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강미라는 평온한 눈빛으로 엄위민을 바라보았다."이 고약한 여자 같으니! 배 속에 아이도 있는 사람이 왜 아이 아빠와 결혼하지 않고 나랑 결혼한 거야!"그 순간 엄위민은 눈앞에 있는 여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엄위민의 분노와 놀라움에 강미라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난 그 사람과 결혼할 수 없어. 왜냐하면 그 사람은 이미 와이프도 있고 아이도 있는 몸이니까. 게다가 그 사람은 70세 노인이야. 그의 가족이 나선다면 누구든 날 죽여버릴 거야. 그들에게는 나를 지켜볼 수십 쌍의 눈이 있어.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날 죽여버릴 거야. 난 그 사람들에게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들켜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은 목숨이야.""그럼, 아이를 지워버리면 되잖아!"엄위민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나도 지워버리고 싶어! 난 그토록 대단한 여자가 아니야. 아이가 타이밍 잘못 맞춰 온 건 맞아. 나도 배 속의 아이를 원하지 않아, 게다가 아이의 아빠는 70세 노인이잖아! 하지만 난 더 이상 지울 수 없어. 17살 때부터 시작해서 이번만 이미 다섯 번째야.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대로 계속 아이를 지우다간 다시는 엄마로 살 수 없을 거라고 하셨어. 엄마도 못 할뿐더러 자궁을 통째로 제거해야 할지도 몰라. 그럼 난 빨리 늙겠지. 그렇게 초췌한 모습으로 죽어갈 거야. 난 이제 겨우 20대인데 이토록 빨리 죽을 수 없어.""그래서 나랑 결혼하는 방법을 선택한 거야? 이렇게 되면 당신 과거를 숨길 수도 있고 배 속에 든 아이도 내 아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서?"엄위민은 그제야 강미라가 그와 결혼한 목적을 알게 되었다."맞아."강미라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말했다."아직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아직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 만약 내가 너랑 가짜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들키게 되면 난 죽은 목숨이야."엄위민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강미라를 바라보았다."당신 아버지도 이 도시에서 유명한 재벌인 데다 당신
"우리 엄마는 늘 갖은 방법을 동원해 나를 예쁘게 가꿔놓고 아빠를 만나러 가려고 했어. 아빠가 나를 조금이라도 봐주길 원했던 거지. 나한테 용돈이라도 챙겨주길 바랐던 거야. 하지만 엄위민, 우리 아빠가 날 어떻게 대했는지 알아?"엄위민은 듣는 내내 심장이 쫄깃했다.그는 세상에 짐승이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단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그는 머뭇거리며 물었다."설마 당신 아빠도... 당신을?""그건 아니야."강미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저 엄마더러 나한테 매일 꼬박꼬박 우유를 챙겨 먹이라고 했어. 뽀얀 피부를 가진 상태로 크면 쓸모 있을 거라며, 내가 엄마를 닮아 피부도 하얗고 눈매도 예쁜 데다 몸매도 좋다고 했어. 그 사람이 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거 알잖아. 그때 나는 마땅히 내어줄 것이 없었어. 그에게서 프로젝트를 손에 넣으려면 반드시 그의 요구를 만족시켜 줘야 했어. 그는 금도 부족하지 않고 부동산도 부족하지 않았으며 하나도 부족한 게 없었어. 옆을 지키는 여자는 많고도 많았지. 모자란 건 바로 결백한 아가씨였어. 그럼 그에게 가져다 바쳐야지. 그럼, 나는 강씨 가문에서 미래 10년 동안은 잘 먹고 잘살 수 있겠지."강미라의 말에 엄위민은 깜짝 놀란 눈빛으로 강미라를 바라보았다."당신 아빠가 당신을 그 노인한테 팔아넘긴 거야?""고등학교 새내기였던 나는 그해 17살밖에 되지 않았어."말을 마친 강미라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엄위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 순간 그는 누구보다 강미라를 동정하게 되었다.그는 가난한 사람이었다.그는 단 한 번도 재벌 집 삶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재벌들 사이에 이토록 더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을 줄 몰랐다.친아빠가 친딸을 직접 불구덩이에 밀어 넣다니."하지만."강미라는 또다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그 노인은 나를 아주 예뻐해 줬어. 나한테 예쁜 옷도 많이 사주고 돈도 주고 부동산까지 챙겨줬어. 덕분에 나는 많은 재벌 집 아가씨들 앞에서 진짜 아가씨
