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기자들을 제외하고도 주변에 서 있던 구경꾼들마저 입을 다물어 버렸다.아이는 막 잠에서 깬 듯,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벚꽃 무늬의 잠옷 원피스에 앙증맞은 토끼 모양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하지만 티없이 맑은 눈동자, 그리고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통통한 볼은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아이는 진지하면서도 순수한 눈망울로 기자들을 바라보았다.사람들이 말이 없자 신유리가 계속해서 말했다.“엄마는 밤새 고열에 시달렸어요. 아침부터 무슨 일로 엄마를 찾아오셨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엄마가 당신들에게 신장을 빚졌다면 제 거 줄 테니까 가져가세요.”참다 못한 구경꾼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살다 살다 별일을 다 보겠네. 본인이 기증하기 싫으면 안 하는 거지, 왜들 문 앞까지 와서 이 난리여? 저 집 사모님이 댁들한테 빚진 거 있어?”다른 행인들도 맞장구를 쳤다.“인터넷 폭력이라고 말만 들었는데 실제로 존재하네요. 진실은 중요하지 않고 자극적인 기사만 써대는 기자 양반들도 똑 같아. 장기 기증을 사람한테 강요하다니….”“아이가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얼마나 놀랐겠어? 저런 딸이 있었으면 나도 소원이 없겠네.”“애가 불쌍해요….”“난 못 보겠어. 돌아갈래.”“한두 시간만 지나면 전국민이 저 집 사모님을 욕하겠네. 양심도 없이 친동생이 죽어가는데 그까짓 신장을 안 떼준다고….”“친동생이면 꼭 장기를 떼어줘야 한다는 법이 있어요? 당사자가 싫으면 싫은 거죠!”“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둘째를 낳기 싫어한다니까!”“요즘 세상 참 무서워졌어!”“내 두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망정이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만 봤으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환자만 불쌍하다고 저 집 사모님을 욕했을 거야. 세상에나….”사람들은 안타까운 얼굴로 신유리를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자리를 떴다.아이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자신의 신장을 내놓겠다고 했을 때, 그 순진한 말투에서도 엄마를 위한 마음이 느껴져서 더 안타까웠다.기자들도 아이의 질문
그러자 노숙자가 그녀의 눈빛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여자는 노숙자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며 넋두리하듯 말했다.“요즘 세상에 집도 없이 여자 혼자 밖을 떠돌다니. 참 안 됐네요. 세상 살기 참 힘들어졌죠?”잠시 뜸을 들인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저 집 사모님 원래는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로 행복한 여자였어요. 남성에서 가장 잘나가는 남자에게 시집을 갔거든요. 이쪽 동네는 남성에서 가장 비싼 동네거든요. 아이랑 셋이 참 행복했는데 하필이면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참 안타깝죠.”노숙자가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요?”“이복동생이 신부전증에 걸렸는데 신장을 이식해야 살 수 있대요. 그래서 저 집 사모님한테 기증을 요구했는데 거절했죠. 그러니까 기자들까지 찾아와서 사람이 죽는데 어떻게 모른 척하냐고 양심도 없다고 비난하잖아요.”노숙자가 다시 물었다.“저 집 사모님 이름이… 혹시 신세희 아닌가요?”여자 운전자는 별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줌마도 그 이름을 아시네요? 많이 알려진 인물이긴 하죠.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남편을 가졌으니…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마이크부터 들이미는 기자들 앞에서는 그 남편도 어쩔 방법이 없나 봐요.”여자의 말이 끝나자 노숙자는 언제 길을 막았냐 싶게 사람들 틈으로 사라져 버렸다.여자 운전자는 구부정한 허리로 절뚝절뚝 어딘가로 향하는 노숙자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여자는 한숨을 내쉬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한편, 기자들은 여전히 흩어지지 않고 아파트 입구를 막고 있었다.그들은 쉽게 떠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부소경과 신세희와 관련된 특종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부소경이 잔인한 상대라는 것을 알지만 그들은 모두 돈을 받고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이었다.재물 앞에 장사 없다고 서 씨 어르신까지 등에 업었으니 두려울 게 없었다.기자 중 한 명이 침묵을 깨뜨렸다.“서 씨 어르신이 신세희가 남다르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 보네요. 상류층 남자들을 유혹해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었다죠? 이번에도
