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분이라고요?” 서제동이 물었다. 여현지는 너무 놀라서 멍해졌고, 그녀는 신세희를 가리켰다. “쟤… 쟤가 어떻게 아내죠? 쟤는 엄청 가난하고, 저희 집에서도 살았었는데, 머리에 이도 있고 맨날 구멍 난 신발 신었을 때, 제가 머리도 감겨주고 예쁜 옷도 입혀 줬었는데, 쟤가 우리 집 물건을 훔쳤…” “남을 너무 심하게 모독하시는 거 아닌가요! 당신들 가족은 죽어도 싸요!” 이때 밖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사람들은 밖을 보았다. 밖에 서있던 사람은 그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다. “너…” 이때, 바닥에 엎드려 있던 서해리는 문 쪽을 보았다. “허소진, 네가 감히 이럴 때 나를 밟으려고 해?” 허소진은 표독스럽게 웃었다. “퉤! 서해리, 난 널 당장이라도 산 채로 잡아먹고 싶어. 내 이번생에 제일 큰 소원이 너네 가족이 다 죽어버리는 거야!” 서해리:“......” 허소진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아저씨, 아줌마, 제가 왜 이 사진을 보냈는지 아세요? 제가 그쪽 따님이 왜 여기서 무릎 꿇고 있는 걸 알게 됐는지 아세요?” 그녀는 뒤를 돌아서 옆에 있던 여직원을 끌어당겼다. “얘가 제 사촌동생이거든요! 동생이 저한테 복수할 기회가 왔다고 사진을 보내서, 제가 다시 두 분께 전달한 거예요. 맞아요, 저는 두 분이 화가 나서 직접 여기에 찾아오길 바랐어요! 저는 두 분이 저한테는 반항할 능력이 없어도, 다른 사람들이 두 분을 혼내 주고 저를 대신해서 정의 구현해 줄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려고 한 거예요!” 말을 끝낸 뒤, 허소진은 신세희와 부소경을 보았다. “부 대표님, 세희 아가씨.” 허소진은 눈물을 흘렸다. “저 인터넷에서 두 분 관련된 소식 봤었어요. 대표님께서 정말 좋은 분이시더라고요. 세희 아가씨께서 이렇게 좋은 파트너를 만나셔서 정말 부러워요. 아가씨가 12살 때 있으셨던 일 서해리한테 들었어요. 아가씨는 운이 좋으셨지만, 저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 했네요. 저는 중학교 때 해리랑 짝꿍이었
“제발 그만 얘기해…” 서제동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신세희를 보았고, 그는 신세희가 이 말을 뱉으면, 신세희 옆에 있는 남자가 그의 갈비뼈 세 대를 발로 차서 부러트릴까 봐 두려웠다. 신세희는 서제동을 보았다. “그만 하라고요? 아저씨 지금 피하시는 거예요? 아저씨는, 발로차서 제 갈비뼈가 부러진 일이 언급할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맞아요, 사실 저도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신세희는 어깨를 들썩이며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그녀의 이 말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벙찌게 만들었다. “그때 저는 겨우 12살이었어요, 너무 어려서 반항할 능력도 없었고요. 나중에 제가 점점 크고나서, 그런 과거 일에 대해서는 잊는 걸 선택했어요. 특히 제가 다쳤을 때 말이에요. 갈비뼈 세 대가 부러지고, 머리가 다 잘리고, 머리에 누가 똥을 뭍혔던 모욕적인 사실들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저도 싫었어요. 저는 심지어 돌아와서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어요. 그럴 필요도 없고, 가치도 없으니까요. 저는 이번에 돌아와서, 저희 아빠의 유골을 가져가고, 돌아가기 전에 밥이나 먹고 싶었어요. 딱 밥만요! 그런데 아저씨 아줌마 딸이 로비에서 저를 잡고 놓아주지를 않더라고요, 로비가 크니까 사람들도 많고 감시 카메라도 있었겠죠? 그쪽 따님이 저를 뭐라고 욕했는지 직접 보세요. 저렇게 자기 밖에 모르고, 12살 때 제 머리에 똥을 바르던 그 모습이 똑같이 하나도 안 변했더라고요. 어렸을 땐 철이 없다고 치지만 지금은요? 그리고 두 분, 제가 어렸을 때 저를 때리신 건 훈육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은요? 아저씨, 아직까지도 저를 나쁜년이라고 부르시고, 도둑이라고 하시는데, 그건 저를 훈육하시는 게 아니라, 진짜 저를 죽이려고 하시는 거예요. 왜냐면, 제가 그쪽 따님 보다 더 잘되는 꼴을 못 보시니까요. 이 고등학교 선생님은 저보다 더 비참하시네요. 이 분이 대학을 붙었다는 이유로, 본인의 능력으로 좋
