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아.”이때, 고윤희가 촉촉이 젖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왜?”“어머니가...”지금 그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얼마나 좋지 않은 시기인지 잘 알고 있다.하지만 그와 함께 서울로 가겠다고 한 이유가 바로 어머니 때문이지 않은가?구경민은 잘 알고 있으면서 물었다.“어머니가, 왜? 무슨 일 있으셔?”고윤희는 구경민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반문했다.“구경민, 네가 나를 찾아온 건 나한테 미안하고, 나를 잊지 못해서 다시 찾아온 거 맞아?”“그래.”“나를 진짜 많이 좋아하는 거 맞지?”“윤희야, 이 세상 누구도 나한테서 너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네가 내 곁을 떠나고 나니까 알겠더라. 네가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고윤희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하는 중이었던 주광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주광수와 구경민은 고윤희가 왜 갑자기 돌아왔는지 잘 알고 있다.그는 마음속으로 감개무량하며 생각했다.‘사모님 마음이 뜨거운 사람인 건 인정해야 돼.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대표님의 곁에 직접 달려온 것도 모자라 먼저 입을 맞추다니.’“윤희야, 지금은 아닌 것 같아. 너 몸도 불편하고 그리고...”구경민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창밖을 바라보고 운전을 하는 주광수를 가리켰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릴 지켜보고 있어. 집에 돌아가면 우리 둘한테 주어진 시간이 아주 많아.”구경민은 그녀의 귓불을 깨물며 말했다.하지만 고윤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다.“경민아. 구경민. 나 진짜 너를 사랑해.”“알아.”“그러니까 우리 어머니 좀 구해줄 수 있어?”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목적을 입 밖으로 꺼냈다.“그래, 어머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어? 이제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구해줄 테니까.”그녀의 어머니는 지금 벤에 앉아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다. 고윤희가 그를 찾아온 건 한진수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걸 알고 있다.구경민은 마음이 쓸쓸해지는 것을 참을 수
“대표님, 살려주세요!” 진주아는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그녀는 아무 능력도 없어 보이는 임산부가 구경민의 정부였을 줄 꿈에도 몰랐다.하지만, 구경민은 진주아의 애원에도 주광수를 보며 물었다.“지난번에, 그 사람들 어디에 매장했지?”“대표님, 서쪽 산에...”“구경민!”그때, 고윤희가 구경민의 이름을 부르자, 구경민은 부드러운 얼굴로 고윤희를 돌아보았다.“우리 윤희, 왜?”고윤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하유권 집에 있을 때, 모든 사람이 나를 괴롭혔던 건 맞아. 하지만, 이 여자가 건넨 빵에 살 수 있었던 것도 맞아. 내가 살려달라고 했을 때, 나를 구해주지 않았지만 우리 두 사람 사이에 깊은 원한은 없어.”“네가 나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건 원하지 않아.”고윤희는 잠시 멈칫하다 계속 말했다.“다방에서 나한테 화를 낸 여자도 이제 그만 생각할래. 난 지금 그저 우리 어머니만 빨리 만났으면 좋겠어.”“그래, 네 말대로 할게.”그리고 밖에서 몸을 벌벌 떠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 아내한테 고맙게 생각해. 내 아내가 착해 너희들을 용서해 준거니까.”“광수야, 운전해.”“네.”주광수는 치에 시동을 걸고 빠른 속도로 자리를 빠져나왔다.진주아는 이미 다방 문밖에서 바닥에 쓰러졌고, 고윤희를 책망하던 여자는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조아렸다.“감사합니다! 사모님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지만 고윤희는 그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없다.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구경민이 그녀의 어머니를 살려주겠다고 했으니. 어머니도 괜찮을 거다. 어머니 심장 수술은 서울로 모셔와 제일 좋은 병원에서 수술할 예정이었기에 모든 근심이 사라졌다. 한순간에 모든 긴장이 풀려버린 그녀는 구경민의 품에서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구경민은 그녀가 아이처럼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4개월 동안, 그녀에게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뱃속의 아이는 무럭무럭
