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기자들을 제외하고도 주변에 서 있던 구경꾼들마저 입을 다물어 버렸다.아이는 막 잠에서 깬 듯,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벚꽃 무늬의 잠옷 원피스에 앙증맞은 토끼 모양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하지만 티없이 맑은 눈동자, 그리고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통통한 볼은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아이는 진지하면서도 순수한 눈망울로 기자들을 바라보았다.사람들이 말이 없자 신유리가 계속해서 말했다.“엄마는 밤새 고열에 시달렸어요. 아침부터 무슨 일로 엄마를 찾아오셨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엄마가 당신들에게 신장을 빚졌다면 제 거 줄 테니까 가져가세요.”참다 못한 구경꾼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살다 살다 별일을 다 보겠네. 본인이 기증하기 싫으면 안 하는 거지, 왜들 문 앞까지 와서 이 난리여? 저 집 사모님이 댁들한테 빚진 거 있어?”다른 행인들도 맞장구를 쳤다.“인터넷 폭력이라고 말만 들었는데 실제로 존재하네요. 진실은 중요하지 않고 자극적인 기사만 써대는 기자 양반들도 똑 같아. 장기 기증을 사람한테 강요하다니….”“아이가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얼마나 놀랐겠어? 저런 딸이 있었으면 나도 소원이 없겠네.”“애가 불쌍해요….”“난 못 보겠어. 돌아갈래.”“한두 시간만 지나면 전국민이 저 집 사모님을 욕하겠네. 양심도 없이 친동생이 죽어가는데 그까짓 신장을 안 떼준다고….”“친동생이면 꼭 장기를 떼어줘야 한다는 법이 있어요? 당사자가 싫으면 싫은 거죠!”“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둘째를 낳기 싫어한다니까!”“요즘 세상 참 무서워졌어!”“내 두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망정이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만 봤으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환자만 불쌍하다고 저 집 사모님을 욕했을 거야. 세상에나….”사람들은 안타까운 얼굴로 신유리를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자리를 떴다.아이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자신의 신장을 내놓겠다고 했을 때, 그 순진한 말투에서도 엄마를 위한 마음이 느껴져서 더 안타까웠다.기자들도 아이의 질문
그러자 노숙자가 그녀의 눈빛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여자는 노숙자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며 넋두리하듯 말했다.“요즘 세상에 집도 없이 여자 혼자 밖을 떠돌다니. 참 안 됐네요. 세상 살기 참 힘들어졌죠?”잠시 뜸을 들인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저 집 사모님 원래는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로 행복한 여자였어요. 남성에서 가장 잘나가는 남자에게 시집을 갔거든요. 이쪽 동네는 남성에서 가장 비싼 동네거든요. 아이랑 셋이 참 행복했는데 하필이면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참 안타깝죠.”노숙자가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요?”“이복동생이 신부전증에 걸렸는데 신장을 이식해야 살 수 있대요. 그래서 저 집 사모님한테 기증을 요구했는데 거절했죠. 그러니까 기자들까지 찾아와서 사람이 죽는데 어떻게 모른 척하냐고 양심도 없다고 비난하잖아요.”노숙자가 다시 물었다.“저 집 사모님 이름이… 혹시 신세희 아닌가요?”여자 운전자는 별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줌마도 그 이름을 아시네요? 많이 알려진 인물이긴 하죠.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남편을 가졌으니…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마이크부터 들이미는 기자들 앞에서는 그 남편도 어쩔 방법이 없나 봐요.”여자의 말이 끝나자 노숙자는 언제 길을 막았냐 싶게 사람들 틈으로 사라져 버렸다.여자 운전자는 구부정한 허리로 절뚝절뚝 어딘가로 향하는 노숙자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여자는 한숨을 내쉬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한편, 기자들은 여전히 흩어지지 않고 아파트 입구를 막고 있었다.그들은 쉽게 떠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부소경과 신세희와 관련된 특종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부소경이 잔인한 상대라는 것을 알지만 그들은 모두 돈을 받고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이었다.재물 앞에 장사 없다고 서 씨 어르신까지 등에 업었으니 두려울 게 없었다.기자 중 한 명이 침묵을 깨뜨렸다.“서 씨 어르신이 신세희가 남다르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 보네요. 상류층 남자들을 유혹해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었다죠? 이번에도