신세희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녀가 왜 사탕을 사 먹으라며 자기 딸을 보냈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다리에 힘이 풀린 서해리는 그대로 주저앉아 오줌을 지렸다.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신세희는 코를 틀어막으며 부소경에게 말했다.“여보, 나 안 그래도 냄새에 예민한데...”자리에서 일어난 부소경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이만하지.”말을 마친 부소경은 신세희를 데리고 이 자리를 벗어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배고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보내달라고 하자.”“배고파요, 여보.”이때, 서해리가 비명을 내질렀다.“신세희, 너 이렇게 악독한 사람이었어?”달콤한 웃음을 지어 보이던 신세희가 싸늘하게 돌아봤다.“내가 악독해? 너랑 네 가족이 저질렀던 일들을 떠올려 봐. 십몇 년 동안 내게 변함없이 내비쳤던 증오, 나를 도둑으로 몰아갔던 일, 내 머리에 똥칠했던 일, 네 부모가 걷어차서 부러졌던 내 갈비뼈...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서 네 동창한테는 또 무슨 짓을 저질렀지? 순수했던 학교 선생님을 남자들에게 던져줘서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게 만들었잖아. 난 네게 한참 못 미치지. 그리고, 내가 언제 너한테 복수하려고 했니? 먼저 쫓아와서 복수하겠다고 설친 건 너야. 대체 네가 나한테 복수할 게 뭐가 있다고? 설마 평생 너만 높은 자리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건 당연한 거고, 다른 사람이 너를 괴롭히면 악독한 년인 거야?”말문이 막혀 눈만 데굴데굴 굴리던 서해리가 한참 뒤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설마... 진짜 내 눈알을 파버리려는 건 아니지?”“내가 뭐 하러.”그제야 서해리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고마워, 자비를 베풀어...”“네가 직접 파야지. 안 그럼 내 손이 더러워지잖아.”신세희의 싸늘한 말에 서해리는 다시 한번 말문이 콱 막혔다. 다시 고개를 돌린 신세희는 이번에는 장송현 쪽으로 무심한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장송현이 냉큼 입을 열었다.“부 대표님, 사모
“고마워요.”신세희와 부소경이 자리를 떠났다. 때마침 사탕을 산 엄선우와 신유리도 두 사람과 합류했다.세 식구와 엄선우가 엘리베이터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안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빌어먹을 인간들 같으니라고, 당신들을 찢어 죽여버릴 거야!”“당장 찢어버려!”“다리도 콱 부러뜨려 버리라고!”“소진 씨, 우리가 잡고 있을 테니 마음껏 때려. 천벌 받을 년, 감히 사람을 강제로 몸을 팔게 만들어? 당장 옷을 벗겨서 길거리에 던져버리자고!”“아악!”“살려줘!”문이 닫혔다.신세희와 부소경은 이 호텔에서 벌어진 심각한 사태에 대해 더는 캐묻지 않기로 했다.부소경은 엄선우에게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아이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은 다음날 열두 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이날 저녁, 호텔 방에서 맛있는 샤브샤브를 먹으며 웃고 떠들다 달콤한 잠을 청한 네 사람은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조식을 먹은 뒤 짐과 아버지의 유골함을 챙겼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로비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호텔 밖에서 한무리 사람들이 공손하게 서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가장 앞에 선 사람이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부 대표님, 저희 공익 프로젝트에 200억이라는 큰돈을 투자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부소경이 덤덤하게 대꾸했다.“내 사랑하는 아내의 고향 아닙니까. 앞으로도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우리 F그룹에 투자받으면 됩니다.”“네네, 명심하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이윽고 다른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엄선우에게 무어라 귓속말하자 엄선우가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람이 떠나자 이번에는 허소진이 다가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사모님께서 주신 2억 원은 우리 반의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잘 사용하겠습니다. 어리고 순수한 아이들이 더는 상처받지 않게 최선을 다할게요.”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도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내게 말해줘요.”“정말 감사합니다. 아참, 신 영감 댁도
