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강미라는 평온한 눈빛으로 엄위민을 바라보았다."이 고약한 여자 같으니! 배 속에 아이도 있는 사람이 왜 아이 아빠와 결혼하지 않고 나랑 결혼한 거야!"그 순간 엄위민은 눈앞에 있는 여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엄위민의 분노와 놀라움에 강미라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난 그 사람과 결혼할 수 없어. 왜냐하면 그 사람은 이미 와이프도 있고 아이도 있는 몸이니까. 게다가 그 사람은 70세 노인이야. 그의 가족이 나선다면 누구든 날 죽여버릴 거야. 그들에게는 나를 지켜볼 수십 쌍의 눈이 있어.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날 죽여버릴 거야. 난 그 사람들에게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들켜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은 목숨이야.""그럼, 아이를 지워버리면 되잖아!"엄위민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나도 지워버리고 싶어! 난 그토록 대단한 여자가 아니야. 아이가 타이밍 잘못 맞춰 온 건 맞아. 나도 배 속의 아이를 원하지 않아, 게다가 아이의 아빠는 70세 노인이잖아! 하지만 난 더 이상 지울 수 없어. 17살 때부터 시작해서 이번만 이미 다섯 번째야.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대로 계속 아이를 지우다간 다시는 엄마로 살 수 없을 거라고 하셨어. 엄마도 못 할뿐더러 자궁을 통째로 제거해야 할지도 몰라. 그럼 난 빨리 늙겠지. 그렇게 초췌한 모습으로 죽어갈 거야. 난 이제 겨우 20대인데 이토록 빨리 죽을 수 없어.""그래서 나랑 결혼하는 방법을 선택한 거야? 이렇게 되면 당신 과거를 숨길 수도 있고 배 속에 든 아이도 내 아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서?"엄위민은 그제야 강미라가 그와 결혼한 목적을 알게 되었다."맞아."강미라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말했다."아직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아직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 만약 내가 너랑 가짜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들키게 되면 난 죽은 목숨이야."엄위민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강미라를 바라보았다."당신 아버지도 이 도시에서 유명한 재벌인 데다 당신
"우리 엄마는 늘 갖은 방법을 동원해 나를 예쁘게 가꿔놓고 아빠를 만나러 가려고 했어. 아빠가 나를 조금이라도 봐주길 원했던 거지. 나한테 용돈이라도 챙겨주길 바랐던 거야. 하지만 엄위민, 우리 아빠가 날 어떻게 대했는지 알아?"엄위민은 듣는 내내 심장이 쫄깃했다.그는 세상에 짐승이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단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그는 머뭇거리며 물었다."설마 당신 아빠도... 당신을?""그건 아니야."강미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저 엄마더러 나한테 매일 꼬박꼬박 우유를 챙겨 먹이라고 했어. 뽀얀 피부를 가진 상태로 크면 쓸모 있을 거라며, 내가 엄마를 닮아 피부도 하얗고 눈매도 예쁜 데다 몸매도 좋다고 했어. 그 사람이 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거 알잖아. 그때 나는 마땅히 내어줄 것이 없었어. 그에게서 프로젝트를 손에 넣으려면 반드시 그의 요구를 만족시켜 줘야 했어. 그는 금도 부족하지 않고 부동산도 부족하지 않았으며 하나도 부족한 게 없었어. 옆을 지키는 여자는 많고도 많았지. 모자란 건 바로 결백한 아가씨였어. 그럼 그에게 가져다 바쳐야지. 그럼, 나는 강씨 가문에서 미래 10년 동안은 잘 먹고 잘살 수 있겠지."강미라의 말에 엄위민은 깜짝 놀란 눈빛으로 강미라를 바라보았다."당신 아빠가 당신을 그 노인한테 팔아넘긴 거야?""고등학교 새내기였던 나는 그해 17살밖에 되지 않았어."말을 마친 강미라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엄위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 순간 그는 누구보다 강미라를 동정하게 되었다.그는 가난한 사람이었다.그는 단 한 번도 재벌 집 삶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재벌들 사이에 이토록 더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을 줄 몰랐다.친아빠가 친딸을 직접 불구덩이에 밀어 넣다니."하지만."강미라는 또다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그 노인은 나를 아주 예뻐해 줬어. 나한테 예쁜 옷도 많이 사주고 돈도 주고 부동산까지 챙겨줬어. 덕분에 나는 많은 재벌 집 아가씨들 앞에서 진짜 아가씨
