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태는 다급하게 주저앉아 송가네 할아버지의 입을 벌리고는 우황청심환을 넣어드렸다. 하지만 송가네 할아버지는 전혀 호전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낯빛이 새하얗게 질린 채, 더욱 고통스러워했다.“할아버지! 할아버지!”송영태는 잔뜩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송가네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가 될 것이다.송 씨 집안에서 절대로 이런 비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도운시가 발칵 뒤집힐 수도 있었다.은표는 휴대전화를 꺼내고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불렀다.주위를 지나던 행인들과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사람들도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거죠?”“심장병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이 가게 꽈배기에 무슨 문제 있는 건 아니겠죠?”다급한 상황이 되자, 송영태는 송가네 할아버지의 인중을 누르려고 했다. 손이 송가네 할아버지의 인중에 닿는 순간, 송영태의 얼굴빛이 확 달라졌다.송가네 할아버지의 호흡이 뜻밖에도 이미 멈췄다!이어서 그는 급히 송가네 할아버지의 맥박을 살피더니 털썩 바닥에 주저앉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맥박까지 멈춰버린 것이다!송가네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신 것일까?“제기랄, 꽈배기에 뭐가 들어간 거죠! 할아버지가 드시자마자 쓰러졌잖아요?”“당장 사실대로 말해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 생기면 당신 가족들까지 가만두지 않겠습니다!”송영태는 얼굴을 붉히며 가게 주인을 향해 돌진했고 그의 멱살을 잡으며 고함을 질렀다.“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넣지 않았어요! 가장 좋은 밀가루 반죽을 가장 좋은 기름에 튀겨낸 것입니다, 아무것도 안 넣었어요!”가게 주인은 울상을 지으며 해명했다.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는 윤도훈한테 팔려던 꽈배기의 반을 송가네 할아버지 일행한테 팔지 않았을 것이다.그만 돌아가시려던 송가네 할아버지를 불러 세운 건 가게 주인이다!괜히 속물처럼 송가네의 비위를 맞추려 하다가 이런 화를 입게
다만 주선미는 요염하고 섹시하게 차려입고, 걸을 때마다 허리를 뒤로 젖히며 요염한 분위기를 풍겼다. 섹시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여자다!윤도훈도 전에는 자그마한 재력가에 속했기에 그동안 주선미는 윤도훈의 돈으로 자신을 케어하여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했다.그녀한테서 아이를 낳은 흔적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윤도훈은 자신의 전처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보자, 가슴이 아팠다.“돈 빌리러 온 거 아니야! 율이 치료에 쓰일 돈은 이미 준비됐어!”윤도훈이 차갑게 말했다.“돈 빌리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대체 왜 나를 미행하는 거야? 미련이라도 남은 거야? 헛된 생각은 제발 접어!”주선미가 눈썹을 씰룩대며 윤도훈을 경멸하듯 쳐다보았다.“거지 같은 놈, 아직도 선미를 쫓아다녀? 미련이 남아? 거울 좀 봐봐, 선미가 너한테 돌아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단념해...”유현은 주선미의 허리를 감싸더니 주선미의 얼굴에 볼 뽀뽀를 했다.“맞아... 유현 오빠, 너무 자극하지 마. 잘못된 선택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주선미는 몸을 배배 꼬면서 유현한테 애교를 부렸다.이 광경을 본 윤도훈은 속이 메슥거렸고 얼굴을 찡그렸다.윤도훈은 주선미 같은 여자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할 것으로 생각했던 그때의 자신이 너무 어리석은 것 같았다.“윤도훈, 빨리 안 꺼져? 남의 영업장에 피해 주지 말고 꺼져! 여기는 밥 한 끼 먹는데 몇백만 원이나 필요한 곳이야! 내가 유현 오빠를 만나지 못하고 계속 너 같은 멍청이랑 같이 살았다면, 이런 곳엔 평생 발도 못 들였을 거야!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자꾸 나를 미친 듯이 따라다니지 말아 줘! 그리고 앞으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자꾸 내 앞에 나타날수록 난 네가 더 역겨울 뿐이야!”주선미는 선을 넘는 말들을 서슴없이 하면서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미친 듯이 따라다녔다고? 주선미,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윤도훈은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왜? 내 말이 틀
