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린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생각지도 못했다, 불륜 현장을 잡으려고 했던 건데.죄를 물으려고 했던 건데 이젠 부인인 그녀가 도마에 오른 셈이었다.사람들은 그녀를 손가락질했다.“그러게, 말이에요, 비록 전 씨 집안에서 반 선생에게 기회를 줬다 하지만 이렇게 대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반 선생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부잣집 아가씨가 사람을 다 망쳐놓네!”“반 선생님, 사모님과 이혼해요! 제 딸을 선생님에게 시집보내겠어요!”“반 선생님, 뭐가 무서워서 그러세요, 선생님 실력이면 어딜 가던지 잘 될 텐데, 사모님과 살면서 울분을 참을 필요가 있나요!”전세린은 침묵에 잠겼다.“......”그녀는 놀라서 주위 사람들을 살폈다.그러고는 두려움에 가득한 눈빛으로 반원명을 바라보았다.반원명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매우 화가 나 있었다, 전세린에게 엄청 화가 났다. 전세린이 소란을 피웠기에.하지만 전세린이 놀라는 모습에 반원명은 마음이 약해졌다.아내가 그녀에게 이 모든 걸 준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버릴 수 없었다.그가 전세린에게 해준 것들은 모두 자발적이었다. 기꺼이 해주고 싶어서 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전세린이 비난을 받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반원명은 전세린을 품에 안고 꿋꿋이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해요, 전 제 아내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가씨, 아가씨는 호의로 그런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아내를 대신해 사과할게요.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요, 꼭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말을 마친 반원명은 미안함을 표시하며 산삼을 가져다준 아가씨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고는 전세린을 끌어안고 자리를 떴다.그 뒤로 아가씨가 울며 소리를 지른다.“반 선생님, 선생님은 좋은 분이세요! 좋은 사람에게는 꼭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저도 교훈을 얻어 스스로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여자가 될게요! 꼭 열심히 공부하겠어요, 반 선생님!”반원명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는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
남자아이를 본 반원명은 딱히 좋거나 싫다고 말하지 못했다.사실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그는 천성적으로 아이를 좋아했기에.하지만 반원명은 아내가 입양하려는 아이가 6살이나 된 아이일 줄은 도저히 생각지 못했다. 아이의 나이를 싫다기보단 6살 된 아이가 새로운 가정의 일원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게다가 아기였을 때부터 직접 키운 경험도 부족했으니.보들보들한 아기의 피부, 똥오줌을 누면 기저귀를 갈아주기도 하고, 분유를 타서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 즐거움은 이제 느낄 수 없었다.반원명은 바쁜 와중에도 종종 병원에 있는 산부인과에 아이들을 보러 가곤 했었다.특히 간호사가 태어난 지 2, 3일밖에 안 된 아기를 목욕시킬 때면 포동포동한 아기들의 모습에 반원명은 수술 의사로서 이뤄놓은 것들을 포기하고 전문적으로 아기를 목욕시키는 간호사가 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는 아이들이 똥오줌을 누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아기들의 변은 역하지 않았다.그는 아기들의 엉덩이를 닦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과정을 즐겼다.그건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친자식이 아니면 어떤가?그에게 중요한 건 과정과 함께 생활하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 6살짜리 아이는 그런 경험을 주지 못한다.하지만 그것도 찰나의 일이었다. 반원명은 마음속의 아쉬움을 정리했다. 그는 아이의 적의를 모른 척하며 부드럽게 아이를 바라보았다.“이름이 뭔지 말해줄래? 우리에게 입양되기를 원하는 거 맞지?”남자아이는 눈을 치켜뜨더니 그를 무시했다.반원명은 침묵했다.“......”그는 몸을 돌려 전세린을 바라보았다.“세린 씨, 이 아이가 우리를...” 전세린은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원명 씨, 전 이 아이가 좋아요. 제가 몇 년 동안 아이를 찾다가 겨우 마음에 드는 아이가 생겼는데 그냥 입양해요. 네? 그리고 제가 게으른 것도 알고 있잖아요. 저는 금방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싫어해요, 너무 귀찮잖아요, 똥오줌도 치워야 하고. 이 아이는 6살이라 곧 1
