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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봉화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뭐라고요? 멀쩡한 데다가 이미 정신을 차렸다고요?”

도시 중심부 병원 안, 이진희의 기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놀라서 물었다.

“환자는 별일 없습니다. 외상을 조금 입은 것 말고는 멀쩡합니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리가요? 그 사람 차에 치였을 때 상태가 엄청 심각해 보였고 피도 많이 났어요.”

기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었다.

“말씀하셨다시피 그냥 겉으로 보기에만 그랬을 거예요.”

이진희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의사의 말이 농담이 아니란 걸 확인한 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제가 가볼게요.”

병실 문이 열리고 이진희는 멍한 얼굴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

윤도훈은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몸 상태도 어쩐지 이상했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정보가 떠올랐다.

용혼소울링, 용황경, 용안관천술...

이게 다 뭘까?

게다가 계속 은근히 아팠던 왼쪽 신장에서 한 줄기 열기가 흘러나와 사지로 퍼져나가는 듯해 불편했다.

윤도훈이 제대로 살펴보려 할 때 이진희가 들어왔다.

고개를 든 윤도훈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아름답다!

과거 윤도훈의 혼을 쏙 빼놓았던 주선미도 눈앞의 미인과 비교하면 삽시에 빛이 바랠 것이다.

“당신은...”

윤도훈은 입을 뻐끔거리며 불확실한 어조로 물었다.

이진희는 대답 대신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자해 공갈하려던 사람 맞죠?”

잠시 넋을 놓고 있던 윤도훈은 한참 뒤에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상대방이 운전하는 차량을 향해 돌진했으니 자해 공갈단으로 여기는 게 당연했다.

“아뇨...”

윤도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그러면 정말 죽고 싶었던 거예요?”

이진희가 무덤덤한 얼굴로 물었다.

“네...”

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죽지 못했으니 이제 어쩔 생각이에요? 계속 자살 시도할 생각인가요?”

이진희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질문에 윤도훈은 침묵을 지켰다.

이진희는 서늘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훑어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윤도훈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펄쩍 뛸 뻔했다.

“우리 결혼하는 거 어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도훈은 짧게 소리를 지른 뒤 입을 떡 벌리고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뭐라고요? 방금 뭐라고 했어요?”

“우리 결혼해요!”

이진희가 무표정한 얼굴로 한 번 더 말했다.

윤도훈은 넋이 나갔다. 그는 심지어 조금 전 차에 치인 것이 눈앞의 그녀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말아줄래요? 저 멀쩡하거든요!”

윤도훈의 눈빛을 느낀 이진희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윤도훈은 헛기침했다.

“그런데 왜죠? 절 그렇게 중요시하는 건가요?”

이진희는 한껏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제가 당신을 선택한 건 당신을 얕보기 때문이에요. 간단히 말하자면 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제 약혼자가 되길 바라요. 당신은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이니 당신이 가장 좋을 것 같네요. 어차피 당신은 자기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잖아요. 어차피 버릴 목숨일 텐데 저한테 이용당해요. 물론 공짜로 이용할 건 아니고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할 거예요!

말이 끝나자마자 윤도훈의 눈동자가 빛났다. 상대방은 분명 부자일 것이다.

“알겠어요. 당신이 내게 4천만 원, 아니, 1억 6천만 원을 줘서 내 딸을 구해준다면 어떻게 해도 좋아요!”

중환자실은 1일당 입원 비용이 아주 비쌌다. 만약 정말 딸에게 맞는 골수를 찾게 된다면 돈이 얼마나 들지 몰랐다.

게다가 눈앞의 그녀는 돈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기에 윤도훈은 그녀에게 거액의 보수를 요구하려고 마음먹었다. 상대방이 그와 값을 흥정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이진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미리 얘기하지만 약혼자는 그냥 타이틀에 불과해요. 나랑 당신 사이에는 그 어떤 실질적인 관계도 없을 거예요!”

“상관없어요. 내게 1억 6천만 원을 줘서 내 딸을 구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윤도훈이 다시 한번 말했다.

“당신은 데릴사위가 되어야 해요. 억울한 일도 당할 수도 있고 우리 집안사람들이 당신을 깔볼 수도 있어요. 쉽게 말하자면 당신은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해요!”

이진희는 우선 쓴소리부터 할 생각이었다.

“1억 6천만 원으로 내 딸을 구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괜찮아요!”

“알겠어요...”

