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은표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낱낱이 이야기했다.은표도 무도인 이니, 혈 자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당시 윤도훈이 송가네 할아버지의 어떤 혈 자리를 어떻게 눌렀는지에 대해 은표는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 생생하게 설명했다.은표의 설명을 듣고, 손 닥터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역력했다.“대단해요! 대단합니다...”“어느 불세출의 신의 세가의 자제분이신지! 이런 방법으로 심폐를 자극하여 소생하다니! 어쩐지 할아버지가 한 번 앓으시더니, 오히려 병세가 오히려 호전되셨군요! 똑같이 몇 번 더 치료받으시면 심장이 십 년, 이십 년은 더 뛸 수 있겠는걸요!”손 닥터가 감탄했다.그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창백해졌다.“손 닥터, 은표가 그 젊은이가 했던 치료법을 설명해 줬잖아요, 손 닥터가 똑같이 치료해 줄 수도 있지 않나요?”송가네 할머니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맞습니다! 맞아요! 손 닥터, 얼른 그 녀석이 했던 대로 따라 해보세요.”송영태도 눈이 번쩍 뜨였다.하지만 손 닥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는 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혈 자리를 누를 때의 순서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모든 혈 자리의 자극은 다음 혈 자리에 자극을 주어 상호 작용합니다. 그 상호작용 중에서 단 한 곳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자극이 끊긴다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끔찍한 결과를 보게 될 겁니다! 게다가 저는 누르는 힘의 크기도 컨트롤할 수 없는걸요. 그 젊은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해내지 못할 겁니다! 대단해요, 정말 놀라운 실력입니다!”손 닥터는 미친 사람처럼 계속해서 혼잣말로 감탄했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송가네 할아버지, 송가네 할머니, 그리고 송영태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손 닥터, 한의학계의 명인이었고 송 씨 집안이 송가네 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천운시에서 모셔 온 분이셨다.‘이런 한의학계 명인이 한낱 애송이를 이렇게까지 높게 평가하다니!’‘젊은이의 간단한 응급처치가 정말 그렇게 대단했
이원의 말에 이진희의 안색이 변했다. 왜냐하면 동생이 자신의 속셈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반면, 윤도훈은 오히려 빙긋 웃었다.“대단한 집안 도련님들은 교양이 넘친다고 들었는데, 현실은 그게 아닌가 보네? 진희야, 네 동생은 매형한테 이딴 식으로 말하니?”말하면서 그는 이진희를 놓아주기는커녕, 더 꽉 끌어안았다. 순간, 그녀의 향기가 그의 얼굴을 스쳤고 그는 또다시 심장이 쿵쿵 뛰었다.이진희는 “악” 하는 소리와 함께 윤도훈의 허릿살을 세게 꼬집었지만 겉으로는 수줍은 표정이었다.그녀는 모든 것을 간파한 동생 앞에서 윤도훈이 이렇게 차분할 줄 몰랐다. 정말 겉보기와 다른 사람인 게 분명했다.이 담력만 보아도 지난 두 명의 고분고분한 꼭두각시와는 아예 달랐다. 고분고분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이진희가 그의 이런 모습에 감동할 리는 없었지만 은근히 신경 쓰였고 힐끔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원은 얼굴빛이 완전히 어두워졌다.감히 교양이 없다고 돌려 말하면서 도발하듯이 누나를 더 꼭 껴안아?“누가 매형이라는 거야? 한 방에 널 보내버릴 수도 있어!”이원은 말하면서 품에서 리볼버 총을 꺼냈고 윤도훈한테 총구를 겨눴다.그가 누구인가? 이 씨 집안 3대 핵심 자제인 데다가 도운시 어둠의 세력을 주름잡는 이원이 아닌가!짝!“원아! 너 뭐 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할게, 이 사람은 네 매형이야, 내 남자라고! 어떻게 내 남자한테 총을 겨눌 수 있어?”이진희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지켜보다가 손을 들어 이원의 뺨을 때렸다.이원은 멍하니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누나를 바라보았다.‘누나가 꼭두각시 같은 남자 때문에 내 뺨을 때려?’“당장 총 거두지 못해? 빨리 매형한테 사과해!”이진희는 호통을 치며 다시 손을 들었고 이원은 목을 움츠리다가 마침내 총을 거두었다.동생은 어릴 때부터 사랑의 매로 키워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진희는 이원을 참되게 교육했나 보다.어릴 때부터 이원은 친누나한테 사랑의 매를 많이 맞고 자