"당연히 안되지!"엄위민은 화가 치밀어올라 본분도 잊었다. 사실 이미 강미라와 금방 결혼식을 마친 상태다.그는 강미라의 황당한 사연을 듣고 나서 동정심이 피어나긴 했지만 이대로 바보가 되기도 싫었다.강미라는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넌 이미 나랑 결혼했잖아."엄위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네 본가가 어딘지, 네 형이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네 동생의 나체사진까지 모두 내 손에 있어. 내가 그 사진을 학교 곳곳에 뿌리고 다니면 네 동생이 어떻게 될 지 한 번 지켜볼까?""당신!"한참 지나자, 엄위민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당신, 오래전부터 나를 점찍어뒀었지?"강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응."엄위민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넌 부모님도 없고 가족이라곤 형밖에 없잖아. 집안 사정도 깨끗할 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불량습관도 없는 데다 잘생기기까지 했잖아. 어떤 면으로 보든 최상의 후보였어. 그래서 나는 반드시 너를 남편으로 삼기로 마음먹었지."엄위민은 어이가 없었다."..."그 순간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눈앞에 있는 여자를 두드려 패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나금희의 약점이 아직 이 여자의 손에 있기 때문이다."잘해줄게. 걱정하지 마. 난 사실 좋은 여자고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려줄게."강미라는 고개를 들어 눈물을 글썽이며 엄위민을 바라보았다.엄위민은 한참 동안 아무 말없이 바라보았다.10분 정도 지나자, 그가 입을 열었다."난 당신이랑 함께 연기할 수 있어. 당신과 한 침대에 누워있어도 아무 일 없을 거야. 당신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그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때까지만이야. 때가 되면 내 동생 사진 넘겨. 그럼, 우리 공평하게 끝나는 거야.""알겠어, 알겠어, 그래, 고마워. 하지만 오늘 밤 연기는 리얼해야 할 거야."강미라는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그날 밤 두 사람은 한 침대에 누워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엄위민이 무슨 일을 하고
이미 멀리 나아간 엄위민은 강미라가 나금희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는 반드시 마음을 굳게 먹어야만 했다.반드시!그의 심장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그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미라야, 지금 임신 중이라 몸 상하면 안 돼. 가자.""알겠어, 여보."강미라는 곧바로 달콤한 말투로 대답했다.대답을 마친 뒤 그녀는 엄위민의 뒤로 쪼르르 달려가 그의 팔짱을 낀 뒤 고개를 돌려 나금희를 보며 씩 웃었다.그 순간 나금희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그녀는 마음이 굳센 여자였다.그녀는 엄위민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배운 게 있고 고생을 버틸 줄도 아는 사람이었기에 앞으로 잘될 일만 남았다.나금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리를 떴다.엄위민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울지 마, 여보."강미라는 가슴 아픈 표정으로 엄위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그녀는 진심으로 엄위민이 걱정되었다.그녀는 엄위민에게 새 옷을 사주고 모든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단 한 번도 합방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 외 그녀는 엄위민의 본가에 있는 형 엄승무와 그의 여자친구에게도 많은 선물들을 보냈다.그 뒤엔 아예 엄승무에게 새집을 마련할 수 있는 자금까지 마련해주었다.엄위민은 점차 강미라에 대한 증오가 사그라들었고 두 사람 사이에 합방하는 일도 없었다. 강미라도 강요하지 않았다. 강미라는 늘 그의 앞에서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시간은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강미라는 계속 불어나는 배 때문에 결국 휴학을 선택했다.반면 엄위민과 나금희는 대학교 3학년생이 되었다.그동안 나금희는 엄위민과 아무 말도 섞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긍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고 남자친구도 사귀었다.그녀와 남자친구는 줄곧 도서관을 함께 드나들며 함께 공부하고 함께 수업을 들었다. 비록 떨어지면 못 살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 달콤한 연애였다.줄곧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엄위민은 속이 말이 아니었다.
