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미 진흙탕에 빠졌다고 해도요!신세희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 “지금도 제가 건축을 할 수 있을까요?”“왜 안되는데요? 건축이랑 관련된 일 하겠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요?” 구경민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지금의 나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신세희는 처량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시도도 안 해보고 어떻게 알아요? 일자리를 찾을지 못 찾을지?” 구경민이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그의 말에 신세희는 입술을 깨물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망설이고 있는 듯했다.같은 시각, 부소경은 장진혁이랑 대화를 끝내고 다시 신세희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손목을 들어 시계를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 “시간도 늦었는데…”시간이 늦었다고?그의 말에 신세희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이제는 두 사람이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부소경은 날 어디로 보내게 될까? 구경민한테 보내는 걸까?구경민이 나랑 대화를 제일 많이 나누긴 했는데…아니면 얼굴에 흉터가 있는 이 사람한테 보내게 되는 걸까?신세희는 모른다. 부소경이 자신을 누구한테로 보내게 될지. 그녀는 감정이 없는 로봇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마치 감정이 없는 좀비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부소경은 한쪽 팔로 신세희를 감싸고는 몸을 일으키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집에 애도 있고 해서, 빨리 들어가 봐야 해.”“세희씨, 조심히 가요. 시간 되면 언제 한 번 모여요. 같이 샵에 가서 관리라도 받아요.” 고윤희는 신세희에게 살갑게 인사를 했다.다른 두 명의 미녀들도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앞으로 우리, 여자 넷이 자주 모여요. 같이 보드게임 하기 딱 좋네요.”그들의 말에 고윤희가 웃으며 말했다. “세희씨 건축가거든. 앞으로 일도 바빠질 텐데, 우리랑 같이 보드게임 할 시간이 어딨어? 근데 세희씨, 주말에 같이 쇼핑하고 차 마시는 것 정도는 괜찮죠?”말을 끝낸 후, 그녀는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소경아?”“얘가 행복하다면.” 부소경은 한쪽 팔로 신세희를 감싸더니 밖으로 걸어
”…”“차에 타!” 부소경이 나지막하게 신세희를 꾸짖었다.그의 말에 신세희는 고분고분 차에 탔다. 밤이라는 이유로 엄선우는 히터를 켰고 좁은 공간 속에 신세희의 얼굴은 짧은 시간 내에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그녀는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부소경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앞에 앉아있던 엄선우가 이 상황을 조급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백미러로 몰래 부소경을 훔쳐보았고 부소경은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앉아있었다.그 모습에 엄선우는 가볍게 기침을 했다. “저기… 사모님.”그의 말에 신세희는 엄선우를 쳐다보았다.“오늘… 도련님이랑 같이 계시던 분들… 모두 도련님이랑 생사를 같이 했었던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할아버님보다도 감정이 더 두터우신 분들이세요.” 엄선우가 말했다.“아…” 신세희는 엄선우의 말속에 숨겨진 뜻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6년 전의 그녀는 무척이나 똑똑했다.비록 그때의 말이 없긴 했지만, 그녀는 어떤 일이든 쉽게 눈치챌 수가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그녀는 그것들을 알아차리고 싶지가 않았다.6년의 시간 동안 그녀는 생사를 몇 번이나 오갔고, 서시언은 다리를 잃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서시언은 외국으로 유배가 되었다. 그녀도 부소경 때문에 다시 운성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유리도 부소경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이런 상황에 대체 어떻게 눈치를 챙겨야 할까? 챙길 수 있기는 할까?부소경이 나한테 엄청 잘해주긴 했나?솔직히 말해서, 사흘간 부소경이 그녀에게 뭘 시키지 않기는 했다.예를 들면 신세희가 말하는 손님들에게 보낸다거나.마치 오늘 밤처럼 말이다. 그는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에일리가 그녀에게 보내는 수모를 막아주었다.하지만 고작 이걸로 뭘 설명할 수 있을까?신세희는 상류층 세상이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6년 전에 조의찬은 지금의 부소경보다 나한테 훨씬 더 잘해줬는데… 하지만 그런 조의찬도 날 가지고 놀았잖아. 안 그래?‘한 가지 사실만 기억하면 돼. 상류 세계에서의 나