윤도훈이 갑자기 이원의 부하를 밀어내고 정팔의 맞은편에 앉을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밀려난 도박꾼은 이원을 쳐다보며 그의 동의를 구하는 것 같았다.이원도 윤도훈이 뭘 하려는지 몰라서 누나를 쳐다보았다.하지만 윤도훈을 쳐다보는 이진희의 표정 역시 어리둥절했다.“허허, 또 사람을 바꾸는 겁니까?”태석이 형이 야유했다.“인마, 나랑 게임하겠다고 도전하는 거야?”정팔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음흉하게 물었다.“아니면 여기 왜 앉았겠어?”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원을 향해 소리쳤다.“처남, 칩 좀 갖다 줘!”“처남?”태석이 형은 윤도훈이 이 씨 집안 도련님을 부를 때의 호칭을 듣더니 흠칫 놀랐다. 그러고는 이내 박장대소했다.“진희 씨 약혼자가 또 바뀐 모양이네요?”이원은 침착한 얼굴로 윤도훈 옆으로 걸어와 물었다.“뭐 하는 거야? 도박이 뭔지는 알아?”그는 윤도훈이 일부러 그를 골탕 먹이려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칩을 올려라!”윤도훈은 싱긋 웃었다.윤도훈이 도박할 줄 아는 것일까?안다고 할 수도 없었다!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조금씩 게임을 했을 뿐, 도박에 전혀 능통하지 않았다.그럼 그가 도박에 능통해야만 할까?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그는 용의 기운을 두 눈에 주입하면 패의 뒷면을 볼 수 있었기에 자신과 상대방의 손에 어떤 패가 있는지 알 수 있다.때문에 이길 때면 확실하게 배팅하고 질 경우엔 최소한의 손해만 볼 수 있었다.이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 자식, 감히 무슨 수작을 부린다면, 오늘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누나가 말려도 어쩔 수 없어!”경고한 뒤, 이원은 카지노의 책임자한테 손을 흔들었다.“200억 가지고 와!”칩이 올라오자, 정팔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어이, 친구! 어떤 게임을 할 건가?”정팔은 자신이 넘쳐 카지노에 들어서서부터 모든 게임을 상대가 원하는 것으로 정했고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했다.지금까지 이원의 부하들은 계속 졌고 그러다 보니 해보지 않은 게임이 없을
딸깍!가벼운 소리였지만 유난히 조용했던 현장의 정적을 깼다.그 소리는 사람들의 귀에 거슬렸고 모두를 흠칫하게 했다.윤도훈이 탄창을 닫았다.탄창 내에는 다섯 발의 탄알이 들어있고, 오직 한 발만 비어있었다.“딴말할 수도 있으니, 검사해 봐!”검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던 윤도훈은 리볼버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반대편으로 툭 던졌다.정팔은 태석이 형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리볼버를 들어 검사했다.확실하게 문제없었다!리볼버를 돌려받은 뒤, 윤도훈이 손으로 돌리자, 탄창이 돌기 시작했다.“인마, 이건 도박이 아니라 자살이야!”정팔은 침을 꿀꺽 삼켰고 더는 차분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는지,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 그가 보기엔 윤도훈이 자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내기란, 어쨌든 이길 확률이 존재하겠지만 정팔은 윤도훈이 죽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내기의 룰은 내가 정한다고 했었지?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거 아니야?”윤도훈은 손에 들고 있는 리볼버의 탄창을 돌리며 말했다.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내키는 대로 탄창을 돌리는 것 같았고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왜냐하면 그는 무작위로 탄창을 돌리다가 무작위로 멈췄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라면 그가 탄알을 뺐다가 다시 장전한다 해도 아무로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윤도훈은 천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으니 말이다.“못 당기겠어? 인마, 아직도 날 속이려는 거야? 어디 한번 방아쇠를 당겨 봐!”“쏴!”“쏴보라고!”정팔이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소리 질렀다.“좋아!”윤도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리볼버를 관자놀이에 갖다 댔다.순간 사람들은 마음을 졸이며 윤도훈을 주시했다!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쳐다봤다!이때, 윤도훈의 손가락이 움직였고 그는 정말로 방아쇠를 당겼다!“윤도훈!”이진희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탕!그러나 총성은 울리지 않았고 그저 공기가 마찰하는 소리만 들려왔다.빈 탄창이었다!탄창에 총알이 다섯 개 있는 상황, 모 아니면 도인 상황에서 윤도훈이
