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문옥을 개라고 하는 부소경의 말을 듣자 유리는 터지는 웃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유리는 입을 막으며 웃었다, “아빠, 지금 할머니를 개라고 한 거야? 할머니가 얼마나 늙었는데. 분명 담도 뛰어넘지 못할 거야.”유리는 어린 아이였다. 당연하게도 아이들은 말들의 숨은 뜻을 알지 못했다. 그저 표면적으로 이해할 뿐이었다.부소경은 유리에게 침착하게 설명했다. “개도 급하면 담을 뛰어넘는다는 말은, 할머니가 이미 우리가 자기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고 있어서 그에 대응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야.”그 말에 유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아빠! 내가 아빠랑 같이 그 마귀할멈이랑 싸워줄게!”“유리 무서워?” 부소경은 딸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의 마음은 조금 씁쓸했다.현재, 부소경은 남성의 왕이었다. 부씨 집안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그를 무서워했고, 그에게 예의를 표했다. 남성 바닥에서 감히 그에게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부씨 집안 사람들이 던진 각종 계략과 마주해야 했다.아버지.큰어머니.그리고 자신의 쌍둥이 동생까지.얼마나 씁쓸한 일인가?그들은 그의 아내를 납치하기까지 했다.게다가 이 일은 다른 사람들이 도울 수 없는 일이었다.지금도, 부씨 집안 어르신의 장례식에서도, 그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은 그의 6살 난 딸아이뿐이었다.부소경은 가장 빠른 속도로 아내를 구출해 낼 생각이다.그는 반드시 방법을 찾아 내야만 했다.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딸을 쳐다보았다.신유리는 근엄한 말투로 대답했다. “아빠! 나 하나도 안 무서워!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거야!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유리가 나쁜 사람들한테 잡힌다고 해도! 아빠, 유리가 도망칠 방법은 아주 많아!”며칠 전 신유리가 반호영의 손아귀에서 도망쳐 나온 게 가장 좋은 예시였다.부소경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빠랑 같이 연극 하나만 하자. 어때? 관심있어?”“엄마를 구해낼 수 있는 연극이야?”
김미정은 달랐다. 김미정은 김은국 자식 중 가장 막내였다.김미정도 자신의 오빠, 언니들처럼 어린 나이에 해외로 유학을 갔다. 하지만 늦둥이라는 이유로 김은국은 김미정을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키웠고, 해외 생활이 잘 적응이 되지 않았던 그녀는 뻑하면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그 이유로 그녀의 학업은 항상 뒷전이었다.이 상황은 대학교까지 지속되었다. 성적이 나빴던 그녀는 지잡대 밖에 갈 수 없는 처지였다.나중에 졸업한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몇 년 동안 취직도 안하고 해외에서 놀기만 했다.김씨 집안이 손꼽히는 귀족인 게 참 다행이었다. 덕분에 김미정은 평생 일을 안한다고 해도 부잣집 공주님의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살수 있었다. 그녀는 해외에서도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겼다.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해외의 진정한 가문들은 성에 차지 않아 했다.김미정은 귀국을 했고, 그녀의 성에 차는 집안들이 몇 개 있었다. 첫 번째는 서울의 구씨 집안이었다.구경민과 그녀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꽤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하지만 구경민은 어릴 때부터 최여진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최여진과 같은 남자를 두고 싸우다니… 김미정은 자신이 없었다.나중에 김씨 집안 사람들은 김미정을 부씨 집안과 엮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부씨 집안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김미정보다 한참이나 나이가 많았다.서씨 집안은 김미정의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서씨 집안이 부씨 집안보다 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사실 김미정이 가장 원하던 집안은 부씨 집안이었다.권력도 있고, 재력도 있고, 세력도 있었다.하지만 부씨 집안에는 그녀와 결혼할 만한 남자가 없었다.나중에 김미정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출국을 했고, 그렇게 몇 년을 떠돌았다.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는데도 그녀는 아직까지도 적당한 남자를 찾지 못했다.그리고 하필 이번 귀국에 최여진을 만나게 됐다.김미정은 하마터면 최여진을 몰라볼 뻔했다.그녀의 기억 속에 최여진은 상류층이라고는 말하기 힘든 신분의