부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아이를 데리고 백화점을 돌았다. 그들은 미친 듯이 아이에게 옷과 각종 침구류를 사주었다.밥 먹을 시간이 되자, 그들은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엄연한 표준적인 세 식구가 아닐 수가 없었다.반원명의 가슴속에는 갑자기 얼떨떨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얼떨떨한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이제부터 그도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것이다.그는 다정하고 너그럽게 아이에게 반찬을 집어 주고, 다정하게 아이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하지만 아이는 줄곧 그를 적대시하는 듯했다.오히려 새로 만나게 된 엄마와 전혀 벽이 없어 보였다.그들은 빠르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친근한 모습에 반원명이 질투심을 느낄 정도였다.모자가 손을 잡으며 웃고 떠드는 모습에, 자기의 손에 들린 크고 작은 쇼핑백에 반원명은 괜스레 따뜻해지는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그날 밤, 부부는 아이를 위해 새로운 집과 새로운 침대를 준비했다. 그렇게 집은 순식간에 인간미가 넘치게 되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아이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반원명이 전세린을 데리고 아이의 방을 나서려는 그때, 아이가 갑자기 전세린의 손을 잡았다.“엄마, 가지 마세요. 저한테… 이야기책 좀 읽어주면 안 돼요?” 6살짜리 아이는, 고작 이야기책 하나를 듣기 위해 눈물까지 그렁그렁했다.그 모습에, 반원명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쓰려오기 시작했다.그도 이렇게 입양된 자식이었다.그도 무척이나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빨리 가정 속으로 스며들길 바랐다.전세린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반원명은 무척이나 다정한 모습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엄마, 아빠가 옆에 앉아서 책 읽어줄게. 자는 거까지 보고 나갈게, 응? 어떤 책이 듣고 싶은지 엄마 아빠한테 한번 말해볼래?”아이와 온 오후 함께 했던 그는, 아이가 자신과 조금이라도 익숙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의 경계심이 조금이라도 수그러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원명이 예상치 못한 일이 일
반원명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불청객을 바라보았다.그는 눈썰미가 좋았다.그래서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그가 모르는 남자였다.오늘 이 남자를 처음 봤는데? 이 남자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지? 여긴 어떻게 찾아왔지? 꽁으로 아빠가 됐다는 말은 무슨 뜻이지?이게 다 무슨 뜻이지?설마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이 아이의 아버지인가?반원명은 고개를 숙여 아이를 쳐다보았다.그의 행동에 아이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아이는 있는 힘껏 발밑에 있는 눈을 밟고 있었다.비록 반원명은 아이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아이의 행동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이는 지금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순간 좋지 않은 예감이 그의 몸을 휩쓸었다.반원명은 경계적인 눈빛으로 맞은편에 서 있는 초라한 남자를 쳐다보았다. “당신, 대체 누구야?”“내가 누구냐고?” 남자가 냉소했다.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심드렁했다. “여자 등이나 처먹는 새끼! 줏대도 없고, 몸에서 시큼한 냄새나 풍기는 개 천용 같은 새끼! 내가 누군지 물었나? 그건 당신 와이프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반원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전세린이 갑자기 뒤에서 쫓아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아이의 코트가 들려져 있었다.눈이 와서인지, 기온은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행여나 아이가 추위라도 탈까 걱정이 되었던 그녀는 아이에게 옷을 가져다주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녀는 손에 옷을 든 채로 반원명과 아이 앞에 다가왔다. 이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남자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전세린은 그대로 넋이 나가고 말았다.그 모습에 남자는 냉소를 뿜어냈다. “잘 지내시나? 전 아가씨! 아니, 이젠 반 씨 집안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전세린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차가움 속에 절망감도 섞여 있었다. “나온 거야?”남자는 차갑고 악랄한 눈빛으로 전세린을 쳐다보았다. “맞아! 나 살아서 나왔어! 기분이 어때?”전세린은 갑자기 폭발적이 고함을
