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할 줄 아는 건 피아노 연주였지만 연주 할 줄만 알 뿐, 학생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도 못 먹여 살리면서 때때로 서씨 가문 사람들의 수색을 피해야 했다. 그때, 서진희는 서씨 가문 사람들이 자신을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고, 자신을 찾더라도 사지로 몰아넣을 거라고 생각했다. 서진희는 정말 갈 곳이 없었다. 그녀에게 방법이 있었더라면, 딸을 임지강에게 데려오지 않았을 테다. 그녀는 아이를 친 아빠에게 데려다주면 그렇게 모진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아이가 교육을 받고, 대학을 가면, 앞으로 이 도시에서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고, 그러면 아이는 3대째 이어질 수 있는 이 불행을 끝낼 수 있을 테다. 서진희는 저 멀리 쭈그려 앉아있는 신세희에게 다가가서 온화하게 말했다. “세희야, 임씨 아저씨는 엄마 친구야. 앞으로 아저씨네 집에서 살게 될 거고, 엄마가 매달마다 생활비 보내줄게. 아저씨는 너가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줄 거고, 너가 대학도 다닐 수 있게 해주실 거니까, 아저씨 집에서 사는 거 어때?” 신세희는 울면서 물었다. “엄마, 이제 나 버리는 거야?” 서진희는 딸을 안고 소리 없이 울었다. “엄마는 널 사랑해, 널 제일 사랑해. 엄마는 너한테 목숨이라도 다 받치고 싶어. 하지만 엄마는 너까지 힘들게 할 수는 없어. 엄마가 돈 열심히 벌어서 그 돈 다 너 주고, 너한테 제일 좋은 삶을 만들어 줄게. 응?” 신세희는 고개를 저었고, 울면서 말했다. “아니, 엄마, 싫어! 나 아저씨 집에 살기 싫어, 난 엄마랑 살 거야.” 서진희는 갑자기 화를 냈다. “울지 마! 제멋대로 굴면 안돼! 앞으로 아저씨 말 잘 들어야 해!” 딸을 혼내면서 서진희의 마음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딸과 함께 살고 싶었지만 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녀는 혼자서 육교 밑에 살고, 하수도에서 살 수 있었지만, 딸을 데리고 하수도에 살 수는 없었다. 엄마가 화내는 걸 보고, 신
서진희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그녀의 얼굴엔 이미 눈물이 가득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쉬어서 마치 오래된 시계 같았다. 그녀는 옆에 있던 임지강을 보면서, 매우 평온하고, 매우 차갑게 물었다. “임지강, 시간이 이렇게 오랫동안 흘렀고, 내 딸이 거의 서른 살이 다 되어가는데, 난 궁금해. 왜 그렇게 애를 싫어했던 거야?” 이 순간, 그가 후회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가 당시에 원효진을 알아갔던 건, 단순히 원효진이 예쁘고 일도 잘 해서였고, 제일 중요한 건 본분을 다 하면서도 말이 많지 않아서였다. 임지강도 타지에서 온 사람이라, 유년 시절도 많이 고통스러웠기에, 당시에 원효진을 사랑했었다. 사랑하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임지강이 원효진과 결혼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공장 회식에서 허영을 만났는데, 그때의 허영은 타지에서 파견된 대학생이었고, 생기 있고, 술도 잘 마시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날 저녁, 두 사람은 관계를 맺었다. 그저 원효진이 계속 몰랐을 뿐이다. 나중엔 허영의 도움을 받고 임지강은 일자리에서 계속 승진을 하게 되었고, 그는 자신이야 말로 허영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원효진과의 결혼이 너무 성급했다고 느꼈다. 게다가 원효진이라는 이름은 사실 거짓이었다. 그녀의 진짜 이름이 뭘까? 아무도 몰랐다. 그녀의 양부모가 살인범이라고? 그때의 임지강은 정말 뼛속까지 원효진을 싫어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원효진이 낳은 아이도 싫어했다. 임지강이 한참동안 대답을 안 하자, 서진희가 대답했다. “임지강, 나 알아, 네가 날 싫어한 게 우리 양부모님 때문이었다는 거. 근데 그때는 네가 날 쫓아다니고, 네가 나한테 결혼하자고 했던 거잖아?” 그녀는 한숨을 쉬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내 신분이 가짜여서, 우리 양부모님은 살인자여서싫어했다면 이해돼. 근데 네 딸까지 왜 싫어하는 거야?” 사실 그는 지금 후회하고 있었다. 임서아는 지금 딱 봐도 불치병에 걸