양쪽의 측층산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구경민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멈춰!”날이 막 어슴푸레 밝아오고 있는 새벽이다.달리는 차에서 고윤희는 잠에서 깨질 않았다. 구경민은 품에 안고 있던 고윤희를 천천히 시트에 내려놓고 지켜주었다.주광수도 그런 고윤희가 안쓰러워 몇 번이나 뒤돌아 보았다. ‘사모님이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으면... 대표님의 선택이 맞았어. 사모님을 더 이상 밖에 내버려 두면 안 돼. 대표님이 위험한 수단을 쓴 건 맞지만, 모두 사모님을 위한 일이에요. 사모님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우리 대표님 버리지 말아 주세요.’그 시각, 차는 이미 산 중턱에 도착했고, 구경민은 곤히 잠든 고윤희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세상모르고 자는 고윤희는 달콤한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그녀는 10살이 어린 25살이었고, 구경민과 함께였다.구경민은 군복을 입고 있었으며 매우 늠름한 자태였다.두 사람은 20대였지만 이미 알콩달콩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고, 자신이 임신을 하고 아이의 얼굴까지 보았다.어찌나 아름답고 달콤한 꿈이었는지,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으나 그녀의 얼굴에 직사하는 햇빛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힘겹게 눈을 떴다.금방 잠에서 깬 그녀는 정신이 흐리멍덩해 다시 눈을 감았다.한참 눈을 감아도 자신이 어디에 누워있는지 알 수 없어 그 작은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여긴 어디지? 주대규의 저택? 하유권의 별채? 어딜까?’고윤희는 멍하니 눈을 감고 있다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그제야 자신이 구경민의 차에 있다는 것을 알고 구경민을 돌아보았다.구경민은 자신의 왼쪽 팔을 주무르며 잠에서 깬 고윤희를 쳐다보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경민아, 어디 다쳤어?”그녀의 물음에 구경민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했다.“팔베개를 너무 오래 해줘서, 쥐난 거 같아.”그의 말에 고윤희의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손을 만지작거렸다.“여... 여긴 어디야?”구경민은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리더니 고윤희를 번쩍 안아들었다. 고윤희는 낯선
고윤희는 자신이 잠깐 잠든 사이 이미 한진수가 죽은 장소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한진수가 죽은 지 이제 한 달이 넘었다.시체가 아직 남아있긴 한 걸까?고윤희는 한진수가 죽은 산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두어 걸음 뗐을 때, 구경민이 그녀의 어깨를 슬며시 잡고 말했다.“천천히 가. 그러다 다쳐.”그는 고윤희의 팔을 꽉 잡고 천천히 산으로 향했다.하지만 고윤희는 한시라도 빨리 달려가고 싶었다.그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울음소리가 들렸다.어머니의 목소리다...“이 늙은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져서 손주도 잃고, 아들도 잃는 게야... 아들아, 엄마가 늦어서 미안해.”어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왜 내가 너 대신 죽지 못했을까...”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고윤희는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고윤희가 본 것이 맞다면 그들 앞에는 관이 하나 놓여있었다.어머니는 관에 엎드려 실성하듯이 울음을 터뜨렸다.“어머니!”어머니를 발견한 고윤희가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갔다.노부인도 고윤희를 발견하고 두 팔을 활짝 벌려 안아주었다.“윤희야, 나는 이번 생에 너를 못 보는 줄 알았어.”“어머니, 우리 이제 살 수 있어요. 어머니 남은 인생 제가 책임질게요. 제 뱃속에 있는 아이도 어머니의 손주와 같아요. 그러니 어머니, 더 이상 죽으려 하지 마세요. 어머니까지 죽으면 저는 어떡해요? 저 혼자 어떻게 살아요...”고윤희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애원했다.노부인은 눈에서 눈물이 마구 흘러내리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윤희야, 진수가...”고윤희는 관에 누워있는 한진수의 시체가 조금도 부패되지 않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때, 책임자가 구경민에게 다가와 말했다.“대표님, 영하 20도인 날씨에 동물들은 이미 동면을 하러 들어갔고, 20년 전에는 늑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늑대도 만나기 어렵습니다. 시체는 조금도 부패되지 않았지만, 얼어버렸습니다.”구경