"죽었다고?"이 소식에 강미라는 깜짝 놀랐다.이윽고 그녀는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우리 생활비는? 우리는 어떡해? 돈 없이 어떻게 살아? 본가에서는 나한테 생활비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괴롭히기까지 하는데 어떡해, 흑흑흑,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건데, 내 밥벌이도 못하는데, 나 이제 어떡하지?"같은 시각 강미라는 재벌 집 아가씨의 모습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불쌍한 애벌레처럼 쭈그려 앉아 고뇌에 빠졌다."본가에서 나를 괴롭히는 것으로 모자라 그 노인의 가족들도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나 이제 어떡하지?"여자는 아이를 뒤로한 채 혼자 중얼거렸다.아이가 영유아 침대에서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엄위민은 수업이 끝나 돌아오자마자 강미라의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물었다.노인의 사망 소식을 알고 난 뒤 그는 되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죽으면 죽었지, 살아있어도 가해자잖아. 그 나이에 죽을 만도 하지! 죽었으니 이젠 서로 완벽하게 끊은 거네.""그럼 난 어떡해? 난 앞으로 받을 돈도 없어!"강미라는 울부짖으며 말했다."없으면 없는 거지 뭐! 밥벌이도 못 하는 건 아니잖아. 1년만 지나면 졸업인데 내 성적대로라면 졸업하고 나서 조교로 남을 가능성 있어. 우리 가족 먹여 살릴 수준은 된단 말이야. 게다가 아이도 1살이 되면 당신도 일자리 찾아봐. 우리 함께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말고 우리 힘으로 행복하게 살아!"엄위민은 다정한 표정으로 강미라를 바라보았다.지금까지 그는 눈앞의 여자를 아주 미워했다.그녀가 피해자라고 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엄위민은 죄 없는 아이를 싫어하지 않았다. 비록 그의 핏줄은 아니었지만, 아이가 조금도 밉지 않았다.얼마나 억울한 아이인가?태어나자마자 친아빠를 잃었다.죽지 않아도 아버지로서 한 번쯤은 와서 봐야 하는 것 아닌가?엄위민은 앞으로 아이의 친아빠로 살며 아이를 극진히 챙기리라 마음먹었다.그는 한
"당신을 죽여버릴 거야!"그는 어릴 때부터 부모 없이 형과 함께 자랐다.게다가 나금희도 주워다 키운 아이였다. 세 사람 모두 불쌍한 아이였다.그 때문에 엄위민은 자식을 팔아넘기는 행위를 제일 싫어했다.강미라는 엄위민의 행동에 깜짝 놀라 고개를 끄덕이며 억울한 말투로 말했다."나도 내 아이 버리기 싫어. 하지만 난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는걸.""먹고 자는 건 할 줄 알아?"엄위민이 짜증 난 말투로 물었다.강미라는 할 말을 잃었다."...""손발 모두 멀쩡하게 달린 사람이 일도 하지 않고 살면 대체 왜 사는 건데! 똑똑히 들어, 나가서 일자리 찾아, 청소든 설거지든 뭐든 하면 돼! 그렇지 않으면 죽은 목숨인 줄 알아!"어차피 노인도 죽은 판에 본가 사람들도 그녀를 원치 않으니, 엄위민은 그녀를 몰아세울 수밖에 없었다.자력갱생하는 방법을 터득시켜 주기 위해서였다.강미라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알겠어, 일자리 찾아볼게. 설거지도 나름 괜찮은 것 같아."엄위민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미라가 아이를 팔아넘기거나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엄위민은 어쩔 수 없이 나금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같은 시각 나금희는 이미 전처럼 밝은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과거의 아픔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듯했다.그녀의 공부 성적은 여전히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게다가 전보다 예뻐지고 활기도 차 넘쳤다.그녀는 더 이상 반년 전처럼 엄위민을 탓하지 않았다. 엄위민과 만날 때마다 그녀는 털털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오빠? 무슨 일이야?"엄위민은 나금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나금희는 가슴 아픈 나머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오빠, 사람이 어떻게 이처럼 매정할 수 있어? 자기 자식을 버리려고 하다니. 괜찮아. 아이는 나한테 맡겨. 우리 숙소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돌볼게. 그렇지 않으면 강미라가 아이를 팔아넘기거나 가져다 버릴 수도 있잖아.""응."엄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이의 문제를 해결한 뒤 그는 전보다 더욱 바삐 돌아쳤다.낮에
