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환자를 대할 때도 그는 진지하게 5분도 안 돼서 진단을 내렸다. 그는 1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별다른 이유는 없었다.그저 밖에서 기다리는 환자가 많았을 뿐. 하지만 전세린은 단념하지 않았다. 반원명을 따라다니며 밖에서 그를 미행했다. 마치 전세린의 삶의 일부인 것처럼 매일 하는 일 없이 자기 남편을 미행하기만 했다. 미행하는 것이 그녀가 하는 가장 큰 일이었다.아마 딴마음은 진짜 없는 듯하다. 그러나 오늘날, 그녀의 미행은 헛되지 않았다.그녀는 마침내 초라한 옷차림의 여자가 자기 남편에게 안기는 모습을 목격했다. 만약 전세린의 손에 황산이 쥐어져 있었다면 얼굴에 퍼부었으리라.그래서 그녀는 복도 끝에서 욕을 하며 눈을 부릅뜨고서 반원명을 향해 달려왔다.“이 뻔뻔한 년아! 감히 내 남편을 건드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니? 너 오늘 나한테 죽었어! 쓰레기 같은 년이 아내가 있는 남자를 꼬셔? 오늘 네 입을 갈기갈기 찢어줄게! 네 얼굴을 망가뜨릴 거야!”전세린은 암사자처럼 달려들었다.그녀의 모습은 시장에서 허리에 손을 올리고 사람들과 다투고 있는 막돼먹은 여자와 다를 바 없었다.몇 년 후 민정아가 막돼먹은 여자가 된 모습을 보아도, 구 씨 집안사람들이 그녀를 막돼먹었다고 손가락질해도 반원명은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 같았다.왜냐하면 그는 이미 민정아보다 더 심한 모습을 본 적이 있기에.전세린이 막 달려들려는 찰나, 반원명은 품에 있던 아가씨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기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얼른 가세요! 여긴 당신이랑 아무 상관이 없어요!”하지만 아가씨는 오히려 고집을 부렸다.그녀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안 갈래요!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반원명이 침묵에 잠겼다.“......”그때, 이미 전세린이 달려들었고 그녀는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여자애의 얼굴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다 반원명이 그녀를 안았다.“세린 씨, 세린 씨 침착해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 아가씨는 불쌍한 사람이에요. 아버지는 방금 겨우 목숨을
전세린은 그 말에 멍해지고 말았다.이어 그녀는 화가 가득 치밀어 오른 채로 여자에게 물었다.“우리 집안사람들이 원명 씨를 사람으로 대했는지 안 대했는지 당신이 어떻게 알아? 원명 씨는 내 남편이야, 그러니까 난 당연히 원명 씨에게 잘해주지. 불륜녀인 주제에 어디 함부로 떠들어! 당신이 뭔데! 오늘 내가 당신 그 추잡한 얼굴을 가만두나 두고 봐! 당신 얼굴을 갈기갈기 찢은 뒤에 벌거벗게 하고 당신 그곳을 망가뜨려 줄게! 앞으로 남자들을 어떻게 꼬시고 다닐지 궁금하네!”여자가 막돼먹은 여자로 변하는 건 성도에서 제일 유명한 사립병원 원장의 딸이라도, 그 병원에서 가장 젊고 유능한 의사의 아내도 예외는 아니었다.평소에 오만하기만 하던 전세린이 그 여자에게 욕을 퍼부을 때 몸에 있던 막돼먹은 기세가 완전히 드러났다.여자의 얼굴은 눈물로 가득했다.반원명도 어쩔 줄 몰라 했다.하지만 그 여자는 전세린에게 천한 불륜녀라는 말을 듣고도 용감하기 그지없었다.그녀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채 전세린을 마주했다. 그녀와 한바탕 싸울 기세였다.“사모님!”여자는 겁 없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전 당신을 존중하기 때문에 사모님이라고 부른 겁니다. 당신이 반 선생님의 부인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니겠죠? 근데 보세요,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의사의 부인으로서 의사가 얼마나 높은 집중력이 있어야 하는지 모르세요? 선생님께서 수술을 한 번씩 하고 나면 힘들 때 손을 떨기도 한다는 건 알고 계시나요? 한번은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가 나 한 번에 몇십 명의 환자가 들어와 반 선생님이 3일 동안 밤낮없이 고생한 건 아세요? 아내인 당신은 뭘 하고 있었어요? 병원에 와서 반 선생님에게 투정을 부리는 모습을 본 적 있어요. 선생님에게 집에 와서 밥을 안 해준다고 하더군요! 옷을 씻어주지 않는다고! 심지어 뭐랬더라? 발톱이 길었는데 선생님이 집에 들어가지 않아 발톱을 잘라 줄 사람도 없다고 그러던데요! 사모님! 반 선생님은 수술 의사예요! 이 병원 최고의 수술 의사라고요! 개처럼 지
