히 송가네 할아버지의 맥박을 살피더니 털썩 바닥에 주저앉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맥박까지 멈춰버린 것이다!송가네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신 것일까?“제기랄, 꽈배기에 뭐가 들어간 거죠! 할아버지가 드시자마자 쓰러졌잖아요?”“당장 사실대로 말해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 생기면 당신 가족들까지 가만두지 않겠습니다!”송영태는 얼굴을 붉히며 가게 주인을 향해 돌진했고 그의 멱살을 잡으며 고함을 질렀다.“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넣지 않았어요! 가장 좋은 밀가루 반죽을 가장 좋은 기름에 튀겨낸 것입니다, 아무것도 안 넣었어요!”가게 주인은 울상을 지으며 해명했다.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는 윤도훈한테 팔려던 꽈배기의 반을 송가네 할아버지 일행한테 팔지 않았을 것이다.그만 돌아가시려던 송가네 할아버지를 불러 세운 건 가게 주인이다!괜히 속물처럼 송가네의 비위를 맞추려 하다가 이런 화를 입게
다만 주선미는 요염하고 섹시하게 차려입고, 걸을 때마다 허리를 뒤로 젖히며 요염한 분위기를 풍겼다. 섹시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여자다!윤도훈도 전에는 자그마한 재력가에 속했기에 그동안 주선미는 윤도훈의 돈으로 자신을 케어하여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했다.그녀한테서 아이를 낳은 흔적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윤도훈은 자신의 전처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보자, 가슴이 아팠다.“돈 빌리러 온 거 아니야! 율이 치료에 쓰일 돈은 이미 준비됐어!”윤도훈이 차갑게 말했다.“돈 빌리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대체 왜 나를 미행하는 거야? 미련이라도 남은 거야? 헛된 생각은 제발 접어!”주선미가 눈썹을 씰룩대며 윤도훈을 경멸하듯 쳐다보았다.“거지 같은 놈, 아직도 선미를 쫓아다녀? 미련이 남아? 거울 좀 봐봐, 선미가 너한테 돌아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단념해...”유현은 주선미의 허리를 감싸더니 주선미의 얼굴에 볼 뽀뽀를 했다.“맞아... 유현 오빠, 너무 자극하지 마. 잘못된 선택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주선미는 몸을 배배 꼬면서 유현한테 애교를 부렸다.이 광경을 본 윤도훈은 속이 메슥거렸고 얼굴을 찡그렸다.윤도훈은 주선미 같은 여자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할 것으로 생각했던 그때의 자신이 너무 어리석은 것 같았다.“윤도훈, 빨리 안 꺼져? 남의 영업장에 피해 주지 말고 꺼져! 여기는 밥 한 끼 먹는데 몇백만 원이나 필요한 곳이야! 내가 유현 오빠를 만나지 못하고 계속 너 같은 멍청이랑 같이 살았다면, 이런 곳엔 평생 발도 못 들였을 거야!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자꾸 나를 미친 듯이 따라다니지 말아 줘! 그리고 앞으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자꾸 내 앞에 나타날수록 난 네가 더 역겨울 뿐이야!”주선미는 선을 넘는 말들을 서슴없이 하면서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미친 듯이 따라다녔다고? 주선미,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윤도훈은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왜? 내 말이 틀
윤도훈은 인제야 이진희가 왜 자신을 찾는지 알게 됐다.‘어제 일로 사과하려고 하는 건가? 보아하니, 인 대표의 아들이 독 때문에 앓고 있는 게 분명하네!’그럼 어제 이진희가 윤도훈한테 꺼지라고 했던 것은 너무 모욕적이고 무례한 발언이다.윤도훈은 무례하고 공격적인 이진희의 물음에, 두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틀림없이 인 대표님의 아들은 어제 독 때문에 앓고 있었을 거야. 내 추측대로라면 죽진 않았을 것이고 나한테 엄청나게 고마워하고 있을 테야. 맞아? 그 뜻은 즉, 너와의 협력도 이미 떼놓은 당상이라는 것 아닌가? 내가 큰 도움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나더러 꺼지라고 했던 거잖아. 맞지? 그럼 진실이 밝혀진 오늘, 내가 뺨 한 대를 돌려준다고 해도 할 말 없는 거 아니야?”윤도훈은 담담할 말투로 맞고 옳은 소리만 해댔다.그가 말을 마치자, 이진희는 어리둥절했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윤도훈이 이런 대답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웃기는 사람이네, 따귀라도 한 대 때릴 생각인가?’이진희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윤도훈을 쳐다보는 눈빛마저 섭섭하고 원망 섞인 눈빛으로 바뀌었다.전에 있었던 두 명의 꼭두각시 약혼자는 그녀의 앞에서 설설 기며 감히 큰 소리를 한 번 내지 못했다. 노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그 두 명의 전임 약혼자들뿐만 아니라, 그녀가 어릴 때부터 만나온 모든 남자들은 거의 똑같이 그녀한테 순종했다.그녀의 미모 때문도 있지만, 그녀의 대단한 집안 때문인 경우가 더 많았다.그녀한테 손을 댈 생각을 하는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그녀 또한 윤도훈을 전에 겪었던 남자들을 대하듯 대했고 그들처럼 꼭두각시 인형으로 쓰려고 했다.그녀의 마음속에서 윤도훈은 전에 겪었던 남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굽신굽신, 순종하는 꼭두각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뺨을 때리겠다고 하다니?말뿐이라고 해도, 이진희는 조금 서운했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이전 두