서진희는 헛웃음을 터뜨렸다.“하… 그래? 그런데 왜 임서아가 당신과 서영의 양녀라고 모두를 속였어?”“사실 허영은 쌍둥이를 낳았는데 한 명은 태어나자마자 하늘나라로 가고 한 명만 남았어. 사실 모두에게 사실을 알리고 파티도 열고 싶었는데 당신과 나 사이에 공동재산이 있더라고. 당신은 아무것도 없이 집을 나가서 재산이 모두 내 명의로 돼 있었어.”서진희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돌아와서 재산을 도로 빼앗을까 봐, 내가 당신과 허영은 내가 임신한 사이에 이미 불륜관계였다고 신고할까 봐 모두를 속인 거야? 임서아는 네 친딸이 아니라고?”임지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애원의 눈길로 서진희를 바라보았다.“진희야, 서아가 내 친딸이 아니었으면 세희를 서아 대신 감옥에 보내지도 않았을 거야. 어쨌든 세희가 언니잖아….”“죽어 버려!”서진희는 발을 들어 임지강을 힘껏 걷어찼다.“임서아만 딸이고 세희는 딸 아니야? 언니? 언니는 다 동생 죄를 뒤집어써야 해? 당신은 아버지잖아! 허영은 걔 엄마고! 당신들은 왜 당신 딸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지 않았어!”임지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서진희는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임지강을 압박했지만 임지강은 우물쭈물하거나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것으로 일관했다.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신세희는 분노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녀는 엄마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힌 뒤, 바닥에 쓰러진 임지강을 불렀다.“아빠?”“딸. 그래, 내가 네 아빠야.”그 말은 자신을 너그럽게 봐달라는 뜻이었다.신세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집에서 8년을 살았죠. 가장 아빠가 필요한 시기에, 가장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에 아무도 나한테 당신이 내 아빠라고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며칠 전에도 이런 질문을 드렸잖아요. 당신이 내 아빠라면 왜 한 번도 내 생일을 축하해 준 적 없는지? 나는 그 집에서 개처럼 비굴하게 살았는데 왜 나를 그런 취급했는지 대답 안 해주셨잖아요.”신세희가 몇 번이나 물었던 말이었다.매번 억장이
신세희는 당황한 허영을 바라보며 그들을 한껏 비웃었다.임지강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했기에 신세희는 서슴없이 말했다.“임지강 씨, 당신이 지키려던 가정, 당신이 사랑하는 아내 허영, 그리고 소중한 딸 임서아를 위해 나를 희생했죠. 그런데 그건 몰랐을 거예요.”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임지강을 바라보았다.임지강이 고개를 들자 신세희는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어느날 내가 그 집에 갔는데 집 근처 골목에서 허영이랑 어떤 남자가 뒷산으로 가는 모습을 봤어요. 그리고 그 둘은 산에서 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내려왔죠.”임지강은 분노한 표정으로 허영을 쏘아보았다.“당신!”그러자 허영이 다급히 비명을 질렀다.“나 아니야! 그리고 이런 말할 때가 아니잖아. 우리 딸은….”“당신 딸?”신세희가 차갑게 말했다.“당신들은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해치고 주변 사람들 목숨은 개미목숨보다 못하게 여기면서 당신 딸 목숨은 아깝나 봐요? 하늘이 벌을 내린 겁니다. 안 그래요, 아줌마?”할 말을 잃은 허영은 입만 뻐금거렸다.하나뿐인 딸이 병을 앓게 되고 그녀는 50세의 나이에 딸을 먼저 보내게 생겼으니 이게 벌이 아니면 뭘까?허영이 말이 없자 신세희는 다시 임지강에게 고개를 돌렸다.“임지강 씨, 당신은 줄곧 가정이 가장 소중하다고 했죠! 하지만 가성섬에서 나와 유리를 공격한 남자가 누군지 알아요?”“안 돼! 신세희, 그건 말하지 마!”허영이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했다.하지만 임지강은 빨리 답을 듣고 싶었다.“누구야? 그게 도대체 누군데?”그도 뭔가 느끼는 게 있었다.차가운 느낌이 가슴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그 남자가 바로 당신 아내 허영의 애인이에요. 두 사람이 같이 뒹구는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요. 아직도 내 핸드폰에 둘의 사진이 남아 있어요.”허영은 절규했다.“안 돼….”임지강은 온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힘들게 지켜온 그들의 가정이, 친딸을 여러 번 희생해서 지켜낸 결과가 아내의