한참이 지난 후, 엄선우는 혼잣말로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사모님이 도련님을 괴롭히는 건지, 도련님이 사모님을 괴롭히는 건지 모르겠네. 두 사람… 이게 바로 가혹한 사랑이라는 건가…”하!나랑 무슨 상관이라고.신세희는 부소경에게 안긴 채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그제서야 팔을 그의 목덜미에 감았다. “이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뭐라고?”환기가 잘되지 않은 비좁은 차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지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조금은 뜨거운 그녀의 얼굴이 그의 차가운 목덜미에 닿았고, 그 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채워주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지금 무척이나 편안했다.부소경도 그녀의 온기를 조금은 느끼고 있었다.“솔직히 말해서 당신이 나한테 엄청 못 해주는 것도 아니고, 나보고 다른 남자한테 몸 대주라고 하지도 않고… 그리고 유리한테도 엄청 잘 해주잖아요. 유치원도 보내주고요.”그녀가 중얼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엄청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막 그녀를 내려놓으려던 그때, 부소경은 신세희를 단단히 잡으며 그녀에게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 “너랑 나랑 6년이야. 내가 언제 다른 여자한테 이렇게 잘해줬는데! 임신하고 바보가 된 거야? 대체 네가 뭘 그렇게 손해를 봤는데! 내가 내 여자랑 내 딸한테 잘해주지, 누구한테 잘해주겠어!”하지만 부소경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엘리베이터는 그만 멈춰버렸고 문도 순식간에 열려버렸다.엘리베이터 앞, 집 밖에는 꼬맹이가 서 있었다.“와!” 유리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엄마를 끌어안고 있는 악당을 쳐다보았다. 엄마가 악당을 받아주다니!“우리 엄마 잠 들었어?” 유리가 부소경에게 물었다.“내려줘요. 빨리 내려줘요!” 유리의 목소리를 듣자 신세희는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엄마, 엄마 안 자고 있었어?” 유리는 부소경의 품에 안겨있는 신세희를 보기 위해 열심히 까치발까지 들었다.유리의 행동에 부소경은 순식간에 신세희를 아래로 내려다 주었다.“엄마 있잖아, 나 오늘
부소경의 말에 유리의 눈이 별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악… 네가 대신 선물 사줄 거야?”“그래!” 남자가 진지하게 대답했다.부소경은 유리와 별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말투는 마치 부하직원을 대하는 것처럼 엄숙하고 딱딱했다.유리는 그의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 “방금 한 말 진짜야?”“나 입 밖으로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거든!” 부소경은 눈이 거의 돌아갈 뻔했다.아직도 유리는 그를 악당이라고 부르고 있다!대체 내가 얼마나 싫은 거야!말을 끝낸 후,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신세희와 유리만이 밖에 남게 되었다. 유리는 눈을 깜빡이며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엄마, 내가 악당 심기를 건드린 거지?”신세희는 유리에게 두손 두발 다 들어버렸다.그녀는 무릎은 꿇더니 유리에게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유리야, 네가 선물이 갖고 싶고 마침 저 사람이 너한테 선물을 줄 수 있을 때는 악당이라고 부르면 안 돼.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부르면 안 돼. 알겠어?”유리는 마음속으로 이 상황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다.사실 유리는 오늘 하루 부소경을 악당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부소경을 악당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순전히 엄마 때문이었다. 유리는 엄마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부소경을 악당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유리는 엄마가 상처받는 게 걱정이었다.더 이상 그를 악당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엄마가 말까지 했으니 당연히 기쁠 수밖에. “알았어, 엄마. 앞으로 악당이라고 안 부를게. 엄마 이제 들어가자. 전씨 아주머니가 벌써부터 밥 다 해놓고 기다리고 있어. 난 이미 먹었는데, 엄마가 집에 안 와서 잠도 못 자고 있었어.”유리의 말에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이따 엄마가 재워줄게.”하루에 딸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어주었다.갑자기 그들 뒤에 서 있던 부소경이 유리에게 명령하기 시작했다. “놀이방에 가서 놀아!”유리는 여전히 부소경이 조금 무서웠다.하지만 유리는 그런 생각이 들었
