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노인이 상대를 물색하고 있을 때 마을에 금방 퇴직한 중학교 교사가 있었다.아내와 사별하고 자식들은 다 각자 가정을 이루었기에 그 교사는 같이 살 동반자를 고민하고 있었다.그렇게 목적이 비슷한 두 사람이 결합했다.노인은 어린 손자를 데리고 동영신의 집으로 들어갔다.하지만 그 집으로 들어간 뒤에야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동거 첫날밤, 동영신이 말했다.“매달 손자 분유값은 줄 수 있어. 하지만 딱 거기까지야. 당신이 불쌍해서 주는 돈이니까 더 이상 욕심부리지 마. 아들이 출소하면 손자는 내보내야 해.”그때 당시 갈곳이 아예 없었던 노인은 있을 곳을 마련한 것만으로 기뻐해야 했기에 흔쾌히 동의했다.“고마워요. 우리가 살 곳을 내줘서 정말 고마워요.”“당신도 잘 들어. 난 원래 무식한 여자 안 좋아해. 학력도 없는 시골 여편네가 나 같은 교육가를 만난 걸 영광으로 생각해. 앞으로 여기가 당신 집이야. 집안일은 당신이 다 알아서 해!”동영신은 명령하듯 말했고 노인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저 집안일 잘해요. 분명 만족하실 거예요.”그렇게 간단한 소통을 마치고 두 사람은 결혼식도 없이 혼인신고만 했다.결혼한 뒤로 그녀는 매일 집안 청소를 하고 늙은 교사를 돌보는 일을 했다. 그때 노인의 나이는 고작 40대밖에 되지 않았기에 동영신이 원할 때면 가끔 성관계도 해줘야 했다.처음에 동영신은 아내가 한 밥이 맛없다며 매일 구박했다.그렇게 2년 정도가 흐르고 노인은 그럭저럭 동영신의 입맛을 맞출 수 있었다.동영신이 매달 노인에게 주는 손자 분유값은 고작 30만원이 전부였다.그 돈으로 분유를 제외하면 옷도, 기저귀도 사줄 수 없었다.평소에 노인은 장을 보면서 생활비를 관리했지만 그 돈은 동영신이 장부를 철저하게 확인했기에 한푼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가끔 동영신의 자식들이 본가에 방문하고는 했는데 그들도 장부를 수시로 확인했다.노인은 자녀들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속상했지만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어린
그 말을 들은 노인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함께 산 세월 10년!가정부처럼 집안일을 한 세월이 10년이었고 그 시간동안 동영신을 정성스럽게 보살폈다.손자의 학비를 달라고 한 것도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되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동영신은 한푼도 주지 않겠다고 하면서 폭행까지 서슴지 않았다.그렇게 때리고 욕하던 동영신은 노인을 바깥에 끌고 나가더니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창피를 주었다.“여러분들이 좀 말해봐요! 이 여자 정말 흡혈귀 같지 않아요? 난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이 여자의 어린 손자를 여태 먹여주고 키워줬어요! 그리고 오갈데 없는 이 여자에게 살 집을 마련해 줬죠! 변변한 직장도 없고 퇴직금도 없어요! 손자를 키운 비용은 다 내가 책임졌다고요! 그렇게 10년을 보살폈어요! 도대체 난 언제까지 지갑 취급을 당해야 합니까!”동영신은 씩씩거리며 사람들에게 소리쳤다.이웃들은 모두가 노인을 비난했다.“정말 너무하네.”“당신 같은 사람들을 남편 등쳐먹는 흡혈귀라고 하는 거야!”“그래서 시골 여자는 집에 들이는 게 아니라니까요. 아무런 수입도 없잖아요.”“동 선생님, 같은 교사나 만나지 왜 저런 여자를 집에 들였어요?”그렇게 소란스러운 가운데, 동영신의 자식들이 본가에 왔다.그들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고 미친듯이 노인을 비난했다.“아줌마, 도대체 뭘 했기에 아빠가 이렇게 화를 내요?”“있을 곳을 내어주고 배불리 먹고 편하게 잠잘 수 있게 해줬더니 이제 아무 연고도 없는 아줌마 손자까지 우리가 책임져야 해요? 어떻게 우리 아버지한테 이럴 수 있어요!”“됐어! 저런 여자한테 무슨 예의를 갖춰? 여기서 살기 싫으면 당장 꺼져!”남편의 자식들에게까지 이렇게 모욕적인 욕을 먹으니 노인은 순간 울컥하며 눈물이 흘렀다.“난… 너희들 아버지와 10년을 같이 산 부부야! 우린 같은 침대에서 10년을 같이 잠을 잤다고. 너희들 출산할 때도 가서 산후조리를 도왔고 너희들 아이에게는 매년 세배돈도 줬어. 난 너희를