서울에서 제일 잘나가는 회사 대표가 자신에게 어머니라고 부르자 노부인은 깜짝 놀랐다.구경민이 이토록 구김살이 없는 사람인 줄 그녀도 처음 알았다.아들을 잃은 슬픔이 구경민의 말 한마디에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다.고윤희도 그런 구경민을 힐끗 쳐다보았다.구경민은 기회를 잡고 고윤희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윤희야, 이제 그만 자. 그동안 제대로 자지도 못했잖아. 엄마가 곁에서 지켜볼 테니까 편히 눈 감도 자도 돼.”노부인은 아이를 달래듯이 고윤희를 달래며 말했다.고윤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어머니의 곁에 누워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눈을 감았다.막 잠에 들려고 할 때, 고윤희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자동차에 있는 간이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구경민을 보며 말했다.“경민아, 고마워. 어머니 심장...”“걱정하지 마. 서울에서 제일 잘하는 의사로 예약했어. 도착하면 바로 수술할 수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쉬어.”구경민은 쌀쌀맞게 말했다. 그러자 고윤희는 다시 침대에 누워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눈을 감았다.“그래...”“이제 그만 자.”“알았어...”고윤희는 빠르게 잠이 들었다.해만 현에서 서울까지 꼬박 하루가 걸려 도착했다.구경민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진수의 시체를 처리하고 좋은 묘지를 찾아 묻어주었다.허허벌판에서 언제 짐승들의 공격을 받을지 몰라 가만히 누워있던 한진수에게도 드디어 무덤이 생겼다.비석 앞에서 고윤희와 노부인은 흐느끼며 울었다.한진수의 장례를 모두 치르고 구경민은 고윤희를 옆자리에 태우고 직접 운전해 집으로 돌아왔다.4개월 만이다.다시 구씨 가문으로 돌아온 고윤희는 이곳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예전에도 고윤희는 자신이 구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구경민과 함께 있는 곳이 그녀의 집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구경민이 그동안 자신을 얼마나 힘들게 찾았는지 알고 있다.하지만, 마음만은 예전 같지 않다.두 사람 사이에
“뭐, 뭐라고?”구자현은 고윤희가 하는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아버지와 큰 아버지의 사이가 좋지 않아도, 구자현은 구씨 어르신의 사랑을 받는 손녀이다.구경민의 사촌 여동생!웃는 얼굴로 고윤희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더니, 꺼지라고?하! 7,8년 전까지만 해도 구자현은 고윤희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구씨 가문, 아니 서울에서 구경민이 고윤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고윤희는 구경민의 성욕을 해소해 주는 도구일 뿐! 서울에서 파티가 열리는 날, 구자현은 서울에서 잘나가는 가문의 자녀들한테 약속을 했다.“두고 봐, 고윤희가 우리 오빠한테 버려지는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우리 오빠가 최여진과 결혼 못 하게 되면, 너한테 우리 오빠를 소개해 줄게.”그 말 한마디로 구자현은 재벌 가문 자녀들의 우상이 되었다.그녀의 아버지 구성훈은 구경민에게 밀려 더 이상 구씨 가문에 설자리가 없었다.하는 수없이 가성 섬에 있는 반씨 가문과 손을 잡았지만, 부소경을 이기지 못했다.부소경과 구경민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로 부소경이 구경민을 도와주자 구자현의 가문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구성훈은 남성에 있는 서씨 어르신의 도움을 받고 싶어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서씨 어르신은 자신의 친딸을 찾은 후, 더 이상 속세에 관심이 없다고 떠났다.이제 구성훈 가족이 믿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구자현은 해외에 있는 최여진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여 구경민과 다시 잘 만나게 할 심산이었다. 그러면, 구성훈도 다시 구씨 가문에 설자리가 있어 구경민의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구경민은 이제 더 이상 최여진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최여진은 다시 국내로 돌아온 후,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을 했으며, 매일 기상천외한 일로 사람들을 놀래켰다.구경민이 그녀의 편을 들어줄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이미 최여진에게 마음이 떠난 후였다.아버지가 그녀를 반호영에게 소개해 주지 않았다면, 최여진은 구경민의
