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문옥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시아버님 장례식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분명 이곳에서 부성웅과 제대로 한판 붙었을 것이다.그녀는 여전히 부성웅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을 뿐이었다. “부성웅! 당신이 한 그 더러운 짓들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당신이랑 고가령! 둘이 뭐 했어? 왜? 이제는 늙어빠진 할망구라 모를 줄 알았어?”“오늘 딱 말할게! 나 너무 잘 알아!”“단지 내가 늙어서, 자식도 없고 기댈 친정도 없어서 참고 있었을 뿐이야!”“일이 이 마당까지 왔으니 별수 없지. 외로운 할망구가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한테 죽임당해도 어쩔 수 없는 거지! 혈연 관계도 없는데, 죽어도 싸지!”“하지만 당신은? 하하하! 당신을 저주…”악랄하게 말하는 진문옥의 모습에 부성웅은 갑자기 망설여졌다.그녀가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인 것 같았다.하지만 그는 마음이 서지 않았다.“유리 아직 애야…” 그가 머뭇거리며 말했다.그의 말에 진문옥도 노파심에 거듭 충고를 했다. “아직 애니까 우리가 더 상대하기 쉬운 거야. 지금 신세희는 납치됐어.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볼 수 있지.”“그러니까 지금이 바로 소경이와 유리가 가장 약해질 타이밍이라는 거지.”“만약 유리를 잘 처리하고 김미정을 소경의 아내로 들이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거야. 나중에 애 낳고 하면 분명 김씨 집안도 우리한테 고마워할 걸?”“김씨 집안만 우리한테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 김미정도 엄청 고마워 할거야. 나중에 애가 생긴다면 우리가 그 아이의 가장 친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성웅 씨, 우리 나이가 얼만지 알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겠어?”“딱 한 번만 우리를 위해 살자. 안돼?”“…”늙은 아내의 말은 번번이 그의 마음을 두드렸다.사실 아내의 말이 다 맞았다.만약 신세희가 중간에서 분탕질만 하지 않았다면 그와 부소경 사이는 이렇게까지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다.소경이가 명문가 규수와 결혼했으면 아마 오늘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사실 부성웅은
“신경 안 써요! 애잖아요. 애랑 똑같이 굴면 되겠어요?” 김미정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아줌마가 널 눈 여겨보고 있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진문옥이 물었다.그녀의 말에 김미정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국내 제일 가문의 딸인걸요? 분수 이런 건 저도 잘 알아요. 전에는 부 대표님이랑 가까이할 기회가 없었고. 이제 기회가 생겼으니, 잘 활용해 봐야죠.”“가자.”“네, 아주머니.” 김미정은 마치 프리패스권이라도 얻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국내 제일 귀족인 그녀는 항상 주어진 기회가 남들보다 적었다.처음 몇 년은 귀족이라는 체면 때문에 남자들이 청혼을 해오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결국 몇 년 동안, 김씨 집안이 점 찍어 둔 남자들 중 그 누구도 먼저 그녀에게 청혼을 하지 않았다.그렇게 29살이 되었다.더 기다렸다가 정말 노처녀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신세희처럼 미천한 신분의 여자가 부소경에게 시집갈 기회가 생긴 건 다 신세희가 창년이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김미정도 해외에서 살긴 했지만, 그녀가 보내온 삶은 아주 칙칙한 삶이었다. 하지만 요즘 최여진은 7년 전의 일들을 그녀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신세희가 어떻게 부소경을 꼬셨는지, 어떻게 부소경에게 쫓겼는지, 또 어떻게 부소경에게 질척댔는지, 그러다 어떻게 부소경을 손에 넣었는지…최여진의 얘기를 듣던 김미정은 이내 한가지 결과에 도달하게 되었다.김씨네 집안은 체면을 너무 차리는 게 문제였다.김씨 가문은 이제 더 이상 200년 전처럼 하늘도 거스르는 제왕이 아니었다. 만약 김씨 집안 자식들이 계속 고상함을 유지하며 콧대만 치켜든다면 아마 좋은 물건들은 다 미천한 창년들에게 뺏기고 말 것이다.김미정은 신세희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청순한 외모에 회장기 없는 얼굴, 여자의 맛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이런 여자는 보기에만 도도하고 차갑지, 뒤로는 엄청 밝히는 창년이다.김미정은 이런 생각을 하며 빈소