진문옥은 차갑게 웃었다. “왜? 안돼?”“…”아버지 장례식만 아니었어도… 부성웅은 정말이지 이 미친 할망구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다 진문옥 때문이다!진문옥의 모든 일의 발단이었다!그는 악독한 눈빛으로 진문옥을 노려보았다. 그는 옆에 최여진이 있다는 사실을 한참 후에야 알아챘다. “양 아빠.” 최여진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부성웅을 불렀다.“여진아!” 부성웅은 이 상황이 귀찮은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넌 여기서 손님 맞이할 자격 없어! 당장 네 방으로 돌아가!”“알았어, 양 아빠.”최여진은 화를 내며 방으로 돌아갔다.진문옥과 부성웅 두 사람만이 문 앞에 남아있었다.아직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의 조문객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마침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부성웅은 거침없이 진문옥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미친 할망구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이제는 유리도 날 인정해 주질 않잖아!”“지금 유리한테는 친할아버지에 대한 미움만 남아있을 뿐이야!”부성웅은 약이 바싹 올랐는지 악독한 눈빛으로 진문옥을 쳐다보았다.다들 젊은 날의 부부는 노년의 동반자라고 하던데…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했으면 이제는 노부부나 다름이 없는데… 이제는 서로 챙겨줘야 할 때이다.하지만 부성웅은 어떨까?부성웅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하지만 마음 아프게도 그는 자신의 삶이 이 미친 할망구의 손에 망가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부성웅도 예전에는 하늘을 군림하던 남자였다.50년 전만 해도 F그룹은 지금처럼 잘나가지 않았다.심지어 한동안은 부태성의 경영 실수 때문에 그룹이 망할 뻔하기까지 했었다.하지만, 부성웅이 회사를 이어받은 후부터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멱살 잡고 회사를 다시 끌어올렸다.그해 F그룹은 이미 남성에서 꽤 위협한 존재로 거듭났다.하지만 이 여자가!이 진문옥이라는 여자가 자신의 여장부 같은 성격을 보여주겠다면서 그에게 가성섬 사업을 시작하라고 부추겼다.결국 3년 동안 아무 이득도 보지 못했으며, 부성웅이 힘들게 일으켜 세운 F그
이게 끝이 아니었다!지금 그에게 남은 두 아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쌍둥이면서, 같은 뱃속에서 나왔으면서… 그들은 진문옥의 이간질 때문에 앙숙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부성웅이 어떻게 진문옥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아픈 일들이 떠오르자 부성웅은 그만 참지 못하고 험악하게 진문옥의 뺨을 내리쳤다. “못된 년! 왜 네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건데! 넌 그냥 나가 죽어야 해!”그의 행동에 진문옥은 순식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지금 나 때린 거야?”부성웅의 눈동자는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때렸다! 왜!”“감히 아버님 장례식장에서, 그것도 손님 맞이하는 자리에서 대놓고 날 때려?” 진문옥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부성웅! 감히 날 괴롭혀?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지? 기댈 친정도 없고, 내 편 들어 줄 아들도 없다고 무시하는 거지? 그래서 이제는 너까지 날 괴롭히려는 거지?”“내가 그동안 이 집안을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내 아들 목숨까지 여기에 바쳤어! 내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재산도 다 너랑 네 첩년 아들한테 줬다고!”“그 결과 이거야? 감히 네가 날 때려?” 말을 하면 할수록 진문옥은 점점 더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더 서글퍼졌다.감정이 격해질수록 점점 더 많은 일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부성웅! 여자들이랑 놀아난 건 너야! 그때 내가 먼저 하숙민을 꼬시라고 한 건 맞아! 하지만 나도 방법이 없었어! 궁지에 몰렸다고! 다른 방법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내가 내 남편을 다른 여자한테 보냈겠어?”“그런 상황에서 당신이 나한테, 적어도 우리 자식들한테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었다면 이렇게 됐을까? 하숙민이 임신하게 되는 일이 일어났을까?”“당신이 좋다고 즐기다가 피임 못해서 이렇게 된 거잖아! 그래서 우리 아들들이 죽는 일이 일어난 거야! 그래서 나 같은 외로운 할망구가 생긴 거라고! 당신도 똑같아! 당신 아들이 당신한테 존경심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을 것 같아?”“부소경이 당신을 아버지라