"당연히 안되지!"엄위민은 화가 치밀어올라 본분도 잊었다. 사실 이미 강미라와 금방 결혼식을 마친 상태다.그는 강미라의 황당한 사연을 듣고 나서 동정심이 피어나긴 했지만 이대로 바보가 되기도 싫었다.강미라는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넌 이미 나랑 결혼했잖아."엄위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네 본가가 어딘지, 네 형이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네 동생의 나체사진까지 모두 내 손에 있어. 내가 그 사진을 학교 곳곳에 뿌리고 다니면 네 동생이 어떻게 될 지 한 번 지켜볼까?""당신!"한참 지나자, 엄위민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당신, 오래전부터 나를 점찍어뒀었지?"강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응."엄위민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넌 부모님도 없고 가족이라곤 형밖에 없잖아. 집안 사정도 깨끗할 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불량습관도 없는 데다 잘생기기까지 했잖아. 어떤 면으로 보든 최상의 후보였어. 그래서 나는 반드시 너를 남편으로 삼기로 마음먹었지."엄위민은 어이가 없었다."..."그 순간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눈앞에 있는 여자를 두드려 패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나금희의 약점이 아직 이 여자의 손에 있기 때문이다."잘해줄게. 걱정하지 마. 난 사실 좋은 여자고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려줄게."강미라는 고개를 들어 눈물을 글썽이며 엄위민을 바라보았다.엄위민은 한참 동안 아무 말없이 바라보았다.10분 정도 지나자, 그가 입을 열었다."난 당신이랑 함께 연기할 수 있어. 당신과 한 침대에 누워있어도 아무 일 없을 거야. 당신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그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때까지만이야. 때가 되면 내 동생 사진 넘겨. 그럼, 우리 공평하게 끝나는 거야.""알겠어, 알겠어, 그래, 고마워. 하지만 오늘 밤 연기는 리얼해야 할 거야."강미라는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그날 밤 두 사람은 한 침대에 누워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엄위민이 무슨 일을 하고
이미 멀리 나아간 엄위민은 강미라가 나금희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는 반드시 마음을 굳게 먹어야만 했다.반드시!그의 심장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그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미라야, 지금 임신 중이라 몸 상하면 안 돼. 가자.""알겠어, 여보."강미라는 곧바로 달콤한 말투로 대답했다.대답을 마친 뒤 그녀는 엄위민의 뒤로 쪼르르 달려가 그의 팔짱을 낀 뒤 고개를 돌려 나금희를 보며 씩 웃었다.그 순간 나금희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그녀는 마음이 굳센 여자였다.그녀는 엄위민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배운 게 있고 고생을 버틸 줄도 아는 사람이었기에 앞으로 잘될 일만 남았다.나금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리를 떴다.엄위민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울지 마, 여보."강미라는 가슴 아픈 표정으로 엄위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그녀는 진심으로 엄위민이 걱정되었다.그녀는 엄위민에게 새 옷을 사주고 모든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단 한 번도 합방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 외 그녀는 엄위민의 본가에 있는 형 엄승무와 그의 여자친구에게도 많은 선물들을 보냈다.그 뒤엔 아예 엄승무에게 새집을 마련할 수 있는 자금까지 마련해주었다.엄위민은 점차 강미라에 대한 증오가 사그라들었고 두 사람 사이에 합방하는 일도 없었다. 강미라도 강요하지 않았다. 강미라는 늘 그의 앞에서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시간은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강미라는 계속 불어나는 배 때문에 결국 휴학을 선택했다.반면 엄위민과 나금희는 대학교 3학년생이 되었다.그동안 나금희는 엄위민과 아무 말도 섞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긍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고 남자친구도 사귀었다.그녀와 남자친구는 줄곧 도서관을 함께 드나들며 함께 공부하고 함께 수업을 들었다. 비록 떨어지면 못 살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 달콤한 연애였다.줄곧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엄위민은 속이 말이 아니었다.