부소경도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엄선우는 차를 급정거시켰다.“뭐를?”부소경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눈을 비빈 신세희가 머뭇거렸다.“그러니까...”어디 갔지? 왜 사라졌지?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진다고?부소경은 그런 신세희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그녀를 품에 안고 이마에 애틋하게 입맞춤했다.“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도 있잖아. 당신 어머니는 강한 분이셔. 당신이 아직 아이였던 시절, 당신 아버지마저 편찮으실 때도 그 세월을 모두 버텨내셨잖아. 임지강이 그분을 감금했을 때도 마음 약해진 고용인이 그분을 놓아줄 정도로 따뜻한 분이셨을거야. 그러니 당신 어머니는 절대 쉽게 물러설 분이 아니셔. 당신 성격도 아마 장모님을 닮았을 테지. 당신도 절대 운명에 순응하는 타입이 아니잖아.”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소경 씨.”부소경의 위로에 신세희는 어느덧 마음이 가벼워졌다. 어쩌면 그의 말대로 무소식이 희소식일 지도 몰랐다.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한 신세희와 신유리는 간단하게 씻은 후 이내 낮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부소경은 모녀처럼 여유롭지 못했다.잔뜩 밀린 회사 일과 신세희의 일을 처리해야 했다.달콤한 낮잠에 빠져든 두 사람을 쳐다본 부소경은 조용히 위층으로 올라가 엄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사모님 어머니를 닮았다던 그 노숙자 말입니다, 확실히 최근에 저택 근처를 몇 번 오간 적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도 신출귀몰해서 저희 사람들이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한참 침묵하던 부소경이 입을 열었다.“만약 그자가 정말 우리가 찾는 사람이라면, 절대 보통내기는 아닐 테지. 임씨 집안에서도 도망칠 수 있었던 여인이니 우리가 찾지 못하는 것도 당연해. 급해하지 말고 침착하게 움직여. 딸아이와 손녀가 보고 싶은 거라면, 분명 다시 찾아올 거야.”“알겠습니다, 대표님.”잠깐 뜸을 들인 엄선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 현장에 있던 사람이 전하길, 서해리네 가족에게 앙심을
“이왕 이렇게 된 거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신세희씨 아버님을 위해 좋은 묫자리 좀 알아봐 주세요.”“네, 부 대표님”전화를 끊고 부소경은 혼자 옥상에 놓인 의자에 앉아 사색에 잠겼다. 신세희네 집안에 관한 일은 다 해결했으니 이젠 그 섬을 손에 넣는 일만 남았다. 어머니 하숙민은 원래 그 섬의 대부호였었다. 그러나 한차례 변동을 거친 후 어머니네 일가는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어머니네 가족들은 풍비박산난 후 내지로 도망가긴 했으나 그 섬의 집권자는 어머니네 일가를 쫓아 내지까지 따라왔었다. 다행히 어머니는 당시 서 씨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네 부모님과 오빠, 올케, 언니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까지 모두 화를 입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이 세상에 혼자 남았고 슬픔이 극치에 달았을 때 큰엄마에게 이용당해 아버지 부성웅의 첩이 되여 부소경을 낳았던 것이었다. 가족 성원들로 놓고 볼 때 섬에 있는 어머니네 가족은 부 씨네 가족보다 많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도망 다닌 탓에 어머니는 한평생 웨딩드레스조차 입어보지 못했고 부 씨네 집 대문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 봤을 때 이 모든 것은 섬에서 벌어졌던 어머니네 가족에 대한 대학살에 의한 것이었다. 사실 어머니 하숙민은 죽기 직전에 소원이 하나 더 있었다. 단지 누구에게도, 심지어 아들에게조차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부소경은 어머니가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반복적으로 하는 말을 들었었다.“이렇게는 못 죽는다, 이렇게는 못 죽어. 죽기 직전까지도 고향에 다시 한번 가보지 못했어.” 고향에 다시 가보는 게 어머니 평생의 소원이었음을 부소경은 어릴 때부터 알고있었다. 그래서 해외에 망명갔던 그 몇 년 동안 이미 그 섬을 공략할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단지 후에 신세희네 모녀를 찾기 위해 계획이 6년 늦춰졌을 뿐이다. 현재 신세희와 그녀의 아이는 이미 자신의 옆으로 돌아왔고 그녀의 집안일도 원만히 처리했으니 이젠 부소경이 그 섬을 손에 넣을 때가 왔