코끝에 맴도는 음식 냄새가 안 그래도 배가 고팠던 신세희의 식욕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자리에 앉았고 부소경도 그녀의 맞은쪽에 앉았다.“…”부소경이랑 같이 밥 먹어야 하는 건가?그녀는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이 자리가 너무 서먹서먹했다.“가만히 앉아서 뭐 해. 밥이나 퍼!” 남자가 무표정으로 말했다.“네…” 신세희는 고분고분하게 그의 말에 대답했다.그녀는 밥주걱을 들더니 그에게 밥을 덜어주기 시작했다.부소경은 계속 무표정으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긴장하고 있어서 그런지 밥을 푸는 그녀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밥 절반을 그릇에 절반을 식탁에 떨어뜨렸다.남자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에 들린 밥주걱을 뺏어 들었다. “이런 간단한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하루 종일 남자랑 같이 있을 생각이나 하는 거야!”“…”억울함에 그녀의 가슴이 사무치기 시작했다.부소경이 말한 거 아니었나? 20억 빚진 거 갚으라며! 그것도 나 혼자!왜 이제 와서 내 탓 하는 거지?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신세희는 부소경에게 자신의 눈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이 사람 앞에서 불쌍한 척할 게 뭐 있다고!그녀는 열심히 고개를 아래로 수그리며 열심히 눈물을 삼켜냈다. 그 순간 밥 한 그릇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충분해?”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신세희에게 물었다.그녀는 그가 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녀는 왜 고개를 숙이고 있냐고 남자가 자신에게 묻고 있는 줄 알았다. 자신의 눈물을 들킨 줄 알았던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고, 그 행동으로 눈물을 흘려보내려고 했다.남자는 순식간에 그녀의 눈앞에서 밥그릇을 치웠다.남자는 다시 신세희에게 밥그릇 들이밀었고 밥그릇에는 밥이 산처럼 수북이 쌓여있었다.신세희는 멍하니 그 밥그릇을 쳐다보았다.돼지한테 밥 주는 것도 아니고!신세희는 이렇게 많은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저기… 밥을 이렇게 많이 주면 어떡해요?” 그녀는 그것의 절반도 먹지 못했다.부소경의 말투는 무척이나 침
깜짝 놀란 신세희는 젓가락을 다시 거두고 말았다.부소경은 불과 한 시간 전에 현재 가장 핫한 영화배우를 취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는 그런 영화배우를 조금도 아끼지 않고 바로 쫓아내 버렸다. 신세희는 지금 염라대왕과도 같은 남자랑 함께 밥을 먹고 있다. 그리고 그 남자랑 같은 갈비를 집으려고 했고 그만 그의 젓가락을 집어버렸다.이것보다 더 사람을 긴장시키는 껄끄러운 일이 있을까?긴장하면 긴장할수록 신세희는 젓가락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막 젓가락을 치우려는데 부소경도 그녀와 같은 행동을 했고, 결국 두 쌍의 젓가락이 갈비찜 그릇 속에서 싸우게 되었다.신세희는 신속하게 자신의 젓가락을 빼냈고 부소경도 젓가락을 치웠다.어두운 얼굴로 자신의 쳐다보는 부소경의 모습에 신세희는 오늘 밤 이 밥과 반찬을 다 먹지 않는다면 그가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아채 버렸다. 그 생각이 들자 신세희는 또다시 갈비를 집으려 젓가락질을 했다.하지만 젓가락은 또 다시 부딪혀버리고 말았다.그는 그녀의 젓가락을 집어버렸다.왜 두 사람은 항상 같은 갈비를 집으려고 하는 걸까?신세희는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남자는 젓가락에 힘을 뺏고 신세희는 다시 젓가락을 치웠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갈비는 먹지 않고 계속 조용히 밥만 먹고 있었다.그녀는 다른 반찬도 먹지 않았다.이번에 남자는 더 이상 그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오히려 그녀가 밥만 먹는 모습을 보며 갈비 한 조각을 그녀의 밥그릇에 덜어줄 뿐이었다. 그녀는 갈비를 다 먹고 막 밥을 입 안으로 넣으려는 그때 남자는 소고기를 또 한 번 그녀의 밥그릇에 올려다 주었다.그냥 이렇게 식사가 계속되었다. 여자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남자는 계속 여자의 밥그릇에 반찬을 집어주었다.신세희는 열심히, 배가 터질 때까지 밥을 다 먹은 후에야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남자의 그릇도 비워졌다는 사실을 그제야 발견했다.게다가 그의 앞에는 뼈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이것은 그가 그녀에게