이진희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돈을 주어 그의 딸을 살려준다면 눈앞의 남자는 뭐든 받아들일 것 같았다.

목숨도, 체면도 모두 내려놓을 것만 같았다.

...

중환자실 안, 율이의 주치의인 조강인이 율이의 눈꺼풀을 들어 확인한 뒤 옆에 놓인 기계를 힐끗 쳐다보았다.

“가망이 없네요. 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조 선생님.”

간호사는 그의 말에 대답한 뒤 흰 천으로 시체를 덮으려 했다.

율이는 눈을 감은 채로 꼼짝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연약한 어린 생명은 이미 종착지에 다다른 듯했다.

조강인은 미안함이나 안타까움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냉담한 표정으로 율이를 힐끗 보았다.

“병원비도 내지 못하고. 수입 특효약을 계속 쓴다면 며칠 더 살 수 있었을 텐데. 거지니 그냥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지.”

조강인이 입을 비죽이며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 누군가 부랴부랴 밖에서 뛰어 들어왔다.

간호사의 손에 들린 흰 천을 본 윤도훈은 삑사리를 내며 말했다.

“잠깐만요, 지금 뭐 하려는 거예요?”

“환자는 이미 세상을 떴습니다...”

간호사가 깜짝 놀라 대답했다.

“아뇨! 그럴 리가 없어요. 율이야! 율이야!”

그 말에 윤도훈은 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낮게 포효하며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

이미 숨이 멎은 채로 눈을 감고 있는 딸을 보는 순간, 윤도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이 율이의 작은 손을 꼭 쥔 채로 살살 흔들었다.

“율이야, 일어나봐! 눈 떠서 아빠 봐야지! 율이야! 율이야, 내 딸아!”

조강인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병실에서 왜 소란을 피우세요? 이미 죽었으니 얼른 간호사가 옮기게 하세요.”

“아뇨, 율이는 안 죽었어요! 율이가 이렇게 빨리 죽을 리가 없어요. 율이한테 특효약을 썼나요? 특효약을 썼는데 이렇게 빨리 죽을 리가 없잖아요.”

윤도훈은 눈이 벌게져서 따져 물었다.

조강인은 코웃음을 치며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

“요금 미납한 지 꽤 되셨잖아요. 그런데 특효약이라뇨? 우리 병원이 자선단체인 줄 아세요?”

“제기랄! 당신 참 사악한 의사네요! 왜 우리 딸한테 약을 쓰지 않은 거예요? 왜죠? 제가 말했잖아요. 제가 가서 돈을 모을 테니 먼저 제 딸한테 약을 써달라고요. 어떻게 우리 딸이 죽어가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볼 수 있어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대체 어떻게!”

윤도훈이 피눈물을 흘리며 책망했다.

“당신이 한 말이 무슨 소용이 있죠? 당신이 누군데요? 당신 딸은 이미 죽었어요. 간호사, 얼른 시체 옮겨요! 중환자실은 시간당 비용을 내야 하니까 돈이 그렇게 많으면 계속 여기서 소리 지르세요!”

조강인은 냉소를 흘린 뒤 성가시다는 듯이 재촉했다.

“아뇨. 제 딸은 죽지 않았어요! 죽지 않았다고요!”

윤도훈은 율이의 작은 손을 잡고 억울한 듯 고함을 질렀다.

다음 순간, 심장이 뛰면서 한 줄기 뜨거운 열류가 그의 손에서 율이의 손으로 옮겨져 율이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미 죽었다니까요. 이렇게 붙잡고 있어도 소용없어요. 차라리 집으로 데려가서 안고 계세요.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마시고요!”

조강인이 말했다.

“아뇨, 제 딸은 죽지 않았어요! 제 딸은 살아날 거예요!”

윤도훈의 체내에서 흘러나온 열류가 율이의 체내로 들어갔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왼쪽 신장과 머릿속에 떠오르는 많은 정보에 윤도훈은 자기 몸에 변화가 생겼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윤도훈은 왼쪽 신장에서 느껴지는 열류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그것을 자유롭게 사용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셈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율이의 체내에 열류를 주입하며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랐다.

“살아난다고요? 미쳤어요? 활력징후가 전혀 없는데 어떻게 살아날 수 있다는 거죠? 당신 딸이 살아난다면 전 앞으로 물구나무로 서서 걸어 다닐 거예요.”

조강인은 경멸에 찬 어조로 말했고 옆에 있던 간호사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바로 그때, 율이의 몸에 연결되어 있던 측정기에서 ‘삐’ 소리가 났다.

