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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기자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기자들을 제외하고도 주변에 서 있던 구경꾼들마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이는 막 잠에서 깬 듯,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벚꽃 무늬의 잠옷 원피스에 앙증맞은 토끼 모양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하지만 티없이 맑은 눈동자, 그리고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통통한 볼은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아이는 진지하면서도 순수한 눈망울로 기자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말이 없자 신유리가 계속해서 말했다.

“엄마는 밤새 고열에 시달렸어요. 아침부터 무슨 일로 엄마를 찾아오셨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엄마가 당신들에게 신장을 빚졌다면 제 거 줄 테니까 가져가세요.”

참다 못한 구경꾼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살다 살다 별일을 다 보겠네. 본인이 기증하기 싫으면 안 하는 거지, 왜들 문 앞까지 와서 이 난리여? 저 집 사모님이 댁들한테 빚진 거 있어?”

다른 행인들도 맞장구를 쳤다.

“인터넷 폭력이라고 말만 들었는데 실제로 존재하네요. 진실은 중요하지 않고 자극적인 기사만 써대는 기자 양반들도 똑 같아. 장기 기증을 사람한테 강요하다니….”

“아이가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얼마나 놀랐겠어? 저런 딸이 있었으면 나도 소원이 없겠네.”

“애가 불쌍해요….”

“난 못 보겠어. 돌아갈래.”

“한두 시간만 지나면 전국민이 저 집 사모님을 욕하겠네. 양심도 없이 친동생이 죽어가는데 그까짓 신장을 안 떼준다고….”

“친동생이면 꼭 장기를 떼어줘야 한다는 법이 있어요? 당사자가 싫으면 싫은 거죠!”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둘째를 낳기 싫어한다니까!”

“요즘 세상 참 무서워졌어!”

“내 두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망정이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만 봤으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환자만 불쌍하다고 저 집 사모님을 욕했을 거야. 세상에나….”

사람들은 안타까운 얼굴로 신유리를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자리를 떴다.

아이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자신의 신장을 내놓겠다고 했을 때, 그 순진한 말투에서도 엄마를 위한 마음이 느껴져서 더 안타까웠다.

기자들도 아이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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