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조의찬을 바라봤다. “민정아를 위해 지금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 그 여자는 그냥 하인일 뿐이야, 그 여자 때문에 나더러 집에서 나가라는 게 말이 돼?”민정연은 펑펑 울었다. 조의찬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조의찬은 민정연이 증오스럽기만 했다. “하인이든, 사촌 동생이든, 네가 민정아의 집을 차지하고 있잖아! 너 때문에 그 여자는 몸 둘 곳이 없어졌어, 그러니까 네가 나가”“의찬 씨가 무슨 근거로 나를 쫓는 거야? 민정아랑 무슨 사이인데?” 민정연이 질문했다.“민정아랑 아무 상관 없어, 신세희가 부탁한 거야! 모든 사람들이 민정연이 나의 약혼녀라는 걸 알고 있어, 설령 사실이 아니더라도 난 네가 다른 사람의 집을 빼앗는 걸 용납할 수 없어” 조의찬은 정색해서 말했다.조의찬의 말에 민정연은 약간의 희망이 보였다. “내가 이 집에서 나가면 어디로 가서 살아?” 그녀는 조의찬이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말해주기를 기대했다.예전에는 조의찬이 눈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조의찬에게 시집가는 게 일생의 목표이다.조의찬이 어떤 인물이야!C그룹의 유일한 도련님이다.부 씨 가문의 유일한 외손자이다!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 말이 있다. C그룹이 지금은 거의 망해가지만, 조의찬의 어머니는 F그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마다 몇억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민정연은 어떤 여자인가?예전에 장만했던 옷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은 원피스 하나도 구매하기 어려울 것이다.“나한테 와, 그냥 내 애인 해, 다른 명분은 줄수 없어” 민정연은 조의찬이 이 말을 해주기를 고대히 기다렸다.그러면 민정연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그녀는 조의찬의 애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조의찬은 냉담하게 말했다. “네가 어디를 가든 나랑 상관없어! 만약 우리 사이가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고 언론에 미리 공개했다면, 오늘도 너를 쫓아내러 오지 않았을 거야”“......” 민정연은 할 말을 잃었다.“참, 너 언제 시간
“말씀해 보세요!”민정연의 말에 민정아의 어머니는 이를 갈았다. “저 파렴치한 년! 입을 찢어버릴 거야!”민정아의 아버지도 매섭게 말했다. “내일 같이 가, 혼내줘야겠어!”민정아의 부모님들은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다.원래는 민정아에게 전화를 걸어 들어오라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핸드폰을 들고나니 민정아의 핸드폰이 집에 있는 게 생각났다.다음날.민정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함께 건축회사 문밖에 서서 민정아가 오기를 기다렸다. 문 앞에서 민정아를 호되게 때릴 작정이었다.공교롭게도 어제 오후 구서준이 민정아를 위해 제작한 드레스를 피팅 하러 웨딩숍에 갔다.시간상 관계로 두 번째 드레스는 입어보지 못했다. 첫 번째로 고른 드레스를 개조하여 다시 피팅 하는 바람에 회사로 돌아갈 시간이 없었다. 오늘 아침도 두 시간 일찍 회사에 도착해 밀린 업무를 시작했다.부모님들이 회사 앞에서 눈이 빠지게 기다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드디어 회사 문 앞에서 엄선희를 만났다. 민정아의 부모님들은 엄선희를 붙잡고 민정아의 행방을 물었다.“민정아는요? 둘이 같이 출근하는 거 아니었어요? 민정아는 어디 갔어요? 형부랑 엮이고 있는 거 아니에요? 언니의 남자까지 빼앗고, 수치스럽지도 않아?” 민정아의 어머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독하게 욕설을 퍼부었다.엄선희도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 정아 어머님이시군요! 욕설을 하시는 걸 보고 정아의 원수라도 되는 줄 알았어요, 이제 보니 정아의 친 어머니님이 친딸을 거침없이 욕하고 계셨군요!”민정아의 어머니는 자신을 조롱하는 말에 개의치 않고 엄선희를 붙잡고 물고 늘어졌다. “빨리 말해요, 정아 이 죽일 년 어디 갔어요? 왜 출근을 하지 않았어요? 혹시 조의찬이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에요? 전해줘요! 만약 제 언니의 남자를 빼앗는다면 온몸의 뼈를 부러뜨릴 거라고!”엄선희는 민정아의 어머니를 뿌리치며 냉담하게 말했다. “정확히 조의찬은 민정연의 약혼자가 아니에요! 약혼자라 하더라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충분히 다