이어서 은표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낱낱이 이야기했다.은표도 무도인 이니, 혈 자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당시 윤도훈이 송가네 할아버지의 어떤 혈 자리를 어떻게 눌렀는지에 대해 은표는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 생생하게 설명했다.은표의 설명을 듣고, 손 닥터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역력했다.“대단해요! 대단합니다...”“어느 불세출의 신의 세가의 자제분이신지! 이런 방법으로 심폐를 자극하여 소생하다니! 어쩐지 할아버지가 한 번 앓으시더니, 오히려 병세가 오히려 호전되셨군요! 똑같이 몇 번 더 치료받으시면 심장이 십 년, 이십 년은 더 뛸 수 있겠는걸요!”손 닥터가 감탄했다.그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창백해졌다.“손 닥터, 은표가 그 젊은이가 했던 치료법을 설명해 줬잖아요, 손 닥터가 똑같이 치료해 줄 수도 있지 않나요?”송가네 할머니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맞습니다! 맞아요! 손 닥터, 얼른 그 녀석이 했던 대로 따라 해보세요.”송영태도 눈이 번쩍 뜨였다.하지만 손 닥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는 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혈 자리를 누를 때의 순서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모든 혈 자리의 자극은 다음 혈 자리에 자극을 주어 상호 작용합니다. 그 상호작용 중에서 단 한 곳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자극이 끊긴다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끔찍한 결과를 보게 될 겁니다! 게다가 저는 누르는 힘의 크기도 컨트롤할 수 없는걸요. 그 젊은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해내지 못할 겁니다! 대단해요, 정말 놀라운 실력입니다!”손 닥터는 미친 사람처럼 계속해서 혼잣말로 감탄했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송가네 할아버지, 송가네 할머니, 그리고 송영태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손 닥터, 한의학계의 명인이었고 송 씨 집안이 송가네 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천운시에서 모셔 온 분이셨다.‘이런 한의학계 명인이 한낱 애송이를 이렇게까지 높게 평가하다니!’‘젊은이의 간단한 응급처치가 정말 그렇게 대단했
윤도훈은 한참 동안 공격을 받았지만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는 상대의 공격을 무시한 채, 홀로 이 어둠의 영역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었다.그러나 상대가 이진희를 겨냥하기 시작하자, 윤도훈, 이 아내 바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원래는 조금 더 연구하면 어떤 현문 기술로도 이 어둠의 영역을 파괴할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연구할 인내심조차 사라졌다. 윤도훈은 결심했다. 직접적으로 힘으로 이 법을 깨뜨리기로 말이다.“깨져라!”윤도훈이 거대한 소리로 외치며, 오른발로 땅을 세차게 내리찍었다.대지맥동-콰르릉-엄청난 충격파가 윤도훈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땅은 거미줄 같은 균열로 가득 차올랐다. 밖에서 보면, 주변의 건물들이 마치 강도 9 이상의 지진을 겪는 것처럼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건물들이 대규모로 무너지기 시작했다.성의 대강당 내부에서는, 돌조각들이 날아다니며 미친 듯이 요동쳤다. 무시무시한 에너지의 파동이 사방으로 넘쳐흘렀다.퍽-퍽-퍽-윤도훈과 이진희를 묶고 있던 어둠의 영역은 대지맥동의 에너지에 의해 즉시 산산조각났다.한편, 어둠의 영역을 펼쳤던 오거스는 이 진법이 깨진 반작용과 대지맥동의 진동으로 인해 공중으로 튕겨 나가며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또한, 오거스 옆에 있던 로이도 대지맥동의 충격에 의해 그 자리에서 갈기갈기 찢겨져 즉사했다.나머지 세 명의 히드 조직 신적 경지를 초월한 강자들 역시 대지맥동의 힘으로 공중으로 튕겨 올라가면서 피를 토했다.콰르릉-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무시무시한 진동이 사라지자, 성의 대강당은 순식간에 폐허가 되어 하늘이 훤히 보이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그 폐허 한가운데, 윤도훈과 이진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당당히 서 있었다.“죽어!”윤도훈은 차갑게 말하더니 포탄처럼 남아 있는 세 명의 신적 경지를 초월한 강자들을 향해 날아갔다.“아악!”그 순간, 세 명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들은 윤도훈의 급습에 상처를 회복할 틈도 없이 급히 일어나 즉