“우린 지금 엄청 행복하게 살고 있어!”“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전세린의 말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하지만 반원명은 그 말에서 울컥한 감정을 느꼈다.반원명은 전세린을 쳐다보았다.전세린의 감정은 점점 더 북받치기 시작했다. “진준수! 너 지금 꼴이 말이 아니다? 느낌이 어때? 있는 집안 도련님!”“내가 네 집에 손님으로 갔을 때, 너희 엄마가 날 어떻게 욕했는데! 넌 오히려 나한테 사과하라고 하더라? 내가 사과까지 했는데, 내가 네 말을 얼마나 잘 들었는데, 결국 넌 말 한마디만으로 날 뻥 하니 차버렸잖아!”“좋아! 아주 좋아! 나중에 일어날 일은 너도 예상 못 했지, 진준수?”전세린은 미친것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진준수! 하느님이 진짜로 있긴 한가 봐!”“너희 집이 돈세탁을 하다니! 너희 엄마가 사형수가 된 것도 다 업보야! 그렇게 처참하게 죽다니!”“너도! 너 재능 많잖아? 포악한 사람이잖아?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아니잖아?”“아니! 엄마, 아빠의 보호가 없는 넌 아무것도 아니야! 개만도 못한 인간!”“네가 날 차고 그 여자를 찾아간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 여자, 너에게 처참한 상처를 남겼지? 너와의 관계를 선 긋기 위해, 네가 가진 겨우 2억밖에 안 되는 목숨값을 등 처먹기 위해 널 팔아먹기까지 했잖아.”“하하! 널 팔았어! 진준수! 내 앞에서 잘난 척하지 마! 넌 이제 더 이상 옛날의 진준수가 아니야! 내가 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너에 대해 알고 있어!”전세린의 말에 진준수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전세린는 처량한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3년 전, 3년 동안 만나다가 결혼 준비까지 하던 여자친구한테 팔렸을 때 너 도망쳤지? 게다가 나한테 살려달라고 전화까지 했고.”“맞아. 너 찾았어. 네가 날 얼마나 사랑했는데. 너라면 내 목숨을 살려줄 거라고 생각했어. 그때, 네가 날 살려주기만 한다면 평생 너랑 살면서 너한테 잘해줄 생각이었어. 하지만 전화는 걸리지 않았지.”“아니 걸렸어! 전
그 말은 반원명과 전세린을 당황하게 했다.방금까지 악독하게 미친 말들을 퍼붓던 남자가 갑자기 이렇게 고분고분해졌다고?두 사람은 그만 동시에 진준수를 쳐다보았다.진준수의 얼굴에는 유감스러운 표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 속에는 일종의 타협도 섞여 있었다.“세린아, 미안해.” 진준수가 말했다.“…”“예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그때는 소중함이 뭔지 몰랐어. 내가 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어. 내가 죽일 놈이야. 결국 벌 받았잖아, 아니야?”“우리 집은 망해버렸고, 아버지는 사형당하고, 엄마는 감옥에 들어갔고, 나도 하마터면…”말하던 진준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이제 다시는 애를 못 낫는 몸이 되어 버렸어. 그냥 겨우 목숨 하나 부지하며 살고 있는 거야.”진준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린아, 난 네가 너무 미워.”“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살려주지 않는 것도 밉고, 벼랑 끝에 서 있는 날 밀어버린 것도 너무 미워. 날 정상인처럼 살지 못한 네가 너무 미워.”“하지만 너랑 아이를 본 순간 그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어.”“다 나 때문이야!”“내가 그때 너한테 너무 악랄하게 군 탓이야! 내가 너무 못됐었어!”“네 말이 맞아. 인과응보인 거지. 그러니까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게 다 응보야.”“난 살아있지 말았어야 했어. 하지만 난 살아남았지. 난 그냥 살아남기만 한 게 아니야. 난 나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그때 그 아이, 유산하지 않았던 거지? 이 아이는 내 아이야!”“세린아, 그것 봐. 너랑 나, 둘 다 다시는 애를 갖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어. 하지만 우린 같은 아이가 있어. 그러니까 우리가 진정한 가족이라는 거지. 내 말이 틀려?”“우리 세 가족 평생 서로 사랑하면서 살자. 나 이제 다 고쳤어. 앞으로 너랑 아이의 노예가 되어줄게. 너랑 아이 옆에서 살 수만 있다면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꿇을게.”“세린아…”진준수의 말은 후회
