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아 아빠는 바로 우물쭈물 대답했다. “어르신, 정연이 카드가 지금 다 동결됐어요, 부소경이 동결시킨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이 정연이가 서씨 가문에서도 못 살게 하고, 정연이의 이모 그러니까 어르신의 며느리가 정연이를 돕게 하지도 못 했어요. 이렇게 되면 정연이는 아가씨로써 어렸을 때부터 귀하게 자랐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서씨 집안 어르신은 상당히 죄책감을 느끼며 말했다. “정연이는 우리 서씨 가문에서 어렸을 때부터 자라서, 난 정연이를 친손녀처럼 생각하지. 근데 내가 그동안 아팠어서,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서아 일 때문에 바빠서 정연이를 까먹고 말았구나.” 결론적으로 서씨 집안 어르신은 그래도 사리가 밝은 노인이었다. 특히 그는 아이들에게, 친척의 아이들에겐 최대한 해줄 수 있는 보살핌을 다 해주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고 민정연의 아빠와 엄마는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어르신, 사실은 부소경 도련님이 그 아내한테 꼬드김을 당해서, 지금 정연이가 조의찬이랑 사귀지 못 하게 하고 있어요. 정연이가 남성에 있는 어떤 귀족과도 접촉하지 못 하게 하고 있어서 정연이는 지금 고립되어 있고, 그 여자가 정연이를 고립시킬 뿐만아니라 정아를 속여서 자기가 이용해 먹으려고 하고 있어요. 그 여자가 지금 정아한테 남자친구를 소개해줬는데, 구씨 가문 작은 도련님이라는 것 같아요.” 민정아의 엄마는 걱정스럽게 서씨 집안 어르신을 보았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이로 인해 화를 냈다. “뭐라고? 구씨 가문 도련님 구서준이 신세희 그 여자랑 한 편이란 말이야?” 민정아의 아빠 엄마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무섭게 팔을 들어 책상을 내려쳤다. “이 여자가! 정말 갈수록 쉽지 않고만! 너희가 한 말 무슨 뜻인지 알아 들었어. 내가 직설적으로 말해서 미안하지만, 구씨 가문 도련님이 아무리 아쉬워도 너희 딸을 아내로 삼지 않을 거야. 만약 정연이가 구서준한테 시집 간다면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신세희를 없애버리는 건 80 넘은 서씨 집안 어르신의 제일 큰 소원이었다. 비록 서씨 집안 어르신은 지금 신세희를 별로 미워하지 않았고, 심지어 신세희가 임서아보다 더 기가 세고, 단단하고 훨씬 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관적으로 봤을 때 그는 여전히 신세희를 살려둘 수 없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이미 계획을 끝냈다. 서울에 있는 그의 모든 인맥을 동원하고 그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부소경에게 섬 도시를 점령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할 수 있었고, 그걸로 부소경이 임서아랑 결혼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건 매우 매혹적인 조건이었다. 부소경도 큰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신세희를 처리할 수만 있다면, 신세희의 방해만 없다면, 부소경은 누구를 아내로 얻으려 할까? 만약 임서아가 그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임서아랑 결혼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이게 서씨 집안 어르신의 생각이었다. 그는 이 생각을 부씨 가문 어르신 부태성에게 말했다. 부태성도 이 생각에 동의했다. 두 어르신은 합이 맞았다. 상의를 끝낸 후, 서씨 집안 어르신은 또 민정연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 너머 민정연은 서씨 집안 어르신의 전화를 받고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 “여보세요, 할아버지… 저 아직 기억하세요?” “착한 우리 손녀, 고생 많이 했구나. 할아버지가 그동안 아파서 서울에 있느라 남성에 오지 못 했어. 그래서 여기서 벌어진 일들을 바로 처리할 수 없었고, 남성에 돌아와서 네 동생 서아 일부터 좀 처리하느라 네 신경을 못 써줬더니 네가 억울함을 당했었구나.” 서씨 집안 어르신은 민정연이 어렸을 때부터 크는 걸 보면서, 민정연에겐 손주로써의 깊은 감정이 있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말하는 걸 듣고 민정연은 더 크게 울었다. “할아버지, 부소경이… 저희 이모랑 이모부가 절 재정적으로 돕지 못 하게 만들고, 제 은행 계좌까지 다 동결시켜 버리는 바람에 지금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밖에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고, 원래 할아버지