“구자현! 나 한번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야. 이 세상에 남은 미련 따위 없어. 아이도 더 이상 갖고 싶지 않아. 내가 너를 무서워할 것 같아?” 고윤희는 구자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꺼져!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너만 보면 토가 쏠려 미치겠으니까. 어느 날 내가 구경민의 머리맡에 있는 총으로 너를 쏴버릴지도 몰라.”고윤희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구자현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왜? 내가 진짜 하지 못할 것 같아?”“아...”구자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왔던 방향으로 달려갔다.고윤희는 그녀의 뒷모습을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봤다.별것도 아닌 아닌 여자 하나 때문에 죽을 뻔한 것도 모자라 한진수까지 죽게 만들었다.구경민과 함께 구씨 가문에 돌아왔지만, 무서울 게 없다. 그녀가 구씨 가문의 모든 가족들은 존중할 때는 그가 구경민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는 구경민에게 미련도, 사랑도 없다.더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참지 않을 것이다.고윤희가 다시 저택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구자현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구경민을 불렀다.“오빠!”구경민은 눈살을 찌푸리고 구자현을 돌아보았다.“아이 때문에 참고 있는 거야? 고윤희가 나한테 꺼지라고 하는 것도 모자라 오빠를 등에 업고 모든 사람을 무시하고 있어! 진짜 하나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구경민은 담담한 표정으로 구자현을 쳐다보며 말했다.“자현아, 내가 진짜 모르는 것 같아? 윤희가 밖에서 그동안 힘들게 지내게 된 원인도 절반은 너한테 있어.”“오빠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윤희가 너더러 꺼지라는 말 못 들었어?”“윤희 뱃속에 있는 아이, 내 아이야. 윤희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고 했어. 네가 윤희의 심기를 건드려 아이가 죽길 바랄 뿐이지. 그런데 자현아. 윤희 뱃속에 있는 아이 내 아이야. 만약...”구경민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구자현은 서둘러 사과하며 말했다.“오빠, 미안해. 모두 내 잘못이야...”구경민이 아이 때문에 고윤희를 데려온 것이 아니라
구자현은 깜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너 누구야?”전화기 너머에서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살, 살려줘...”“여진이야?”최연진은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겨우 대답할 수 있었다.“너, 반호영이랑 함께 있다고 하지 않았어? 반호영의 아이까지 임신했다며. 그런데 목소리가 왜 이래?”구자현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최여진은 현재 감옥 같은 곳에 갇혀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절대 반호영의 품으로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다.자신이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을 들으면 반호영이 그녀를 잘 아껴줄 거라 생각했던 기대와 달리, 그는 위험하고 사나운 사람이었다.반호영은 3개월 전, 부성웅과 진문옥의 관재 비용으로 남성에서 서울로 돌아가고, 구성훈에 의해 해외로 출국했다. 부성웅은 반호영을 서방 국가로 보낸 뒤, 그의 재능을 이용해 서방국가에서 지내라고 했다하지만, 반호영은 중도에 노선을 변경했다.그는 서방 국가로 가지 않고 중동으로 떠났다.중동은 내전이 심해, 보통 사람들은 그곳으로 가지 않겠지만, 대담하고 세심하면서도 자신의 목숨조차 아깝지 않은 반호영에게 내전이 자주 일어나는 중동은 그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안목이 뛰어난 그는 가까운 국경 섬에 정착하고, 부성웅이 그에게 준 돈으로 섬을 사들였다.이 작은 섬은 그의 버팀목이 되었고, 바다와 가까워 자신의 군사들을 잘만 훈련시키면 앞으로 그의 세상이 될 날이 다가온다고 굳게 믿었다.반호영은 섬을 관리하는데 충분한 능력을 갖추었다.가성 섬에서 지낼 때, 그의 큰형님은 섬을 관리할 능력이 없어 실질적인 업무는 반호영이 직접 처리했다.지금은 섬만 바꾸어진 것뿐이다.그의 실질적인 업무 능력은 여전히 뛰어났고, 총명하고 사나운 성격이었다. 반호영은 곧 큰 장사를 시작하고, 능력이 뛰어난 대원들을 물색했다. 대원들은 어렸을 때부터 내전을 겪어온 사람들로 전쟁이라면 치를 떨었지만 반호영이 그들에게 건넨 조건에 매우 흡족한 대원들은 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