신세희는 아이를 따라 비틀거리며 부소경에게 다가갔다. 부소경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귓가에 대고 말했다.“신세희,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 기자들한테 당신 얼굴 보이면 안 돼. 그리고 요 며칠은 외출하지 마. 기사와 인터넷 댓글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하지만 신세희의 눈은 아이를 향하고 있었다.겨우 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순진하지만 애처로운 눈빛, 고집스러우면서도 슬픔이 담긴 눈빛이 신세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아이는 동그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지만 울음을 꾹 참고 있었다.아이는 그렇게 혼자 오도카니 서서 수십 명의 기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겨우 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애가!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토록 잔인한 일만 생기는 걸까?엄마가 빚진 신장을 내가 줄 테니 내거 가져가라고 말할 때, 신세희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발가벗겨진 상태로 대중 앞에 내몰린 기분도 들었다.그래서 남편이 자신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들리지도 않았다.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유리야!”부소경의 품을 벗어난 신세희는 달려가서 아이를 품에 안고 기자들을 올려다 절규했다.“아이는 죄가 없잖아요. 내 아이한테 이러지 마세요. 제발 우리 아이한테 상처주지 마세요!”드디어 나타난 신세희의 모습을 본 기자들이 갑자기 들끓기 시작했다.아무도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관심을 주지 않았고 그녀가 왜 비틀거리는지 생각도 하지 않았다.기자들은 혹시라도 질문을 빼앗길까 봐 앞다투어 질문공세를 이어갔다.“사모님,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할 수 있죠?”“사실 부 대표님과 이복동생은 약혼할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사모님이 그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서 결혼을 파토낸 거라고요. 동생에게 미안하지 않으십니까?”“사모님, 어린 딸까지 내세워서 동정여론을 사고 싶으신 겁니까?”역시 기자는 기자였다.질문 하나하나가 날카롭고 거침이 없었다.그들은 신유리를 이용해서 신세희를 파렴치하고 양심 없는 인간으로 몰아갔다.항상 강하고
“아가, 우리 아가… 엄마가 너를 볼 면목이 없어.”“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네 앞에 나타날 수 있겠어….”“엄마는 그냥 멀리서 너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했어. 네 지금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하지만 신세희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다.그녀는 신유리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뒤따라 나온 엄선희와 민정아가 신세희의 앞을 든든하게 가로막았다.엄선희는 분노한 눈빛으로 기자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 도대체 양심을 어디 팔았어?”민정아도 옆에서 거들었다.“누가 당신들한테 신장을 내놓으라고 하면 당신들은 선뜻 내놓을 거야? 입장 바꿔서 생각을 해야지!”한 기자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민정아 씨죠?”민정아가 웃으며 대꾸했다.“내 이름도 알고 있었어? 대단한 사람들이네?”“옆에 분은 엄선희 씨고요!”엄선희는 고개를 들고 기자들을 쏘아보며 물었다.“당신들 지금 뭐 하자는 거야!”기자가 물었다.“두 분 다 신세희 씨의 친구들이죠? 듣기 좋게 말하면 친구고 사실은 신세희 씨의 공범이죠. 병실에 누워 있는 힘없는 환자에게 위로는 고사하고 저주를 퍼부었잖아요!”다른 기자도 옆에서 거들었다.“우린 증거도 확보했어요!”순간 엄선희와 민정아는 물론이고 부소경마저 서 씨 어르신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정계에서 그렇게 오래 권력을 휘두르고 살았다는 건 그만큼 수완이 뛰어나다는 얘기였다.부소경은 이대로 질질 끌다가는 상황만 더 복잡해질 거라는 것을 느꼈다.