히드 조직의 한 신적 경지를 초월한 강자가 윤도훈의 주먹에 무기가 부서지고 한쪽 팔이 망가지자, 오거스를 포함한 다섯 사람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올랐다.하지만 그들은 윤도훈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둠의 영역에서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믿었다. 윤도훈이 아무것도 감지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전에 공격했던 자는 검은 안개 속으로 물러난 뒤, 놀랍게도 빠른 속도로 오른팔이 회복되었다. 히드 조직의 강자들은 육체의 강도와 회복 능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슈우우-오거스의 분노 섞인 명령이 떨어지자, 또 하나의 공격이 갑자기 윤도훈을 향해 날아왔다. 검은 안개를 뚫고 예고 없이 날아든 이 공격은 방어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공격을 가한 자는 이전보다 더욱 신중해졌다.윤도훈과 근접전을 벌이는 대신 원거리에서 붉은 발톱 그림자를 날렸다. 그 공격은 곧바로 윤도훈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그러나 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주먹을 날려 공격을 산산조각냈다.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붉은색의 붉은 발톱 그림자이 반대 방향에서 날아와 그의 등을 강타했다.퍽-이 공격은 일반적으로 세속의 고수급 강자를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위력을 가졌지만, 윤도훈의 몸에 닿자마자 작은 소리만 남긴 채 사라졌다.윤도훈의 방어를 전혀 뚫지 못한 것이다.“젠장, 내 공격이 저 놈의 방어를 뚫지 못하다니!”이때, 매혹적이고 요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충격과 믿기지 않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 듯했다.“계속 공격해! 우리는 어둠 속에 있고, 저 놈은 빛 속에 있어! 오늘 어떻게든 윤도훈을 죽여야 해!”오거스는 공격을 멈추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며, 더욱 강한 살기를 드러냈다. 그들에게 윤도훈과 같은 강력한 적을 제거하지 못하면 히드 조직에 있어 큰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다.사실 그들은 자신들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다. 이번에 윤도훈이 F국에 온 것은 히드 조직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그는 히
타닥타닥타닥...그때,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어둠 속 희미한 촛불 사이로 오거스가 걸어나왔다. 그는 반쪽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있었으며, 키가 훤칠했고 검은색 연미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오거스의 뒤에는 로이가 따라오고 있었다.이진희는 이 모습을 보며 실눈을 뜬 채, 로이를 주시하며 물었다.“로이, 이게 무슨 뜻인가요?”그러나 로이는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이 하이오스 그룹의 이사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에 아무런 발언권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그 순간, 어딘가 비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놀랍군! 정말로 놀라운 일이에요!”“윤도훈 씨, 오늘은 당신의 아내만 잡으려고 했는데, 뜻밖에 당신까지 올 줄은 몰랐네요! 정말 예상 밖의 놀라움이지 않나요?”말하는 이는 반쪽 가면을 쓴 남자, 오거스였다. 그는 히드 조직의 배후 수장 중 한 명이었다. 박수를 치며 이어 말했다.“당신은 누구죠?”윤도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물었다. 오거스가 대뜸 그의 이름을 부르며 공격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대방의 행동에 윤도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외국인과는 거의 교류한 적이 없었는데.’그러다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히드 조직의 사람인가요?”윤도훈은 지금껏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심지어 이전에 공장을 운영할 때도 외국인과 교류한 적이 없었다.다만, 유일하게 얽혔고, 심지어 원수로 여길 만한 존재는 영도국과 히드 조직뿐이었다.“보아하니, 꽤나 똑똑한가 보군요. 하지만 우리 히드 조직을 건드린 건, 절대 똑똑한 사람의 행동이 아니죠. 오늘은 당신 피로, 우리 조직의 죽은 동료들을 기릴 거예요. 게다가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팠으니, 히드 조직이 그 호의를 저버릴 리 없죠!”오거스의 목소리는 차갑고, 그의 태도와 행동은 여전히 우아했다. 하지만 그 우아함 속에는 짙은 살기가 서려 있었다.“자기 무덤을 스스로 팠다고요? 참, 웃기는군. 이제보니 염하어 실력이 많이 좋아졌네요
