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064화

그제야 부소경은 신세희 기분이 언짢았던 게 부부생활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신세희는 결혼식을 원했다.

부소경은 가슴이 아파왔다.

그렇다!

그들 첫째 신유리가 벌써 9살이다.

하지만 그동안 신세희에게 제대로 된 결혼식도 주지 못했다.

“소경 씨, 왜 그래요? 싫어요? 괜찮아요, 우리만 같이 있으면 결혼식 따위는 없어도 괜찮아요. 당신이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는 지 나도 잘 알아요. 결혼식, 안 할래요.” 신세희는 사리 밝은 여자다.

부소경은 너무 바쁘다.

그 큰 F그룹에 해외에 있는 고용부대들도 관리해야 한다.

부소경은 신경 써야 할 일도 너무 많고 원수도 많아 아내와 아이를 사람 앞에 내세우지 않는 게 정상이다.

신세희는 갑자기 자기가 너무 철없이 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하지만 예상 밖으로 부소경이 길게 한숨을 내쉬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신세희, 기억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방금 만났을 때, 그러니까 유리를 임신한지 1달 됐을 때, 우리...

사실 우리 결혼했었다.

루원 중식당에서 결혼식 올렸었어.”

루원 중식당?

신세희도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부소경에게 잡혀 정신도 없이 웨딩드레스를 갈아입고 강제적으로 결혼식을 올렸었다.

그 결혼식의 증인은 오직 하숙민뿐이었다.

신세희는 기억하고 있었다.

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해요. 하지만 그땐 엄마 속이려고 했던 거고 엄마만 참가했었죠.”

“하지만 나에겐 그걸로 충분했어.” 부소경이 말했다.

“난 어릴 때부터 엄마가 울면서 입어보지도 못했던 웨딩드레스를 보며 중얼거리는 걸 봤어. 웨딩드레스 입어보면 한이 없다고 계속 말했거든. 그런 엄마를 보면서 맹세했어. 난 평생 결혼은 꼭 한 번만 하겠다고.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평생을 사랑하며 살겠다고.

그리고 아무도 나의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어. 좋은 친구들도 상관없어, 결혼식에 초대한다는 걸로 친구 사이를 증명할 필요는 없으니까.

내 결혼식에는 엄마만 있으면 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