그는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오라고 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안 와?”수화기 너머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지금 출근 시간이라 차가 막혀서 조금 늦었네요. 곧 도착합니다.”부소경이 물었다.“인원은 몇 명이나 되지?”“전원 출동입니다!”부소경은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그는 먼저 신세희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품에 안고는 엄선희와 민정아에게 말했다.“유리 좀 부탁할게요.”“알았어요!”엄선희, 민정아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부소경은 신세희를
부소경이 물었다.“그 기자들, 전부 어르신이 보낸 사람들입니까?”서 씨 어르신은 당당하게 사실을 인정했다.“그래! 그들은 너를 두려워하지만 뒤에 지지자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내가 모두 책임지기로 했으니 아마 신이 나서 떠들었을 거야. 네가 가성섬에서 돌아온 뒤로 내가 네 은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네가 나한테는 어쩌지 못할 거라는 것을 모두가 다 아는데 여부가 있겠어? 내가 지지하는 한, 그들은 계속 너희 부부를 추궁할 것이란다.”“F그룹 대표와 그 사모님의 특종을 따낼 수 있다는데 마다할 리 있겠어? 그들은 이걸 기회로 여길 거야. 너와 신세희의 스캔들은 연예인 스캔들보다 돈이 되거든! 게다가 내가 준 보수도 만만치 않아.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도 있잖니!”서 씨 어르신은 신이 나서 떠들어댔지만 오히려 부소경은 담담하게 듣고만 있었다.그는 어르신의 얘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어르신, 아직 한 달 정도 남았죠? 그 시간 안에 적합한 기증자를 꼭 찾기를 바라겠습니다. 어쩌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죠.”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했다.“어르신께서 전국 방방 곳곳에서 기자들을 불러 모은다고 해결되는 건 없어요. 제가 그 기사들을 전부 정리할 거니까요. 어르신 말씀이 맞아요. 이제 저도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으니 약점이라는 게 생겼죠. 그러니 쉽게 살인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주제도 모르고 덤비는 놈들에게 본때는 보여줘야죠. 기자 몇 명을 보내도 소용없을 겁니다. 제가 전부 막을 테니까요. 어떤 기사도 인터넷에 나가지 않을 겁니다. 지금 헛수고 하신 거예요.”서 씨 어르신이 웃으며 말했다.“알지! 나도 그 정도는 알아!”부소경이 말이 없자 어르신은 계속해서 떠들었다.“남성에 있는 네 영향력이면 당연히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말이다….”어르신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가 부소경의 대문을 두드렸다.모두가 일어서서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엄선희는 현관으로 다가가서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서준명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할아버지!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으시면 안되죠! 왜 물고 안 놓아주시는 거예요? 세희가 할아버지한테 신세진 거라도 있어요?”“너 이 망할 자식, 너 지금 얘한테 현혹된 거야! 네가 얘한테 현혹된 그 순간부터, 얘 때문에 남성시에 폭풍이 몰아쳤을 때부터 난 그 아이를 싫어하고, 역겨워했어! 저급한 요녀 주제에, 내가 싫어하는 게 이상한 거니?” 서준명은 차갑게 웃었다. “요녀요녀요녀! 세희도 누군가의 자식인데 할아버지가 무슨 자격으로 요녀라고 부르시는 거예요?” “그리고 자꾸 제가 현혹됐다고 하시는데, 그럼 할아버지 손자인 제가 무식하고 멍청하다는 건가요?” “제가 그렇게 잘 속고, 다른 사람한테 쉽게 현혹될 거 같으세요?” “제가 현혹됐다고 하더라도, 세희가 저한테 얻은 이익이 있나요? 있다면 말씀해 보세요.” “세희가 소경이 형을 유혹해서 임서아의 남편을 뺏어갔다고 하시는데, 할아버지! 세희는 6년 동안 남성에 없었는데, 그동안 소경이 형이 임서아랑 결혼하려고 했었나요?” “아니요!” “그러지 않았어요!” “세희가 조의찬을 현혹하고 서시언을 현혹했다고 하시는데, 이게 대체 할아버지랑 무슨 상관인데요? 네?” “세희가 도대체 할아버지한테 무슨 잘못을 했냐고요! 왜 세희를 못 죽여서 안달이신 건데요!” “할아버지는 설마 지옥에 떨어질 그 날이 두렵지도 않으신 거예요?” 자신의 손자가 이렇게 언변을 토하며 자신한테 대드는걸 보고,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더욱 신세희를 미워하게 됐다. 하지만 자신의 손자를 대하는 그만의 방법 또한 있었다. 서 씨 집안 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매우 힘겹고 늙은 목소리로 말했다. “준명아, 넌 말끝마다 신세희 얘기만 하는데, 넌 신세희랑 무슨 사이니?” “친구예요.”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너랑 네 동생인 서아만큼 가까울 수가 있어?” “서아는 네 고모의 딸이야. 네 고모는 난산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지. 네 고모는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나가 지