성문이 열리자 안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밤하늘 아래 이곳은 마치 거대한 괴물이 웅크리고 앉아, 검은 구멍 같은 입을 벌리고 먹잇감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윤도훈과 이진희는 얼굴을 굳히며 옆에 있던 안내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그 안내원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심지어 윤도훈의 예리한 감각으로도 그의 움직임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치 안내원이 어둠과 하나가 되어 완전히 사라진 것만 같았다.윤도훈과 이진희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이제야 분명해졌다.로이가 초대했다는 이 비즈니스 교류회는 사실상위험한 함정이었고, 게다가 이곳은 윤도훈조차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여보, 조심해. 내 뒤에 붙어있어!”윤도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그런데 우리 안으로 들어가야 할까요?”이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에 경계를 띄운 채 주변을 주시했다. 이윽고 그녀는 검은 주머니에서 초혼번을 꺼내 들었다.이진희의 육체적 강함은 이미 윤도훈과 같은 만상 경지에 이르렀다. 이전에 극심한 충격으로 인해 머릿속에서 마치 전생 같은 기억이 떠오르며, 그녀는 새로운 능력을 터득하기 시작했다.그렇게 이진희는 이제 자신의 혼백체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다른 영혼의 에너지를 흡수해 자신의 영혼을 강화하고 이를 육체적 힘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영혼을 흡수할 수는 없었다. 지난번 흡수한 윤연홍의 영혼은 그녀에게 부작용을 남겼기 때문이다.윤연홍의 기억 일부가 이진희의 기억에 강제로 삽입되었고, 그의 부정적인 감정과 아픈 경험까지 그녀가 고스란히 겪은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경험은 이진희에게 매우 큰 고통이었으며, 이는 다 단 한 사람의 기억 때문이었다. 만약 무분별하게 영혼을 흡수했다면, 이진희의 정신은 견디지 못하고 결국 붕괴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진희는 순수한 영혼 에너지만을 선택적으로 흡수해야 하며, 자아가 없는 잔여 영혼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신비한 암흑 조직 중 하나로 꼽히는 히드 조직은 반드시 복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과거 영도국의 의뢰를 받아 하데스와 블랙 단테라는 두 명의 강자를 파견하여 영도국의 두 명의 대사급 강자와 함께 심은길이라는 영도국 인질을 가로채려 했다.그러나 네 명의 대사급 강자 모두 윤도훈의 손에 의해 전멸했다.그래서 복수를 위해, 그들은 더욱 강력한 신적 경지급 강자인 루시퍼와 총의 여왕을 파견하여 블랙 단테의 복수를 꾀했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났다. 그들은 염하 강주 수도권에서 전멸당했고, 당시의 성주인 현씨 가문 역시 함께 멸망했다.총의 여왕이 준비한 폭탄조차 윤도훈을 죽이는 데 실패했다. 같은 인물에게 네 명의 강자를 잃은 히드 조직은 내부에서 극도의 분노를 일으켰다.하지만 그들은 윤도훈의 실력을 재평가한 뒤,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동안, 그들은 그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윤도훈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수집되었다.그렇게 로이는 겉으로는 히아오스그룹의 이사 겸 주주로 보였지만, 사실 히드 조직의 일원이다. 로이가 이진희를 도운 이유도 그가 말한 대로 대단히 명예로운 이유 때문이 아니라, 이진희를 속여 신뢰를 얻고 자신의 저택으로 유인해 그녀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였다.이진희를 통제하고 그녀를 인질로 잡으면, 윤도훈이 구하러 오지 않을 리 없었다.또한, 현재 히드 조직이 염하로 파견할 수 있는 최고 강자는 신적 경지급 강자였다.하지만 히드 조직의 배후에는 더욱 강력하고 공포스러운 세력이 존재했으며, 신적 경지를 초월한 강자들은 염하 영토에 쉽게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윤도훈을 F국으로 유인한다면, 히드 조직의 진정한 강자들이 마음껏 그를 공격할 수 있었다.“기억해,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해. 절대 실패해서는 안 돼!”가면을 쓴 남자는 시가를 피우며 차갑게 말했다.“오거스 대인, 안심하십시오!”로이는 섬뜩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윤도훈이 이번에 F국으로 올 때 윤도훈의