윤도훈은 인제야 이진희가 왜 자신을 찾는지 알게 됐다.‘어제 일로 사과하려고 하는 건가? 보아하니, 인 대표의 아들이 독 때문에 앓고 있는 게 분명하네!’그럼 어제 이진희가 윤도훈한테 꺼지라고 했던 것은 너무 모욕적이고 무례한 발언이다.윤도훈은 무례하고 공격적인 이진희의 물음에, 두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틀림없이 인 대표님의 아들은 어제 독 때문에 앓고 있었을 거야. 내 추측대로라면 죽진 않았을 것이고 나한테 엄청나게 고마워하고 있을 테야. 맞아? 그 뜻은 즉, 너와의 협력도 이미 떼놓은 당상이라는 것 아닌가? 내가 큰 도움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나더러 꺼지라고 했던 거잖아. 맞지? 그럼 진실이 밝혀진 오늘, 내가 뺨 한 대를 돌려준다고 해도 할 말 없는 거 아니야?”윤도훈은 담담할 말투로 맞고 옳은 소리만 해댔다.그가 말을 마치자, 이진희는 어리둥절했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윤도훈이 이런 대답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웃기는 사람이네, 따귀라도 한 대 때릴 생각인가?’이진희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윤도훈을 쳐다보는 눈빛마저 섭섭하고 원망 섞인 눈빛으로 바뀌었다.전에 있었던 두 명의 꼭두각시 약혼자는 그녀의 앞에서 설설 기며 감히 큰 소리를 한 번 내지 못했다. 노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그 두 명의 전임 약혼자들뿐만 아니라, 그녀가 어릴 때부터 만나온 모든 남자들은 거의 똑같이 그녀한테 순종했다.그녀의 미모 때문도 있지만, 그녀의 대단한 집안 때문인 경우가 더 많았다.그녀한테 손을 댈 생각을 하는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그녀 또한 윤도훈을 전에 겪었던 남자들을 대하듯 대했고 그들처럼 꼭두각시 인형으로 쓰려고 했다.그녀의 마음속에서 윤도훈은 전에 겪었던 남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굽신굽신, 순종하는 꼭두각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뺨을 때리겠다고 하다니?말뿐이라고 해도, 이진희는 조금 서운했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이전 두
이어서 은표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낱낱이 이야기했다.은표도 무도인 이니, 혈 자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당시 윤도훈이 송가네 할아버지의 어떤 혈 자리를 어떻게 눌렀는지에 대해 은표는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 생생하게 설명했다.은표의 설명을 듣고, 손 닥터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역력했다.“대단해요! 대단합니다...”“어느 불세출의 신의 세가의 자제분이신지! 이런 방법으로 심폐를 자극하여 소생하다니! 어쩐지 할아버지가 한 번 앓으시더니, 오히려 병세가 오히려 호전되셨군요! 똑같이 몇 번 더 치료받으시면 심장이 십 년, 이십 년은 더 뛸 수 있겠는걸요!”손 닥터가 감탄했다.그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창백해졌다.“손 닥터, 은표가 그 젊은이가 했던 치료법을 설명해 줬잖아요, 손 닥터가 똑같이 치료해 줄 수도 있지 않나요?”송가네 할머니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맞습니다! 맞아요! 손 닥터, 얼른 그 녀석이 했던 대로 따라 해보세요.”송영태도 눈이 번쩍 뜨였다.하지만 손 닥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는 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혈 자리를 누를 때의 순서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모든 혈 자리의 자극은 다음 혈 자리에 자극을 주어 상호 작용합니다. 그 상호작용 중에서 단 한 곳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자극이 끊긴다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끔찍한 결과를 보게 될 겁니다! 게다가 저는 누르는 힘의 크기도 컨트롤할 수 없는걸요. 그 젊은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해내지 못할 겁니다! 대단해요, 정말 놀라운 실력입니다!”손 닥터는 미친 사람처럼 계속해서 혼잣말로 감탄했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송가네 할아버지, 송가네 할머니, 그리고 송영태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손 닥터, 한의학계의 명인이었고 송 씨 집안이 송가네 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천운시에서 모셔 온 분이셨다.‘이런 한의학계 명인이 한낱 애송이를 이렇게까지 높게 평가하다니!’‘젊은이의 간단한 응급처치가 정말 그렇게 대단했