뒤를 돌아보니 서준명이였다.민정아의 어머니는 이내 미소를 머금었다. “정연이 사촌 오빠네요, 정연이가 자기 잘못을 뉘우쳤고 처벌도 충분히 받았어요, 야윈 거 보세요, 부 대표님한테 이젠 그만 처벌해 달라고 부탁드려 주실래요?”서준명은 쌀쌀하게 민정아의 어머니를 쳐다봤다. “아직 제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으셨어요”“저기......뭐라고 하셨어요?”서준명은 재차 물었다. “따님 생일이 언제인지 기억하시냐고요?”민정아의 어머니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기억하죠, 섣달......”반쯤하고 그녀는 멈추었다.주춤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6월 6일이에요”서준명은 차갑게 웃었다.민정아의 어머니는 안절부절못했다. “서 씨 도련님, 왜 이걸 물으시나요? 우리 딸은 부모가 있으니까 잘 살고 있어요. 우리 딸 걱정은 말고 정연의 걱정부터 하시는 게 좋을듯해요, 정연은 불쌍한 아이에요, 어려서부터 부모를 잃어서 아껴주는 사람도 없이 컸어요, 정아는 부모 곁에서 부족한 게 없이 자랐죠......”“그래요” 서준명은 냉소를 지었다. “어릴 적부터 정연이가 고생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서 씨 집안에서 아가씨 대접을 받으면서 자랐죠, 민 씨 집안에서는 비록 그 정도는 아니었어도 민정아의 부모님 사랑을 듬뿍 받았죠, 오히려 민정아는 어머니, 아버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오갈 데가 없어요”“......” 민정아의 어머니는 침묵했다.“당신들은 친딸보다 조카딸을 백배나 더 아끼는군요”민정아의 어머니는 난처하게 웃었다. “......그게 아니고......정연이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준명은 안으로 들어갔다.민정아의 어머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민정아를 더 기다리는 것은 무리한 일이었다.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구석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정아의 아버지가 나왔다. “정아를 찾았어?”민정아의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민정아 걔가 운수가 터졌어요. 서 씨 도련님이 편 들어주고, 부 대표님 마누라도 편 들어주고, 아주 잘나가네요.
민정아 아빠는 바로 우물쭈물 대답했다. “어르신, 정연이 카드가 지금 다 동결됐어요, 부소경이 동결시킨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이 정연이가 서씨 가문에서도 못 살게 하고, 정연이의 이모 그러니까 어르신의 며느리가 정연이를 돕게 하지도 못 했어요. 이렇게 되면 정연이는 아가씨로써 어렸을 때부터 귀하게 자랐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서씨 집안 어르신은 상당히 죄책감을 느끼며 말했다. “정연이는 우리 서씨 가문에서 어렸을 때부터 자라서, 난 정연이를 친손녀처럼 생각하지. 근데 내가 그동안 아팠어서,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서아 일 때문에 바빠서 정연이를 까먹고 말았구나.” 결론적으로 서씨 집안 어르신은 그래도 사리가 밝은 노인이었다. 특히 그는 아이들에게, 친척의 아이들에겐 최대한 해줄 수 있는 보살핌을 다 해주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고 민정연의 아빠와 엄마는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어르신, 사실은 부소경 도련님이 그 아내한테 꼬드김을 당해서, 지금 정연이가 조의찬이랑 사귀지 못 하게 하고 있어요. 정연이가 남성에 있는 어떤 귀족과도 접촉하지 못 하게 하고 있어서 정연이는 지금 고립되어 있고, 그 여자가 정연이를 고립시킬 뿐만아니라 정아를 속여서 자기가 이용해 먹으려고 하고 있어요. 그 여자가 지금 정아한테 남자친구를 소개해줬는데, 구씨 가문 작은 도련님이라는 것 같아요.” 민정아의 엄마는 걱정스럽게 서씨 집안 어르신을 보았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이로 인해 화를 냈다. “뭐라고? 구씨 가문 도련님 구서준이 신세희 그 여자랑 한 편이란 말이야?” 민정아의 아빠 엄마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무섭게 팔을 들어 책상을 내려쳤다. “이 여자가! 정말 갈수록 쉽지 않고만! 너희가 한 말 무슨 뜻인지 알아 들었어. 내가 직설적으로 말해서 미안하지만, 구씨 가문 도련님이 아무리 아쉬워도 너희 딸을 아내로 삼지 않을 거야. 만약 정연이가 구서준한테 시집 간다면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신세희를 없애버리는 건 80 넘은 서씨 집안 어르신의 제일 큰 소원이었다. 