하지만 신세희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그녀는 계속 창문 밖에 서서 부녀를 바라보았다.부소경은 열심히 블록으로 집을 짓고 있었고 유리는 그 모습을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유리의 눈빛에는 존경심도 들어있었다.신세희는 갑자기 가족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 느껴졌다.비록 이 모든 게 환상이라는 것을, 그녀와 유리가 바라는 꿈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그럼에도 그녀는 한줄기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12살 때 엄마가 자신을 임씨 집안으로 입양 보낸 일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날부터 그녀는 매일같이 임씨 집안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리고 그녀는 단지 불필요한 입양아 일뿐이었다.그녀는 임지강과 허영이 임서아를 높이 안아올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높게 올라갈 때마다 임서아는 즐거운 듯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신세희는 낙동강 오리알처럼 그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안아주길 갈망하고 바랬지만 그들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안아준 적이 없었다.매년 임서아의 생일 때마다 임씨 집안사람들은 그녀에게 의미 있는 생일을 통 크게 선물해 주었다. 신세희는 공주 드레스에 왕관을 쓰고 있는 임서아의 모습을 보며, 커다랗고 아름다운 케이크 앞에서 소원을 비는 임서아의 모습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언젠간 자신도 이런 케이크를 받을 수 있길 말이다.하지만 그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나중에 뱃속에 아이가 부소경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이 아이는 절대로 그녀처럼 가난하게 생활하게 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못하면서 살게 하지 않을 것이다.내 아이에게는 응당히 가져야 할 모든 것들을 선물해 줄 것이다.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아빠가 곁에 있어 그런지 유리는 공주처럼 행복해 보였다.신세희는 부소경과 유리가 놀이방에서 즐겁게 노는 모습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부소경이 유리의 냄새 나는 발을 씻겨주는 모습과 유리를
신세희는 입술을 깨물고는 용기를 내 그에게 물었다. “당신 유리한테 잘 해주는 건 알아요. 내가 오해하고 있는 거 일 수도 있는데… 당신이 유리한테 무슨 짓 하진 않을 거라는 거 알아요. 그래도 유리 당신 딸이잖아요. 근데…”부소경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유리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예요? 지금 유치원 문 열어요?” 신세희가 그에게 물었다.그녀의 말에 남자는 차갑게 냉소했다. “유리가 다니는 유치원은 8시 반에 열어. 근데 내가 8시 반에 유치원에 데려다줄 수 없거든. 넌 내가 10시에 회사에 출근했으면 좋겠어? 회사 사람들이 회의실에 다 나만 기다렸으면 좋겠어!”“…”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아… 알겠어요. 할 말 더 없으면… 그만 끊을게요.”남자는 ‘뚝’ 하고 전화를 끊었다.부소경은 유리를 병원에 데리고 온 사실을 일부러 신세희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는 신세희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아침의 햇살이 병원 안에 비쳐들었고 병원은 무척이나 조용했다.부태성이 있는 병실은 아무도 방해를 할 수 없는 조용한 곳에 있었고 병실 주위에는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병실로 걸어오는 부소경의 모습에 경호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도련님, 좋은 아침입니다.”부소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유리를 데리고 병실 안으로 데려갔다.유리는 조금 긴장이 되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악…”“아빠라고 불러!” 부소경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유리는 입술을 오므렸다. 마음이 내키지가 않았다.어젯밤에 못된 악당이 나랑 잘 놀아주긴 했는데. 나한테 읽어준 동화책들도 엄마랑 시언이 삼촌이 읽어주던 거랑 달랐고. 못된 악당이 재워주는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어젯밤 유리는 전에 느껴본 적 없는 안전감을 느꼈다.옛날에 유치원에 있었을 때, 장난기가 많은 친구들이 유리 보고 아빠 없는 자식이라고 놀리고 그랬었다. 놀림당할 때마다 친구들을 죽도록 때려줬었는데.겉으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