"죽었다고?"이 소식에 강미라는 깜짝 놀랐다.이윽고 그녀는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우리 생활비는? 우리는 어떡해? 돈 없이 어떻게 살아? 본가에서는 나한테 생활비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괴롭히기까지 하는데 어떡해, 흑흑흑,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건데, 내 밥벌이도 못하는데, 나 이제 어떡하지?"같은 시각 강미라는 재벌 집 아가씨의 모습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불쌍한 애벌레처럼 쭈그려 앉아 고뇌에 빠졌다."본가에서 나를 괴롭히는 것으로 모자라 그 노인의 가족들도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나 이제 어떡하지?"여자는 아이를 뒤로한 채 혼자 중얼거렸다.아이가 영유아 침대에서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엄위민은 수업이 끝나 돌아오자마자 강미라의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물었다.노인의 사망 소식을 알고 난 뒤 그는 되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죽으면 죽었지, 살아있어도 가해자잖아. 그 나이에 죽을 만도 하지! 죽었으니 이젠 서로 완벽하게 끊은 거네.""그럼 난 어떡해? 난 앞으로 받을 돈도 없어!"강미라는 울부짖으며 말했다."없으면 없는 거지 뭐! 밥벌이도 못 하는 건 아니잖아. 1년만 지나면 졸업인데 내 성적대로라면 졸업하고 나서 조교로 남을 가능성 있어. 우리 가족 먹여 살릴 수준은 된단 말이야. 게다가 아이도 1살이 되면 당신도 일자리 찾아봐. 우리 함께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말고 우리 힘으로 행복하게 살아!"엄위민은 다정한 표정으로 강미라를 바라보았다.지금까지 그는 눈앞의 여자를 아주 미워했다.그녀가 피해자라고 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엄위민은 죄 없는 아이를 싫어하지 않았다. 비록 그의 핏줄은 아니었지만, 아이가 조금도 밉지 않았다.얼마나 억울한 아이인가?태어나자마자 친아빠를 잃었다.죽지 않아도 아버지로서 한 번쯤은 와서 봐야 하는 것 아닌가?엄위민은 앞으로 아이의 친아빠로 살며 아이를 극진히 챙기리라 마음먹었다.그는 한
"당신을 죽여버릴 거야!"그는 어릴 때부터 부모 없이 형과 함께 자랐다.게다가 나금희도 주워다 키운 아이였다. 세 사람 모두 불쌍한 아이였다.그 때문에 엄위민은 자식을 팔아넘기는 행위를 제일 싫어했다.강미라는 엄위민의 행동에 깜짝 놀라 고개를 끄덕이며 억울한 말투로 말했다."나도 내 아이 버리기 싫어. 하지만 난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는걸.""먹고 자는 건 할 줄 알아?"엄위민이 짜증 난 말투로 물었다.강미라는 할 말을 잃었다."...""손발 모두 멀쩡하게 달린 사람이 일도 하지 않고 살면 대체 왜 사는 건데! 똑똑히 들어, 나가서 일자리 찾아, 청소든 설거지든 뭐든 하면 돼! 그렇지 않으면 죽은 목숨인 줄 알아!"어차피 노인도 죽은 판에 본가 사람들도 그녀를 원치 않으니, 엄위민은 그녀를 몰아세울 수밖에 없었다.자력갱생하는 방법을 터득시켜 주기 위해서였다.강미라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알겠어, 일자리 찾아볼게. 설거지도 나름 괜찮은 것 같아."엄위민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미라가 아이를 팔아넘기거나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엄위민은 어쩔 수 없이 나금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같은 시각 나금희는 이미 전처럼 밝은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과거의 아픔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듯했다.그녀의 공부 성적은 여전히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게다가 전보다 예뻐지고 활기도 차 넘쳤다.그녀는 더 이상 반년 전처럼 엄위민을 탓하지 않았다. 엄위민과 만날 때마다 그녀는 털털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오빠? 무슨 일이야?"엄위민은 나금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나금희는 가슴 아픈 나머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오빠, 사람이 어떻게 이처럼 매정할 수 있어? 자기 자식을 버리려고 하다니. 괜찮아. 아이는 나한테 맡겨. 우리 숙소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돌볼게. 그렇지 않으면 강미라가 아이를 팔아넘기거나 가져다 버릴 수도 있잖아.""응."엄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이의 문제를 해결한 뒤 그는 전보다 더욱 바삐 돌아쳤다.낮에