신세희는 아이를 따라 비틀거리며 부소경에게 다가갔다. 부소경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귓가에 대고 말했다.“신세희,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 기자들한테 당신 얼굴 보이면 안 돼. 그리고 요 며칠은 외출하지 마. 기사와 인터넷 댓글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하지만 신세희의 눈은 아이를 향하고 있었다.겨우 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순진하지만 애처로운 눈빛, 고집스러우면서도 슬픔이 담긴 눈빛이 신세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아이는 동그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지만 울음을 꾹 참고 있었다.아이는 그렇게 혼자 오도카니 서서 수십 명의 기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겨우 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애가!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토록 잔인한 일만 생기는 걸까?엄마가 빚진 신장을 내가 줄 테니 내거 가져가라고 말할 때, 신세희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발가벗겨진 상태로 대중 앞에 내몰린 기분도 들었다.그래서 남편이 자신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들리지도 않았다.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유리야!”부소경의 품을 벗어난 신세희는 달려가서 아이를 품에 안고 기자들을 올려다 절규했다.“아이는 죄가 없잖아요. 내 아이한테 이러지 마세요. 제발 우리 아이한테 상처주지 마세요!”드디어 나타난 신세희의 모습을 본 기자들이 갑자기 들끓기 시작했다.아무도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관심을 주지 않았고 그녀가 왜 비틀거리는지 생각도 하지 않았다.기자들은 혹시라도 질문을 빼앗길까 봐 앞다투어 질문공세를 이어갔다.“사모님,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할 수 있죠?”“사실 부 대표님과 이복동생은 약혼할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사모님이 그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서 결혼을 파토낸 거라고요. 동생에게 미안하지 않으십니까?”“사모님, 어린 딸까지 내세워서 동정여론을 사고 싶으신 겁니까?”역시 기자는 기자였다.질문 하나하나가 날카롭고 거침이 없었다.그들은 신유리를 이용해서 신세희를 파렴치하고 양심 없는 인간으로 몰아갔다.항상 강하고
“아가, 우리 아가… 엄마가 너를 볼 면목이 없어.”“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네 앞에 나타날 수 있겠어….”“엄마는 그냥 멀리서 너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했어. 네 지금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하지만 신세희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다.그녀는 신유리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뒤따라 나온 엄선희와 민정아가 신세희의 앞을 든든하게 가로막았다.엄선희는 분노한 눈빛으로 기자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 도대체 양심을 어디 팔았어?”민정아도 옆에서 거들었다.“누가 당신들한테 신장을 내놓으라고 하면 당신들은 선뜻 내놓을 거야? 입장 바꿔서 생각을 해야지!”한 기자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민정아 씨죠?”민정아가 웃으며 대꾸했다.“내 이름도 알고 있었어? 대단한 사람들이네?”“옆에 분은 엄선희 씨고요!”엄선희는 고개를 들고 기자들을 쏘아보며 물었다.“당신들 지금 뭐 하자는 거야!”기자가 물었다.“두 분 다 신세희 씨의 친구들이죠? 듣기 좋게 말하면 친구고 사실은 신세희 씨의 공범이죠. 병실에 누워 있는 힘없는 환자에게 위로는 고사하고 저주를 퍼부었잖아요!”다른 기자도 옆에서 거들었다.“우린 증거도 확보했어요!”순간 엄선희와 민정아는 물론이고 부소경마저 서 씨 어르신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정계에서 그렇게 오래 권력을 휘두르고 살았다는 건 그만큼 수완이 뛰어나다는 얘기였다.부소경은 이대로 질질 끌다가는 상황만 더 복잡해질 거라는 것을 느꼈다.