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오지 마, 싫어! 흥! 영원히 싫어할 거야! 보기만 해도 구역질 나!” 아이는 화가 가득해서 서 씨 집안 어르신을 향해 소리쳤다. 서 씨 어르신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앞에 이 아이는 자기 외손녀의 원수의 딸이었다. 어떻게 이런 아이한테 자애로울 수 있을까. 어르신은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바라보며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말을 했다. “소경아, 너도 보다시피 아이가 저런 여자 옆에 있으니 나쁘게 물들지 않냐. 우리 외손녀한테 했던 짓만 봐도 어떻게 내가 널 지지할 수 있겠니? 내가 지금 우리 외손녀를 지킬 유일한 방법은 가성섬을 지키는 것이다. 네가 침입하는 걸 막을거야.” 신세희는 이 말을 듣자 눈물을 쏟아냈다. “당신은 당신 외손녀와 똑같네요! 일말의 양심도 없으시군요!” 어르신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난 한평생 부끄러운 짓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 외손녀를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겠니.” 부소경은 신세희를 품에 안고 밖으로 나갔다. “넌 날 이길 수 없다 소경아.” 어르신이 부소경 등 뒤에 대고 외쳤다. “구씨 집안 세력을 적어도 반은 끌어올 거다. 구경민 한 사람의 도움만으론 넌 승산이 없어.” 부소경은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어르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품속의 아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을 뿐이다. 그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서 씨 어르신의 초대 때문이 아니었다. 서준명과 구서준의 초대, 그리고 아내의 명령으로 가련한 민정아를 보호하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민정연은 쫓겨났고 민정아도 구서준이 보호하고 있으니 부소경은 다시 여기로 올 이유가 없었다. 그는 아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부소경!” 어르신은 처절한 목소리로 불렀다. 부소경은 잠깐 멈칫했으나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내가 널 보살펴줬던 건 다 까맣게 잊은 거니?” 어르신은 이제 옛일을 들먹이기 시작했다. 부소경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다 기억하고 있죠. 그러니까 어르신, 어르신이 저를 어떻게
부소경은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이지?” “대표님,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엄선우는 원래 노숙자라고 말하려 했으나 얼른 말을 고쳤다. “어머님의 현재 거주지를 알아냈습니다.” “뭐?” 부소경은 깜짝 놀랐다. 품 안에 있던 신세희가 물었다. “왜 그래요, 회사 일이에요? 바쁜데 제가 괜히 서 씨네 집까지 같이 가자고 한거 아니에요?” 그녀는 안쓰러운 눈길로 남편을 쳐다봤다. 부소경은 고개를 저었다. “나가서 일 좀 처리하고 올게.” “네, 너무 무리하지 말고요.” “푹 자, 내일 아침이면 깜짝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피곤해하던 신세희의 목소리가 조금 격양됐다.“정말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잘 자.” “네.” 그녀는 정말 피곤했다. 어제는 온 하루 민정아를 위로해 주느라 일을 마무리하지 못해서 새벽 세시까지 밤을 새웠다. 오늘 오전에도 일을 하다가 오후에 민정아와 함께 서가네 집에 가느라 지금까지 제대로 쉬지 못했다. 심지어 서 씨 어르신과 한바탕 싸우기까지 했으니... 이제 화가 풀리니 몸이 유달리 피곤했다. 부소경이 떠난 후 신세희는 바로 잠에 들었다. 그녀는 남편이 뭘 하러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부소경은 계단 입구에 주차되여있는 차를 타고 신속히 엄선우가 말한 곳으로 갔다. 부소경의 거처와 7,8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낡은 아파트가 있는 곳이라 골목이 비교적 많았다. 엄선우가 말한 곳은 공중 화장실 뒤쪽이었다. 엄선우가 찾지 않았더라면 이 골목 끝의 공중 화장실 뒤쪽에 작은 오두막이 있는 건 죽어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두막은 매우 작아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부소경은 오두막과 멀지 않은 곳에 차를 세웠다. 엄선우가 조심스레 부소경에게로 다가왔다. “대표님, 이번엔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집안에 들어가는 것까진 똑똑히 봤는데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면 지금...” 부소경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냥 푹 자게 내버려 둬. 우린 여기서 기다