“당연하지! 자꾸 딴 생각을 하니까 손에 뭘 쥐여줄 수가 없어!”“욕심이 과한 거지!”“아니, 내가 뭘 잘못했어? 내 퇴직금으로 생활하고 내 집에서 생활하면서 내 자식들을 챙기는 건 당연한 거지. 내가 그 여자 손자까지 챙겨야 해?”“누가 아니래? 못 배운 여자라서 욕심만 많고 이기적이야!”“혼내야지 뭐!”“남편 무서운 거 보여주려면 매를 들어야 해! 그래야 앞으로 다시 안 기어올라!”“저거 봐, 한 대 맞으니까 얌전히 주방으로 들어갔잖아. 저 여자 자네 못 떠나. 어딜 가겠어? 손자 데리고 길거리 생활할 거야?”“주제도 모르고!”그들은 노인이 듣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노인도 묵묵히 할 일만 했다.그날 밤, 노인은 평소처럼 동영신을 위해 족욕물을 준비했고 직접 마사지까지 해주었다.모든 게 평소와 다름없었다.다음 날, 자식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동영신도 운동하러 공원으로 나간 사이에 노인은 집에 있는 현금을 전부 뒤져서 천만 원을 찾아냈다.노인은 천만 원을 가방에 넣고 손자가 입학할 학교에 찾아갔다.학교에서 먹고 잘 수 있는 기숙학교였다.학교에서 나온 노인은 서글픈 얼굴로 건물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우리 아가, 할머니가 미안해. 학교에서 사고 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4년만 버텨. 그러면 네 아빠가 출소하니까.”“아빠가 널 보살펴 줄 거야. 아가, 꼭 사고 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 해. 네 아빠가 출소하면 일해서 너 대학까지 보내줄 수도 있어. 아빠처럼 백정으로 살지 말고 꼭 출세해!”“이제 다시는 못 보겠네. 우리 아가. 네가 알아서 잘 살아야 해.”노인은 손자의 학교 대문 앞에서 서글픈 눈물을 흘렸다.한참을 그렇게 울다가 노인은 강가에 가서 세수를 하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집으로 돌아갔다.동영신은 집에 돌아온 노인을 보고 혐오스럽다는 듯이 시비를 걸었다.“또 어딜 나갔다 온 거야? 점심도 안 준비하고! 내가 배달 음식까지 시켜 먹어야겠어?”“배달 음식 기름기만 많고 몸에 안 좋은 거 몰
갑작스러운 통보에 동영신은 많이 당황했다.그는 뚫어지게 아내를 쳐다보며 화를 냈다.“이 망할 여자가 점점 기어오르네? 내 이년을 당장….”그가 또 매를 들려고 돌아서는데 노인의 손에 칼이 들려 있었다.“왜? 또 때리려고? 나 백정 아들을 둔 여자야! 칼질은 자신 있어!”노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동영신을 바라보았다.순간 동영신은 겁에 질려 꼼짝도 할 수 없었다.노인이 이렇게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방으로 돌아가서 짐을 정리했다.낡은 자루 하나가 전부였다.“자루 안에 옷 말고 아무것도 없어.”말을 마친 노인은 그 집을 나왔다.동영신이 노인을 주민들 앞에서 망신줄 때, 노인은 도둑질을 해서라도 손자를 학교에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감옥에 가는 건 두렵지 않았다.그 집을 나온 노인은 가잔 싼 모텔로 들어갔다.다음 날, 그녀는 구청 앞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지만 동영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노인은 어쩔 수 없이 동영신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이혼서류 접수하기로 했잖아!”수회기 너머로 긴장한 듯한 동영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 나랑 이혼할 거야?”“그럼 장난이겠어?”노인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동영신이 물었다.“나랑 이혼하면 당신 갈 곳도 없잖아! 왜 이렇게 객기를 부려!”“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지?”노인의 질문에 동영신은 말문이 막혔다.노인은 계속해서 말했다.“당신 이혼서류 접수하러 오지 않으면 법원에 정식으로 이혼소송 신청할 거야. 어차피 그렇게 별거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이혼한 게 되겠지.”말을 마친 노인은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그러자 동영신에게서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당신… 조금만 더 고민해 봐. 지나간 건 다 용서해 줄게. 돌아와서 잘못했다고 빌면 다시 받아줄게.”노인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이봐, 동 선생! 지금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거야? 당신 똑똑하다며? 내가 당신을 버린 거야! 짐은 이미 가지고 나왔으니 구청에서 만나자고 했잖아!”“난 그 집에 들어가서 당신에게 용