퉤! 여자는 언제든지 갖을 수 있고,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어! 하지만 섬은 딱 하나뿐이지. 이 섬을 점령하게 되면 우리 할아버지가 엄청 큰 도움을 주는 거야! 그래서, 부소경은 분명 너를 버리겠지! 꼭 임서아랑 결혼하고 말 걸! 나중에 나랑 임서아랑 연합해서 꼭 너를 지옥으로 빠트릴 거야! 흥! 두고 보자고!” 저녁 내내 민정연은 이런 달콤한 상상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부씨 가문 연회에서 빛을 내는 모습을 상상했다. 부씨 가문 연회까지는 하루가 남았고, 많은 사람들은 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반대로 이 연회의 주인공인 신세희와 부소경은 늘 평온하고 담담했다. 그들은 각자 하던대로 출근을 하고 퇴근을 했다. 금요일 퇴근 시간, 신세희는 자신의 친한 친구 두 명에게 부탁했다. “두 사람 다 드레스 골랐어?” 민정아와 엄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정아가 말했다. “피팅도 해보고 현장에서 수정했는데 딱 맞더라고. 세희씨, 난 내 몸매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는데 내 날씬함이 부각되고 키도 커보이는 거 있지? 난 원래 키가 작거든, 162 밖에 안돼. 근데 그 드레스를 입으니까 훨씬 날씬해 보이고 다리고 길어 보여서, 내가 봐도 내가 너무 예쁘더라.” 신세희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정아씨 사실 엄청 예쁘잖아.” “나도 있어!” 엄선희는 눈썹을 치켜 올리고 신세희를 보았다. 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엄선희를 칭찬했다. “선희씨도 예쁘지. 그래서 난 두 사람이 연회에서 아름다움으로 기를 다 죽여놨으면 좋겠어. 나중에 남자들이 너네를 쫓아오면, 구씨 도련님이랑 서씨 도련님도 애가 타겠지.” 세 사람은 웃고 떠들며 회사를 떠났다. 엄선희와 민정아는 같이 엄선희의 집으로 향했다. 신세희는 부소경의 차에 탔다. “긴장돼?” 부소경이 물었다. “뭐가요?”신세희는 온화하게 부소경을 보았다. “내일 가족 연회 말이야.” “긴장 안돼요.” 신세희는 웃었다. 예전과 비
신세희의 얼굴은 빨개졌다. “정, 정말이에요?” 부소경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엄선우가 먼저 대답을 했다. “당연히 정말이죠 사모님. F그룹 인스타 공식 계정에 이미 부인께서 대표님의 아내라고 발표했어요. 이제 온 도시 사람들이 사모님께서 대표님의 아내인 걸 알았으니 예전처럼 다들 색안경 끼고 보지 않을 거예요.” 신세희는 엄선우가 자신을 위로하는 걸 알았다. 그녀는 옅게 웃었다. “고마워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내일이 어떤 현장이 되든 난 다 괜찮거든요. 그저 우리 세가족이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다른 무안한 상황이 벌어져도 난 다 받아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부소경의 손을 들어 자신의 작은 손을 그의 손에 포개었다. 남자는 말없이 신세희의 손을 꽉 잡았다. 이 날 저녁, 세가족은 일찍 쉬었고, 저녁 때 신세희는 남자를 잠깐 귀찮게 하다가 남자는 그녀의 간지럽히는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은 안돼, 내일 아침 일찍 저택에 가야 하니 오늘 너를 피곤하게 할 수 없어.” 하지만 신세희는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적절한 운동은 여자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요. 당신이 말했듯이 내일 연회의 진짜 여주인공은 나라면서요. 내가 여주인공이라면 내가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어야죠, 설마 당신은 내가 아름다워 보이길 바라지 않는 거예요? 아, 생각났다. 당신은 늘 내가 아름다워 보이는 걸 원치 않았었죠. 당신은 내가 늘 평범하게 입고, 안 예뻐 보이는 걸 원했잖아요.” 이 말은 왠지 모르게 비꼬는 듯해서 부소경을 멍하게 만들었다. 늘 그녀가 과묵한 줄 알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말이 많아질 때가 있었고 그건 보통 화가 났을 때였다. 