이원의 말에 이진희의 안색이 변했다. 왜냐하면 동생이 자신의 속셈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반면, 윤도훈은 오히려 빙긋 웃었다.“대단한 집안 도련님들은 교양이 넘친다고 들었는데, 현실은 그게 아닌가 보네? 진희야, 네 동생은 매형한테 이딴 식으로 말하니?”말하면서 그는 이진희를 놓아주기는커녕, 더 꽉 끌어안았다. 순간, 그녀의 향기가 그의 얼굴을 스쳤고 그는 또다시 심장이 쿵쿵 뛰었다.이진희는 “악” 하는 소리와 함께 윤도훈의 허릿살을 세게 꼬집었지만 겉으로는 수줍은 표정이었다.그녀는 모든 것을 간파한 동생 앞에서 윤도훈이 이렇게 차분할 줄 몰랐다. 정말 겉보기와 다른 사람인 게 분명했다.이 담력만 보아도 지난 두 명의 고분고분한 꼭두각시와는 아예 달랐다. 고분고분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이진희가 그의 이런 모습에 감동할 리는 없었지만 은근히 신경 쓰였고 힐끔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원은 얼굴빛이 완전히 어두워졌다.감히 교양이 없다고 돌려 말하면서 도발하듯이 누나를 더 꼭 껴안아?“누가 매형이라는 거야? 한 방에 널 보내버릴 수도 있어!”이원은 말하면서 품에서 리볼버 총을 꺼냈고 윤도훈한테 총구를 겨눴다.그가 누구인가? 이 씨 집안 3대 핵심 자제인 데다가 도운시 어둠의 세력을 주름잡는 이원이 아닌가!짝!“원아! 너 뭐 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할게, 이 사람은 네 매형이야, 내 남자라고! 어떻게 내 남자한테 총을 겨눌 수 있어?”이진희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지켜보다가 손을 들어 이원의 뺨을 때렸다.이원은 멍하니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누나를 바라보았다.‘누나가 꼭두각시 같은 남자 때문에 내 뺨을 때려?’“당장 총 거두지 못해? 빨리 매형한테 사과해!”이진희는 호통을 치며 다시 손을 들었고 이원은 목을 움츠리다가 마침내 총을 거두었다.동생은 어릴 때부터 사랑의 매로 키워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진희는 이원을 참되게 교육했나 보다.어릴 때부터 이원은 친누나한테 사랑의 매를 많이 맞고 자
윤도훈이 갑자기 이원의 부하를 밀어내고 정팔의 맞은편에 앉을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밀려난 도박꾼은 이원을 쳐다보며 그의 동의를 구하는 것 같았다.이원도 윤도훈이 뭘 하려는지 몰라서 누나를 쳐다보았다.하지만 윤도훈을 쳐다보는 이진희의 표정 역시 어리둥절했다.“허허, 또 사람을 바꾸는 겁니까?”태석이 형이 야유했다.“인마, 나랑 게임하겠다고 도전하는 거야?”정팔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음흉하게 물었다.“아니면 여기 왜 앉았겠어?”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원을 향해 소리쳤다.“처남, 칩 좀 갖다 줘!”“처남?”태석이 형은 윤도훈이 이 씨 집안 도련님을 부를 때의 호칭을 듣더니 흠칫 놀랐다. 그러고는 이내 박장대소했다.“진희 씨 약혼자가 또 바뀐 모양이네요?”이원은 침착한 얼굴로 윤도훈 옆으로 걸어와 물었다.“뭐 하는 거야? 도박이 뭔지는 알아?”그는 윤도훈이 일부러 그를 골탕 먹이려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칩을 올려라!”윤도훈은 싱긋 웃었다.윤도훈이 도박할 줄 아는 것일까?안다고 할 수도 없었다!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조금씩 게임을 했을 뿐, 도박에 전혀 능통하지 않았다.그럼 그가 도박에 능통해야만 할까?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그는 용의 기운을 두 눈에 주입하면 패의 뒷면을 볼 수 있었기에 자신과 상대방의 손에 어떤 패가 있는지 알 수 있다.때문에 이길 때면 확실하게 배팅하고 질 경우엔 최소한의 손해만 볼 수 있었다.이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 자식, 감히 무슨 수작을 부린다면, 오늘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누나가 말려도 어쩔 수 없어!”경고한 뒤, 이원은 카지노의 책임자한테 손을 흔들었다.“200억 가지고 와!”칩이 올라오자, 정팔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어이, 친구! 어떤 게임을 할 건가?”정팔은 자신이 넘쳐 카지노에 들어서서부터 모든 게임을 상대가 원하는 것으로 정했고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했다.지금까지 이원의 부하들은 계속 졌고 그러다 보니 해보지 않은 게임이 없을