비록 서씨 집안 어르신은 지금 신세희를 별로 미워하지 않았고, 심지어 신세희가 임서아보다 더 기가 세고, 단단하고 훨씬 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관적으로 봤을 때 그는 여전히 신세희를 살려둘 수 없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이미 계획을 끝냈다. 서울에 있는 그의 모든 인맥을 동원하고 그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부소경에게 섬 도시를 점령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할 수 있었고, 그걸로 부소경이 임서아랑 결혼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건 매우 매혹적인 조건이었다. 부소경도 큰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신세희를 처리할 수만 있다면, 신세희의 방해만 없다면, 부소경은 누구를 아내로 얻으려 할까? 만약 임서아가 그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임서아랑 결혼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이게 서씨 집안 어르신의 생각이었다. 그는 이 생각을 부씨 가문 어르신 부태성에게 말했다. 부태성도 이 생각에 동의했다. 두 어르신은 합이 맞았다. 상의를 끝낸 후, 서씨 집안 어르신은 또 민정연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 너머 민정연은 서씨 집안 어르신의 전화를 받고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 “여보세요, 할아버지… 저 아직 기억하세요?” “착한 우리 손녀, 고생 많이 했구나. 할아버지가 그동안 아파서 서울에 있느라 남성에 오지 못 했어. 그래서 여기서 벌어진 일들을 바로 처리할 수 없었고, 남성에 돌아와서 네 동생 서아 일부터 좀 처리하느라 네 신경을 못 써줬더니 네가 억울함을 당했었구나.” 서씨 집안 어르신은 민정연이 어렸을 때부터 크는 걸 보면서, 민정연에겐 손주로써의 깊은 감정이 있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말하는 걸 듣고 민정연은 더 크게 울었다. “할아버지, 부소경이… 저희 이모랑 이모부가 절 재정적으로 돕지 못 하게 만들고, 제 은행 계좌까지 다 동결시켜 버리는 바람에 지금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밖에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고, 원래 할아버지
퉤! 여자는 언제든지 갖을 수 있고,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어! 하지만 섬은 딱 하나뿐이지. 이 섬을 점령하게 되면 우리 할아버지가 엄청 큰 도움을 주는 거야! 그래서, 부소경은 분명 너를 버리겠지! 꼭 임서아랑 결혼하고 말 걸! 나중에 나랑 임서아랑 연합해서 꼭 너를 지옥으로 빠트릴 거야! 흥! 두고 보자고!” 저녁 내내 민정연은 이런 달콤한 상상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부씨 가문 연회에서 빛을 내는 모습을 상상했다. 부씨 가문 연회까지는 하루가 남았고, 많은 사람들은 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반대로 이 연회의 주인공인 신세희와 부소경은 늘 평온하고 담담했다. 그들은 각자 하던대로 출근을 하고 퇴근을 했다. 금요일 퇴근 시간, 신세희는 자신의 친한 친구 두 명에게 부탁했다. “두 사람 다 드레스 골랐어?” 민정아와 엄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정아가 말했다. “피팅도 해보고 현장에서 수정했는데 딱 맞더라고. 세희씨, 난 내 몸매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는데 내 날씬함이 부각되고 키도 커보이는 거 있지? 난 원래 키가 작거든, 162 밖에 안돼. 근데 그 드레스를 입으니까 훨씬 날씬해 보이고 다리고 길어 보여서, 내가 봐도 내가 너무 예쁘더라.” 신세희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정아씨 사실 엄청 예쁘잖아.” “나도 있어!” 엄선희는 눈썹을 치켜 올리고 신세희를 보았다. 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엄선희를 칭찬했다. “선희씨도 예쁘지. 그래서 난 두 사람이 연회에서 아름다움으로 기를 다 죽여놨으면 좋겠어. 나중에 남자들이 너네를 쫓아오면, 구씨 도련님이랑 서씨 도련님도 애가 타겠지.” 세 사람은 웃고 떠들며 회사를 떠났다. 엄선희와 민정아는 같이 엄선희의 집으로 향했다. 신세희는 부소경의 차에 탔다. “긴장돼?” 부소경이 물었다. “뭐가요?”신세희는 온화하게 부소경을 보았다. “내일 가족 연회 말이야.” “긴장 안돼요.” 신세희는 웃었다. 예전과 비