“…”신유리는 달콤한 표정을 지으며 김미정을 쳐다보았다. “아줌마, 아줌마가 우리 아빠랑 사귀는 거 허락할게.”“…”방금까지 자기를 첩이라고 욕하던 아이의 태도가 갑자기 이렇게 바뀔 줄은 생각도 못했다.내가 부소경이랑 사귀는 걸 허락… 한다고?나도 감히 직설적으로 사귀자고 말 못 해서 옆에서 빈소를 지키겠다고 돌려 말했는데.여섯 살짜리 악마의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든 거지?못된 생각밖에 없나 보다!미천하고 저급한게 자기 엄마랑 아주 똑같아!어쩐지,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이 아이를 처리하고 싶어 하더라니.역시나 못됐어!김미정은 속으로 냉소했다.못돼 봤자 여섯 살짜리 애였다.설마 29살이나 된 성인 여자보다 생각이 많겠어?아 맞다!방금 사모님이 그랬는데! 얘가 전에 반호영한테 납치됐었는데 결국 혼자 도망쳐 나왔다고! 먼저 납치된 곳에서 유치원으로 돌아간 다음에 다시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갔다고!여섯살 짜리 아이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유리가 차에서 내려 솜사탕을 산 곳과 유리의 집은 무척이나 가까웠다.유리는 이 사실 하나로 자기가 똑똑한 줄 착각하고 있었다.김미정은 조금도 내색하지 않으며 유리에게 말했다. “고마워, 우리 어린이. 사실은 방금 유리가 날 오해했던 거야. 난 그냥 부씨 집안 사람들의 친구야. 가족끼리 쭉 알고 지냈어. 그러니 너의 증조할아버지는 내 할아버지도 되는 거지. 그래서 너네 아빠랑 여기서 빈소를 지키겠다고 한 거야. 자식의 도리를 지키는 건 당연한 거잖아.”“너네 아빠랑 사귀는 건…” 김미정은 말을 하다 말았다.그녀는 몰래 부소경을 흘겨보았다.하지만 부소경의 시선은 그녀에게 멈춰있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부소경은 부태성에게 절을 올리며 깊은 고민에 잠겨있었다.그 모습이 김미정의 눈에는 부소경이 자기 세상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였다.맞다. 부소경은 지금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자기와 함께 빈소를 지키겠다는 김미정의 말이 그를 7년 전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7년 전, 여전히 이 저택
신유리는 단번에 김미정의 팔을 낚아챘다. “아줌마, 아줌마한테만 알려줄게. 사실 우리 아빠, 지금 기분이 엄청 안 좋아. 엄청 나빠.”“왜?” 김미정이 대답했다.사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분명 아내가 납치된 일 때문이겠지.“아줌마, 이리로 가까이 와봐.” 신유리는 낮은 목소리로 김미정을 불렀다.김미정은 유리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신유리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줌마, 그거 알아? 우리 엄마 뺏어간 남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아빠 쌍둥이 동생인 거? 유리 삼촌이야. 전에 가성섬에 갔을 때부터 호영 삼촌이 우리 엄마를 줄곧 좋아하고 있었어.”“사실, 우리 엄마도…”신유리는 갑자기 하던 말을 멈추었다.신유리의 작은 머리는 점점 더 아래로 떨어졌다.“너네 엄마가 왜?” 김미정이 물었다.“아… 아니야!” 그녀의 말에 신유리는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김미정을 쳐다보았다. “미정 아줌마, 아빠가 오늘 정말 기분이 무지무지 안 좋거든? 아줌마가 우리 아빠 친구라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아줌마가 우리 아빠 좀 위로해 주면 안 될까?”“아까는 내가 미안했어. 아줌마한테 그렇게 나쁘게 말하면 안 됐는데.”“난 그냥… 아줌마가 우리 엄마 자리 뺏을까 봐 무서워서 그랬어.”“하지만… 하지만 난 그것보다 우리 아빠가 더 걱정돼…”“아줌마, 나 뭐 좀 부탁하면 안 될까… 딱 하나만 부탁할게. 응?”신유리는 고개를 들더니, 무척이나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김미정을 쳐다보았다.김미정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인데? 말해봐.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뭐든 도울게.”어린아이 하나 내 편으로 만드는 거, 뭐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네!김미정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었다.“아줌마, 우리 엄마가 없을 때만 우리 아빠 옆에 있어주면 안 될까? 우리 엄마가 다시 돌아오면 그땐… 우리 아빠 다시 우리 엄마한테 돌려줘. 그래도 될까? 만약 내 말에 동의하면 나… 다시는 아줌마 첩이라