“그럴 리가 없어요. 제가 분명 들어가시는 걸 봤는데요!” 엄선우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부소경은 고개를 저었다. “간밤에 우리가 잠깐 졸고 있을 때 도망쳤을 수도 있어. 분명 우리를 일부러 피하는 걸 거야. 우리한테 들키기 싫은 거라면 우리가 이렇게 요란하게 왔는데 도망칠 수밖에 없지.” 그의 목소리에 실망감이 역력했다. 신세희에게 깜짝 선물이 있다고 큰소리치고 왔는데 오늘 아침에는 이 선물을 주지 못하게 돼버렸다. “한 사람만 남아서 여기를 지키게 하고 나머지는 모두 철수해.” 부소경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네, 대표님.” 엄선우는 머쓱해났다. 대표님이 많이 온화해졌기에 망정이지 예전 같았으면 부소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엄선우는 이미 죽을 각오까지 마쳤을 것이다. 엄선우는 부하 한 명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머지 부하들을 철수시킨 후 홀로 차를 몰고 골목을 지나 밖으로 나갔다. 골목이 매우 좁았기에 엄선우는 차를 빨리 몰지 않았다. 골목을 막 벗어날 무렵 앞에 차 한 대가 그를 가로막았다. 엄선우는 이 차가 매우 낯익었다. 요즘따라 삼촌과 숙모네 집에서 자주 보던 차 같았다. “대표님, 앞에 서대표님 차량이 있는데요, 그분이 왜 여기 계실까요?” 엄선우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말을 마치고 그는 차를 세운 후 부소경에게 말했다. “대표님, 제가 한번 가볼까요?” 부소경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엄선우는 앞으로 몇 발자국 걸어가 서준명이 허름한 자택에서 나오는 걸 목격했다. “서 대표님.” 엄선우가 불렀다. “엄 비서, 그쪽이 왜 여기 있지?” 서준명은 매우 놀랐다. 엄선우는 대충 둘러댔다. “부 대표님께서 이쪽 땅을 알아보고 싶어 하셔서 제가 차를 몰고 한번 둘러보러 왔습니다.” 서준명은 그제야 차 뒤에 앉아있는 부소경을 보았다. 그는 예의를 갖추며 부소경에게로 다가갔다. “소경이 형.” 부소경은 여전히 무표정인 얼굴로 물었다. “여기에 친척이라도 있는 건가
“무슨 선물인데요?” 신세희는 잠결에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무슨 선물인지 정말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부소경은 차가운 사람이었기에 여자를 어떻게 달래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신세희는 그가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때 등 뒤에 감춰두었던 그의 손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져 있었다. 꽃집에서 파는 잘 다듬어진 장미꽃이 아닌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섞여진 꽃다발이었다. 신세희는 깜짝 놀랐다. “여보, 이게...” 그녀는 식물 키우기를 좋아했으나 한 번도 부소경에게 얘기한 적이 없었다. “이른 아침에 이걸 꺾으러 다녀온 거예요?” 신세희가 물었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얼른 일어나서 꽃꽂이 해야지. 주인이 이렇게 게을러서야 쓰나.” “네! 얼른 가서 꽃꽂이 해야겠어요!” 비록 그가 가져온 꽃들은 꽃꽂이 하기에는 색갈이 조화롭지 못했으나 신세희는 매우 기뻤다. 이른 아침부터 꽃다발 때문에 기분이 업된 그녀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이미 어제 서 씨 어르신과 다툰 일은 까마득히 잊은 듯했다. 부소경의 집은 매우 컸기에 또 그만큼 쓸쓸했다. 하지만 반년 사이 신세희와 유리가 이 집에 적지 않은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특히 집에 화분이나 꽃이 점점 많아졌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야생화를 식탁에 올리기는 처음이었다 “엄마, 이 꽃들 하나도 안 예뻐.” 유리는 꽃을 보고 처음에는 놀라 했으나 바로 안 이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조합이 어수선하긴 했다. “안 예뻐? 근데 엄마는 너무 예뻐 보이는걸? 내가 본 것 중에 최고로 예쁜 꽃이야. 엄만 너무 좋아.” “휴...” 유리는 한숨을 쉬었다. “엄마 이렇게 못생긴 꽃들을 직접 꺾은 거야?” 신세희의 얼굴에는 감추지 못하는 기쁨이 어려있었다. “아빠가 이른 아침에 꺾어서 엄마한테 선물해 준 거야.” 유리는 드디어 엄마가 왜 이렇게 기뻐하는지, 집에 어쩌다 이렇게 못생긴 꽃이 놓이게 됐는지 알게 되였다. 아빠가 선물해 준 거였구나..