곧이어 심장 측정기 스크린 위에 그려졌던 직선에 파동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내 더욱 강렬해지면서 규칙적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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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태는 다급하게 주저앉아 송가네 할아버지의 입을 벌리고는 우황청심환을 넣어드렸다. 하지만 송가네 할아버지는 전혀 호전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낯빛이 새하얗게 질린 채, 더욱 고통스러워했다.“할아버지! 할아버지!”송영태는 잔뜩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송가네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가 될 것이다.송 씨 집안에서 절대로 이런 비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도운시가 발칵 뒤집힐 수도 있었다.은표는 휴대전화를 꺼내고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불렀다.주위를 지나던 행인들과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사람들도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거죠?”“심장병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이 가게 꽈배기에 무슨 문제 있는 건 아니겠죠?”다급한 상황이 되자, 송영태는 송가네 할아버지의 인중을 누르려고 했다. 손이 송가네 할아버지의 인중에 닿는 순간, 송영태의 얼굴빛이 확 달라졌다.송가네 할아버지의 호흡이 뜻밖에도 이미 멈췄다!이어서 그는 급히 송가네 할아버지의 맥박을 살피더니 털썩 바닥에 주저앉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맥박까지 멈춰버린 것이다!송가네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신 것일까?“제기랄, 꽈배기에 뭐가 들어간 거죠! 할아버지가 드시자마자 쓰러졌잖아요?”“당장 사실대로 말해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 생기면 당신 가족들까지 가만두지 않겠습니다!”송영태는 얼굴을 붉히며 가게 주인을 향해 돌진했고 그의 멱살을 잡으며 고함을 질렀다.“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넣지 않았어요! 가장 좋은 밀가루 반죽을 가장 좋은 기름에 튀겨낸 것입니다, 아무것도 안 넣었어요!”가게 주인은 울상을 지으며 해명했다.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는 윤도훈한테 팔려던 꽈배기의 반을 송가네 할아버지 일행한테 팔지 않았을 것이다.그만 돌아가시려던 송가네 할아버지를 불러 세운 건 가게 주인이다!괜히 속물처럼 송가네의 비위를 맞추려 하다가 이런 화를 입게

  • 내 안에서 각성한 용   제9화

    다만 주선미는 요염하고 섹시하게 차려입고, 걸을 때마다 허리를 뒤로 젖히며 요염한 분위기를 풍겼다. 섹시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여자다!윤도훈도 전에는 자그마한 재력가에 속했기에 그동안 주선미는 윤도훈의 돈으로 자신을 케어하여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했다.그녀한테서 아이를 낳은 흔적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윤도훈은 자신의 전처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보자, 가슴이 아팠다.“돈 빌리러 온 거 아니야! 율이 치료에 쓰일 돈은 이미 준비됐어!”윤도훈이 차갑게 말했다.“돈 빌리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대체 왜 나를 미행하는 거야? 미련이라도 남은 거야? 헛된 생각은 제발 접어!”주선미가 눈썹을 씰룩대며 윤도훈을 경멸하듯 쳐다보았다.“거지 같은 놈, 아직도 선미를 쫓아다녀? 미련이 남아? 거울 좀 봐봐, 선미가 너한테 돌아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단념해...”유현은 주선미의 허리를 감싸더니 주선미의 얼굴에 볼 뽀뽀를 했다.“맞아... 유현 오빠, 너무 자극하지 마. 잘못된 선택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주선미는 몸을 배배 꼬면서 유현한테 애교를 부렸다.이 광경을 본 윤도훈은 속이 메슥거렸고 얼굴을 찡그렸다.윤도훈은 주선미 같은 여자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할 것으로 생각했던 그때의 자신이 너무 어리석은 것 같았다.“윤도훈, 빨리 안 꺼져? 남의 영업장에 피해 주지 말고 꺼져! 여기는 밥 한 끼 먹는데 몇백만 원이나 필요한 곳이야! 내가 유현 오빠를 만나지 못하고 계속 너 같은 멍청이랑 같이 살았다면, 이런 곳엔 평생 발도 못 들였을 거야!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자꾸 나를 미친 듯이 따라다니지 말아 줘! 그리고 앞으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자꾸 내 앞에 나타날수록 난 네가 더 역겨울 뿐이야!”주선미는 선을 넘는 말들을 서슴없이 하면서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미친 듯이 따라다녔다고? 주선미,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윤도훈은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왜? 내 말이 틀