그는 눈을 부릅뜨고 몇 초 동안 멈칫하더니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탁!털썩!곧이어 그는 리볼버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온몸에 힘이 풀렸다.“난... 난 그만할래! 내가 졌어!”“내가 졌다고!”정팔의 의기소침한 목소리가 울렸고 심지어 울음소리까지 섞였다.조금 전까지 카지노를 휩쓸며 침착하고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멘탈이 붕괴된 것 같았다.그는 방아쇠를 당길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의 손놀림으로도 빈 탄창을 찾아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정팔은 그 방아쇠를 당긴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아직 누리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그는 돈이 엄청 많았고 마카오에 몇천 명의 애인이 있었다!“태석이 형, 문 회장이 전에 약속한 금액의… 두 배를 돌려드리겠습니다!”“전 못하겠어요...”정팔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두 눈에 초점을 잃은 채 태석이 형을 보고 말했다.태석이 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왜냐하면 그는 정팔의 심정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태석이 형이었어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을 것이다.“하하, 태석이 형, 멀리 안 나갑니다!”이원이 웃으며 밖으로 안내하는 손짓을 했다.그는 태석이 형과 정팔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속 시원했다.맺혔던 한이 풀린 것 같았다!‘잘난 체하더니! 본 도련님의 카지노를 발칵 뒤집으러 왔다며? 어디 한번 계속해 보시죠?’태석이 형과 정팔이 떠난 뒤, 이원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매형”을 쳐다보았다.“고마워! 근데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이원은 윤도훈을 빤히 쳐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시와 멸시로 가득 찼던 두 눈은 의아함과 호기심으로 가득하였다.‘이 자식, 보통이 아니야! 아무짝에 쓸모없는 꼭두각시는 더더욱 아니고…’이런저런 생각이 들다보니, 이원은 윤도훈이 자신의 누나에게 접근한 목적이 궁금했다.“나는 네 매형이야!”윤도훈이 어깨를 으쓱
골든 비치 카지노에서 나온 뒤, 이진희는 계속 윤도훈의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마치 사랑에 빠진 어린 소녀 같았다.이원은 더는 윤도훈을 누나가 찾은 꼭두각시로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누나가 사기를 당하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아무리 여장부 같고 도도한 그의 누나라도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되기 마련이니 말이다.윤도훈의 오늘 활약에 그는 이 사람이 조금 위험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당장 조사해! 이 자식에 관한 모든 걸 알아 와!”“네, 사장님!”한편, 페라리에 앉은 이진희는 방긋방긋 웃던 미소를 거둬들이고 차갑고 도도한 얼굴로 돌변했다.“윤도훈 씨, 앞으로는 스킨십할 때 자제 좀 부탁할게요. 또다시 불필요한 스킨십하고 그러면 허승재보다 먼저 사라지게 해줄 거예요!”이 망나니 놈이 자신을 끌어당겨 그의 다리에 앉히는 행위에 대해, 이 도도한 이 씨 집안 아가씨는 화가 많이 났다.그녀의 눈에는 윤도훈은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녀가 좌지우지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꾸만 윤도훈이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럼, 진희도 좀 자제해 줄래? 나한테 함부로 스킨십하지 말아야지?”윤도훈이 뜨뜻미지근하게 물었다.이진희는 흠칫 놀라더니 되물었다.“무슨 뜻이에요?”“우리는 거래를 했고, 나는 약속대로 꼭두각시 노릇을 할 수 있어.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당해줄 수도 있고! 그리고 당신들이 마음속으로부터 나를 무시하고 멸시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지! 하지만 폭력은 쓰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아무리 연기라도, 자꾸 뺨을 때려서야 되겠어?”윤도훈은 차갑게 말했다.“당신...”이진희는 그의 말을 듣더니, 그를 쳐다보는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의 눈 밑에는 알 수 없는 억울함이 스쳐 지나갔다.화를 주체 못 하고 윤도훈한테 걸어가 뺨을 때리려 했던 게, 과연 연기일까? 그래, 그거야. 이 사람 때문에 긴장했을 리는 없어!심호흡한 후, 이진희는 다시 무표정해 보이도록 감정을 추슬렀다.“오늘