전세린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생각지도 못했다, 불륜 현장을 잡으려고 했던 건데.죄를 물으려고 했던 건데 이젠 부인인 그녀가 도마에 오른 셈이었다.사람들은 그녀를 손가락질했다.“그러게, 말이에요, 비록 전 씨 집안에서 반 선생에게 기회를 줬다 하지만 이렇게 대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반 선생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부잣집 아가씨가 사람을 다 망쳐놓네!”“반 선생님, 사모님과 이혼해요! 제 딸을 선생님에게 시집보내겠어요!”“반 선생님, 뭐가 무서워서 그러세요, 선생님 실력이면 어딜 가던지 잘 될 텐데, 사모님과 살면서 울분을 참을 필요가 있나요!”전세린은 침묵에 잠겼다.“......”그녀는 놀라서 주위 사람들을 살폈다.그러고는 두려움에 가득한 눈빛으로 반원명을 바라보았다.반원명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매우 화가 나 있었다, 전세린에게 엄청 화가 났다. 전세린이 소란을 피웠기에.하지만 전세린이 놀라는 모습에 반원명은 마음이 약해졌다.아내가 그녀에게 이 모든 걸 준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버릴 수 없었다.그가 전세린에게 해준 것들은 모두 자발적이었다. 기꺼이 해주고 싶어서 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전세린이 비난을 받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반원명은 전세린을 품에 안고 꿋꿋이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해요, 전 제 아내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가씨, 아가씨는 호의로 그런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아내를 대신해 사과할게요.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요, 꼭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말을 마친 반원명은 미안함을 표시하며 산삼을 가져다준 아가씨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고는 전세린을 끌어안고 자리를 떴다.그 뒤로 아가씨가 울며 소리를 지른다.“반 선생님, 선생님은 좋은 분이세요! 좋은 사람에게는 꼭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저도 교훈을 얻어 스스로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여자가 될게요! 꼭 열심히 공부하겠어요, 반 선생님!”반원명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는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
남자아이를 본 반원명은 딱히 좋거나 싫다고 말하지 못했다.사실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그는 천성적으로 아이를 좋아했기에.하지만 반원명은 아내가 입양하려는 아이가 6살이나 된 아이일 줄은 도저히 생각지 못했다. 아이의 나이를 싫다기보단 6살 된 아이가 새로운 가정의 일원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게다가 아기였을 때부터 직접 키운 경험도 부족했으니.보들보들한 아기의 피부, 똥오줌을 누면 기저귀를 갈아주기도 하고, 분유를 타서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 즐거움은 이제 느낄 수 없었다.반원명은 바쁜 와중에도 종종 병원에 있는 산부인과에 아이들을 보러 가곤 했었다.특히 간호사가 태어난 지 2, 3일밖에 안 된 아기를 목욕시킬 때면 포동포동한 아기들의 모습에 반원명은 수술 의사로서 이뤄놓은 것들을 포기하고 전문적으로 아기를 목욕시키는 간호사가 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는 아이들이 똥오줌을 누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아기들의 변은 역하지 않았다.그는 아기들의 엉덩이를 닦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과정을 즐겼다.그건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친자식이 아니면 어떤가?그에게 중요한 건 과정과 함께 생활하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 6살짜리 아이는 그런 경험을 주지 못한다.하지만 그것도 찰나의 일이었다. 반원명은 마음속의 아쉬움을 정리했다. 그는 아이의 적의를 모른 척하며 부드럽게 아이를 바라보았다.“이름이 뭔지 말해줄래? 우리에게 입양되기를 원하는 거 맞지?”남자아이는 눈을 치켜뜨더니 그를 무시했다.반원명은 침묵했다.“......”그는 몸을 돌려 전세린을 바라보았다.“세린 씨, 이 아이가 우리를...” 전세린은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원명 씨, 전 이 아이가 좋아요. 제가 몇 년 동안 아이를 찾다가 겨우 마음에 드는 아이가 생겼는데 그냥 입양해요. 네? 그리고 제가 게으른 것도 알고 있잖아요. 저는 금방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싫어해요, 너무 귀찮잖아요, 똥오줌도 치워야 하고. 이 아이는 6살이라 곧 1
