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오늘 그 할머니와 만난 것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할머니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 했지만 신세희는 얼른 가서 엄마의 무덤을 보고 싶었다.그녀의 마음은 이미 간절하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지금이라도 당장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부소경은 그녀의 이마에 대고 말했다. “내일 가서 휴가 내고 내일 오후 비행기로 끊을게.”“응, 고마워요.” 신세희는 부소경의 품 안에서 편히 잠 들었다.다음 날 월요일.비록 신세희는 주말 이틀동안 바빴지만, 그녀는 여전히 시간을 내서 도안을 그렸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그녀는 이 도안을 들고 가서 디렉터님께 휴가를 낼 생각이었다.그녀는 오래 쉴 생각은 없었고, 그래봤자 일주일이었다.손에 회사 가방을 들고 회사에 들어가자 사무실에서 남자 동료들을 마주쳤다.주현욱은 신세희를 보고 신이 났다. “세희씨! 우리한테 결혼 사탕 줘야죠!”옆에 있던 송주혁도 거들었다. “난 제일 맛있는 초콜릿으로 먹을래요, 세희씨 나 지금 여자친구 생겼는데, 초콜릿 한 통만 주면 안돼요? 여자친구한테 잘 보이게요.”만약 예전 같았으면 신세희는 얼굴이 빨개졌을 테다.하지만 지금 그녀와 부소경의 사이는 갈수록 더 달달해지고 있고, 거의 외부에 완전히 공개되었다. 그래서 동료들이 그녀에게 장난을 치고, 결혼사탕을 달라고 하는 게 그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신세희는 웃으며 동의했다. “오늘 점심에 제일 좋은 초콜릿으로 사드릴게요. 한 분당 2통씩요, 근데 저도 조건이 있어요.”동료들은 더욱 기뻐했다. “무슨 조건이요? 말해봐요.”“이번주에 제가 고향에 다녀와야 돼서, 일을 여러분들이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신세희는 미안해했다. 그녀는 자기 일은 늘 자기가 하는 편이라, 최대한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했다.그래서 부탁을 하기에 미안했다.그러나 남자동료들은 가슴팍을 두들겼다. “마음 편히 다녀오세요, 돌아왔을 때 원래처럼 일이 잘 돌아가고 있을 거예요.”신세희는 웃었다. “감사합니다!”세 사람은 같이 사무
민정아는 심지어 그 시선이 느껴져 흠칫했다. “왜 그래 정아씨?” 신세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민정아는 웃었다. “갑자기 뭔가 서늘해서, 오늘 내가 적게 입어서 그런가봐. 예뻐 보여야 하잖아, 하하하.” 신세희는 진심으로 칭찬했다. “오늘 진짜 예뻐.” “고마워, 다 세희씨 덕이지 뭐.” 민정아는 신세희에게 매우 고마워했다. 사실 민정아는 좋은 옷들을 많이 입어봤다. 그런데 대부분 민정연이 입다가 버린 거거나, 민정연이 원래 안 좋아해서 그녀에게 기부한 거였다. 민정연은 절대 신세희처럼 그녀를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좋아하는 옷을 사주지 않았을 테다. 민정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신세희처럼 이렇게 친구를 생각하는 사람한테, 당시에 자신이 왜 제대로 보지 못 하고 시비를 걸었던 걸까? 이 세상에서 어떤 여자가 자신의 친구를 위해서 돈을 아끼지 않고 차 한 트렁크만큼의 옷을 사줄 수 있을까? 민정아가 봤을 때 그 옷들은 거의 몇 천만원 어치였다. 게다가 모든 옷들이 다 민정아가 좋아하는 디자인이었다. 비록 가격은 엄청 비싸지 않았었고, 거의 몇 십 만원에 한 벌이거나, 신발도 5-6 만원짜리였지만 민정아는 너무 좋아했다. 그녀는 오늘도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일 잘 해 보이는 깔끔한 오피스룩으로 입었다. 신세희만 그녀를 칭찬한 게 아니었다. 그녀가 아침에 출근을 하자마자 엄선희와 회사에 있는 다른 동료들도 민정아를 칭찬했다. 민정아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 사람… 정아씨한테 잘해줘?” 신세희가 물었다. 그녀는 경험자였기에 이쪽 방면에서는 민정아보다 경험이 많았다. 민정아는 얼굴이 살짝 빨개졌고 겸손하게 말했다. “세희씨, 만약 내가 예전 같은 성격이었으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서준 도련님을 갖으려고 했을 거야. 하지만 난 지금… 나랑 도련님은 아무것도 없어.” “재벌 집에 들어가기 싫은 거야?” 신세희가 물었다. 민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싫어.” 그녀는 망설이다가 말했다. “토요일에