그는 오늘 처음으로 그녀가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녀는 편해진 상황에서 이렇게 말이 많아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엔 비꼬는 듯한 느낌이 담겨 있었다.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너 말없는 편이 아니었구나.” 신세희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은 서글퍼졌다. 이때 부소경은 제때 멍 때리며 그녀가 잡생각하는 걸 멈추게 했다. “꾸물거리지 말고, 깼으면 침대에서 일어나. 이따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화장해주러 올 거야. 그리고 끝나면 연회장으로 같이 갈 거고.” 신세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집으로 오게 하고 말이에요. 큰 일도 아니잖아요.” “큰 일은 아니지. 하지만 이번이 네 신분을 제일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기회야, 알겠어?”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조금 지난 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왔다. 거의 2시간을 꾸민 뒤 출발할 수 있었다. 출발하기 전, 신세희는 엄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선희는 전화를 빠르게 받았다. “여보세요, 예쁜 아가씨, 오늘 얼마나 예쁠지 궁금하네.” 신세희는 부끄럼 없이 말했다. “당연히 너보다 예쁘지, 어때, 너희는 준비 다 됐어?” 엄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정아씨랑은 다 준비됐어. 아까 서씨 도련님이랑 구씨 도련님한테도 전화했었는데, 둘 다 금방 오신데. 우리 이따가 저택에서 보자.” 신세희는 웃었다. “응, 저택에서 보자.” 지금까지 그녀는 한번도 당당하게 부씨 저택에 간 적이 없었다. 어쨌든 이번에 그녀와 부소경의 마음속엔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고, 게다가 그녀에게 새로운 절친 두 명이 생겼으니, 자리에서 만약 무슨 일이 생겨도 두 친구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끊을게, 너희도 예쁘게 하고 와.” 신세희가 엄선희에게 말했다. “알겠어, 이따 봐.” 전화를 끊은 뒤, 엄선희는 민정아를 보았다. “정아씨, 사실 예전에 정아씨가 입었던 옷 다 괜히 산 것들 같았어. 예전에 갖고 있던 옷들은 입고만 있으면 졸부 같아 보였거든. 정아씨랑 어울리는 게 하나도 없었어. 근데 오늘은 역시 도련님 안목이 좋았네. 예전의 정아씨는 안목이 하나도 없었잖아.” 민정아는 암담한 말투로 말했
서준명은 엄선희의 실망한 말투가 느껴졌고, 그는 바로 빠르게 설명했다. “선희씨, 우선 들어봐요. 저랑 서준이한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어요. 알잖아요, 저희 할아버지가 서울에서 이제 막 치료하고 돌아오신 거. 이제 80이 넘으셨는데, 저희 할아버지랑 부씨 어르신이랑 사이가 좋으셔서, 부씨 어르신께서 그렇게 큰 연회를 주최하셨으니, 저랑 서준이가 미리 좀 와서 도와달라고 하시네요. 저희가 어르신 뜻을 거역하긴 어려워서요. 그런데, 저랑 서준이가 비록 선희씨랑 정아씨를 직접 데리러 갈 수는 없지만, 데리러 갈 차를보냈어요. 이따가 부씨 저택 문 앞에 도착하면 저한테 전화 줘요. 저희가 마중 나갈게요.” 서준명은 매우 미안한 말투였다. 그는 사실 약속을 굉장히 잘 지키는 사람이었는데, 할아버지가 붙잡을 줄은 예상하지 못 해다. 당시에 서준명은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설명했다. “할아버지, 이번에는 부씨 저택에 같이 못 갈 거 같으니 저희 부모님 차 타고 가세요. 제가 되게 중요한 친구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이 친구가 나중에 할아버지 손주며느리가 될 수도 있거든요. 제 결혼과 관련된 큰 일을 방해하실 수는 없잖아요.” 처음에 서준명은 어르신이 그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는 걸 반대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어르신이 너그럽게 웃을 줄은 몰랐다. “그래 서준아, 넌 할아버지가 얼마나 손주며느리를 기대했는지 모를 거야. 해외에 있는 네 형이 3년동안 안 돌아와서 집엔 너 밖에 없잖니. 안 그래도 너한테 여자친구 좀 사귀라고 말하려고 했어. 그런데 부씨 어르신이 이제 거의 100살이 다 되셨잖아, 또 부소경이 직접 집에서 주최하는 연회이기도 하고, 너가 일찍 가서 돕지 않으면 그것도 말이 안되지. 그리고, 이번 기회에 그 여자애가 철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마음이 너그러운지 아닌지 시험해볼 수 있잖아?” 서준명:“......” 어르신의 말은 그를 반박할 수 없게 만들었다. 망설이다가 그는 어르신에게 말했다. “알겠어요 할아버지,