신유리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난 여기서 아빠랑 같이 빈소 지키기 싫거든. 난 증조할아버지 별로 안 좋아했어. 난 이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싫어.”신유리의 말은 모두 진실이었다.신유리는 이곳이 싫었다. 신유리는 증조할아버지도 싫었다.전에는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일전에 할아버지가 자기를 속인 후부터 그에 대한 증오는 점점 더 심해졌다. 이 저택에 잠깐도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미정 아줌마, 나랑 몰래 나가서 놀래?”“우리 아빠는 여길 떠나지 못해. 그래서 아빠한테는 지금 날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신유리는 고개를 까닥이며 말했다.김미정은 바로 유리의 말에 반박했다. “유리야, 너 똑똑한 아이잖아. 경계심도 엄청 많고. 반 시간전까지만 해도 날 엄청 마음에 안 들어 했는데…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거야? 같이 놀러 가자고도 하고?”“귀신을 속여라!” 김미정은 최여진처럼 나쁜 꿍꿍이만 가득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이 도리에 어긋난다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었다.유리는 그녀의 질문에 바로 대답했다. “아까?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말하는 거야?”“맞아!”신유리는 입을 삐죽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난 할아버지 할머니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을 미워해! 난 할머니 할아버지가 미워! 아줌마도 똑같아! 두 사람 근처에 가기만 해! 그럼 아줌마도 미워할 거야! 아줌마가 다시는 아빠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할 거야! 흥!”“…”이제 알겠다!이 꼬맹이는 그냥 부성웅과 진문옥 앞이라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김미정에게 특별한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꼬맹이는 그냥 화풀이하는 것이다.신유리는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시위하는 것이다.하!애는 애였다.김미정은 말 몇 마디 만으로 아이의 꿍꿍이를 다 알아버렸다.김미정은 신유리와 시선을 맞추며 가벼운 목소리로 달래주었다. “알았어, 꼬마 아가씨. 유리가 하자는 대로 할게. 대신 이것만은 알아둬. 아줌마는 유리가 불쌍해서 부탁 들어
이렇게 된 이상 김미정도 사양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김미정은 신유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그저 속으로 생각했다.'네 아빠의 임시 여자 친구가 되어줄게! 하지만 절대 네 엄마에게 돌려주지 않을 거야! 그뿐만 아니라 너도 쫓아낼 거야! 너는 심보도 나쁘고 속셈이 못됐기 때문에 네 할머니와 할아버지 너를 내 쫓으시려는 거야!’하지만 김미정은 속마음을 숨긴 채 신유리를 칭찬하며 말했다. “유리야, 너 정말 생각이 깊구나. 정말 대단하다! 그럼 아줌마랑 같이 유리 아빠 만나러 가자, 유리가 아빠한테 말씀드려서 아빠가 동의하시면 아줌마랑 몰래 놀러 가자. 어때?”신유리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유리가 김미정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은 매우 다정해 보였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부소경을 만나러 왔다. 부소경은 술을 많이 마신 듯 술 냄새가 물씬 풍겼다. 김미정은 부소경을 가까이에서 보지 않아 자세히 알지 못했다. 부소경 옆에는 빈 술병이 쌓여있었다. 술에 취한 부소경은 겨우 눈을 떴다.김미정은 신유리에게 말했다. “너희 아빠 술 드셨어?”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맞아. 내가 방금 아빠 기분이 안 좋다고 말했잖아. 아빠는 기분이 안 좋을 때 술 마셔, 아빠가 증조할아버지 위패 앞에서 눈 깜짝할 것 같아?”“버릇이 없네!” 김미정은 비꼬며 말했다. “응, 맞아!” 신유리도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신유리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부소경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빠, 나 미정 아줌마랑 나가서 놀고 와도 돼?”“누구?” 부소경은 무거운 눈꺼풀 뜨며 말했다. “미정 아줌마.” 신유리는 다시 한번 말했다.“어떤 미정 아줌마?” 부소경은 신유리에게 물었다.“김미정 아줌마.” 신유리는 말했다. 부소경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서... 서울 김가네? 당연히 국내 제일 귀족 가문인 김미정 씨랑 놀러 가도 되지.”즉, 김가 집안의 사람이 신유리를 데리고 나가는 것은 안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미정은 술에 취해 주절거리는 부소경의 모