계산하려고 줄을 서고 있을 때, 민정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은 어제 신세희가 민정아에게 사준 거였다. 지금 민정아의 핸드폰이 울리는 걸 보고 신세희는 민정아를 놀렸다. “분명 구씨 도련님 전화겠네. 정아씨 어제 막 새로 번호 만들었는데, 도련님 아니면 누구겠어? 그 지에 시집가기 싫다더니, 그쪽에서 정아씨한테 빠진 거 같은데, 아마 저녁에 같이 밥이라도 먹자고 하려는 거 아닐까?” 민정아는 웃으며 전화 온 걸 보고 발신인을 확인한 뒤 웃지 못 했다. 엄마의 전화였다. 어제 신세희가 막 민정아에게 핸드폰을 사줬을 때, 민정아는 그걸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매우 부모님과 화해하고 싶었다. 어쨌든 부모님은 자신의 부모였고, 게다가 민정아가 계속 엄선희 집에서 먹고 자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어제 부모님은 그녀의 전화를 받자마자 욕을 퍼부었다. “네 이 죽일년! 이제 와서 왜 전화를 하는 거야? 네 언니 놀리려고 그러는 거야? 넌 네 언니가 어디까지 망가질지 보고 싶은 거야? 양심도 없는 것! 언니가 어렸을 때부터 널 얼마나 도와줬는데, 넌 양심을 개한테 줬구나. 넌 그냥 검은 머리 짐승이랴, 우린 네가 차에 치어서 죽으라고 저주할 거야!” 이건 민정아 엄마가 어제 전화로 민정아에게 한 말이었다. 민정아는 혼자 이불 속에 숨어서 한참을 울었다. 하지만, 그녀는 신세희가 그런 모욕을 당하고도 여전히 일어나서 잘 살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열심히 일을 하면서, 그런 부정적인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걸 보고 민정아도 더욱 강해졌다. 그녀는 심지어 엄선희에게도 자신이 어제 엄마한테 비참할 정도로 욕 먹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아침 일찍, 민정아는 열심히 업무를 처리하고, 애써 미소를 유지하며, 어제 자신이 엄마에게 욕을 먹은 사실이 업무중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민정아는 이 순간 엄마한테 자발적으로 전화가 올 줄은 몰랐다. 그녀는 스피커를 막고 사실대로 신세희
“너 이 미친년 내가 죽여버릴 거야! 네 얼굴 좀 보자! 너가 또 어떤 식으로 돈 많은 남자들을 꼬시려는지 내가 좀 봐야겠어! 너 이 미친년! 다 너 때문이야! 너한테 좋은 운이 다 돌아간 뒤로부터, 내가 망하기 시작했어. 내 약혼남이 날 버리고, 나중엔 부소경이 날 죽이려 했어. 그저께 넌 또 내가 부씨 가문 연회에서 망가지게 만들었지! 너 이 나쁜년, 넌 죽어도 싸! 네 얼굴을 내가 망가트리고 말 거야!” 이미 두 경비원에게 붙잡힌 민정연은 여전히 미친 사람처럼 소리치고 있었다. 그리고 민정연의 소리를 듣고 구서준이 무섭게 소리쳤다. “너 이 미친 여자야! 정말 너무 독한 거 아니야, 염산을 동생한테 뿌릴 생각을 하다니! 아오… 아파 죽겠네!” 구서준의 옷 소매는 손바닥 크기만큼 타버렸다. 그의 팔도 5센티 정도 크기의 화상을 입었다. 구서준은 아파서 이를 꽉 깨물고 식은땀을 흘렸다. 이 순간 민정아는 놀라서 멍해졌다. “멍청한 아가씨! 119 불러요!” 구서준은 민정아를 향해 소리쳤다. “어, 네! 바로 부를게요!” 그리고 민정아는 구급차를 불렀다. 그리고 구급차가 오는 걸 기다리면서 구서준은 또 민정아에게 명령했다. “경찰 불러요!” 민정아:“......저 사람은, 제 사촌 언니예요” “저 여자가 당신 얼굴을 망가트리려 했어요!” 구서준은 바닥에 제압되어 있는 민정연을 무섭게 보았고, 그는 자신의 팔을 잡고 씩씩거리며 민정연 앞으로 와서 발로 그녀의 얼굴을 밟았다. “너 이 독한 여자야! 아주 그냥 속이 썩었구나! 방금 들었지? 넌 동생을 해치려고 했는데, 정아씨는 너를 사촌 언니라고 생각해 주고 있어. 넌 대체 뭐야? 그냥 완전 미친 여자고만!” 구서준이 여자한테 막 대할 때는 정말 한치도 봐주지 않았다. 밟혀 있는 민정연은 이를 꽉 깨물고 욕했다. “얘는 안 어울려요! 얘가 어떻게 당신 여자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절대 어울리지 않아요. 미친년은 얘잖아요. 천박하기 짝이 없는 미친년은 얘라고요
많은 걸 잃고 난 뒤의 민정아는 부끄러움이 부쩍 많아져서 구서준은 평소에 그녀의 손조차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이 막돼먹은 아가씨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구서준이 민정아에게 키스하려던 찰나, 서준명과 엄선희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서준명이 큰소리로 물었다. “구서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많이 다쳤어?”민정아가 걱정되었던 엄선희도 입을 열었다. “정아 씨, 괜찮아? 얼굴은 안 다쳤어?” 고개를 돌린 민정아는 붉어진 눈시울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상처를 받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를 걱정해 주는 건 금방 사귄 두 친구뿐이었고 얼굴이 망가지지 않게 구해준 것도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친구였다. 