로이가 떠난 뒤, 이원이 이진희에게 작게 속삭였다.“누나, 저 로이 씨라는 사람이 누나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예요? 누나, 절대로 매형을 배신하면 안 돼요!”이원은 이진희가 절세미인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외국인의 미적 기준이 염하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 하더라도, 이진희가 그들 눈에 보기 드문 대미인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갑자기 온갖 상상을 하며 혼자 생각에 빠졌다.한편, 이 말을 들은 이진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원을 노려보며 말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로이 씨는 우리를 많이 도와준 분이야. 그런 초대를 어떻게 거절하겠어!”“그건 그렇네요.”이원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그 순간, 세 사람은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원이 윤도훈 이야기를 꺼내자, 이진희는 가벼운 콧소리를 내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매형이라니! 믿을 수 없는 윤도훈 말인가.”“누나, 그런 말 하면 안 되죠! 매형이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요, 일부러 누나 전화를 안 받는 게 아니잖아요!”이원은 이제 윤도훈의 충실한 신도가 되어, 무슨 말만 하면 무조건 그를 옹호했다.이천수도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혹시 율이가 무슨 사고를 당한 건 아닐까?”이 말을 들은 이진희는 순간적으로 윤도훈에 대한 원망이 모두 사라지고, 걱정으로 바뀌었다. 바로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는 낯선 번호였지만, 발신지 정보는 염하 도운시였다.이진희는 이 전화가 무언가 예감이 드는 듯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여보, 나야!]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윤도훈이었다. 그는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장모님이 사고를 당했다면서? 지금 상태는 어때? 그리고 너는 괜찮아?]그날 낮에 일어난 사건은 목격자가 많았고, 당국이 사건을 무마하려 했지만, 이미 일부 상류층 사람들에게 소문이 퍼져 있었다.윤도훈이 황급히 제황원으로 돌아오자, 같은 단지에 사는 한 사장이 그를 알아보고, 낮에 들
로이가 이진희 앞에서 보인 존경과 예의를 본 모든 사람들은 순간 얼어붙었다.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원래 싸울 준비를 하고 있던 이천수와 이원도 서로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알렉스 자작은 로이에게 내민 손을 그대로 공중에 멈추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얼어붙었다.라니야 부장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하며, 그녀의 눈빛 속에는 당혹감이 스쳤다. 라니야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히아오스그룹의 이사인 로이가 이진희에게 이토록 존경심을 표하며, 그녀를 그린 제약회사의 사장으로 칭하며 말하는 것을 말이다. 또한, 로이의 말투에는 극도의 존중과 칭찬이 담겨 있었다. 이로 인해 라니야는 위기감을 강하게 느꼈다.알렉스 자작과 몽스트 가문의 사람들 역시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했다.반면 이진희 본인은 놀라움 속에서도 묘한 감정이 떠올랐다. 서지현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녀는 극도로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있었고, 마음속 한편으로는 윤도훈에게도 약간의 원망이 있었다. 서지현이 위급한 이 순간에 윤도훈과 연락조차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로이가 하트라이트 캡슐 덕분에 자신에게 이토록 예의를 갖춘다는 말을 듣고, 이진희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먼 곳에 있는 그 바보 같은 남자가 또 한 번 간접적으로 자신을 도와주었단 말인가?’그 순간, 로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자 이진희는 차가운 시선을 라니야를 향해 던졌다.“로이 씨, 제가 대신 설명하겠습니다.”앨리스가 나서서 이진희 대신 사건의 전말을 로이에게 설명했다. 이윽고 설명을 들은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찰싹-사건의 전말을 들은 로이는 망설임 없이 라니야의 뺨을 때렸다.“이 멍청한 것아! 너는 지금 우리 히아오스그룹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어! 누가 너에게 고객을 이렇게 모욕하고 무시할 권리를 줬지? 이진희 사장님께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당장 회사를 떠나게 될 거야!”로이의 말이 끝나자, 라니야는 뺨을 감싸고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