민정아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세희 씨 어디야?” “나 집에 있어, 정아 씨는 좀 어때? 어디야?” 민정아는 옆자리의 구서준을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 “갈 곳이 없어서 서준 씨 집에서 지내고 있어. 세희 씨, 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나... 우리 엄마, 아빠...” “절대 용서하면 안돼! 감옥에 처넣지 않은 것만 해도 충분히 관대한 거야.” 신세희는 바로 말했다. “응, 알았어 세희 씨. 지금 바로 내쫓을게.” “어? 혹시 그분들이...” “서준 씨네 별장 입구에 있어.” 민정아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날 20 몇 년 동안 키워주신 분들이지만 날 아낀다는 건 느끼지 못했어. 근데 지금 언니 때문에 별장 앞까지 찾아와서 나한테 사정하네. 세희 씨, 저분들 돌려보낸 다음에 다시 전화할게.” “그래.” 전화를 끊고 민정아는 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부모님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시죠?” “정아야, 넌 우리 딸이잖아!”정아 어머니는 울면서 말했다. 민정아는 쓸쓸하게 웃었다. “죄송한데요, 제가 민씨 성을 따른다고 해서 당신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바로 가서 성을 바꿀게요. 참, 이름도 그쪽에서 지어준 거구나. 이참에 이름도 바꿀게요. 그럼 이제 저한텐 부모가 없는 거나 다름없죠? 앞으로 제 성은 이 씨고 이름은 윤이예요. 이윤이라고 불러주세요. 민정아라는 이름이 아니라.” 어머니는 민정아의 팔을 붙잡았다. “정아야, 어쩜 이렇게 매정할 수 있니.” 민정아는 화가 나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제가 매정하다고요?” “아줌마 두 달 전, 전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쪽이 제 휴대폰 정지시키고 한 푼도 없이 절 내쫓았잖아요. 절 내쫓으실 때 당신들은 매정하지 않았나요?” “그땐 그냥... 화가 나서 그랬던 거야. 엄마 아빠가 자기 자식이랑 무슨 원한이 있겠니. 내쫓았어도 넌 여전히 우리 자식
민정아 부모님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진지한 얼굴로 서있는 서준명이 있었다. 민정아 어머니는 바로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대표님, 평소에 우리 정연이 많이 아끼시지 않으셨습니까. 근데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시면 안 되지 않겠어요? 정연이 삼촌이고 숙모인 저희들도 이렇게 그 애를 아끼는데 사촌 오빠라는 분이...” 서준명은 민정아 어머니를 냅다 뿌리쳤다. “아낀다고?” “그럼요, 정연이가 어릴 때부터 부모 없이 자라서 저희가 많이 사랑해 줬습니다.” “사랑을 베풀었다라…” 민정아 어머니는 모이를 쫓는 닭처럼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저희가 얼마나 마음이 약한 사람들인데요.” 민정아 어머니도 이게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민정연은 그들이 2억을 빚진 지하 여관 사장님에게 붙잡혀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민정연을 구해내야 정연이 받을 수모를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었다. 서준명은 냉담하게 그들을 비웃었다. “양심이 있다는 부모들이 자기 친딸을 집 밖으로 내쫓고 조카딸을 시켜 친딸 얼굴에 황산을 붓게 해? 그것도 모자라 조카딸에게 2억을 마련해 주느라 친딸을 그런 곳에 팔기까지 하고? 딸을 팔 때는 가슴 아픈 걸 모르다가 잡힌 조카딸은 안쓰럽나?” 서준명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민정아 어머니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민정아 아버지는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이때 대문이 열리더니 누군가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들이 왜 자기 딸한테 이토록 가혹한지 알아? 이미 예상했기 때문이야. 이렇게 못되게 딸을 대하면 나 같은 좋은 남편을 데려올 거라는걸.” 구서준은 민정아를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 부모님과 서준명이 앞에 있었기에 민정아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구서준은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낯부끄러울게 뭐가 있어요, 이젠 제 아내고 구씨 집안 며느린데! 앞으로 누가 괴롭히면 제가 가만두지 않을게요. 친부모님이라도 예외는 없어요. 그리