  • 내 안에서 각성한 용   제10화

    윤도훈은 인제야 이진희가 왜 자신을 찾는지 알게 됐다.‘어제 일로 사과하려고 하는 건가? 보아하니, 인 대표의 아들이 독 때문에 앓고 있는 게 분명하네!’그럼 어제 이진희가 윤도훈한테 꺼지라고 했던 것은 너무 모욕적이고 무례한 발언이다.윤도훈은 무례하고 공격적인 이진희의 물음에, 두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틀림없이 인 대표님의 아들은 어제 독 때문에 앓고 있었을 거야. 내 추측대로라면 죽진 않았을 것이고 나한테 엄청나게 고마워하고 있을 테야. 맞아? 그 뜻은 즉, 너와의 협력도 이미 떼놓은 당상이라는 것 아닌가? 내가 큰 도움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나더러 꺼지라고 했던 거잖아. 맞지? 그럼 진실이 밝혀진 오늘, 내가 뺨 한 대를 돌려준다고 해도 할 말 없는 거 아니야?”윤도훈은 담담할 말투로 맞고 옳은 소리만 해댔다.그가 말을 마치자, 이진희는 어리둥절했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윤도훈이 이런 대답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웃기는 사람이네, 따귀라도 한 대 때릴 생각인가?’이진희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윤도훈을 쳐다보는 눈빛마저 섭섭하고 원망 섞인 눈빛으로 바뀌었다.전에 있었던 두 명의 꼭두각시 약혼자는 그녀의 앞에서 설설 기며 감히 큰 소리를 한 번 내지 못했다. 노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그 두 명의 전임 약혼자들뿐만 아니라, 그녀가 어릴 때부터 만나온 모든 남자들은 거의 똑같이 그녀한테 순종했다.그녀의 미모 때문도 있지만, 그녀의 대단한 집안 때문인 경우가 더 많았다.그녀한테 손을 댈 생각을 하는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그녀 또한 윤도훈을 전에 겪었던 남자들을 대하듯 대했고 그들처럼 꼭두각시 인형으로 쓰려고 했다.그녀의 마음속에서 윤도훈은 전에 겪었던 남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굽신굽신, 순종하는 꼭두각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뺨을 때리겠다고 하다니?말뿐이라고 해도, 이진희는 조금 서운했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이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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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안에서 각성한 용   제1159화

    이진희와 성시아가 죽었다고 생각한 주석훈은 복수의 쾌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음사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말도 안 돼. 젠장! 교통사고로도 죽지 않는다면 내 괴인 시체들을 상대해 보라지!”음사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그러자 주석훈도 미간을 찌푸린채 물었다. “음사, 무슨 일입니까? 무슨 변수가 생긴 겁니까?”그러나 음사는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인을 더 빠르게 결하며 얼굴에 섬뜩한 푸른빛을 띠기 시작했다.한편, 교통사고 현장.모두가 아우디 A8에 타고 있던 이들이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때,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변형된 차체 안에서 이진희는 몸을 움츠려 성시아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진희의 연약해 보이는 몸이 시멘트 믹서 트럭의 무시무시한 중량과 관성을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진희야, 너. 괜찮아?”성시아는 몸을 웅크려 자신을 보호하는 이진희를 보며 두려움과 감동이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만약 이진희가 남자였더라면, P시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아가씨인 성시아는 당장이라도 사랑고백을 했을 것이다.“난 괜찮아!”이진희는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는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잠시 후, 아우디 A8의 찌그러진 차체가 쑥 올라갔다. 이진희는 성시아의 손을 잡고 차에서 뛰쳐나왔다. 한편, 이 광경을 본 주변 사람들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경악했다.“저 여자들을 좀 봐요, 차에서 나왔어요!”“죽지 않았다고요?”“이게 가능해요?”“일생의 운을 다 쓴 거예요!”“하늘이 미인을 돌봐 주는 건가 봐요.”모두가 이진희와 성시아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성시아는 차에서 나온 후 운전석을 힐끗 보았다. 차에 갇힌 운전기사가 참혹하게 죽어 있는 모습을 본 성시아의 얼굴에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스쳐갔다.“시아야, 보지 말고 빨리 이곳을 떠나자! 오늘 이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야!”이진희가 성시아를 재촉하며 말했다.바로 그때, 연속으로 펑펑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아우디

