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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5화

그로 인해 반원명은 바쁜 업무와 더불어 퇴근 후에도 전세린을 들여다봐야 했고 장인의 억압도 견뎌내야 했다.

그리고 아이를 입양하려던 계획은 줄곧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그는 일이 바빴고 전세린은 일을 하지 않았지만, 입양하는 데에 손도 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반원명은 절망스러웠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상황에 그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저 자신을 마비시키기 위해서였다.

더 이상 우울하고 무기력한 일들을 생각하지 않도록.

그저 인생에 자신을 기쁘게 하는 일 하나만 있으면 잘 살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수술대 위에서의 성공적인 수술.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었다.

죽어가는 환자들을 저승사자에게서 구해오는 일이 반원명에게는 제일 큰 성취였고 기쁨이었다.

설사 힘들어 수술대에 쓰러져있더라도,

매일 8시간 동안 수술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더라도.

그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환자를 구하는 일은 반원명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시간이 지나 그는 모든 정력을 의학 연구에 쏟아부었고 집에 가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다.

반대로 완치되는 환자는 많아졌다.

가끔 환자의 가족들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반 선생님, 이건 백두산에서 구해온 일급 자연산 산삼이에요. 매일 수술 때문에 바쁘셔서 몸 챙길 시간도 없을 텐데 이거라도 받으시고 몸보신하세요.”

스물넷, 다섯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가 존경심이 깃든 눈빛으로 반원명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엔 산삼 박스가 쥐여져 있었다.

반원명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존경심뿐만 아니라 모호한 애정도 담겨있었다.

그건 깨끗하고 순수한 감정이었다.

얼마나 순수했던지 반원명은 그녀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반원명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 지금은 아버님이 몸보신하셔야 할 때예요, 이 산삼은 아버님이 몸조리를 잘할 수 있도록 아버님에게 드리세요.”

물 빠진 청바지에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어린 여자의 모습에 반원명은 코끝이 찡해났다.

가족 중에 큰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있으면 집안의 재산은 전부 날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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