진문옥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시아버님 장례식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분명 이곳에서 부성웅과 제대로 한판 붙었을 것이다.그녀는 여전히 부성웅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을 뿐이었다. “부성웅! 당신이 한 그 더러운 짓들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당신이랑 고가령! 둘이 뭐 했어? 왜? 이제는 늙어빠진 할망구라 모를 줄 알았어?”“오늘 딱 말할게! 나 너무 잘 알아!”“단지 내가 늙어서, 자식도 없고 기댈 친정도 없어서 참고 있었을 뿐이야!”“일이 이 마당까지 왔으니 별수 없지. 외로운 할망구가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한테 죽임당해도 어쩔 수 없는 거지! 혈연 관계도 없는데, 죽어도 싸지!”“하지만 당신은? 하하하! 당신을 저주…”악랄하게 말하는 진문옥의 모습에 부성웅은 갑자기 망설여졌다.그녀가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인 것 같았다.하지만 그는 마음이 서지 않았다.“유리 아직 애야…” 그가 머뭇거리며 말했다.그의 말에 진문옥도 노파심에 거듭 충고를 했다. “아직 애니까 우리가 더 상대하기 쉬운 거야. 지금 신세희는 납치됐어.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볼 수 있지.”“그러니까 지금이 바로 소경이와 유리가 가장 약해질 타이밍이라는 거지.”“만약 유리를 잘 처리하고 김미정을 소경의 아내로 들이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거야. 나중에 애 낳고 하면 분명 김씨 집안도 우리한테 고마워할 걸?”“김씨 집안만 우리한테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 김미정도 엄청 고마워 할거야. 나중에 애가 생긴다면 우리가 그 아이의 가장 친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성웅 씨, 우리 나이가 얼만지 알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겠어?”“딱 한 번만 우리를 위해 살자. 안돼?”“…”늙은 아내의 말은 번번이 그의 마음을 두드렸다.사실 아내의 말이 다 맞았다.만약 신세희가 중간에서 분탕질만 하지 않았다면 그와 부소경 사이는 이렇게까지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다.소경이가 명문가 규수와 결혼했으면 아마 오늘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사실 부성웅은
“신경 안 써요! 애잖아요. 애랑 똑같이 굴면 되겠어요?” 김미정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아줌마가 널 눈 여겨보고 있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진문옥이 물었다.그녀의 말에 김미정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국내 제일 가문의 딸인걸요? 분수 이런 건 저도 잘 알아요. 전에는 부 대표님이랑 가까이할 기회가 없었고. 이제 기회가 생겼으니, 잘 활용해 봐야죠.”“가자.”“네, 아주머니.” 김미정은 마치 프리패스권이라도 얻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국내 제일 귀족인 그녀는 항상 주어진 기회가 남들보다 적었다.처음 몇 년은 귀족이라는 체면 때문에 남자들이 청혼을 해오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결국 몇 년 동안, 김씨 집안이 점 찍어 둔 남자들 중 그 누구도 먼저 그녀에게 청혼을 하지 않았다.그렇게 29살이 되었다.더 기다렸다가 정말 노처녀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신세희처럼 미천한 신분의 여자가 부소경에게 시집갈 기회가 생긴 건 다 신세희가 창년이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김미정도 해외에서 살긴 했지만, 그녀가 보내온 삶은 아주 칙칙한 삶이었다. 하지만 요즘 최여진은 7년 전의 일들을 그녀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신세희가 어떻게 부소경을 꼬셨는지, 어떻게 부소경에게 쫓겼는지, 또 어떻게 부소경에게 질척댔는지, 그러다 어떻게 부소경을 손에 넣었는지…최여진의 얘기를 듣던 김미정은 이내 한가지 결과에 도달하게 되었다.김씨네 집안은 체면을 너무 차리는 게 문제였다.김씨 가문은 이제 더 이상 200년 전처럼 하늘도 거스르는 제왕이 아니었다. 만약 김씨 집안 자식들이 계속 고상함을 유지하며 콧대만 치켜든다면 아마 좋은 물건들은 다 미천한 창년들에게 뺏기고 말 것이다.김미정은 신세희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청순한 외모에 회장기 없는 얼굴, 여자의 맛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이런 여자는 보기에만 도도하고 차갑지, 뒤로는 엄청 밝히는 창년이다.김미정은 이런 생각을 하며 빈소