  • 내 안에서 각성한 용   제1158화

    이진희와 성시아가 타고 있던 아우디 A8 뒤로는 아무 차도 없었고, 거대한 시멘트 믹서 트럭이 무섭게 돌진해 오고 있었다. 이 트럭은 A8과 20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까지 다가왔고, 그 속도로는 2초도 안 되어 충돌할 터였다.그런데도 A8의 앞과 좌우측을 막고 있던 차량들은 여전히 느릿하게 움직이며 길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의도적으로 조작된 이 사고는 누가 봐도 정교하고 치밀했다. 트럭의 무게와 관성으로 인해 A8은 산산조각 날 것이 분명했고, 내부의 승객들 역시 온전치 못할 터였다.그러나 옆에 앉아 있던 성시아와 운전석의 기사 모두 위험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사는 앞에 있는 소형 화물차에게 경적을 두 번 울리며 서두르라고 신호를 보냈을 뿐이었다. 그때, 이진희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시멘트 믹서 트럭이 이진희의 눈에 들어오자, 이진희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이진희의 동공 속에는 트럭의 모습이 점점 크게 다가왔다.그러나 이진희는 개혼체였다. 예전에 흡수한 악령왕의 영혼 에너지 덕분에 신체 능력이 원영 중기 강자 수준에 도달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이진희가 트럭 아래 깔리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을 터였다. 또한 위험을 감지한 이진희는 트럭이 닿기 전에 충분히 탈출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그러나 성시아는 다르다. 그리고 이제 막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친구가 된 성시아를 두고 혼자만 탈출할 수 없었다. 트럭이 이진희의 시야에서 점점 커져오자, 이진희는 고민할 새도 없이 성시아 쪽으로 몸을 날렸다.앞에 있는 기사를 돌볼 겨를은 없었다. 이진희는 속으로 미안하다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쾅-, 쾅-눈 깜짝할 사이에 시멘트 믹서 트럭이 아우디 A8을 덮쳤다. 한순간 트럭은 상대적으로 작고 약한 A8을 완전히 깔아뭉갰다. 그 모습은 마치 성인 남자가 어린아이를 짓누르는 듯했다. 육안으로 보아도 A8의 차체는 즉시 변형되었고, 창문 유리는 산산조각이 났다.이때에도 A8의 세 방향을 막고

  • 내 안에서 각성한 용   제1157화

    주석훈은 그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 “두 년놈이!”전우현은 그 말에 잔인한 기색을 띠며 덧붙였다. “석훈 사장님, 우리 손을 써서 저들의 협력을 방해해 보는 건 어떨까요?”이전에 도운시에서 상업 교류회 중 당했던 굴욕으로 인해 전우현은 윤도훈과 이진희를 증오하고 있었다. 사랑보다는 집착과 소유욕에서 비롯된 원망이었다. 그런 만큼 전우현은 이진희와 그린 제약회사이 잘되는 것을 절대 두고 볼 수 없었다.“우현 전무님, 어떤 계획이라도 있습니까?”주석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전우현은 잠시 생각한 후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고, 주석훈은 듣고 나서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전우현의 계획이란 고작 상업적인 방식으로 그린 제약회사과 화시 바이오테크놀로지 간의 협력을 방해하고 타격을 주는 것에 불과했다. 그 정도로는 주석훈에게 닥친 상실감을 달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주석훈은 가슴에 맺힌 분노와 복수를 원했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주석훈의 마음은 이미 피와 복수로 가득 차 있었다.“좋습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제가 생각해 보겠습니다.”주석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석훈 사장님, 제발 빨리 손을 써 주십시오. 이진희와 성시아의 협력이 완전히 성사되기 전에 말입니다.”전우현은 일어서며 말했다.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전우현은 속으로 이진희와 성시아 간의 협력이 무너지면, 그 틈을 타서 그린 제약회사과 협력할 기회가 있을지 계산하고 있었다. 만약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이진희와의 관계에도 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감을 품은 것이다.전우현이 떠난 후, 주석훈은 주먹을 꽉 쥐며 살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회색 로브를 걸친 마르고 창백한 중년 남자가 주석훈의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 남자의 온몸에서 음산하고 섬뜩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마치 무덤에서 나온 듯한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음사, 이 일을 맡아주십시오! 이진희와 성시아, 반드시 내 아들과

