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아직도 납득이 안 되는 건가요?”윤도훈의 말에 진석진은 흉악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한편 윤도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물었다.그러자 진석진은 차가운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한량 무사에 불과한 당신이에요! 윤도훈 씨가 저보다 무력이 강하다는 건 인정하죠, 하지만 목숨을 건 싸움이라면, 죽는 건 당신일 거예요!”윤도훈이 비웃으며 말했다.“오, 그래요?”진석진이 화를 삭이며 말했다.“도훈 씨, 진짜 전장에서는 무력만으로는 부족해요. 군사 능력, 그게 승리의 열쇠라고요! 도훈 씨 같은 용병이 아무리 강해도, 제가 저격용 총으로 천 미터 밖에서 쏘기만 하면 당신 목숨을 앗아갈 수 있어요. 물론 도훈 씨 주먹과 발차기는 저를 다칠 수조차 없을 겁니다. 그리고 도훈 씨 무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현대의 중무기를 이길 수 있겠어요? 비행기, 대포, 탱크를 이길 수 있을까요?”진석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용검대대의 구성원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맞아요! 주먹질이 뭐 대단하다고!”“진짜로 목숨을 건 싸움이라면, 석진 대장님이 윤도훈을 순식간에 쓰러뜨릴 수 있어.”“우리가 매일 훈련하는 건 군사 능력이야, 그게 진짜 살인 기술이지!”“주먹질은 그저 장난이나 마찬가지야!”그러자 윤도훈은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인정할게요. 목숨을 건 싸움에서는 석진 대장님이 더 뛰어난 걸로 하죠. 여러분들은 조국을 지키는 전사들이니까요, 저도 존경합니다.”진석진은 그 말을 듣고 조금 당황했다. 그도 윤도훈이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윽고 진석진은 차가운 한숨을 내쉬며 타협의 발판을 마련했고, 윤도훈과 더 이상 다투지 않았다.잠시 뒤, 진석진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민정군에게 말했다.“정군 대장님, 모든 인원이 도착했나요? 출발할까요?”“좋아요!”민정군은 고개를 끄덕였다.몇 분 뒤, 심은길은 몇 명의 병사에 의해 호송되어 개조된 방탄 차량에 탑승했다. 차에 오르기 전, 그는 윤도훈을 향해 깊은 증오를 담아 노려보았다
“어떻게 안 봤겠어요? 괜찮다는 게 무슨 말이죠? 그분은 제가 본 여군 중에 제일 예쁘던데요!”나건운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훈과 장석봉도 그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을 반짝였다. 차 안의 다른 경비 군인들도 이야기에 가세했다. 이윽고 군용 차량 안의 다른 전투 요원들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모두 남자이고, 하루 종일 군영 안에서 여자 한 명 보지 못하기에 가끔은 암퇘지를 보아도 이목구비가 또렷해 보일 지경이었다. 하물며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을 보게 될 때는 말할 것도 없었다.“저 여자, 윤도훈 씨처럼 용검 특수 작전 부대에서 특별히 초청한 외부 인원인 것 같아!”“정말 예쁘다, 이름이 뭐지?”“이름은 몰라. 내가 듣기로는 용검 대원들이 저 분을 티베트 여우라고 부르더라. 아마도 코드명인 것 같아, 아마 티베트 출신인 것 같아!”“맞아! 게다가 어떤 파벌에서 온 것 같은데, 아주 신비스러워!”이런 대화를 듣고 있던 윤도훈은 상대가 티베트 출신이라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티베트라는 단어는 윤도훈에게는 아픔이자, 아득한 희망이었다.왜냐하면 윤도훈의 부모님이 윤도훈이 18살 되던 해에 티베트로 떠나신 후로 온데 간데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얼굴과 웃음소리는 윤도훈의 마음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어머니의 온화함과 아버지의 엄격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렸다.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모든 추억이 생생했다. 윤도훈은 종종 꿈에서 그 따스한 가족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꿈속에서 그는 어머니가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돼지고기 조림을 만드는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는 그 옆에서 공부와 숙제에 엄격하게 지도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이러한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윤도훈의 베개는 눈물로 젖어 있었다. 그는 그 슬픔이 자신을 완전히 잠식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부모님을 잃은 아픔을 깊이 알고 있기에, 윤도훈은 친정과의 관계를 특히 더 소중히 여겼다. 그리고 율이를