"30여 년 전의 20억이라면 지금의 200억에 상당했지."엄위민은 서글픈 목소리로 딸 엄선희에게 30년 전 과거를 얘기했다.깊이 묻힌 과거사였다.엄위민과 나금희 모두 이를 언급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30여 년이나 지났지만 어떤 심보가 고약한 사람들은 이를 악의적으로 파내곤 했다.이미 드러난 이상 엄위민과 나금희도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아빠, 전 와이프인 강미라 씨와 20억을 손에 넣었으니 먹고 사는 데 문제없을 것 같아 이혼하신 거예요?"엄선희가 물었다.엄위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야."엄선희는 더욱 궁금했다."그러면 왜 이혼하신 건데요?""엄선희, 네 아버지 말 좀 들어봐."바로 그때 큰아버지 엄승무가 입을 열었다.엄선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위민을 바라보았다.엄위민은 또다시 과거를 떠올렸다.30여 년 전, 강미라는 아이의 아빠인 80세 노인이 그에게 20억 재산을 물려줬다는 소식을 듣고 아주 기뻐했었다.기쁨에 겨워 그녀가 한 첫 번째 행동은 바로 엄위민의 뺨을 때리는 것이었다.엄위민은 당황해서 물었다."당신, 왜 날 때리는 거야?"강미라는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주제도 모르는 놈! 능력 없으니까 와이프까지 부려 먹었잖아! 너 같은 남자한테 시집온 내가 불쌍해. 이제 됐어, 나한테는 돈이 있으니까 내 마음대로 행동해도 괜찮아! 이젠 나만의 재산이 생겼다고!"강미라의 득의양양한 모습에 엄위민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진짜 저질이네."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입구까지 나간 뒤 그는 고개를 돌려 강미라에게 말했다."나한테 시집온 게 억울하면 지금 당장 이혼해! 그리고 내 동생 사진도 넘겨! 그럼, 이대로 끝인 거야. 어차피 이젠 남편도 필요 없잖아.""꿈 깨!"강미라는 고개를 돌려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엄위민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엄위민 앞으로 걸어가 그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엄위민, 넌 단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 없어! 이게 나한테 얼마나 치욕스러운 일인지 알아? 이혼? 그
드디어 돈이 생겼다.그녀는 더 이상 식당에서 설거지하지 않아도 되고, 피부관리도 받을 수 있다. 그녀는 아직 서른 살도 채 되지 않았고, 그녀의 인생은 이제 막 시작이다.그녀는 전에 받았던 모든 서러움, 불공평 모두 되찾고 싶었다.그날 저녁, 강미라는 돌아오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돌아온 강미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온몸을 보석으로 치장하고, 고급스러움이 넘쳐흐르고 있었다.그녀는 엄위민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만 곁눈질 한번 하고는 얘기했다. ”나한테 화내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나와 이혼할 생각은 더더욱 하지 말고, 난 이번 생에 재혼할 생각은 없어.그 누구와 결혼해도 다 내 재산을 탐내니, 재혼도 하기 귀찮으니, 네가 딱 적임자야. 하지만 내가 즐기는 것은 관여하지 마! 네가 감히 내가 즐기는 것에 관여한다면, 네 동생 인생도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을 거야!”이 말은 실로 엄위민에게 위협적인 얘기이다.그는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금희의 행복이 진짜로 이 미친 여자가 훼방 놓을 수 있다.이 미친 여자는 어떤 짓이든 다 할 수 있다,그때부터 엄위민은 예전보다 더 우울해졌고, 더 이상 집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매일 일찍 나가고, 늦게 귀가하고, 학업에만 열중했다.강미라가 무엇을 하든, 언제 귀가하든,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영혼 없는 시체처럼.하지만 그에게 그나마 안위가 되었던 건, 동생 나금희가 연애한다는 사실이다,다니는 회사도 괜찮고, 형 또한 형수랑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형수가 임신까지 하면서 멀지 않아 그에게 조카가 생긴다는 것이다.생활은 그래도 괜찮았다.가끔은 엄위민이 혼자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눈시울까지 적시곤 한다,만약 그 혼자의 희생으로 형과 동생의 행복을 맞바꿀 수 있다면, 그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하여, 엄위민은 강미라가 밖에서 어떤 짓을 하든, 매번 다른 남자를 만나도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랑하지 않으니.강미라와 합방한 적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