엄선희는 아래층에 내려와서 무언가 떠올라 민정아에게 말했다. “정아씨, 나 세희씨한테 전화 좀 할게.” 민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 좀 더 안전하니까.” 엄선희는 핸드폰을 꺼내 신세희에게 전화를 걸었고, 신세희는 전화를 빨리 받았다. “선희씨, 지금 서준명씨 차 탄 거야?” “세희씨, 지금 어디야?” 엄선희가 물었다. 신세희:“......” 그녀는 지금 엄선우의 차에 타고 있었다. 그녀의 옆엔 부소경이 없었고 신유리만 있었다. 1시간 전, 그들이 집을 나서려고 할 때, 부소경은 부씨 집안 어르신에게 급한 일이 있다고 불려갔다. 부소경은 빠르게 엄선우를 시켜 모녀가 준비가 다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고, 그는 혼자 차를 타고 저택으로 갔다. “대답 못 하는 거 보니까, 옆에 부소경씨도 없는 거 맞지?” 엄선희는 무언가를 알아낸 듯했다. 신세희의 마음도 살짝 침울해졌다. “선희씨, 뭐라도 알아낸 거야?” 엄선희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것처럼 달콤하게 웃었다. “세희씨, 난 이제 세희씨가 혼자 재벌집에 있었을 때의 느낌을 알 것 같아. 재벌집은 역시 걱정을 안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네. 하지만 아무리 위험한 곳이어도 나랑 정아씨가 도와줄게!” 옆에 있던 민정아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신세희는 담담하게 물었다. “방금 서씨 도련님이 어르신한테 불려간 거야? 구씨 도련님도 정아씨 데리러 안 왔어?” 엄선희가 대답했다. “맞아! 보아하니 또 그쪽에서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겠지. 그런데 난 무서울 게 없어. 난 막돼먹은 여자야, 하늘도 땅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오늘 우리 셋이서 연합해야 해. 만약 부씨 저택에서 누가 세희씨를 못 살게 굴기만 하면, 우리 셋에다가 유리까지 합세해서, 여자 넷이서 부씨 가문을 뒤집어 놓을 거야. 어때?” 신세희는 평온하게 웃었다. “그러자.” 성질이 더러운 걸로 봤을 때, 신세희는 엄선희만큼 더럽지 못 했다. 기가 센 걸로 봤을 때도, 신세희는 민정아
엄선우와 신세희 및 신유리 앞에 나타난 건 민정연이었다. 4일 전과 비교했을 때 민정연은 훨씬 더 맑아 보였고, 그저 눈 밑엔 여전히 다크서클이 있었고, 얼굴은 살이 빠져서 귀신 같았다. 이런 그녀가 진한 화장을 하고 비싼 긴 드레스를 입고 있으니 진짜 원한이 가득한 처녀귀신 같았다. “신세희! 잘 지냈니?” 민정연이 먼저 신세희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줌마, 안녕.” 신세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신유리가 먼저 말했다. 민정연은 예의바른 척했다. “네가 부유리구나?” “누가 부유리라고 그래? 난 신유리야!” 신유리는 속셈을 모르고 생각없이 대답했다. 민정연은 머리를 탁 쳤다. “아, 맞다 내 기억력. 그러네, 너 신씨였구나, 신유리.” 신유리는 민정연을 향해 혓바닥을 내밀었다. “못생긴 귀신이 내 이름을 기억하다니, 정말 역겹네.” 어린 꼬맹이가 어른처럼 말을 하니 엄선우는 뒤에서 웃겨서 웃었다. “너 뭐라고 했어!” 민정연은 순간 화가 났다. 신유리는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지은 뒤 엄선우 옆으로 왔다. “아저씨, 저 여자 귀신 좀 쫓아내줘.” 이 꼬맹이! 정말 나빴다. 상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우선 엄마의 힘을 아껴야 된다고 생각했기에, 비서를 앞세워 나섰다. 하지만 엄선우는 기꺼이 나서는 걸 원했다. 그는 신유리를 안은 뒤 날카롭게 민정연에게 말했다. “아가씨!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오셨는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차려 입고 부씨 가문 연회에 오시다니 말이에요. 설마 며칠 전에 무릎 꿇고 도련님에게 빌던 걸 잊으셨나요? 도련님께서 서씨 집안 어르신과 서준명 도련님을 생각해서 봐드린 거예요. 하지만 도련님께서 아가씨의 은행 계좌를 모두 막으라고 지시하셨죠.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아가씨께서 어디서 난 돈으로 이렇게 화려하게 옷을 사서 입고 오신건가요? 또 누구의 허락으로 여기에 오신 거죠?” 질문을 한 뒤 엄선우는 뚫어져라 민정연을 보았다. 원래는 민정연이 대답을 못 할 줄 알았으나, 엄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