“네가 찾는 족족 다 죽여버릴 거야!”그는 방 안의 물건을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져 부숴버렸다. 이 청년이 바로 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인 허승재였다. 그는 이진희를 너무나도 갖고 싶었다. 하지만 갖는다고 해도 천성적인 생리적 결함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로 지금의 비뚤어진 성격과 변태적인 소유욕이 만들어졌다!...이틀 후, 윤도훈은 택시를 잡아타고 낡은 달동네에 도착했다. 율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에 살던 집을 처분하는 바람에 이곳에서 셋방을 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때 윤도훈의 얼굴엔 빙그레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율이의 병증이 많이 호전되어 퇴원해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오늘 윤도훈은 율이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일찌감치 돌아와 집을 정리하려고 이곳에 왔다.초보적으로 용황경을 익힌 윤도훈은 딸의 병증이 더는 심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또한 그가 직접 만든 약 처방은 해외에서 들여온 것보다도 훨씬 더 효과가 뛰어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용수초라고 불리는 진귀한 약재를 손에 넣는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반드시 율이의 병을 완전히 낫게 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도운시의 크고 작은 약방을 모두 뒤졌지만 용수초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젠 어쩔 수 없이 운명에 맡겨야 한다!문 앞에 도착한 순간, 윤도훈의 얼굴에 노기가 피어올랐다. 조금 전 좋았던 기분이 산산이 깨져버리는 순간이었다.집 안에 있던 물건들이 문 앞에 제각기 널브러져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로 인해 모조리 문밖에 내던져진 것이다.그때, 집주인이 가방을 하나를 갖고 나와 바닥에 툭 던져버렸다. 그 충격에 가방이 열렸고 안에 있던 장난감 곰 인형과 옷가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율이의 장난감과 아이가 어릴 적 입었던 옷이었다!“이 지저분한 쓰레기들은 다 뭐야? 꼴 보기 싫어 죽겠네!”뚱뚱한 중년 여주인이 투덜거리며 물건을 내던졌다.윤도훈은 인형과 옷을 주
저번 율이의 병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윤도훈은 일상용품을 대충 챙겨 병원으로 가 율이를 간호했었다.한동안 집을 비웠다고 집주인이 말도 없이 물건을 내던지고 사람을 쫓아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윤도훈이 대체 왜 쫓겨나야 한단 말인가? 월세를 냈으니 이 집의 주거권은 분명 그에게 있다. 그저 집주인이 그를 계약을 연장할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얕잡아보고는 계약 기간이 다 끝나기 전에 쫓아내려 하는 것이다.윤도훈은 돈을 얻을 인연을 만났지만 아직 현금을 손에 넣진 못했다. 저번 이진희는 율이의 병원비를 내줬을 뿐 돈을 직접 준 건 아니었기에 윤도훈은 현재 다른 거처를 구할 돈이 없었다.더욱이 율이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자신과 아빠가 집에서 쫓겨났다는 이 상황을 알게 된다면 크게 상심할 것이 분명하다.“안 가겠다고? 사람이라도 불러서 끌어낼까? 내가 못할 것 같아?”집주인이 윤도훈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바로 그때, 한쪽에서 삐딱한 말소리가 들려왔다.“윤도훈, 너 설마 월세도 못 내서 쫓겨난 거야?”그 말과 함께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흉악한 인상의 사람들을 데리고 마당으로 걸어들어왔다.주선미와 그녀의 현재 남편 유현이었다!“하하. 억지로 안 가겠다고 버티는 것 같은데?!”유현이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리며 윤도훈에게 말했다.“이런 주제에 사람을 시켜 우리 선미를 건드려? 체면을 위해선 집안도 말아먹을 인간 같으니라고! 사람을 고용하고 차를 빌리는 돈이면 몇 개월 월세는 족히 나올 텐데?”주선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윤도훈, 네 그 대단한 여자친구는 어디에 있어? 페라리를 몰고 와서 월세를 내달라고 해!”그녀는 이어 분노 어린 얼굴로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감히 날 건드리다니. 정말 유치하고 어이없어. 오늘 내가 똑똑히 알려줄게. 넌 내 발아래에 짓밟혀야 하는 쓰레기라는 걸 말이야! 오빠, 단단히 혼내고 내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어 줘!”“자기야, 걱정하지 마!”유현이 험악한 인상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