“뭐라고 했어요?”이진희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날카로운 빛을 내뿜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천수와 이원 역시 분노로 가득 찼다.비록 알렉스와 라니야가 한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들의 태도와 말투를 보니 절대 좋은 말은 아니란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오? 이 염하 여자가 우리 멋진 F어를 알아들을 줄이야?”알렉스 자작은 잠시 멈칫하더니, 오만하고 건방진 태도로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너희들이 우리와 명단을 두고 다툴 자격이나 있냐고. 설령 너희들이 먼저 왔다고 해도, 여기 리알프스 시에서는 우리 몽스트 가문을 건드릴 사람은 아무도 없어.”“순순히 기다리든가, 아니면 꺼져. 그렇지 않으면 라니야 부장님이 나서지 않아도, 내 경호원들이 너희를 개처럼 쫓아낼 거야!”후-그 말이 끝나자, 이진희의 절세의 미모가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졌다. 그녀의 여린 몸에서 나오는 차디찬 기운과 살기 어린 분위기가 주변을 뒤덮었다. 주먹을 꽉 쥔 이진희는 분노와 살인의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라니야에게 물었다.“내게 하는 비하와 모욕은 상관없어요. 하지만 묻겠습니다. 다음으로 인체 냉동을 받을 사람이 누구죠?”“알렉스 자작님의 아버지, 존귀한 도툴스 경입니다. 왜요?”라니야는 옆에 서 있는 무장한 보안 요원들을 보며,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하하하, 들었어? 내 아버지야! 네 어머니라고? 내 손에 죽고싶어 안달난 건가? 그럴 시간에 차라리 네 어머니를 끌고 가서 염하에서 무덤 자리나 찾아보는 게 어때?”알렉스 자작이 비웃으며 말했다.몽스트 가문은 F국의 유서 깊은 가문으로, 리알프스 시에서는 막강한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알렉스는 이진희 같은 염하 사람들을 상대로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죽고 싶어?” 이진희는 이를 악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순간, 홀 한쪽에 원래 닫혀 있던 금속문이 열렸다. 이윽고 몇 명의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나왔다. 선두에 선 중년 남자는 지적이고 학문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라니야의 태도 차별을 본 이진희 일행은 물론이고, 앨리스마저도 마음속 깊이 분노와 불만이 치밀어 올랐다. 특히 그녀가 다음 순서가 알렉스 자작의 아버지라고 말했을 때, 그들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그 순간, 알렉스 자작이 다시 물었다.“다음 순서요? 다음 순서가 언제입니까? 제 아버지에게는 5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그러자 라니야가 냉정하게 답했다.“자작님,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순서는 항상 하나씩 진행되는 겁니다. 오늘 냉동 작업을 담당하는 톰 박사는 지금 다른 환자를 대상으로 냉동 수술을 진행 중입니다. 최대 30분 정도면 끝날 겁니다.”“그리고 수술이 끝나면 바로 자작님의 아버님 차례입니다. 냉동 수술 자체는 3시간이면 완료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으신가요?”이 말을 듣고 알렉스 자작은 긴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라니야 부장님.”알렉스와 함께 온 사람들 역시 연신 감사를 표했다.“라니야 부장님, 당신은 우리 몽스트 가문의 천사입니다.”“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결제하고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알렉스 자작의 아버지는 폐암에 걸려 여러 치료를 받아왔지만, 오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병원에서 위급 통보를 받았다.남은 시간은 고작 5~6시간.그러나 라니야가 30분 안에 수술이 시작될 수 있고, 3시간이면 완료된다고 말하자, 알렉스 자작과 몽스트 가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행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이진희, 이천수, 그리고 이원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버렸다. 만약 냉동 작업이 여러 환자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다면, 그들은 라니야의 태도 차별에 불만은 있더라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상황은 하나씩 진행해야 하는 구조였다.게다가, 알렉스 자작의 아버지는 자신들보다 나중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결제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그런 상황에서 라니야가 알렉스 자작에게 다음 순서라고 확언해 버린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이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