  • 내 안에서 각성한 용   제1156화

    P시, 어느 다방에서.전화를 끊은 이진희의 고운 얼굴에 달콤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진희의 맞은편에는 P시의 최고 부호의 딸이자 P시 화시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미모의 대표인 성시아가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지난번 천운시에서 이미 기본적인 협력 방향에 합의했기에, 이번에 이진희가 P시를 방문한 것은 본격적인 협상과 협력 사항을 구체화하기 위해서였다.이진희가 전화를 마치자,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모습은 같은 여자인 성시아조차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였다.“진희야, 누구한테 전화 온 거길래 이렇게 행복하게 웃는 거야? 혹시 남편?”성시아는 농담처럼 물었다. 두 사람은 이미 친구이자 절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맞아, 내 남편 윤도훈이야. 하지만 사실 우리 딸 율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어.”이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성시아의 장난스러운 어조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속으로는 윤도훈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걸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했다.“흥!”성시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이진희를 쳐다보았지만 굳이 더 묻지 않았다. 이어서 두 사람은 협력 조건을 조율한 후, 다방에서 차를 마시며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 무렵,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겨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한편, P시 외곽, 한 대기업 사옥 내, 이곳은 바로 SJ 의약 상인 협회 본부이다. 사무실 안에서 SJ 의약 상인 협회의 책임자인 주석훈은 한 젊은 남성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석훈은 눈가에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머리카락도 희끗희끗했다. 나이답지 않게 세월의 흔적이 역력해 보였다. 아들이었던 주단성의 죽음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모양이었다.주석훈은 한때, 은둔 윤씨 가문을 등에 업고 자신의 아들 주단성이 윤도훈과 대적하도록 시켰지만, 그것이 아들의 죽음을 불러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주단성을 죽인 것은 윤도훈이 아니라 오히려 윤민기였다. 그러나 주석훈은 은둔 윤씨 가문에게 따지러 갈 용기가 없어 그 원한을 묻어두었다. 대신, 그 분노와

  • 내 안에서 각성한 용   제1155화

    머지않아 윤도훈은 율이를 데리고 다시 단맥종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번 외출이 끝나면, 얼마 동안이나 이진희와 함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윤도훈은 소중한 시간을 만끽하고자 했다.이윽고 설만추의 집에 도착한 윤도훈은 간단히 임수철의 병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임수철의 병은 악성 질환이 아닌 만성 폐질환이었다. 그래서 윤도훈은 간단한 의술로 임수철의 병을 치료해 주었고, 설만추는 다시 한번 윤도훈의 신묘한 능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설만추는 윤도훈이 강력한 실력자일 뿐 아니라, 뛰어난 의술까지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그리고 윤도훈이 다시 도운시로 돌아간다고 하자, 설만추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윤도훈이 곧 단맥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설만추는 하모완처럼 억지로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피우지는 않았다.그날 오후, 중주시의 공항 대기실에서 윤도훈은 전화로 이진희에게 장난스럽게 물었다.“여보, 나 보고 싶었어?”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이진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응. 보고 싶었어요.]잠시 후, 이진희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훈 씨, 지금 어디에요? 단맥종에서 나온 거에요?]이진희의 목소리에서는 은근한 설렘과 조급함이 묻어났다.“응, 잠깐 외출했어! 율이 데리고 집에 돌아가려고.”이때, 옆에 있던 율이가 기쁜 목소리로 외치며 전화기를 빼앗았다. “엄마! 엄마, 나 율이야!”그동안 율이는 설만추와 같은 좋은 이모를 만났지만, 율이의 마음속에선 엄마인 이진희가 차지하는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진희와 통화한 후, 율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전화를 윤도훈에게 건넸다.이윽고 이진희가 윤도훈에게 말했다. [도훈 씨, 나 때문에 단맥종을 떠날 필요는 없어요. 난 괜찮아요. 도훈 씨도 말했잖아요, 상고 윤씨 가문이 언제든 도훈 씨를 찾을 수 있다고요. 이렇게 나오는 건 너무 위험해요.”이진희는 그리워함에도 불구하고 윤도훈을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러자 윤도훈