"30여 년 전의 20억이라면 지금의 200억에 상당했지."엄위민은 서글픈 목소리로 딸 엄선희에게 30년 전 과거를 얘기했다.깊이 묻힌 과거사였다.엄위민과 나금희 모두 이를 언급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30여 년이나 지났지만 어떤 심보가 고약한 사람들은 이를 악의적으로 파내곤 했다.이미 드러난 이상 엄위민과 나금희도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아빠, 전 와이프인 강미라 씨와 20억을 손에 넣었으니 먹고 사는 데 문제없을 것 같아 이혼하신 거예요?"엄선희가 물었다.엄위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야."엄선희는 더욱 궁금했다."그러면 왜 이혼하신 건데요?""엄선희, 네 아버지 말 좀 들어봐."바로 그때 큰아버지 엄승무가 입을 열었다.엄선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위민을 바라보았다.엄위민은 또다시 과거를 떠올렸다.30여 년 전, 강미라는 아이의 아빠인 80세 노인이 그에게 20억 재산을 물려줬다는 소식을 듣고 아주 기뻐했었다.기쁨에 겨워 그녀가 한 첫 번째 행동은 바로 엄위민의 뺨을 때리는 것이었다.엄위민은 당황해서 물었다."당신, 왜 날 때리는 거야?"강미라는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주제도 모르는 놈! 능력 없으니까 와이프까지 부려 먹었잖아! 너 같은 남자한테 시집온 내가 불쌍해. 이제 됐어, 나한테는 돈이 있으니까 내 마음대로 행동해도 괜찮아! 이젠 나만의 재산이 생겼다고!"강미라의 득의양양한 모습에 엄위민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진짜 저질이네."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입구까지 나간 뒤 그는 고개를 돌려 강미라에게 말했다."나한테 시집온 게 억울하면 지금 당장 이혼해! 그리고 내 동생 사진도 넘겨! 그럼, 이대로 끝인 거야. 어차피 이젠 남편도 필요 없잖아.""꿈 깨!"강미라는 고개를 돌려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엄위민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엄위민 앞으로 걸어가 그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엄위민, 넌 단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 없어! 이게 나한테 얼마나 치욕스러운 일인지 알아? 이혼? 그
드디어 돈이 생겼다.그녀는 더 이상 식당에서 설거지하지 않아도 되고, 피부관리도 받을 수 있다. 그녀는 아직 서른 살도 채 되지 않았고, 그녀의 인생은 이제 막 시작이다.그녀는 전에 받았던 모든 서러움, 불공평 모두 되찾고 싶었다.그날 저녁, 강미라는 돌아오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돌아온 강미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온몸을 보석으로 치장하고, 고급스러움이 넘쳐흐르고 있었다.그녀는 엄위민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만 곁눈질 한번 하고는 얘기했다. ”나한테 화내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나와 이혼할 생각은 더더욱 하지 말고, 난 이번 생에 재혼할 생각은 없어.그 누구와 결혼해도 다 내 재산을 탐내니, 재혼도 하기 귀찮으니, 네가 딱 적임자야. 하지만 내가 즐기는 것은 관여하지 마! 네가 감히 내가 즐기는 것에 관여한다면, 네 동생 인생도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을 거야!”이 말은 실로 엄위민에게 위협적인 얘기이다.그는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금희의 행복이 진짜로 이 미친 여자가 훼방 놓을 수 있다.이 미친 여자는 어떤 짓이든 다 할 수 있다,그때부터 엄위민은 예전보다 더 우울해졌고, 더 이상 집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매일 일찍 나가고, 늦게 귀가하고, 학업에만 열중했다.강미라가 무엇을 하든, 언제 귀가하든,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영혼 없는 시체처럼.하지만 그에게 그나마 안위가 되었던 건, 동생 나금희가 연애한다는 사실이다,다니는 회사도 괜찮고, 형 또한 형수랑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형수가 임신까지 하면서 멀지 않아 그에게 조카가 생긴다는 것이다.생활은 그래도 괜찮았다.가끔은 엄위민이 혼자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눈시울까지 적시곤 한다,만약 그 혼자의 희생으로 형과 동생의 행복을 맞바꿀 수 있다면, 그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하여, 엄위민은 강미라가 밖에서 어떤 짓을 하든, 매번 다른 남자를 만나도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랑하지 않으니.강미라와 합방한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