전세린은 반원명의 노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마치 진준수가 그때 그녀에게 했던 짓처럼 말이다.그 순간, 전세린은 6살짜리 아이와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사실을 망각했는지 한 걸음 한 걸음 진준수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입가에는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진준수… 당신… 그 말 진짜야?”“정말 우리 모자를 사랑해 줄 거야? 더 이상… 우리 버리지 않을 거야?”진준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당연하지! 내가 지금 얼마나 초라해졌는데. 당연히 진짜지. 너한테 알려줄 게 하나 더 있어. 비록 우리 아버지가 사형당하고, 엄마가 감옥에 들어가긴 했지만 진 씨 집안의 재산은 아직 남아있어.”“그뿐만 아니라 진 씨 집안의 인맥도 여전히 남아있고. 나랑 결혼하기만 하며, 절대로 네가 지금 만나는 남자처럼 우유부단하고 여자 등이나 처먹는 사람은 안 될게.”“세린아, 나 알아. 너 무능한 남자 싫어하는 거. 너도 그때 방법이 없어서 그랬던 거지? 맞지, 세린아? 그 사람…”말을 이어 나가던 그때, 진준수는 갑자기 반원명에게 손가락질했다.요 며칠, 진준수가 몰래 반원명을 조사해 본 결과 그가 알아낸 반원명이라는 사람은 그냥 호구가 따로 없었다. 여자 덕에 제일 좋은 사립 병원에 들어갔고, 여자 덕분에 성공을 거머쥐게 되었다.제일 유명한 의사?그건 그냥 쓸모없는 타이틀일 뿐이었다.하루 종일 전세린 옆에 붙어서 호구처럼 다 해주는 것 좀 봐라! 개와 다름이 없었다!아니 개보다도 못한 인간이다!“전 남자는 그냥 아무것도 없는 촌놈이야! 세린아. 저 사람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바보처럼 멍한 것 좀 봐. 시체와 다름이 없네! 이런 남자랑 사는 거 재미없지 않아?”“네가 대학 시절에 춤추는 걸 얼마나 좋아했는데. 네가 예술 영화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네가 세계 여행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네가 낭만을 얼마나 좋아했는데.”“이런 남자랑 산다고, 네가 원하는 삶을 얻을 수 있을까?”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 말들은 전세린의 마음을 그대로 타격
행복에 잠겨있던 세 가족은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으스스한 목소리에 몸서리쳤다.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냉랭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반원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세 사람은 그만 얼어버리고 말았다.그들은 너무 주위를 잊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흥분했다. 그래서 반원명의 존재를 잊고 말았다.특히 전세린. 그녀는 반원명이 자신을 무한하게 포용할 줄 알았다.“원명 씨…” 전세린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미안해요, 원명 씨. 원명 씨, 당신 나 사랑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나…”그녀는 말을 그만 멈추었다. “원명 씨, 당신 의술 엄청나잖아요. 나이도 어리고요.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데, 여자 하나 찾는 건 아주 쉬운 일 아니에요? 그… 그 여대생… 그 여자가 당신 엄청 좋아해요. 이제는… 두 사람이 만나는 거 허락할게요.”그녀는 마치 인심이라도 쓰듯 말을 뱉어냈다.반원명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세린 씨, 제 말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으신 것 같은데.”“원명 씨…”“방금 한 말, 다시 한번 해 볼까요? 수술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얼마나 빨리 움직일까요?”그 말에 전세린은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원명 씨, 당신…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우리가 부부가 함께 한 시간이 얼만데, 아직도 날 몰라요?” 반원명이 그녀에게 되물었다.“원명 씨, 저… 저 애가 있어요. 그리고 진준수도 당신이랑 만나기 전에…”반원명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누구랑 어떤 과거가 있든, 당신이 누구랑 애가 있든, 당신의 애가 죽었든 살았든! 당신이 그 애를 죽였든, 그 애가 어디가 모자란 사람이든! 그건 다 당신 일이죠!”“반원명! 당신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가 있어? 어떻게 애한테까지 그런 말을 해! 당신이 의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네!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아! 당신은 그냥 여자 등이나 처먹는 개천 용일 뿐이야!” 진준수가 말했다.“그래서, 나 같은 개천 용은 여자 등이나 처먹을 뿐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