그는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오라고 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안 와?”수화기 너머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지금 출근 시간이라 차가 막혀서 조금 늦었네요. 곧 도착합니다.”부소경이 물었다.“인원은 몇 명이나 되지?”“전원 출동입니다!”부소경은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그는 먼저 신세희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품에 안고는 엄선희와 민정아에게 말했다.“유리 좀 부탁할게요.”“알았어요!”엄선희, 민정아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부소경은 신세희를
부소경이 물었다.“그 기자들, 전부 어르신이 보낸 사람들입니까?”서 씨 어르신은 당당하게 사실을 인정했다.“그래! 그들은 너를 두려워하지만 뒤에 지지자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내가 모두 책임지기로 했으니 아마 신이 나서 떠들었을 거야. 네가 가성섬에서 돌아온 뒤로 내가 네 은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네가 나한테는 어쩌지 못할 거라는 것을 모두가 다 아는데 여부가 있겠어? 내가 지지하는 한, 그들은 계속 너희 부부를 추궁할 것이란다.”“F그룹 대표와 그 사모님의 특종을 따낼 수 있다는데 마다할 리 있겠어? 그들은 이걸 기회로 여길 거야. 너와 신세희의 스캔들은 연예인 스캔들보다 돈이 되거든! 게다가 내가 준 보수도 만만치 않아.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도 있잖니!”서 씨 어르신은 신이 나서 떠들어댔지만 오히려 부소경은 담담하게 듣고만 있었다.그는 어르신의 얘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어르신, 아직 한 달 정도 남았죠? 그 시간 안에 적합한 기증자를 꼭 찾기를 바라겠습니다. 어쩌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죠.”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했다.“어르신께서 전국 방방 곳곳에서 기자들을 불러 모은다고 해결되는 건 없어요. 제가 그 기사들을 전부 정리할 거니까요. 어르신 말씀이 맞아요. 이제 저도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으니 약점이라는 게 생겼죠. 그러니 쉽게 살인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주제도 모르고 덤비는 놈들에게 본때는 보여줘야죠. 기자 몇 명을 보내도 소용없을 겁니다. 제가 전부 막을 테니까요. 어떤 기사도 인터넷에 나가지 않을 겁니다. 지금 헛수고 하신 거예요.”서 씨 어르신이 웃으며 말했다.“알지! 나도 그 정도는 알아!”부소경이 말이 없자 어르신은 계속해서 떠들었다.“남성에 있는 네 영향력이면 당연히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말이다….”어르신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가 부소경의 대문을 두드렸다.모두가 일어서서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엄선희는 현관으로 다가가서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서준명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할아버지!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으시면 안되죠! 왜 물고 안 놓아주시는 거예요? 세희가 할아버지한테 신세진 거라도 있어요?”“너 이 망할 자식, 너 지금 얘한테 현혹된 거야! 네가 얘한테 현혹된 그 순간부터, 얘 때문에 남성시에 폭풍이 몰아쳤을 때부터 난 그 아이를 싫어하고, 역겨워했어! 저급한 요녀 주제에, 내가 싫어하는 게 이상한 거니?” 서준명은 차갑게 웃었다. “요녀요녀요녀! 세희도 누군가의 자식인데 할아버지가 무슨 자격으로 요녀라고 부르시는 거예요?” “그리고 자꾸 제가 현혹됐다고 하시는데, 그럼 할아버지 손자인 제가 무식하고 멍청하다는 건가요?” “제가 그렇게 잘 속고, 다른 사람한테 쉽게 현혹될 거 같으세요?” “제가 현혹됐다고 하더라도, 세희가 저한테 얻은 이익이 있나요? 있다면 말씀해 보세요.” “세희가 소경이 형을 유혹해서 임서아의 남편을 뺏어갔다고 하시는데, 할아버지! 세희는 6년 동안 남성에 없었는데, 그동안 소경이 형이 임서아랑 결혼하려고 했었나요?” “아니요!” “그러지 않았어요!” “세희가 조의찬을 현혹하고 서시언을 현혹했다고 하시는데, 이게 대체 할아버지랑 무슨 상관인데요? 네?” “세희가 도대체 할아버지한테 무슨 잘못을 했냐고요! 왜 세희를 못 죽여서 안달이신 건데요!” “할아버지는 설마 지옥에 떨어질 그 날이 두렵지도 않으신 거예요?” 자신의 손자가 이렇게 언변을 토하며 자신한테 대드는걸 보고,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더욱 신세희를 미워하게 됐다. 하지만 자신의 손자를 대하는 그만의 방법 또한 있었다. 서 씨 집안 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매우 힘겹고 늙은 목소리로 말했다. “준명아, 넌 말끝마다 신세희 얘기만 하는데, 넌 신세희랑 무슨 사이니?” “친구예요.”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너랑 네 동생인 서아만큼 가까울 수가 있어?” “서아는 네 고모의 딸이야. 네 고모는 난산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지. 네 고모는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나가 지
