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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전태윤이 하예정을 먼저 사랑하게 되었고 사랑의 감정도 더 깊었다. 하지만 하예정은 고작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상태라 언제든지 마음이 변할 수 있었다.

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와 하예정이 자주 싸우는 건 감정이 덜 깊은 것도 있겠지만 그의 성격과 습관 탓도 있었다.

그는 하예정이 그를 위해 변하길 기대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그녀는 남자에게 완전히 기대는 여자가 아니었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법이 없었다. 어떤 일은 그에게 얘기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여 그녀를 위해 변해야 하는 사람은 그였다.

“왜 아무 말이 없어? 매번 할머니가 어떻게 예정이한테 잘해야 하고 감정을 키워나가는지 얘기할 때마다 입을 꾹 다물더라?”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전태윤이 솔직하게 얘기하자 할머니가 말했다.

“너 왜 이리 무뚝뚝해? 나머지 여덟 손자도 너처럼 이랬더라면 차라리 네 할아버지를 따라가려고 했을 거야. 따라가면 너희들 때문에 속 썩이지 않아도 되니까.”

할머니의 아들과 며느리들도 사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손자들은 부모들이 무슨 얘기를 하든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흘릴 뿐 아예 귀담아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하여 이 나이가 돼도 손자들의 혼사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자신이 전생에 중매쟁이일 거란 생각마저 들었다. 그것도 업무 능력이 별로인 그런 중매쟁이 말이다. 그러니 이번 생에 손자들의 혼사 때문에 속을 썩이지.

“할머니, 제 일은 제가 알아서 잘할게요. 할머니는 증손녀 안기만 기다리세요.”

“기다리다가 흰머리가 다 자라겠어.”

“검은색으로 염색하면 되죠.”

할머니는 어이가 없었다.

“할머니 화를 돋우는 거 보니 괜찮은 모양이네. 이만 끊는다.”

전태윤 때문에 화가 나서 남편을 만나러 저승에라도 갈까 두려웠다.

할머니가 휴대 전화를 티테이블에 휙 던지자 휴대 전화가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떨어지려 했다. 다행히 민첩한 전이진이 휴대 전화를 잡았다.

“할머니, 새로 사신 휴대 전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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