신세희의 얼굴은 빨개졌다. “정, 정말이에요?” 부소경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엄선우가 먼저 대답을 했다. “당연히 정말이죠 사모님. F그룹 인스타 공식 계정에 이미 부인께서 대표님의 아내라고 발표했어요. 이제 온 도시 사람들이 사모님께서 대표님의 아내인 걸 알았으니 예전처럼 다들 색안경 끼고 보지 않을 거예요.” 신세희는 엄선우가 자신을 위로하는 걸 알았다. 그녀는 옅게 웃었다. “고마워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내일이 어떤 현장이 되든 난 다 괜찮거든요. 그저 우리 세가족이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다른 무안한 상황이 벌어져도 난 다 받아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부소경의 손을 들어 자신의 작은 손을 그의 손에 포개었다. 남자는 말없이 신세희의 손을 꽉 잡았다. 이 날 저녁, 세가족은 일찍 쉬었고, 저녁 때 신세희는 남자를 잠깐 귀찮게 하다가 남자는 그녀의 간지럽히는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은 안돼, 내일 아침 일찍 저택에 가야 하니 오늘 너를 피곤하게 할 수 없어.” 하지만 신세희는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적절한 운동은 여자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요. 당신이 말했듯이 내일 연회의 진짜 여주인공은 나라면서요. 내가 여주인공이라면 내가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어야죠, 설마 당신은 내가 아름다워 보이길 바라지 않는 거예요? 아, 생각났다. 당신은 늘 내가 아름다워 보이는 걸 원치 않았었죠. 당신은 내가 늘 평범하게 입고, 안 예뻐 보이는 걸 원했잖아요.” 이 말은 왠지 모르게 비꼬는 듯해서 부소경을 멍하게 만들었다. 늘 그녀가 과묵한 줄 알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말이 많아질 때가 있었고 그건 보통 화가 났을 때였다. 그는 오늘 처음으로 그녀가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녀는 편해진 상황에서 이렇게 말이 많아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엔 비꼬는 듯한 느낌이 담겨 있었다.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너 말없는 편이 아니었구나.” 신세희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은 서글퍼졌다. 이때 부소경은 제때 멍 때리며 그녀가 잡생각하는 걸 멈추게 했다. “꾸물거리지 말고, 깼으면 침대에서 일어나. 이따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화장해주러 올 거야. 그리고 끝나면 연회장으로 같이 갈 거고.” 신세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집으로 오게 하고 말이에요. 큰 일도 아니잖아요.” “큰 일은 아니지. 하지만 이번이 네 신분을 제일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기회야, 알겠어?”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조금 지난 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왔다. 거의 2시간을 꾸민 뒤 출발할 수 있었다. 출발하기 전, 신세희는 엄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선희는 전화를 빠르게 받았다. “여보세요, 예쁜 아가씨, 오늘 얼마나 예쁠지 궁금하네.” 신세희는 부끄럼 없이 말했다. “당연히 너보다 예쁘지, 어때, 너희는 준비 다 됐어?” 엄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정아씨랑은 다 준비됐어. 아까 서씨 도련님이랑 구씨 도련님한테도 전화했었는데, 둘 다 금방 오신데. 우리 이따가 저택에서 보자.” 신세희는 웃었다. “응, 저택에서 보자.” 지금까지 그녀는 한번도 당당하게 부씨 저택에 간 적이 없었다. 어쨌든 이번에 그녀와 부소경의 마음속엔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고, 게다가 그녀에게 새로운 절친 두 명이 생겼으니, 자리에서 만약 무슨 일이 생겨도 두 친구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끊을게, 너희도 예쁘게 하고 와.” 신세희가 엄선희에게 말했다. “알겠어, 이따 봐.” 전화를 끊은 뒤, 엄선희는 민정아를 보았다. “정아씨, 사실 예전에 정아씨가 입었던 옷 다 괜히 산 것들 같았어. 예전에 갖고 있던 옷들은 입고만 있으면 졸부 같아 보였거든. 정아씨랑 어울리는 게 하나도 없었어. 근데 오늘은 역시 도련님 안목이 좋았네. 예전의 정아씨는 안목이 하나도 없었잖아.” 민정아는 암담한 말투로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