“도와줄까요?”윤도훈은 티베트 여우에게 웃으며 물었다.티베트 여우, 본명 남가연, 남가연은 멍하니 윤도훈을 바라보다가 무표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어요!”남가연은 짜증 나는 말투로 말했다. 윤도훈의 서투른 접근에 불쾌감을 느낀 모양이다.“이름이 뭐예요? 티베트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어떤 파벌에서 오셨나요?”윤도훈은 개의치 않고 계속 물었다.“말해줄 수 없어요!”남가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대답했다.이때, 진석진이 몇 명의 용검 특공대대원들을 이끌고 표정을 굳힌 채 다가왔다.“윤도훈 씨, 뭐 하는 겁니까?”진석진이 윤도훈의 어깨를 툭 치며 강한 어조로 물었다.‘티베트 여우에게 접근하다니? 게다가 외부 지원자가, 이건 정말 무례한 거야.’다른 이들도 윤도훈을 불만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마치 경솔하고 여색을 밝히는 사람을 바라보는 듯했다.“우리 모두 전우잖아요, 서로 좀 교류하는 게 어때요? 들으니 이 아름다운 분도 저처럼 용검 특공대의 외부 지원자라던데, 이것도 인연이잖아요?”윤도훈이 웃으며 말했다.“윤도훈 씨, 참 뻔뻔하네요? 누가 그쪽하고 인연이 있다고 그래요?”“윤도훈 씨 같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이쁜 여자들을 만나면 치근덕대는 사람이군요. 남가연 씨는 우리 용검 특공대의 일원이니까, 행동 조심하세요!”다른 몇 명의 용검 특공대원들이 윤도훈을 가리키며 경고했다.“도훈 형, 도훈 형, 됐어요…….”그때, 나건운을 포함한 몇몇 사람이 다가와 윤도훈을 붙잡으며 설득하기 시작했다. 윤도훈이 실제로 남가연에게 접근할 것이라곤 그들도 예상치 못했다. 이 상황에 그들 역시 어찌할 바를 모르며 당황해했다.남가연은 잠시 윤도훈을 힐끔 바라본 후, 곧바로 산악 지역 깊숙이로 빠르게 멀어져 갔다. 마치 남자들 사이의 다툼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듯한 태도였다. 그러나 윤도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남가연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 모습을 본 진석진과 용검 특공대대원 몇 명은 깜짝 놀라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나건운과 그의 동료들
염하국 군대는 충성도를 확인한 후 고수들을 두 가지 경로로 흡수한다. 일부는 외부 지원의 형태로 정식 합류하게 하고, 일부는 특별한 비밀 조직에서 활동하도록 한다. 남가연의 경우도 이러한 방식으로 용검대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녀는 티베트 지역의 비밀 종파, 갈가파 출신이며, 독특한 수련 방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군대 활동과 병행하면서도, 여가 시간에는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남가연이 한적한 산곡에 도착해 명상을 시작했을 때, 그녀는 천지의 정기를 느끼며 깊은 명상에 잠겼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천상의 존재처럼 아름답고 기품이 넘쳤으며, 옆모습은 그 누구라도 매혹시킬 정도로 아름다웠다.하지만 곧 그녀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며, 차가운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기 시작했다.“귀찮게 하지 마세요.”남가연이 윤도훈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냉정하고 거리를 두는 듯했다. 윤도훈에 대한 그녀의 인상은 가벼움과 부적절한 생각을 품은 사람으로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전에 그녀에게 말을 걸던 윤도훈의 미소는 이제 사라지고,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의 표현도 없었다. 윤도훈은 위협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차가운 눈빛으로 남가연을 응시했다. 그리고 조용히 다가가 그녀의 옷깃을 잡으려 했다.팍-갑작스러운 소리와 함께 남가연이 윤도훈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그녀는 자신의 옷깃을 손으로 가리며 분노에 찬 눈빛으로 윤도훈을 노려보았다. 남가연의 눈빛에는 분명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멍청한 놈! 감히 손을 대다니! 죽고 싶어요?!”남가연의 안색은 급변했다. 그 순간, 남가연은 목에 걸고 있던 자신의 옥패가 사라진 것을 알아챘다. 그 옥패는 다름 아닌 윤도훈의 손에 있었다. 남가연의 실력으로 봤을 때, 처음부터 눈치채지 못한 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이때 윤도훈은 그 옥패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불안함으로 뒤덮였다. 그것은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용 모양의 옥패와 똑 닮았으나, 크기는 훨씬 작았다.이때, 왠지 모를 익숙한 얼굴이 윤도훈의 머릿속