“그리고 사랑하는 딸을 어떻게든 이용해 보려고 감옥에서 석방시켰죠. 친딸이 살린 남자가 남성에서 잘나가는 재벌이라는 걸 알고 딸을 죽이려고 무진장 애를 썼고요. 여태 쓸 수 있는 방법은 다 썼잖아요. 과거 사건까지 파헤치면서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갔죠. 단지 딸의 신장을 빼앗아 임서아를 살리려는 이유 하나만으로요.”“아버지가 한 모든 일들이 사실은 당신 와이프와 외간남자가 낳은 아이를 위해서였어요.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하면서 아버지는 어떤 느낌이었어요?”신세희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임지강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신세희가 말한 모든 일들이 그가 친딸을 괴롭히고 자신을 배신한 여자를 위한 일이 되었다.임지강은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아! 악!”그는 시뻘겋게 부은 눈으로 허영을 노려보며 한발 한발 그녀에게 다가갔다.“여… 여보. 이러지 마… 그런 거 아니야. 여보… 서아가 당신 딸은 아니지만 줄곧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며 컸잖아. 신세희는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았어.”임지강은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허영에게 접근했다.허영은 뒤로 뒷걸음질치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무마하려고 애썼다.“신세희가 당신 딸이지만 당신은 걔를 기르지도 않았잖아. 당신 옆을 지킨 아이는 서아라고….”짝!쾅! 쾅!임지강은 허영의 귀뺨을 때리고는 그녀를 죽일 듯이 쏘아보며 미친 듯이 걷어찼다.“아… 아파….”허영은 바닥에 웅크리고 고통스럽게 신음했다.“아빠… 엄마 때리지 마… 아빠….”투석이 끝나고 비싼 약을 복용한 임서아는 전혀 환자 티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달려가서 허영을 부둥켜 안고 임지강에게 애원했다.사랑만 받고 자란 임서아는 여전히 이기적인 여자였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분노한 눈빛으로 임지강을 쏘아보며 말했다.“아빠, 도대체 누구 편이야? 엄마랑 이미 상의 다 했어. 신세희의 신장이 적합하지 않아도 신세희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가 있다고. 곧 성공이야, 아빠.”임지강은 할 말을 잃었다.“외할아버지가 가진 세력으로 전국을 뒤지면 나한테
임지강은 이미 멘탈이 붕괴된 상태였다.“아빠….”임서아가 다가와서 그의 다리에 매달렸지만 임지강은 매몰차게 그녀를 걷어찼다.대외적으로 임서아를 양녀라고 말했고 여태 그렇게 알고 있었다.임서아가 발병한 다음 날에야 허영은 그에게 진실을 말해주었다.“여보, 사실 말해줄 게 있어… 서아는 우리가 입양한 아이가 아니야. 서아는 당신의 친딸이야. 못 믿겠으면 가서 DNA 검사를 받아도 좋아.”허영에게서 처음 이 사실을 들었을 때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임서아는 두 살 때 이 집에 왔다.그때 허영은 난산으로 아이를 잃은 뒤, 다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임지강은 사실 신세희의 양육권을 도로 빼앗아서 허영과 함께 양육할 계획이었다.하지만 허영은 전처의 딸만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그의 의견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어차피 아이는 엄마 옆에 있는데 걱정할 것도 없었다. 임서아는 두 살 때 이 집에 왔다. 금방 말을 배운 아이는 임지강을 사랑스럽게 올려다보며 아빠라고 불렀다.그때부터 임지강은 임서아를 친딸처럼 아껴주었다.어릴 때부터 길러서인지 정도 많이 가고 친딸인 신세희보다 더 애틋했다.게다가 열두 살 무렵에 이 집에 온 신세희는 임지강을 볼 때마다 잔뜩 겁먹은 눈빛을 했다.열두 살이나 된 아이는 한 번도 그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준 적 없었다.가끔 짜증이 난 임지강이 손찌검을 해도 아이는 울지 않고 빤히 그를 올려다볼 뿐이었다.그때부터 임지강은 신세희를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양녀인 임서아는 달랐다.아이는 항상 달콤한 목소리로 아빠를 불렀다.그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가잔 먼저 달려와서 맞아준 사람이 임서아였다.그렇게 임지강은 자연스럽게 임서아에게 더 마음이 갔다.그는 매년 임서아에게는 화려한 생일파티를 선물해 주었다. 임서아의 생일 파티 때, 신세희도 자리에 있었다.아이는 문밖에 서서 그들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들어올 테면 빨리 들어오든가!순순히 들어오면 케익 한 조
