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화

삐! 삐! 삐!

10분 뒤, 기계에서 들리는 소리가 다시 안정적으로 변했다.

겸이의 오른쪽 엄지발가락에서 나온 피는 푸른색이었다.

닭 피를 마시자 아이의 상태가 기적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인광준은 너무도 기뻐서 눈물을 흘렸고 더할 나위 없이 감격했다.

유 닥터는 식은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그는 엄청난 압박을 느꼈다.

만약 인광준의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겼더라면 병원도 망하고 그도 큰일 났을 거다.

“유 선생님, 정말 아이가 중독되었나요?”

이진희가 물었다.

인광준은 분통을 터뜨리며 유 닥터를 노려보았다.

“병원 음식에 독이 있다니 말이 돼요?”

“아뇨!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희가 왜 독을 넣겠어요?”

유 닥터는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그는 곁눈질로 옆 탁자 위에 놓인 도시락을 보았다.

그 안에는 뱀탕이 들어있었다!

“이 뱀탕은 어디서 난 거죠?”

유 닥터는 무언가 떠오른 듯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건 제 아내가 보양식이라면서 아이를 위해 만든 겁니다. 왜 그러시죠?”

인광준이 물었다.

“알겠어요! 바로 이 뱀탕 때문이에요! 오늘 병원에서 제공한 일반식에는 흰 무가 있었어요. 이 두 음식은 독이 없지만 같이 먹으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어요!”

유 닥터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아까 그 젊은이가 이걸 보아냈을 줄은 몰랐네요. 그 사람 말이 맞았네요. 전부 맞았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인광준의 표정이 달라졌다.

자신이 가져온 뱀탕 때문에 아들이 죽을 뻔했다.

만약 윤도훈이 떠나기 전 당부하지 않았더라면 일이 어떻게 됐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인광준의 마음속에 두려움, 미안함, 감격이 한데 어우러졌다.

그는 이희진의 앞에 서서 말했다.

“이 대표님, 저 대신 그분께 감사 인사를 전해주세요. 그리고 이 대표님 회사와 협력하겠습니다. 저번에 이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조건대로 며칠 뒤 계약서에 사인하시죠. 참, 다음번에 다시 만날 때는 그분과 동행하셨으면 합니다. 제 아들을 구해주신 은인이니 제가 직접 그분에게 사죄하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거든요!”

인광준이 말했다.

이진희의 아름다운 얼굴에 기쁨과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 네! 네...”

인광준이 그냥 이렇게 협력에 동의하다니?

조금 전까지 절망에 빠져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반전이 생길 줄은 몰랐다.

그녀는 윤도훈을 오해했다.

윤도훈은 그녀를 도와줬는데 그녀는 그를 내쫓았다.

이제 어떡해야 할까?

...

다음 날 오전 7시 30분, 자리에 앉아 명상하고 있던 윤도훈은 율이가 꼼지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눈을 뜨자 그의 두 눈동자가 잠깐 빛났다.

비록 밤새 잠을 자지 못했지만 정신은 아주 말짱했다.

왼쪽 신장에서 흘러나오는 용의 기운이 담긴 열류가 그의 육신에 끊임없이 영양을 공급하고 그의 육신을 강화하고 있었다.

그날 밤 그의 머릿속에 있던 기억이 정리되면서 맞물렸다.

용혼소울링은 무도 공법으로 공격과 방어에 쓰이는 싸움 기술이고, 용황경은 심오한 의술이었으며, 용안관천술은 풍수지리를 알아보는 술법으로 아주 오묘한 것이었다.

“아빠.”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에서 깨어난 율이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아빠를 보게 되자 아주 기뻤다.

“몸은 어때?”

윤도훈은 애정 어린 손길로 아이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지금 그는 용의 기운이 두 눈에 깃들어 율이의 몸 상태를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아이는 상태가 꽤 좋아 보였다. 골수 안에 검은 기운이 조금 흐르고 있는 걸 보면 완전히 나은 건 아닌 듯했다.

“율이 배고파요! 율이 꽈배기 먹고 싶어요...”

입을 비죽이며 배를 만지는 율이가 배고픈 고양이처럼 말했다.

“알겠어. 아빠가 가서 사 올게.”

“율이 배고픈데 아빠가 가는 건 싫어요. 어떡해요?”

율이는 윤도훈의 손을 잡고 입을 쭉 내밀고 말했다.

윤도훈은 피식 웃더니 일부러 화가 난 척하며 말했다.

“율이 아빠 말 들어야지. 아빠 금방 올 거야.”

“알겠어요. 아빠 또 자지 않고 밤새운 거 아니에요? 아빠 먼저 자요. 율이... 사실 그렇게 배고프지 않아요.”

무언가 떠올랐는지 율이는 철든 모습으로 말했다.

그러나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율이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증명했다. 율이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렸다.

“하하하, 배가 고프지 않긴. 아빠 안 피곤해.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윤도훈은 부끄러워하는 율이의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아빠 나빠요. 아빠 율이 비웃었어요! 흥!”

율이는 이불 속에서 성을 내며 말했고 윤도훈은 율이를 달랜 뒤 꽈배기를 사러 갔다.

그런데 병원을 나서자마자 전화가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이진희였다.

어제 윤도훈은 그녀에게 자신을 팔았고 계약까지 했기 때문에 연락처를 남겨뒀었다.

“이진희 씨?”

전화를 받은 윤도훈이 말했다.

“왜 나 데리러 안 왔어요? 내가 얘기했잖아요. 앞으로 내가 출퇴근할 때 데려다주기로!”

이진희는 다짜고짜 힐문했다.

물론 윤도훈은 알 수 없었다. 전화 건너편에 있는 이진희의 냉담한 얼굴이 약간 달아올랐다는 걸 말이다.

어젯밤 분명 그녀가 먼저 윤도훈에게 꺼지라고 했으니 그 뜻은 명확했다.

그런데 오늘 이진희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그에게 연락했고, 다소 강압적으로 따져 묻는 것으로 자신의 무안함을 숨기려 했다.

“네? 데리러 간다고요? 어제 저한테...”

윤도훈은 이해하지 못해 멍한 얼굴이었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요! 어제 계약서에 사인도 했고 당신 딸 병원비도 내가 대신 내줬는데 인제 와서 발뺌할 셈이에요?”

이진희는 코웃음을 치며 따져 물었다.

“전...”

윤도훈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발뺌이라니? 어제 그에게 꺼지라고 하면서 다시는 그녀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던 건 다름 아닌 그녀였다.

그런데 왜 그가 발뺌한다고 하는 걸까?

역시 여자란 생물은 다 억지를 부리나 보다.

“당신이 뭐요? 대체 무슨 뜻이에요?”

이희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마치 윤도훈이 약속을 어기려 했다는 듯이 화를 냈다.

“그럼 지금 데리러 갈까요?”

윤도훈이 쓰게 웃으며 물었다.

“지금은 괜찮아요. 이미 회사에 왔거든요. 점심에 화석재에서 같이 식사나 해요.”

말을 마친 뒤 이진희는 윤도훈에게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