서 씨 집안 어르신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 내가 누굴 희생해야 되는 거니? 딱 그 애가 서아랑 나이도 비슷하고, 그 애가 서아의 이복자매잖아. 서아 엄마 아빠도 너그럽지 않은 마당에, 내가 자비를 베풀어서 뭐하니?” “내가 너그럽게 굴면, 서아 목숨은 어쩌라고?” “도둑! 할아버지는 도둑이에요!” 서준명은 크게 소리친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저편에서,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너무 화가 나서 전화기를 내던질 뻔했다. “내말은 이제 말 같지도 않는 모양이야! 어른이 안중에도 없는 거야 뭐야!”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욕을 했다. 병상에 누워있던 임서아는 철든 척 서 씨 집안 어르신을 달랬다. “할아버지, 오빠가 신세희랑 분명 사귀니까 그런 거겠죠?” 물어본 뒤, 그녀는 처량하게 웃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성에 있는 남자들은 신세희를 만나기만 하면 현혹되는 것 같아요. 남성은 물론, 가성섬에 있는 도련님도 똑같았고요.” “신세희가 대체 그 남자들한테 무슨 마법을 쓴 건지 모르겠어요. 그 남자들은 죽어도 신세희 말만 듣잖아요. 제 모든걸 빼앗으려 태어난 사람처럼 벌써 제 약혼자를 두 번이나 뺏어 갔어요.” 임서아는 멈칫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 여자의 신장을 이식받을 걸 생각하니까, 차라리 죽는 게 낫겠어요. 제가 오염되는 건 싫거든요.” 딸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듣고, 허영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얘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같이 착한 애는 안 죽어! 넌 절대 안 죽을 거야!” 서 씨 집안 어르신도 고개를 돌리고 손녀를 달래주었다. “서아야, 내 착한 손녀. 네가 그 애 신장을 이식받아 대신 악행을 씻어주는 거라고 생각하렴. 이건 걔를 위한 일이야. 아니면 저 애는 어느 날에 분명 지옥에 빠지고 말 거야. 네가 걔를 구해주는 거라고!” 임서아는 착한 눈으로 외할아버지를 보았다. “알겠어요, 할아버지. 그런데… 저한테 이식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면 어떡하죠?” 서 씨 집안 어르신은 자신 있게 말했다. “할아버지
그러나 아빠는 이 모든 걸 보면서 한숨만 쉴 뿐 아무런 저지도 없었다. 아빠는 심지어 전처가 낳은 두 아이들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래서 새엄마는 임지강의 누나에게 나가서 일해서 돈을 벌어오라고 시켰고, 돌아오면 밥 하고 빨래를 시키고, 저녁이 되면 잠도 못 자게 했다. 너무 힘들어서 나뭇간에서 잠 들어 있다가 새 엄마에게 들켜 죽도록 맞기도 했다. 어느 날, 12살짜리 누나를 새엄마가 시집보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누나는 결국 이런 사람같지 않은 생활을 견디지 못 하고, 자살을 선택했다. 그리하여 집에는 임지강 혼자만 남았다. 새 엄마가 임지강을 괴롭히지 않은데엔 이유가 있었다. 임지강의 이복 여동생이 혈액이 부족한 병에 걸려서, 거의 달마다 한번씩 수혈을 해줘야 했고, 마침 임지강의 혈액형이 그 여동생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달, 그의 몸에서 피를 뽑아 여동생에게 수혈했다. 시간이 지나 병에 걸린 여동생은 학교도 다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신나게 다른 사람들과 놀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그러나 임지강은 죽기 직전의 강아지처럼, 나뭇간에 숨어서 일어나지도 못 했고, 뼈가 다 보일정도로 말라 있었다. 임지강은 어렸을 때부터 고민이 많았다. 자신이 집에서 제대로 살지 못할 것 같자, 임지강은 집안에 있는 계란과 빵을 훔쳐서 새벽에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도망갈 때 그는 일부러 마을 사람들이 자신이 우물에 투신한 줄 알도록 위장까지 했다. 그래서 온 마을 사람들은 다 그 새엄마가 악랄하다고 욕했다. 그때의 임지강은 이미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상태였다. 그는 훔친 계란과 빵을 배불리 배먹고 나니, 금세 체력을 다시 회복했다. 그렇게 임지강은 혼자 하산한 뒤, 걸어다니면서 밥을 구걸했고, 걷고 또 걸어 남성이란 곳에 도착해서 고아원에 입양이 되었다. 그 이후로, 그의 생활은 비록 힘들었지만 학교도 다니고, 먹을 것도 있고, 살 곳도 생겼다. 더 이상 그의 피를 뽑아가는 사람도 없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