그러나 자기 부모는 아직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더구나 그녀의 어머니가 전화로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을 퍼붓는 바람에 황산을 든 민정연이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서준명이 민정아 곁으로 다가오자 깜짝 놀란 민정아는 얼른 신세희의 옆에 바짝 붙었다. 서준명이 민정연의 편을 들어줄 거라 생각한 민정아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기... 서 대표님.”“맞았어요?”서준명이 얼굴을 찡그리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릴 때부터 줄곧 정연이에게 이런 취급을 받은 거예요?” 민정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작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로는 서준명의 고통을 전부 표현할 수 없었다. 서씨 집안에 마가 꼈나? 가짜 여동생을 둘이나 떠안게 되다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 그는 반드시 진실을 꼭 밝히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서준명이 민정아를 위로했다. “걱정 말아요. 앞으로 누가 또 괴롭히면 나를 찾아와요.” “서준명, 너한테는 선희 씨가 있잖아.” “너는 하루 종일 네 여자친구 생각밖에 안 하냐?” “아니... 아파 죽겠다는 생각도 해.”병상에 누운 구서준이 앓는 소리를 내자 병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신세희는 오후에 집으로 돌아가 짐을 정리하려고 했으나
부소경의 표정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무슨 일인데?” 엄선우가 앞에 서 있던 신세희를 힐끗 보더니 부소경에게 귓속말했다. “임씨 집안과 관련된 일입니다.” 부소경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엄선우가 재빨리 설명했다. “몇십 명의 부하들이 그 집안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그 집 식구들이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랍니다. 허영과 임서아는 창피해서 그렇다 치고, 임지강은 회사에서 업무를 봐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오후 내내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답니다. 의문을 품은 부하 한명이 그 집안에 들어가 봤더니 세 사람 모두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답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감쪽같이 사라지다니.”이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고용인들에게 물어보니 입을 모아 세 식구가 여행을 갔다고 말했답니다.”엄선우의 말에 부소경이 냉소했다. “여행은 얼어 죽을, 잘도 도망갔군.” 엄선우도 고개를 갸웃했다. “언제부터 저렇게 빠릿빠릿했다고... 죽는 건 무서웠나 봅니다.”부소경은 말없이 두 모녀에게 시선을 던졌다. 만약 임씨 집안 사람들이 정말로 도망간 거라면 부소경은 신세희와 함께 그녀의 고향으로 갈 수 없었다. 그는 반드시 이곳에 남아 임씨 집안의 일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 최단 시간 내에 그 집안 식구들을 다시 잡아들여 없애버릴 심산이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과의 사이가 아무리 돈독하다 한들 임씨 집안을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신세희.”부소경이 담담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돌아봤다. “왜 그래요, 소경 씨? 혹시 회사에 일이 생긴 거예요?”눈치도 빠르고 배려심도 넘쳤던 신세희는 엄선우가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그가 난감한 표정으로 부소경에게 사실을 전달하던 것까지 전부 눈여겨보았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아니라면 이런 중요한 시기에 그의 부하가 전화를 걸어 올 리 없었다. 부소경은 F그룹을 책임져야 했으니 그가 자리를 비우면 처치 곤란한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부소경이 입을 열