  • 내 안에서 각성한 용   제1154화

    하승해는 한참 동안 다시 생각해 보았으나 결국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확실하네! 지금이든 십 수년 전이든, 우리 하씨 가문에는 내 딸과 닮은 여자가 존재한 적이 없었네. 그러니 자네 어머니는 우리 하씨 가문 사람일 리가 없네.”“그럼 왜, 모완 아가씨가 제 어머니와 이렇게 똑같이 생겼을까요? 게다가 성도 같은 하씨라고요! 세상에 이 정도 우연이 있을 수 있습니까?”윤도훈은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물었다.“세상이란 크고도 기이한 법이지. 어쩌면 단순한 우연일지도 몰라.”하승해는 확답을 피하듯 대답했다.이어서 무언가 의미심장하게 윤도훈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물론, 또 다른 가능성도 있지.”“다른 가능성이라니요?”윤도훈은 진지하게 되물었다.하승해는 천천히 말했다. “자네 어머니가 우리 하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면, 상고 하씨 가문에서 나온 분일 수도 있겠지. 우리 가문의 조상도 상고 하씨 가문에서 나왔으니까 말이야. 혹시 어머니께서.”하승해는 말을 마치지 않고 암시만 남겼다. 윤도훈은 그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상고 하씨 가문이라니? 내 어머니가 상고 하씨 가문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가?’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여러 가지 생각이 얽히고설켜 윤도훈의 마음을 어지럽혔다.‘지금은 생각하지 말자.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알아보는 수밖에.’결국 윤도훈은 고개를 흔들며 복잡한 마음을 떨쳐냈다.그날 밤.하모완은 뜰 한가운데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며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애써 윤도훈을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렸건만 윤도훈이 윤시율만 데리고 몰래 떠나버렸기 때문이다.“도훈 오빠, 내가 그렇게 귀찮은 존재였어요? 정말. 이 나쁜 사람!”작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하모완은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그때 하승해가 하모완 뒤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모완아, 억지로 될 일이 아닌 것도 있단다. 너와 윤도훈은 다른 세계의 사람이야. 결국 함께할 수 없는 인연이락고.”그 말을 들은 하모완의

  • 내 안에서 각성한 용   제1153화

    하씨 가문은 비교적 약한 은둔 가문 중 하나로, 금단 경지 고수를 손에 꼽을 정도로만 보유하고 있었다. 하승해 본인도 금단 중기에 불과했으니, 윤도훈이 하씨 가문 전체를 혼자서도 제압할 수 있을 만한 전력을 지닌 셈이었다.그날 밤, 윤도훈은 하승해와 단둘이 밀실에서 만났다.“승해 형님, 이 하씨 가문과 상고 하씨 가문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겁니까?”윤도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전에 하수호와 하선우가 자신이 상고 하씨 가문 사람임을 밝혔을 때, 하승해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던 것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하승해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침내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이제 와서 숨길 것도 없지. 그래, 우리 하씨 가문은 사실 상고 하씨 가문의 외지에 남겨진 분파일세. 다만 상고 하씨 가문에서는 우리 존재를 모르는 듯하네.”이어 하승해는 역대 하씨 가문 가주들만이 알고 있는 몇 가지 비밀을 털어놓았다. 물론 모든 것을 말한 것은 아니었고, 일부만 모호하게 전했다. 그저 하씨 가문이 상고 하씨 가문을 떠나 외지에 뿌리를 내린 분파일 뿐이라는 사실 정도만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하씨 가문이 상고 하씨 가문을 떠났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그리고 하승해는 윤도훈에게 이 비밀을 절대 발설하지 말아달라 부탁했다. 만약 상고 하씨 가문에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하씨 가문은 말살될 것이 뻔했다.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따져 묻지는 않았다.그 후, 윤도훈은 자신의 가방에서 한 장의 사진을 꺼내 하승해 앞에 놓았다. 사진은 흑백으로 약간 낡아 보였고, 사진 속에는 눈에 띄게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있었다. 하여옥의 이목구비에는 온화한 기운으로 가득했다.“승해 형님, 혹시 이분을 아십니까?”윤도훈은 약간의 기대감을 담아 물었다.하승해는 사진을 보자마자 순간 멍해졌다. “이거 모완이 아닌가?”“아닙니다. 이분은 제 어머니, 하여옥입니다. 모완 아가씨가 제 어머니와 많이 닮았습니다.”윤도훈의 말을 들은 하승해는 깜짝 놀라며 사진을 유심히 살

