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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송영태는 다급하게 주저앉아 송가네 할아버지의 입을 벌리고는 우황청심환을 넣어드렸다. 하지만 송가네 할아버지는 전혀 호전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낯빛이 새하얗게 질린 채, 더욱 고통스러워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송영태는 잔뜩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

송가네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가 될 것이다.

송 씨 집안에서 절대로 이런 비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도운시가 발칵 뒤집힐 수도 있었다.

은표는 휴대전화를 꺼내고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불렀다.

주위를 지나던 행인들과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사람들도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죠?”

“심장병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이 가게 꽈배기에 무슨 문제 있는 건 아니겠죠?”

다급한 상황이 되자, 송영태는 송가네 할아버지의 인중을 누르려고 했다. 손이 송가네 할아버지의 인중에 닿는 순간, 송영태의 얼굴빛이 확 달라졌다.

송가네 할아버지의 호흡이 뜻밖에도 이미 멈췄다!

이어서 그는 급히 송가네 할아버지의 맥박을 살피더니 털썩 바닥에 주저앉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맥박까지 멈춰버린 것이다!

송가네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신 것일까?

“제기랄, 꽈배기에 뭐가 들어간 거죠! 할아버지가 드시자마자 쓰러졌잖아요?”

“당장 사실대로 말해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 생기면 당신 가족들까지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송영태는 얼굴을 붉히며 가게 주인을 향해 돌진했고 그의 멱살을 잡으며 고함을 질렀다.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넣지 않았어요! 가장 좋은 밀가루 반죽을 가장 좋은 기름에 튀겨낸 것입니다, 아무것도 안 넣었어요!”

가게 주인은 울상을 지으며 해명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는 윤도훈한테 팔려던 꽈배기의 반을 송가네 할아버지 일행한테 팔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 돌아가시려던 송가네 할아버지를 불러 세운 건 가게 주인이다!

괜히 속물처럼 송가네의 비위를 맞추려 하다가 이런 화를 입게 된 것이 아닌가! 화를 자초한 것이다!

“꽈배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할아버지께서 심장이 안 좋은 걸 아셨으면 기름진 것은 못 드시게 하셨어야죠!”

바로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게 주인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이 조금 전 그 청년인 것을 보고 돌연 감사함과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조금 전까지 빈정대며 상대를 깎아내렸건만, 중요한 이 시간에 상대가 나서서 바른말을 해주니 더없이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집 꽈배기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가게 주인은 밀려오는 고마움에 울컥했다.

“어딜 감히 끼어들어요!”

송영태는 윤도훈을 노려보며 살기등등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윤도훈은 그를 상대하기조차 귀찮은듯한 얼굴을 한 채, 바닥에 누워있는 송가네 할아버지한테 걸어가더니 몸을 웅크리고 앉아 할아버지의 손목을 잡았다.

“뭐 하는 거예요? 우리 할아버지한테서 떨어져요!”

“은표!”

송영태는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 그는 다급히 옆에 있던 날렵한 중년한테 명령했다.

은표는 콧방귀를 뀌며 윤도훈을 향해 발길질했다.

그의 가벼운 움직임은 바람 소리를 동반했고 한눈에 보아도 무도인 이였다.

퍽!

윤도훈은 주먹으로 상대의 발을 막아냈다. 애초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그는 풀썩하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은표는 뒤로 세 걸음 물러났고 오른쪽 발로 지탱해 보려 했지만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할아버지께서 못 버틸 겁니다! 죽게 내버려 둘 것 아니라면 저를 방해하지 마세요!”

윤도훈은 낯빛이 어두워진 채 다시 웅크리고 앉으며 송영태한테 경고했다.