“좋아.”노인은 웃으며 말했다.“말하라고 하면 내가 못할 것 같아?”“우린 부부로 10년을 같이 살았어. 10년 동안 난 당신 자식을 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챙겨줬어. 그런데 당신은 내 손자한테 관심 한번 준 적 있어? 당신 자식만 자식이고 내 손자는 자식 아니야?”“당신이 손자들한테 매달 옷 사주고 간식 사주고 용돈 주는데 들어간 돈이 얼마지? 아마 백만 원은 넘을걸?”“그런데 나는? 내 하나뿐인 손자는? 결혼하고 첫해에 매달 분유값 30만원 준 거 빼고 옷 한벌 사준 적 있어? 내 손자는 옷이 없어서 이웃들이 버린 거 주워 입었어!”“동영신, 양심이 있으면 생각해 봐. 당신이 내 하나뿐인 손자한테 어떻게 했는지!”“이 여편네야! 그건 너무 억지지!”동영신은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는 구청 안에 민원을 신청하러 온 사람들을 둘러보고는 노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사람들 다 듣고 있는데서 제대로 말해 봐! 우린 둘 다 두 번째 결혼이야. 각자 자식이 있지! 당신은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손자만 달랑 데리고 내 집에 들어왔어.”“그걸 가지고 내가 뭐라고 불만을 표현한 적 있어? 난 당신이랑 결혼했지 당신 가족이랑 결혼한 거 아니야!”“당신 하나 챙기는 것도 벅차! 그런데 당신 가족까지 챙기라고? 사람들한테 물어봐! 누가 잘못했는지!”구청 로비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그들을 바라보았다.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고개를 흔들며 나가버렸다.어차피 그들의 집안일이었고 그것에 대해 사람들은 평가하지 않았다.노인의 옆에는 동영신의 후배 교사가 있었다.여 교사는 당연히 동영신 편을 들었다.“아주머니, 솔직히 이건 아니죠! 두 분 다 두 번째 결혼이잖아요! 동 선생님은 퇴직금도 있고 연금도 있으니까 그 돈으로 자식을 챙기는 건 당연해요. 동 선생님이 아주머니 가족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잖아요!”“애초에 분유값을 대준 것도 많이 양보한 거죠. 동 선생님이 착하다고 그렇게 선을 넘는 건 아니죠!”“손자 학비 안 대줬다고 이혼을 해요
고개를 든 직원은 그들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협의 이혼 아닌가요? 위자료 문제도 있어요?”동영신은 당당하게 말했다.“당연히 위자료 받아야죠! 이 여자는 맨몸으로 우리 집에서 10년을 공짜로 먹고 살았다니까요? 난 혼자 이 여자의 손자 양육비까지 부담해야 했어요!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위자료 4억은 싸게 친 거죠!”구청 직원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이게 사실인가요?”노인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이 세상에 그녀의 편에 서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걸까?구청에서도 얘기를 안 들어주면 기둥에 머리를 박고 죽고 싶었다.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여러분은 법에 대해 잘 아니까 한번 묻고 싶어요. 우린 결혼한 부부예요. 그럼 가족 아닌가요?”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가족이면 왜 굳이 네 것, 내 것을 따져야 하죠? 난 이 사람과 같이 10년을 살았어요. 그럼 이 사람 집이 내 집 아닌가요?”“그건 아니지! 집은 결혼 전에 장만했으니까 그건 혼전 재산이야!”누가 교사 아니랄까 봐 법을 잘 알았다.직원이 노인에게 말했다.“혼전 재산이면 아주머니랑 아무 상관이 없어요.”노인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가 재산을 분할해 달라고 했나요?”직원과 동영신은 황당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아무도 답이 없자 노인은 서글픈 표정으로 말했다.“난 당신과 같이 10년을 살았어. 부동산은 혼전 재산인 거 나도 알아! 그래서 재산 분할해 달라고 한 적 없어. 부동산이 아니라 다른 재산도 관심없어.”“난 맨몸으로 나가겠다는 거야! 어제 짐 싸서 나가는 거 봤잖아? 맨몸으로 나가겠다고!”“맨몸으로 나가라고 한 적 없어. 난 이혼하고 싶지 않아. 앞으로도 그냥 우리 집에서 살아. 우리 결혼한지 10년이야. 이 나이에 꼭 이혼을 해야겠어? 사람들이 비웃어! 내가 언제 맨몸으로 나가라고 했어? 난 그냥 당신 아들이랑 손자까지 책임지고 싶지 않다고 했을 뿐이야. 당신만 마음 돌리면 우리 가족 평생 행복하게