서 씨 집안 어르신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 내가 누굴 희생해야 되는 거니? 딱 그 애가 서아랑 나이도 비슷하고, 그 애가 서아의 이복자매잖아. 서아 엄마 아빠도 너그럽지 않은 마당에, 내가 자비를 베풀어서 뭐하니?” “내가 너그럽게 굴면, 서아 목숨은 어쩌라고?” “도둑! 할아버지는 도둑이에요!” 서준명은 크게 소리친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저편에서,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너무 화가 나서 전화기를 내던질 뻔했다. “내말은 이제 말 같지도 않는 모양이야! 어른이 안중에도 없는 거야 뭐야!”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욕을 했다. 병상에 누워있던 임서아는 철든 척 서 씨 집안 어르신을 달랬다. “할아버지, 오빠가 신세희랑 분명 사귀니까 그런 거겠죠?” 물어본 뒤, 그녀는 처량하게 웃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성에 있는 남자들은 신세희를 만나기만 하면 현혹되는 것 같아요. 남성은 물론, 가성섬에 있는 도련님도 똑같았고요.” “신세희가 대체 그 남자들한테 무슨 마법을 쓴 건지 모르겠어요. 그 남자들은 죽어도 신세희 말만 듣잖아요. 제 모든걸 빼앗으려 태어난 사람처럼 벌써 제 약혼자를 두 번이나 뺏어 갔어요.” 임서아는 멈칫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 여자의 신장을 이식받을 걸 생각하니까, 차라리 죽는 게 낫겠어요. 제가 오염되는 건 싫거든요.” 딸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듣고, 허영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얘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같이 착한 애는 안 죽어! 넌 절대 안 죽을 거야!” 서 씨 집안 어르신도 고개를 돌리고 손녀를 달래주었다. “서아야, 내 착한 손녀. 네가 그 애 신장을 이식받아 대신 악행을 씻어주는 거라고 생각하렴. 이건 걔를 위한 일이야. 아니면 저 애는 어느 날에 분명 지옥에 빠지고 말 거야. 네가 걔를 구해주는 거라고!” 임서아는 착한 눈으로 외할아버지를 보았다. “알겠어요, 할아버지. 그런데… 저한테 이식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면 어떡하죠?” 서 씨 집안 어르신은 자신 있게 말했다. “할아버지
그러나 아빠는 이 모든 걸 보면서 한숨만 쉴 뿐 아무런 저지도 없었다. 아빠는 심지어 전처가 낳은 두 아이들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래서 새엄마는 임지강의 누나에게 나가서 일해서 돈을 벌어오라고 시켰고, 돌아오면 밥 하고 빨래를 시키고, 저녁이 되면 잠도 못 자게 했다. 너무 힘들어서 나뭇간에서 잠 들어 있다가 새 엄마에게 들켜 죽도록 맞기도 했다. 어느 날, 12살짜리 누나를 새엄마가 시집보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누나는 결국 이런 사람같지 않은 생활을 견디지 못 하고, 자살을 선택했다. 그리하여 집에는 임지강 혼자만 남았다. 새 엄마가 임지강을 괴롭히지 않은데엔 이유가 있었다. 임지강의 이복 여동생이 혈액이 부족한 병에 걸려서, 거의 달마다 한번씩 수혈을 해줘야 했고, 마침 임지강의 혈액형이 그 여동생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달, 그의 몸에서 피를 뽑아 여동생에게 수혈했다. 시간이 지나 병에 걸린 여동생은 학교도 다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신나게 다른 사람들과 놀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그러나 임지강은 죽기 직전의 강아지처럼, 나뭇간에 숨어서 일어나지도 못 했고, 뼈가 다 보일정도로 말라 있었다. 임지강은 어렸을 때부터 고민이 많았다. 자신이 집에서 제대로 살지 못할 것 같자, 임지강은 집안에 있는 계란과 빵을 훔쳐서 새벽에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도망갈 때 그는 일부러 마을 사람들이 자신이 우물에 투신한 줄 알도록 위장까지 했다. 그래서 온 마을 사람들은 다 그 새엄마가 악랄하다고 욕했다. 그때의 임지강은 이미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상태였다. 그는 훔친 계란과 빵을 배불리 배먹고 나니, 금세 체력을 다시 회복했다. 그렇게 임지강은 혼자 하산한 뒤, 걸어다니면서 밥을 구걸했고, 걷고 또 걸어 남성이란 곳에 도착해서 고아원에 입양이 되었다. 그 이후로, 그의 생활은 비록 힘들었지만 학교도 다니고, 먹을 것도 있고, 살 곳도 생겼다. 더 이상 그의 피를 뽑아가는 사람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