“....”비록 그는 굉장히 굳건한 사람이지만 눈앞에 있는 여인의 매혹적이고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여리여리한 몸매를 마주하자 목젖이 움찔거렸다. “오세요.” 그녀는 또 한 번 애교스럽게 그를 불렀다. 늘 주동적이지 않았었던 그녀는 작업을 거는데 매우 서툴렀다. 남을 차갑게만 대해왔었던 그녀였기에 남을 꼬시는데 익숙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 애써준 그에게 제대로 보상을 내려주기 위해 그녀는 오늘 기꺼이 그를 한번 꼬셔보기로 했다. 그가 샤워하러 들어갔을 때 그녀는 엄청 고민하고 있었다. 그동안 봤었던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들을 수없이 많이 떠올려본 끝에 그녀는 지금 이 장면을 생각해냈다. 그러고는 그가 선물해 준 수많은 잠옷들 중 이걸 선택했다. 살면서 이렇게 섹시한 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던 세희는 처음 입자마자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선물해 준 물건들은 액세서리던 신발이던 가방이던 심지어 옷들도 다 하나같이 고급 진 것들이었다. 이 얇디얇은 잠옷마저도 보기에는 그저 천 쪼가리에 불과해 보이고 좀 거칠어 보이기도 하나 입어보니 무척이나 편안하고 부드러웠다. 피부에 전혀 달라붙지 않아 마치 옷을 안 입은 것처럼 가벼웠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 얇고 반투명한 천이 그녀의 몸매에 부드러움을 가해주어 몸매가 훨씬 예뻐 보였다. 괜히 디자이너가 이런 옷을 발명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잠옷을 입으니 확실히 분위기 있어 보였다. 그의 침대에 누워서 그녀는 자신이 평소보다 훨씬 매혹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그렇게 매혹적인 자세로 누워 자신의 남자인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부소경은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얍, 하하하” 신세희는 잽싸게 몸을 피하며 웃었다. 하지만 키도 크고 팔도 긴 그가 팔을 슬쩍 뻗자 바로 잡힐 것만 같았다. 세희는 깜짝 놀라 침대 옆으로 한 바퀴 더 굴렀다. 그런데 예상치 못 했던 건 이제 한 번만 더 구르면 침대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어.. 어?” 다행히 행동이 빠른 그는 잽싸게
내가 언제 어미 돼지라 했나? 그럼 난 뭐 아빠 돼지라도 되나! 그녀는 웃더니 또다시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세명 정도 더 낳으면 좋을 거 같아요. 유리한테 여동생이 한 명 있었으면 해요. 그리고 남자아이를 두 명 더 낳는 거예요. 그러면 2남 2여네요. 마침 딱 짝이 맞아요. 안 그래요 여보?” 부소경의 말투에도 기대가 어려있었다. “남자아이건 여자아이건 상관없어. 남자아이 셋을 낳는다면 유리는 든든한 남동생을 셋이나 둬서 행복할 테고 여자아이만 셋이라면 네 송이 꽃처럼 예쁘겠지.” “네 맞아요.” 신세희는 행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 상관 없어요. 우리의 아이라면” 그녀는 엄마가 되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깨달아버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어미 돼지는 되지 않겠다 했었는데 이미 그 말은 잊은지 오래였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그는 나중에 몸에 무리가 간다고 낳지 말자고 한다 해도 그녀가 들을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그 둘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여보, 아이가 넷이나 생기면 이 집도 좁지 않을 가요? 큰 집으로 이사를 가야겠어요. 마당이 딸린 집이면 좋을 것 같아요. 마당에 꽃도 심고 풀도 심고 뒷마당에 닭이랑 오리도 키울까요? 강아지 두 마리랑 고양이도 몇 마리 키워요. 그리고 마당밖에 땅을 몇 평 더 사는 거예요. 우리는 농장주가 돼서 우리가 직접 키운 과일이랑 채소로 애들 먹이고 닭고기 양고기도 다 우리가 직접 키운 걸로 만드는 거예요. 어때요?” 부소경은 자신의 가슴위에 엎드려 있는 작은 여인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차갑고 냉담하기만 할 줄 알았던 그 고독한 겉모습 속에 사실은 행복하고 평온한 단란한 가정을 갈망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가 그리는 것은 도시 여성의 삶이 아니었다. 그저 아이들과 반려동물 그리고 밭이 있는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평온하고 따뜻한,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삶을 더 바라기 때문이다. 그녀는 가족을 원했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부소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