“…”신유리는 달콤한 표정을 지으며 김미정을 쳐다보았다. “아줌마, 아줌마가 우리 아빠랑 사귀는 거 허락할게.”“…”방금까지 자기를 첩이라고 욕하던 아이의 태도가 갑자기 이렇게 바뀔 줄은 생각도 못했다.내가 부소경이랑 사귀는 걸 허락… 한다고?나도 감히 직설적으로 사귀자고 말 못 해서 옆에서 빈소를 지키겠다고 돌려 말했는데.여섯 살짜리 악마의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든 거지?못된 생각밖에 없나 보다!미천하고 저급한게 자기 엄마랑 아주 똑같아!어쩐지,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이 아이를 처리하고 싶어 하더라니.역시나 못됐어!김미정은 속으로 냉소했다.못돼 봤자 여섯 살짜리 애였다.설마 29살이나 된 성인 여자보다 생각이 많겠어?아 맞다!방금 사모님이 그랬는데! 얘가 전에 반호영한테 납치됐었는데 결국 혼자 도망쳐 나왔다고! 먼저 납치된 곳에서 유치원으로 돌아간 다음에 다시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갔다고!여섯살 짜리 아이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유리가 차에서 내려 솜사탕을 산 곳과 유리의 집은 무척이나 가까웠다.유리는 이 사실 하나로 자기가 똑똑한 줄 착각하고 있었다.김미정은 조금도 내색하지 않으며 유리에게 말했다. “고마워, 우리 어린이. 사실은 방금 유리가 날 오해했던 거야. 난 그냥 부씨 집안 사람들의 친구야. 가족끼리 쭉 알고 지냈어. 그러니 너의 증조할아버지는 내 할아버지도 되는 거지. 그래서 너네 아빠랑 여기서 빈소를 지키겠다고 한 거야. 자식의 도리를 지키는 건 당연한 거잖아.”“너네 아빠랑 사귀는 건…” 김미정은 말을 하다 말았다.그녀는 몰래 부소경을 흘겨보았다.하지만 부소경의 시선은 그녀에게 멈춰있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부소경은 부태성에게 절을 올리며 깊은 고민에 잠겨있었다.그 모습이 김미정의 눈에는 부소경이 자기 세상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였다.맞다. 부소경은 지금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자기와 함께 빈소를 지키겠다는 김미정의 말이 그를 7년 전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7년 전, 여전히 이 저택
신유리는 단번에 김미정의 팔을 낚아챘다. “아줌마, 아줌마한테만 알려줄게. 사실 우리 아빠, 지금 기분이 엄청 안 좋아. 엄청 나빠.”“왜?” 김미정이 대답했다.사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분명 아내가 납치된 일 때문이겠지.“아줌마, 이리로 가까이 와봐.” 신유리는 낮은 목소리로 김미정을 불렀다.김미정은 유리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신유리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줌마, 그거 알아? 우리 엄마 뺏어간 남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아빠 쌍둥이 동생인 거? 유리 삼촌이야. 전에 가성섬에 갔을 때부터 호영 삼촌이 우리 엄마를 줄곧 좋아하고 있었어.”“사실, 우리 엄마도…”신유리는 갑자기 하던 말을 멈추었다.신유리의 작은 머리는 점점 더 아래로 떨어졌다.“너네 엄마가 왜?” 김미정이 물었다.“아… 아니야!” 그녀의 말에 신유리는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김미정을 쳐다보았다. “미정 아줌마, 아빠가 오늘 정말 기분이 무지무지 안 좋거든? 아줌마가 우리 아빠 친구라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아줌마가 우리 아빠 좀 위로해 주면 안 될까?”“아까는 내가 미안했어. 아줌마한테 그렇게 나쁘게 말하면 안 됐는데.”“난 그냥… 아줌마가 우리 엄마 자리 뺏을까 봐 무서워서 그랬어.”“하지만… 하지만 난 그것보다 우리 아빠가 더 걱정돼…”“아줌마, 나 뭐 좀 부탁하면 안 될까… 딱 하나만 부탁할게. 응?”신유리는 고개를 들더니, 무척이나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김미정을 쳐다보았다.김미정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인데? 말해봐.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뭐든 도울게.”어린아이 하나 내 편으로 만드는 거, 뭐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네!김미정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었다.“아줌마, 우리 엄마가 없을 때만 우리 아빠 옆에 있어주면 안 될까? 우리 엄마가 다시 돌아오면 그땐… 우리 아빠 다시 우리 엄마한테 돌려줘. 그래도 될까? 만약 내 말에 동의하면 나… 다시는 아줌마 첩이라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