그는 이게 다 신세희가 잘못해서 약간의 벌을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방에서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깊이 반성하기를 바랐다. 나중에도 예의 없이 사람을 빤히 쳐다보면 그때는 제대로 혼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다음날 아침, 임지강은 신세희의 방으로 찾아가서 아이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나가서 뭐라도 사 먹어.”신세희는 임지강을 힐끗 보고는 돈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임지강은 다가가서 돈을 신세희의 앞에 내밀며 물었다.“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신세희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돈 받고 아침에 맛있는 거 사먹어.”임지강은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말했다.하지만 신세희는 돈을 받지 않았다.아이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임지강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학교로 가버렸다.그날 오전, 그리고 전날 밤까지 신세희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밥도 먹지 못한 채, 임지강에게 두들겨 맞은 것이다.하지만 그때의 신세희는 알지 못했다. 임지강은 잔뜩 기 죽은 아이를 바라보다가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너한테 뭐 빚졌어? 너에게 생명을 주고 태어나게 해줬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왜 그렇게 궁상맞은 표정을 하고 다니는 거야? 아비가 죽기라도 했어? 너 아비 죽으라고 저주하고 다녀?”그날 이후로 임지강은 더욱 신세희를 혐오하게 되었다.친딸이지만 매번 볼 때마다 발로 차서 죽이고 싶었다.그는 매번 신세희를 볼 때마다 나가서 죽어버리라고 저주했다.임지강은 아무리 친딸이지만 예쁜 짓 하나 안 하는 불효자식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임서아를 더 아꼈다.그는 애교도 많고 예의 바른 임서아가 더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양녀인 임서아가 성적도 안 좋고 돈도 물 쓰듯이 썼지만 그래도 좋았다.점점 가면서 신세희를 향한 임지강의 혐오는 더욱 심해졌다. 그는 신세희가 집에 있는 것 자체가 싫고 미웠다.그래서 임서아가 늙은 남자를 찔러 죽였을 때, 단 일초의 주저도 하지 않고 친딸을 속여 감옥까지 보냈던 것이다.그때의 임지강은 밝게 웃고 있었다.드디어
허영의 말을 들은 임지강은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정말 잘됐어. 신세희의 신장으로 서아를 구할 수 있다면 신장 두 쪽 다 도려내면 돼.”이게 최근에 그가 허영에게 했던 말이었다.말을 마친 그는 손을 비비며 탐욕스러운 얼굴로 한참을 중얼거렸다.“내 딸을 살릴 수 있겠어. 우리 가문의 대가 끊길 일은 이제 없어. 서아가 내 친딸이었다니….”그러던 중, 그는 뭔가 스치는 생각이 있어 허영에게 물었다.“서아가 어떻게 우리 딸이지? 우리 딸은 그해 태어나자마자 죽었잖아?”허영이 울며 말했다.“여보, 그때 나는 쌍둥이를 낳았어. 그 중 한 아이는 죽었고 한 아이는 먼 친척에게 보낸 거야.”임지강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당신… 왜 그랬어? 내가 아이를 잃고 얼마나 슬퍼했는지 알면서!”“그때 당신에게 부동산이 있었잖아. 원효진이랑 이혼하고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이었고. 당신이 결혼 기간 안에 바람을 피웠다는 걸 원효진이 알고 당신을 고소할 것 같았어. 그럼 얼마 되지도 않는 그 부동산까지 빼앗길까 봐….”임지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나도 당신 위해서 그랬어.”눈물범벅이 된 허영이 말했다.임지강은 약간 감동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그래서 먼 친척의 아이라면서 두 살이 되었을 때에야 아이를 집에 데려온 거야? 모두에게 그 아이는 양녀라고 하면서?”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당신 잊었어? 그 아이 집에 오자마자 당신을 아빠라고 불렀잖아. 사실 서아는 당신이 아빠인 걸 알고 있었던 거야.”임지강은 그 말을 굳게 믿었다.그 순간부터 그와 허영은 말을 맞추고 서씨 어르신에게 신세희의 신장으로 임서아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그들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임서아를 살리는 동시에 신세희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신세희를 제거하고 또 다른 딸 임서아를 살리기 위해 지난 일주일 동안 임지강은 무진장 애를 썼다.그는 먼 지방에서 중년 여자를 포섭해서 과거 사건 피해자의 가족 연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