부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아이를 데리고 백화점을 돌았다. 그들은 미친 듯이 아이에게 옷과 각종 침구류를 사주었다.밥 먹을 시간이 되자, 그들은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엄연한 표준적인 세 식구가 아닐 수가 없었다.반원명의 가슴속에는 갑자기 얼떨떨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얼떨떨한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이제부터 그도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것이다.그는 다정하고 너그럽게 아이에게 반찬을 집어 주고, 다정하게 아이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하지만 아이는 줄곧 그를 적대시하는 듯했다.오히려 새로 만나게 된 엄마와 전혀 벽이 없어 보였다.그들은 빠르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친근한 모습에 반원명이 질투심을 느낄 정도였다.모자가 손을 잡으며 웃고 떠드는 모습에, 자기의 손에 들린 크고 작은 쇼핑백에 반원명은 괜스레 따뜻해지는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그날 밤, 부부는 아이를 위해 새로운 집과 새로운 침대를 준비했다. 그렇게 집은 순식간에 인간미가 넘치게 되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아이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반원명이 전세린을 데리고 아이의 방을 나서려는 그때, 아이가 갑자기 전세린의 손을 잡았다.“엄마, 가지 마세요. 저한테… 이야기책 좀 읽어주면 안 돼요?” 6살짜리 아이는, 고작 이야기책 하나를 듣기 위해 눈물까지 그렁그렁했다.그 모습에, 반원명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쓰려오기 시작했다.그도 이렇게 입양된 자식이었다.그도 무척이나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빨리 가정 속으로 스며들길 바랐다.전세린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반원명은 무척이나 다정한 모습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엄마, 아빠가 옆에 앉아서 책 읽어줄게. 자는 거까지 보고 나갈게, 응? 어떤 책이 듣고 싶은지 엄마 아빠한테 한번 말해볼래?”아이와 온 오후 함께 했던 그는, 아이가 자신과 조금이라도 익숙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의 경계심이 조금이라도 수그러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원명이 예상치 못한 일이 일
반원명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불청객을 바라보았다.그는 눈썰미가 좋았다.그래서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그가 모르는 남자였다.오늘 이 남자를 처음 봤는데? 이 남자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지? 여긴 어떻게 찾아왔지? 꽁으로 아빠가 됐다는 말은 무슨 뜻이지?이게 다 무슨 뜻이지?설마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이 아이의 아버지인가?반원명은 고개를 숙여 아이를 쳐다보았다.그의 행동에 아이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아이는 있는 힘껏 발밑에 있는 눈을 밟고 있었다.비록 반원명은 아이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아이의 행동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이는 지금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순간 좋지 않은 예감이 그의 몸을 휩쓸었다.반원명은 경계적인 눈빛으로 맞은편에 서 있는 초라한 남자를 쳐다보았다. “당신, 대체 누구야?”“내가 누구냐고?” 남자가 냉소했다.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심드렁했다. “여자 등이나 처먹는 새끼! 줏대도 없고, 몸에서 시큼한 냄새나 풍기는 개 천용 같은 새끼! 내가 누군지 물었나? 그건 당신 와이프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반원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전세린이 갑자기 뒤에서 쫓아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아이의 코트가 들려져 있었다.눈이 와서인지, 기온은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행여나 아이가 추위라도 탈까 걱정이 되었던 그녀는 아이에게 옷을 가져다주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녀는 손에 옷을 든 채로 반원명과 아이 앞에 다가왔다. 이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남자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전세린은 그대로 넋이 나가고 말았다.그 모습에 남자는 냉소를 뿜어냈다. “잘 지내시나? 전 아가씨! 아니, 이젠 반 씨 집안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전세린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차가움 속에 절망감도 섞여 있었다. “나온 거야?”남자는 차갑고 악랄한 눈빛으로 전세린을 쳐다보았다. “맞아! 나 살아서 나왔어! 기분이 어때?”전세린은 갑자기 폭발적이 고함을