송영태는 잔뜩 당황했다. 그는 은표가 상대의 주먹에 물러서게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이어서 윤도훈의 말까지 들으니,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윤도훈도 그들의 반응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송가네 할아버지의 상태를 살피고 나서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정확하게 송가네 할아버지의 천천혈, 단중혈, 신문혈... 등 혈 자리를 특정된 순서와 힘에 따라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능숙하게 혈 자리를 짚었고 표정에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송영태와 은표는 눈빛을 주고받은 뒤, 요행을 바라며 이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송윤도 울음을 그치고 큰 눈을 깜박이며 조용히 지켜보았다.

가게 주인은 불안한 표정으로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었다.

“콜록콜록...”

잠시 후, 인사불성이 된 송가네 할아버지가 갑자기 마른 기침을 했다.

송가네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사람들의 귀에 들려왔고 송영태 등 사람들은 천상의 소리를 들은 것만큼이나 감격스러웠다.

곧이어, 송가네 할아버지가 눈을 떴다.

“내가 아직... 살아있는 것이냐?”

“송가네 할아버지, 심장이 안 좋으시면 음식도 가려서 드셔야죠! 아침부터 꽈배기라니요, 오래 살고 싶으시다면 건강식을 위주로 드세요. 조금 전에 드신 것도 토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윤도훈이 당부했다.

“그래! 그래! 자네 말이 다 맞네! 살려 준 은혜를 잊지 않겠네! 젊은 청년, 이름이 뭔가?”

송가네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조금 전, 죽음이 눈앞에 다녀왔던 터라, 모든 것이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는 생사의 갈림길까지 갔다가 눈앞에 있는 젊은이한테 다시 끌려온 것 같았기에 너무 감격스러웠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증조할아버지! 괜찮아요?”

송영태와 송윤이 다가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빨리 이 젊은이한테 감사하다고 인사해! 이 젊은이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는 저세상으로 넘어갔을 거야!”

송가네 할아버지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여긴 제 명함이에요. 저, 송영태가 당신한테 신세를 졌네요. 도운시에서만큼은 무슨 일이든 찾아주시면 다 해결해 드릴게요!”

송영태는 기세등등한 말투로 윤도훈한테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하지만 송 씨 집안 도련님인 그의 힘과 송 씨 집안이라는 가문의 힘이 있으니, 그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저팔계 아저씨, 대단하네요! 저희 증조할아버지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송윤도 옆에서 말을 보탰다.

“별말씀을요, 명함은 됐습니다. 더 귀찮게만 하지 말아 주세요.”

윤도훈은 손을 내저으며 송가네 할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꽈배기와 두유를 챙겨 들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네 사람 중, 그는 송가네 할아버지에 대해서만 그나마 좋은 인상을 느꼈다.

게다가 딸아이가 아침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들과 실랑이를 할 시간이 없었다.

송영태는 윤도훈이 거절한 명함을 손에 들고 뻣뻣하게 굳은 채 민망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고는 폭언을 했다.

송 씨 집안 도련님인 그의 명함을 거절할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가 베푸는 인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거절하는 사람이 있다니!

“제... 제기랄!”

한편, 윤도훈은 병원으로 돌아왔고 율이와 아침 식사를 마치고는 함께 시간을 보냈다.

11시가 되어 병원을 나와 택시를 타고 화석재로 향했다.

화석재는 고급 중식당이었고 한 끼 식사에 인당 최소 200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그 때문에 일반인들은 감히 발을 들이지 못했다.

화석재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이진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고 가는 길이라며 조금 기다려달라고 했다.

윤도훈이 통화를 마치자마자, 등 뒤로 야유가 들려왔다.

“윤도훈? 여긴 웬일이야?”

“내가 유현 오빠랑 여기서 점심을 먹는 건 어떻게 알고 쫓아온 거야? 절대로 돈 빌려줄 생각 없으니까, 단념해!”

낯익은 남녀가 BMW X6에서 내리며 윤도훈을 향해 걸어왔다. 남자의 옷차림은 산뜻했고 여자는 섹시하고 요염하게 자신을 꾸몄다.

그 여자는 바로 윤도훈의 전처인 주선미와 그녀가 최근에 기대고 있는 재벌 2세인 유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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