“그런데 내 손자 학교 보낼 돈이 없어요. 저 인간은 내 손자를 책임질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고요.”“정말 후회해요. 내 나이 고작 50대 중반인데 가정부를 하겠다고 해도 받아줄 곳이 있을 거예요. 이혼하면 숙식 제공하는 일자리를 찾아 손자를 위해 적금도 들고 대학까지 보내려고 했어요. 내가 뭘 잘못했죠?”“난 그냥 저 인간이랑 살기 싫어요. 그것도 안 되나요?”직원은 충격에 빠진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그러니까 빨리 이혼서류 접수해 줘요!”노인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어르신!”잠시 후, 직원은 동영신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르신은 전에 교사로 근무했었죠?”“맞아요! 난 배운 사람이라 말이 통하니까 뭐든 말해요!”동영신은 노인을 째려보고는 직원에게 말했다.“그럼 한 달 수입은 어떻게 되나요?”“5년 전에는 매달 100만원씩 연금이 나왔는데 지금은 150만원 정도 나와요. 퇴직금도 있어서 생활에 부담은 없어요.”“어르신, 부동산과 다른 재산은 혼전 재산이고 아내분께서 가져가실 수도 없어요. 하지만 결혼하고 생긴 소득은 그날부터 계산해서 분할해야죠. 5년 전까지 100만 원을 받았으면 그 절반을 아내분께 주셔야 하고요 나중에 소득이 150만 원으로 늘었으니 그것도 계산하면 7500만 원을 아내분께 드려야 해요. 부부가 된 뒤로 생기는 소득은 두 사람 몫이니까요.”직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동영신에게 말했다.동영신은 큰 충격을 받은 듯,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참이 지난 뒤, 그는 갑자기 화를 버럭 냈다.“저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요! 그건 내 돈이라고요!”직원은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두 분이 결혼을 하셨으니까요!”“난 싫어요!”직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싫으시다면 법원에 소송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어르신은 아내분께 7500만원을 지급하셔야 하고 만약 법정 싸움에서 지면 소송비용도 어르신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동영신은 뒷목 잡고
“정말 잘 생각하고 내린 결론인가요? 이 많은 돈을 왜 그냥 포기해요?”직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노인은 돈만 밝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직원이 공정하게 처리해 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노인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생각을 정리했다. 홀로 손자를 키우려면 재산 분할로 받을 돈이 필요하지만 동영신이 정말 그대로 이행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노인은 긴 소송을 하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동영신은 전직 교사 출신이라 주변에 든든한 인맥도 있으니 재판이 그에게 더 유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었다.그에 비해 노인은 감옥에 간 아들 외에 마땅히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그래서 자신이 재산분할을 원한다고 해도 그 돈을 받을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어차피 받지도 못할 돈이니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노인이 바라는 건 빨리 이혼을 마무리하고 이 집과 연을 끊는 일이었다.그래야 열심히 일해서 손자의 학원비라도 보탤 수 있었다.그리고 자신이 몰래 가져간 돈이 절도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노인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돈은 필요 없어요! 지금은 당장 저 인간이랑 이혼하고 싶어요!”직원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지금 처리해 드릴게요.”말을 마친 직원은 동영신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르신, 신분증이랑 호적등본 주시죠. 이혼 절차 처리해 드리겠습니다.”“싫어! 난 이혼 안 해! 우리… 다시 상의해 보자….”동영신은 많이 당황한 모습이었다.사실 10년을 같이 살면서 이미 아내의 보살핌과 내조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었다.열 살 연하인 그의 아내는 결혼할 때 고작 40대 중반이었고 젊었다. 그때는 여자가 절실히 필요했고 외모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어린 여자를 아내로 맞았다. 아내는 집안 일도 잘했고 온순하고 순종적이었다.돈을 안 주면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굳이 옷을 사주지 않아도 다른 여자들처럼 떼를 쓰지도 않았다.매일 정해진 금액으로 장을 보고 낭비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장부도 착실하게 작성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