남가연도 윤도훈의 달라진 모습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조금 전까지 자신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던 남자가, 한순간에 악랄한 늑대로 변한 것이다.“이게 무슨 짓이에요? 왜 제가 말해야 하는데요?”남가연이 눈썹을 찌푸리며 차갑게 되물었다.펑-남가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윤도훈은 강한 발짓으로 지면을 차고 남가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에 남가연의 표정은 순식간에 달라졌고, 그녀는 손을 모아 검처럼 날카롭게 윤도훈의 가슴을 향해 찌르는 자세를 취했다.그 순간, 초기 화경의 힘이 폭발하듯 그녀의 공격이 매우 날카롭고 빠르게 전개되었다. 손가락이 공기를 가르며 내는 날카로운 소리는 그 위력을 짐작케 했다.하지만 윤도훈의 반응은 여전히 남가연을 무시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는 남가연의 공격을 맞닥뜨리며 큰 소리와 함께 손바닥으로 그녀의 공격을 쳐냈다. 쾅-이어서 그는 남가연의 멱살을 잡고 그녀를 들어 올리며 이 상황의 우위를 점했다.“이 옥패는 대체 어디서 온 겁니까? 말해요! 아니면 죽는 게 나은 삶을 살게 될 테니까!”윤도훈이 독기 어린 얼굴로 물었다.뜻밖의 공격에 남가연의 아름다운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눈에는 놀람과 공포가 서렸다. 이때의 윤도훈, 조금도 빈틈을 보이지 않고 그대로 목을 조르며 협박하고 있었다.남가연은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남자의 무시무시한 힘에 더욱 놀랐다.‘초기 화경의 강자인 자신이 윤도훈 앞에서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다니??’“그게……, 어느 사람의……, 유품이에요!”남가연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넋이 나갔고,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뭐라고요? 유품이라고요? 유품…….”잠시 뒤, 윤도훈은 남가연을 내려놓고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말해요! 계속 말하세요! 누구의 유품인데요? 그 사람은 어디에 있습니까?”남가연은 잠시 망설이다, 윤도훈의 모습을 보며 추측했다.“그건 8년 전, 문파 시험을 통과하고 산에서 내려온 직후였어요. 그때 길에서 힘없이 쓰러진 중년 남녀를 만났는데
“제 스승님도, 좋은 의도로 그런 겁니다.”윤도훈은 남가연을 노려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만큼 그녀를 꽉 붙잡았다가 마침내 손을 놓았다.퍽-윤도훈은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돌아가셨지?’오랜 세월 동안, 윤도훈은 마음 한구석에 미세한 희망을 계속 품고 있었다. 물론 그 희망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러나 남가연의 입에서 그 소식을 듣고 나니, 윤도훈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정신이 아찔해 났다. 오랫동안, 자신을 지탱해 온 어떤 희망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부모님이 얼마나 처참하게 돌아갔는가! ‘저주에 걸려 수많은 벌레 때문에 돌아가셨다니! 얼마나 큰 고통과 괴로움이었을까? 가문의 반역자에게 내리는 저주라고? 상고 윤씨 가문! 또 상고 윤씨 가문인가? 율이도 상고 윤씨 가문의 저주를 받아, 7세에 죽는다고 하던데, 그럼 내 부모님도 상고 윤씨 가문의 손에 처참히 죽은 것일 수 있겠구나!’상고 윤씨 가문!윤도훈의 영혼이 울부짖는 듯했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그가 그곳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을 때, 그의 슬픔은 격렬하게 분출되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부모님의 웃는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가, 갑작스럽게 산산이 부서지며 사라져 버렸다. 오랜 세월 동안 부모님과의 연락이 끊긴 채, 그리움과 걱정 속에서 원망의 감정도 자라났다. 윤도훈은 부모님이 자신을 버리고 무책임하게 행동했다고 여겼고, 그런 원망 때문에 고향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하지만 이 순간,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쌓여 있던 원망은 슬픔과 후회로 바뀌었다. “아니!”“퍽!”윤도훈이 비통한 심정으로 소리쳤다.잠시 뒤, 가슴속에 차오르는 끝없는 슬픔이 마치 터져 나올 것처럼 꽉 막혀 있는 기분이었다. 이때 윤도훈이 피를 토했다.이 광경을 바라보며 남가연은 깜짝 놀랐다. 눈앞의 이 남자가 언제든지 이성을 잃을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괜찮으세요? 그들이