“우린 지금 엄청 행복하게 살고 있어!”“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전세린의 말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하지만 반원명은 그 말에서 울컥한 감정을 느꼈다.반원명은 전세린을 쳐다보았다.전세린의 감정은 점점 더 북받치기 시작했다. “진준수! 너 지금 꼴이 말이 아니다? 느낌이 어때? 있는 집안 도련님!”“내가 네 집에 손님으로 갔을 때, 너희 엄마가 날 어떻게 욕했는데! 넌 오히려 나한테 사과하라고 하더라? 내가 사과까지 했는데, 내가 네 말을 얼마나 잘 들었는데, 결국 넌 말 한마디만으로 날 뻥 하니 차버렸잖아!”“좋아! 아주 좋아! 나중에 일어날 일은 너도 예상 못 했지, 진준수?”전세린은 미친것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진준수! 하느님이 진짜로 있긴 한가 봐!”“너희 집이 돈세탁을 하다니! 너희 엄마가 사형수가 된 것도 다 업보야! 그렇게 처참하게 죽다니!”“너도! 너 재능 많잖아? 포악한 사람이잖아?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아니잖아?”“아니! 엄마, 아빠의 보호가 없는 넌 아무것도 아니야! 개만도 못한 인간!”“네가 날 차고 그 여자를 찾아간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 여자, 너에게 처참한 상처를 남겼지? 너와의 관계를 선 긋기 위해, 네가 가진 겨우 2억밖에 안 되는 목숨값을 등 처먹기 위해 널 팔아먹기까지 했잖아.”“하하! 널 팔았어! 진준수! 내 앞에서 잘난 척하지 마! 넌 이제 더 이상 옛날의 진준수가 아니야! 내가 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너에 대해 알고 있어!”전세린의 말에 진준수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전세린는 처량한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3년 전, 3년 동안 만나다가 결혼 준비까지 하던 여자친구한테 팔렸을 때 너 도망쳤지? 게다가 나한테 살려달라고 전화까지 했고.”“맞아. 너 찾았어. 네가 날 얼마나 사랑했는데. 너라면 내 목숨을 살려줄 거라고 생각했어. 그때, 네가 날 살려주기만 한다면 평생 너랑 살면서 너한테 잘해줄 생각이었어. 하지만 전화는 걸리지 않았지.”“아니 걸렸어! 전
그 말은 반원명과 전세린을 당황하게 했다.방금까지 악독하게 미친 말들을 퍼붓던 남자가 갑자기 이렇게 고분고분해졌다고?두 사람은 그만 동시에 진준수를 쳐다보았다.진준수의 얼굴에는 유감스러운 표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 속에는 일종의 타협도 섞여 있었다.“세린아, 미안해.” 진준수가 말했다.“…”“예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그때는 소중함이 뭔지 몰랐어. 내가 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어. 내가 죽일 놈이야. 결국 벌 받았잖아, 아니야?”“우리 집은 망해버렸고, 아버지는 사형당하고, 엄마는 감옥에 들어갔고, 나도 하마터면…”말하던 진준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이제 다시는 애를 못 낫는 몸이 되어 버렸어. 그냥 겨우 목숨 하나 부지하며 살고 있는 거야.”진준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린아, 난 네가 너무 미워.”“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살려주지 않는 것도 밉고, 벼랑 끝에 서 있는 날 밀어버린 것도 너무 미워. 날 정상인처럼 살지 못한 네가 너무 미워.”“하지만 너랑 아이를 본 순간 그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어.”“다 나 때문이야!”“내가 그때 너한테 너무 악랄하게 군 탓이야! 내가 너무 못됐었어!”“네 말이 맞아. 인과응보인 거지. 그러니까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게 다 응보야.”“난 살아있지 말았어야 했어. 하지만 난 살아남았지. 난 그냥 살아남기만 한 게 아니야. 난 나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그때 그 아이, 유산하지 않았던 거지? 이 아이는 내 아이야!”“세린아, 그것 봐. 너랑 나, 둘 다 다시는 애를 갖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어. 하지만 우린 같은 아이가 있어. 그러니까 우리가 진정한 가족이라는 거지. 내 말이 틀려?”“우리 세 가족 평생 서로 사랑하면서 살자. 나 이제 다 고쳤어. 앞으로 너랑 아이의 노예가 되어줄게. 너랑 아이 옆에서 살 수만 있다면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꿇을게.”“세린아…”진준수의 말은 후회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