딸깍!가벼운 소리였지만 유난히 조용했던 현장의 정적을 깼다.그 소리는 사람들의 귀에 거슬렸고 모두를 흠칫하게 했다.윤도훈이 탄창을 닫았다.탄창 내에는 다섯 발의 탄알이 들어있고, 오직 한 발만 비어있었다.“딴말할 수도 있으니, 검사해 봐!”검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던 윤도훈은 리볼버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반대편으로 툭 던졌다.정팔은 태석이 형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리볼버를 들어 검사했다.확실하게 문제없었다!리볼버를 돌려받은 뒤, 윤도훈이 손으로 돌리자, 탄창이 돌기 시작했다.“인마, 이건 도박이 아니라 자살이야!”정팔은 침을 꿀꺽 삼켰고 더는 차분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는지,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 그가 보기엔 윤도훈이 자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내기란, 어쨌든 이길 확률이 존재하겠지만 정팔은 윤도훈이 죽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내기의 룰은 내가 정한다고 했었지?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거 아니야?”윤도훈은 손에 들고 있는 리볼버의 탄창을 돌리며 말했다.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내키는 대로 탄창을 돌리는 것 같았고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왜냐하면 그는 무작위로 탄창을 돌리다가 무작위로 멈췄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라면 그가 탄알을 뺐다가 다시 장전한다 해도 아무로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윤도훈은 천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으니 말이다.“못 당기겠어? 인마, 아직도 날 속이려는 거야? 어디 한번 방아쇠를 당겨 봐!”“쏴!”“쏴보라고!”정팔이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소리 질렀다.“좋아!”윤도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리볼버를 관자놀이에 갖다 댔다.순간 사람들은 마음을 졸이며 윤도훈을 주시했다!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쳐다봤다!이때, 윤도훈의 손가락이 움직였고 그는 정말로 방아쇠를 당겼다!“윤도훈!”이진희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탕!그러나 총성은 울리지 않았고 그저 공기가 마찰하는 소리만 들려왔다.빈 탄창이었다!탄창에 총알이 다섯 개 있는 상황, 모 아니면 도인 상황에서 윤도훈이
그는 눈을 부릅뜨고 몇 초 동안 멈칫하더니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탁!털썩!곧이어 그는 리볼버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온몸에 힘이 풀렸다.“난... 난 그만할래! 내가 졌어!”“내가 졌다고!”정팔의 의기소침한 목소리가 울렸고 심지어 울음소리까지 섞였다.조금 전까지 카지노를 휩쓸며 침착하고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멘탈이 붕괴된 것 같았다.그는 방아쇠를 당길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의 손놀림으로도 빈 탄창을 찾아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정팔은 그 방아쇠를 당긴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아직 누리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그는 돈이 엄청 많았고 마카오에 몇천 명의 애인이 있었다!“태석이 형, 문 회장이 전에 약속한 금액의… 두 배를 돌려드리겠습니다!”“전 못하겠어요...”정팔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두 눈에 초점을 잃은 채 태석이 형을 보고 말했다.태석이 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왜냐하면 그는 정팔의 심정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태석이 형이었어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을 것이다.“하하, 태석이 형, 멀리 안 나갑니다!”이원이 웃으며 밖으로 안내하는 손짓을 했다.그는 태석이 형과 정팔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속 시원했다.맺혔던 한이 풀린 것 같았다!‘잘난 체하더니! 본 도련님의 카지노를 발칵 뒤집으러 왔다며? 어디 한번 계속해 보시죠?’태석이 형과 정팔이 떠난 뒤, 이원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매형”을 쳐다보았다.“고마워! 근데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이원은 윤도훈을 빤히 쳐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시와 멸시로 가득 찼던 두 눈은 의아함과 호기심으로 가득하였다.‘이 자식, 보통이 아니야! 아무짝에 쓸모없는 꼭두각시는 더더욱 아니고…’이런저런 생각이 들다보니, 이원은 윤도훈이 자신의 누나에게 접근한 목적이 궁금했다.“나는 네 매형이야!”윤도훈이 어깨를 으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