“남가연 씨와 당신의 스승님께, 그때 그들을 구하려는 시도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방금 제 행동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윤도훈의 목소리는 깊고 낮았다. 말을 마친 후, 그는 곧바로 그 산골짜기를 떠났다.“휴우…….”남가연은 윤도훈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윤도훈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조용히 임시 야영지로 돌아갔다.남가연은 윤도훈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만약 그가 자제력을 잃었다면, 자신에게 해를 끼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또한 윤도훈이 자신의 목에 걸린 옥패를 바라보던 모습이 생각 난 남가연은 그것을 도로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옥패와 윤도훈 사이에는 아마도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그의 가장 가까운 친지와 관련된 중요한 물건일지도 모른다.물론 남가연은 윤도훈에게 그 옥패의 의미를 묻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이 남자를 자극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윤도훈이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올 때, 주변에서는 곧바로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오, 돌아왔네?”“왜 그렇게 얼굴이 굳어 있어? 우리 캠프 미녀한테 거절당한 거야? 하하하…….”용검대대의 한 팀원이 윤도훈의 어두운 표정을 조롱하자, 평소라면 무시했을 이 조롱에 대해 윤도훈은 이번에는 달리 반응했다.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찬 상태에서 그가 어떻게 조롱을 참을 수 있었겠는가?그 팀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윤도훈의 두 눈은 피빛으로 변하며 그를 노려보았고, 그의 눈빛에서는 폭력적이고 무시무시한 기운이 느껴졌다.그 순간, 용검대원은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고, 몸이 회전하며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 과정에서 이빨 몇 개가 날아가 버렸다. 윤도훈은 망설임 없이 한 대를 날린 것이다.“그 입 지금 다물지 않으면, 영원히 닫게 해주겠어.”윤도훈이 차갑게 말했다.땅에 쓰러진 용검대원의 한쪽 얼굴은 순식간에
잠시 뒤, 검은 옷을 입은 무사들이 사방팔방에서 몰려왔다. 그들은 한 손엔 칼을, 다른 한 손엔 방탄 방패를 들고서 임시 영지를 둘러싸며 기세등등하게 압박해 왔다, 그들은 점점 포위망을 좁혀가는 듯했다.순식간에, 온 지역이 살기로 가득 찼다.“적이다. 전투를 준비하라!”“심은길을 지켜라! 절대 실수하지 마!”진석진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그는 급하게 소리쳤다.뚜뚜…….용검대의 전투 역량이 대단히 강력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 순간, 총성이 이미 울려 퍼졌다. 나건운을 포함한 경비 구역의 병사들도 신속하게 전투 태세를 갖췄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곧바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될 분위기였다.그때, 윤도훈이 검은 옷을 입은 몇 명의 고수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눈은 핏빛으로 변했고, 그 안에는 폭력, 슬픔, 심지어 흥분까지 가득 차 있었다.“이 시간에 나타나 줘서 고마워!”윤도훈은 사납고 기괴하게 웃으며, 걷잡을 수 없는 살의를 내뿜었다.펑-다음 순간, 윤도훈은 한 닌자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 상대는 냉소를 날리며 칼을 휘두르려 했지만 거대한 힘을 느끼고 날아가 버렸다. 또한 그 닌자의 가슴은 눈에 띄게 움푹 들어갔고, 심지어 등까지도 볼록해져 있었다.윤도훈이 한 주먹으로 뚫려 버린 것이다.“미친 놈!”그 옆에 있던 닌자가 이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질렀고, 윤도훈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윤도훈은 크게 웃으며 뒤로 물러서지 않고, 마치 작은 산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상대의 속도는 빨랐지만, 윤도훈에게는 전혀 해를 끼치지 못했다.펑- 그리고 잠시 후, 그 닌자는 뒤로 날아갔다. 모든 뼈가 윤도훈에 의해 부서지고, 내장은 파열되었다. 이어서, 윤도훈이 전장의 최전선으로 돌진하는 모습이 보였다.그는 심지어 다른 동료들과 격리되어 혼자서 적들을 미친 듯이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그 시점의 윤도훈은 부모님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슬픔과 분노, 그리고 온갖 극단적인 부정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