“아버지...” 민정아는 처량하게 불렀다. 그는 걸음을 멈췄으나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죽은 형과 형수를 볼 면목이 없었다. “아버지, 아버지랑 돌아가신 형님 둘 다 한배에서 나온 친형제 아닌가요? 제가 정말 묻고 싶은건, 20 몇 년동안 어떻게 편히 주무신 거예요? 벌받을까 두렵지 않으셨나요?” 이 물음을 던지는 민정아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그러다 민정아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 보니 이미 벌을 받았네요. 민정연, 당신이 그렇게 아끼는 조카딸, 아마 지금쯤 굉장한 수모를 겪고 있을 거예요.” 이 말을 듣자 민정아 아버지도 눈물을 쏟아냈다. 이때 그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아... 아빠, 도와주세요. 저 죽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막 절 때리고요, 옷도 막 벗기고, 몇백명이 들어와서... 아빠, 저 못 버티겠어요. 아빠...” 수화기 반대쪽에서 민정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민정연은 더 이상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고 “아빠”라고 불렀다. 옆에 서있던 민정아 어머니는 민정연의 처절한 울음소리를 듣고 바로 전화기를 빼앗아갔다. “딸... 우리 딸... 괜찮아? 우리 불쌍한 딸.... 흑흑” 어머니는 통곡을 했다. 그러다 울음이 서서히 잦아들자 민정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정아야, 엄마가 이렇게 부탁할게. 제발 언니 좀 살려줘. 응? 언니 좀 살려줘... 우리가 20여 년간 널 키운 정을 생각해서라도 언니 한 번만 살려주면 안 될까?” 민정아도 울음을 터뜨렸다. “20년 키운 정이요? 살려달라고요? 일주일 전에 절 그런 곳으로 보낼 때에는 절 구할 생각을 하긴 했어요? 절 그 마대 안으로 쑤셔 넣을 때 제가 받을 수모를 생각해 보긴 했어요? 당신은 악마고 마녀예요... 둘 다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거예요! 난 당신들을 증오해요. 지금 죽여버릴 거고 셋 다 산 밑으로 밀어버려서 곱게 못 죽게 만들 거예요.” 이
“너 어디까지 알고 있어?” 민정아는 차갑게 웃었다. “너와 네 친아빠 엄마... 도대체 나한테 뭘 숨기고 있는 거야?” “너... 날 구해주기만 하면 다 알려줄게.” “그래, 구해줄게.” 민정아는 승낙했다. 전화를 끊고 민정아는 복잡한 표정으로 서준명을 바라봤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저... 저희 엄마 아빠가...” “그쪽이 제 친 사촌동생일 수도 있겠네요. 민정연은 신분을 위조한 거고.” 서준명이 민정아의 말을 끊었다. 구서준은 굉장히 기뻐했다. “잘 됐네, 준명아, 우리 안 그래도 친한데 더 친해지겠다.” 서준명은 따뜻하게 민정아를 불렀다. “정아 씨...” 민정아는 전혀 기뻐하는것 같지 않았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가 그녀를 힘들게 했다. 특히 자기 친부모님들이 이미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그녀는 갑자기 이 세상이 너무 쓸쓸하게 느껴졌다. 이 상류사회에는 너무도 많은 사기와 더러운 행동들이 넘쳐났다. 서가 네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부모님과 언니까지 신분을 위조한다고? 정말 웃긴 상황이었다. 그제야 민정아는 왜 신세희가 부소경과 결혼한 지 그렇게 오래됐음에도 쉽게 그 얘기를 꺼내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신세희는 항상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녀는 이미 갖은 고난과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었다. 민정아는 진실을 알고 싶었다.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후에는 신세희처럼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민정아는 서준명을 멀리하고 싶었다. 민정아는 구서준을 돌아보며 말했다. “구 대표님...” “왜 또 구 대표님이라고 불러요, 남편이라고 부르라니까요.” 구서준은 민정아를 더욱 힘껏 끌어안았다. 민정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보, 절 빈민촌에 있는 지하 여관으로 데려다주세요.” “민정연을 구하러?” 구서준이 물었다. “그냥 진실을 밝히러 갈 뿐이에요.” “나도 가지.” 서준명이 말했다. “그래, 지금 가자!” 구서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