신세희와 부소경은 할 말을 잃었다. 드넓은 공항은 오가는 사람들로 무척 번잡했다. 다들 부소경을 알아봤지만 감히 사진을 찍거나 인사를 건넬 용기는 없었다. 그런데 끔찍한 소문을 몰고 다니는 그 사람이 공항 한복판에서 제 아내랑 가위바위보를 한다니. 엄선우는 제 웃음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얼른 자신의 입을 꽉 틀어막았다. 그는 다시 한번 공주님에게 감탄했다. 공주님은 제 아빠를 괴롭히는 것에 도가 튼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남성의 권력자로 군림하는 남자는 세상에 둘도 없는 딸바보였다. 가위바위보.잘나가는 F그룹의 대표는 드넓은 공항 한복판에서 제 아내와 가위바위보를 했다. 더구나 그는 편법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이는 비록 가위바위보를 하게 했지만, 내심 제 엄마를 따라가고 싶을 것이다. 망할 꼬맹이. 아이는 자나 깨나 제 엄마 생각뿐이었고 제 엄마의 호위를 자처했다. 눈길을 주고받은 두 사람이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우리 딸, 당분간 아빠랑 지내야겠네?”부소경이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휴, 알겠어.”이윽고 신유리가 신세희를 돌아보았다. “엄마, 조심해서 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아빠한테 전화하는 거 잊지 말고. 아빠가 연락이 안 되면 나를 찾아도 돼.”아이는 애늙은이처럼 제 엄마에게 신신당부했다. “... 알겠어요, 작은엄마.”그러자 신유리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얼른 가봐요. 난 일단 탑승수속을 마칠게요.” 아이의 뺨에 가볍게 입 맞춤을 한 신세희는 그제야 그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비행기는 45분 뒤에야 출발했다. 신세희는 자리에 앉아 두 눈을 꼭 감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그녀는 문득 두려워졌다. 15년이나 고향 땅을 밟아보지 못한 그녀는 이 여정이 조금 망설여졌다. 과연 그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은 있을까? 집은 어떻게 됐을까? 이웃들을 모두 이사 갔나? 아무것도 알 길이 없었던 신세희에게 이 모든 건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2
한편 부소경은 회의를 하고 있었다. 가운데 자리한 부소경의 옆에는 임시로 놓아둔 소파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어린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맞은편의 기다란 타원형 회의 책상에는 서른 명 남짓한 부소경의 심복들이 앉아 있었다. 다소 긴장된 회의 분위기 속에 신세희가 전화를 걸어오자 부소경은 부하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보내고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호텔은 무사히 도착했어?”신세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곳에서 제일 큰 호텔이에요. 침대는 우리 집 침대만큼 넓은데 내 곁에 당신과 유리가 없어서 조금 허전할 뿐이죠.”신세희는 독립적인 사람이었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익숙한 감정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부소경과 신유리와 거의 떨어져 있지 않았더니 잠깐의 헤어짐에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자신은 아마 부소경을 떠나서 살 수 없을 듯했다. 어느 순간 그녀는 애교를 부릴 줄도 알게 되었다. “음... 소경씨. 나한테 뽀뽀해주면 안 돼요?” 그녀는 임씨 집안 식구들이 몰래 도망친 것도, 부소경이 밤새 회의를 지속하며 이 일을 처리하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울려 퍼졌고 마찬가지로 회의실 사람들에게도 전해졌다. 부소경이 스피커 모드로 전환한 건 아니었지만 고요한 밤 모두가 숨죽인 회의실에서는 그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질 수밖에 없었다. 말 없는 부소경을 향해 신세희가 또다시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유리가 아직 깨어있는 거예요?”자신의 옆에서 곤히 잠든 아이를 힐끔 쳐다본 부소경이 입을 열었다. “걱정 마, 지금 자고 있어.” “근데 왜 뽀뽀 안 해줘요? 난 또 유리가 곁에 있어서 당신이 부끄러워하는 줄 알았지.”신세희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는 오늘 거침없었다. 그와 얼굴을 마주할 때면 가끔 기가 죽었는데 막상 눈앞에 그가 없으니 어쩐지 그리워졌다. 어차피 보이지도 않으니 부끄러운 감정은 제쳐두고 대담하게 할 말을 내뱉었다.“혹시 부끄러워요? 그럼 내가 할까요? 내가 뽀뽀해줄 테니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