“......” 김미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김미정은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다. “구경민 씨! 구가 집안의 명예, 그리고 당신의 지위 모두 저희 때문에 얻었다는 거 잊지 마세요! 김가 집안이 없으면 구가 집안은 아무것도 아니에요!”구경민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좋아요? 그게 무슨 뜻이죠?” 김미정은 말했다. “김가 집안의 명예로운 지위와 국내 제일의 귀족이라는 호칭을 원치 않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잃게 할 수 있어요! 풍요롭게 자란 김미정 씨는 모르는 것들이 있어요! 만약 제가 국내에서 국외에서 진압당하는 김가네를 제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김가네는 진작에 평정당했을 겁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 앞에서 잘난척해도 제 앞에서 잘난 척하지 마세요! 게다가 내가 국외에 김가네를 도와주고 있을 때 소경이가 내 목숨을 구해줬어요! 김미정 씨, 어디 한번 신세희 씨 자리를 넘봐보시죠!”이 순간 구경민은 김미정에게 트집 잡고 싶지 않았다. 구경민은 부소경이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부소경이 한 번 결정을 내리면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지금 부소경은 할아버지 장례식을 치르면서 신세희를 구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세희를 구하는 것이다. 신유리와 신세희가 반호영에게 납치되자 구경민은 자기 자신을 자책했다.솔직히 말해 그동안 구경민은 아내와 아들에게 전념했고, 처리해야 할 일들도 부소경에게 맡겼다. 때문에 공교롭게도 부소경이 서시언 일로 바빠지자 반호영이 그 틈을 타 신유리를 납치한 것이다.평소 부소경은 항상 신세희와 신유리 옆에 지키고 있으니 절대 납치될 일이 없다. 이미 일이 벌어졌으니 구경민은 물불 가리지 않고 신세희를 구해야 한다. 게다가 구경민은 신세희가 돌아오기 전에 그 누구도 부소경을 건드리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다. 때문에 구경민은 지금 이 상황에 기회를 노리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을 작정이다. 김미정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구경민은
“저는 부소경 씨를 꼬시지도 않았고, 더욱이 신세희 씨 남자를 뺏은 적도 없어요. 구경민 씨도 들었다시피 유리가 저한테 부탁한 거예요! 저는 유리의 친구이고, 오늘도 진문옥 씨가 부르셔서 온 거예요! 지금 빈소를 지키고 있는 부소경 씨를 대신해 제가 유리랑 돌봐주고 있는 겁니다. 혹시 제가 구경민 씨에게 피해라도 줬나요?”구경민은 김미정의 말에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구경민 도련님! 제멋대로 생각하지 마세요!” 김미정은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 구경민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맞아! 마음대로 생각하지 마!” 신유리는 김미정의 말을 따라 했다. 구경민은 연기를 제법 잘하는 신세희 딸을 보고 매우 뿌듯했다. 이때, 구경민은 뭔가 깨달았다. 신세희가 반호영에게 납치된 이후 부소경은 신유리에게 더욱 신경 썼다. 때문에 부소경이 허럭하지 않았다면 신유리는 혼자 김미정과 나왔을 리가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소경이 허락한 것이 틀림없다. 게다가 구경민의 예상이 맞다면 부소경과 신유리는 이미 입을 맞춘 것이다. 바로 경계심을 늦춰 상대를 속이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구경민은 의기소침해진 목소리로 김미정에게 사과를 했다. “구경민 씨! 앞으로 제멋대로 생각하고 화내지 마세요. 모든 사람이 최여진 씨처럼 당신을 포옹해 주지 않아요. 최여진 씨에게 욕하고 때리고 버리고, 저는 최여진 씨도 아니고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아요. 그러니 저를 색안경으로 끼고 보지 마세요.”구경민은 최여진의 이름을 듣고 갑자기 무언가 눈치챘다.그렇다!김미정은 분명 최여진이 데려온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김미정이 어떻게 최여진에 대해 알고 있겠는가?“최여진 어디 있습니까!” 구경민은 버럭 화를 내며 김미정에게 물었다. 김미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구경민 씨는 이미 결혼을 해서 아기도 있잖아요. 최여진 씨는 더 이상 구경민 씨를 신경 쓰지 않는데 구경민 씨는 여전히 최여진 씨를 괴롭힐 작정이에요?”이때, 김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