  • 내 안에서 각성한 용   제1152화

    과거 은둔 가문 오씨 가문의 장로, 오관운이 윤도훈에게 이 두 가지 물건을 건네며 이를 통해 크나큰 기연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윤도훈도 그 말에 대한 기대감을 마음속 깊이 품어왔다.그리고 율이가 일곱 살이 되기 전에 상고 윤씨 가문에 맞설 만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든 가능한 기회를 잡아야 했다. 그러나 이 긴 시간 동안 윤도훈은 신우와 보물 지도의 용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지도에 표시된 장소는 전 세계 지도를 샅샅이 찾아보아도 현실 세계에서 일치하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그런데 이번에 상고 하씨 가문의 사람이 이 신우와 보물 지도를 노리고 나타난 것을 보고, 윤도훈은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윤도훈의 말을 들은 하수호와 하선우의 얼굴에는 냉소가 어렸다.“하하. 네 따위가 신우와 보물 지도를 손에 넣으려 한다고?”하수호가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리며, 이를 악문채 윤도훈을 노려보았다.“헛된 꿈은 그만 접어. 우리에게서 정보를 빼내려는 꿈은 꾸지 않는 게 좋을 거야.”“퉤!”하선우는 윤도훈을 향해 피를 머금은 침을 내뱉었다. 이들은 상고 가문 출신의 원영 후기 강자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중상을 입고 죽음 직전의 상태였지만, 그들 내면의 오만한 자존심은 꺾이지 않았다. 윤도훈 앞에서 굴복하거나 신우와 보물 지도의 용도를 털어놓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침묵을 지킬 결심이었다. 한편, 윤도훈은 그들의 냉소와 단호함에 차갑운 눈빛으로, 마음속에 솟구치는 맹렬한 분노를 억눌렀다.“좋아, 그렇다면 내 방식으로 알아내 주지!”윤도훈은 이들의 입을 열기 위해 준비하던 비법을 떠올리며 결심했다.그때, 윤도훈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하수호와 하선우가 마지막으로 비웃더니, 이내 그들의 몸 안에서 갑작스러운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리고는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고꾸라져 죽었다.이를 본 윤도훈은 눈꺼풀이 떨렸다. 그리고 미간을 한층 더 찌푸린 채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스스로 심맥을 끊어

  • 내 안에서 각성한 용   제1151화

    “하씨 가문 따위가 뭐라고? 감히 우리 윤씨 가문과 맞서 전승을 가로채려 해?”이수연은 거친 숨을 내쉬며 기운을 안정시킨 후, 눈에 가득 경멸을 담아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이수연이 이성을 잃기 직전의 마지막 경고였다.상고 하씨 가문과 윤씨 가문은 모두 상고의 유서 깊은 가문으로, 그 실력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하씨 가문은 가주가 미지의 땅에 들어가 실종되면서 가문이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수연은 이에 개의치 않고, 이번 전투에서 밀리자 곧바로 저주체 비술을 사용하며, 상고 하씨 가문과의 갈등을 개의치 않는 태도였다.쾅-하수호 역시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하수호는 커다란 칼을 손에 들고, 공기를 가르며 이수연을 향해 돌진했다. 뒤에서 따라온 하수호의 동생 하선우도 두 주먹에 섬뜩한 빛을 담아내며, 굳건한 근육으로 땅을 강하게 밟아 거대한 충격을 일으켰다.이렇게 세 명의 원영 후기 강자들이 벌이는 이 격전은 하늘과 땅을 뒤흔들고, 공간을 비틀리게 할 만큼 격렬했다.한편, 윤도훈은 홀로 다섯 명의 금단 후기 고수와 맞서고 있었다. 윤도훈은 이수연과 하수호의 싸움을 잠깐 살펴보며 속으로 기도했다. 그들이 서로 죽거나 크게 다치기를 바랐다. 두 가문 중 누가 살아남든, 윤도훈에게는 불리하기 때문이었다.“꼬마야, 순순히 항복하고 우리와 함께 가자!”그때 이수연의 부하 중 한 명이 차갑게 말했다. 이수연이 하수호 형제를 붙잡아 두고 있는 동안 그들은 최대한 빨리 윤도훈을 붙잡으려 했다. 만약 윤도훈이 그들의 힘에 굴복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오산이었다.“항복하라고? 어림도 없지!”윤도훈의 두 눈에 강렬한 투지가 번졌다. 다섯 명의 금단 후기 고수들 앞에서 윤도훈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윽고 윤도훈의 손에 들린 빙하용최검이 윤도훈의 영혼과 완벽히 일치한 듯 떨리며 낮은 울림을 냈다. 마치 싸울 준비가 이미 끝난 듯한 기운이었다.슉-잠시 후, 윤도훈은 다섯 명의 적을 향해 먼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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