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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하예정은 그에게 컵을 건네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럼 스스로 마셔요. 30살이나 돼서 이 정도 쓴 것도 못 마셔요?”

‘태윤 씨가 한약 마시는 걸 싫어하는구나.’

앞으로 그녀를 화나게 했을 때 아프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가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다면 한약을 잔뜩 지어다가 그가 무서워할 때까지 맨날 달여 먹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뾰로통한 얼굴로 아무 말이 없자 하예정은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태윤 씨, 이 약 마셔요. 이 약 마시고 빨리 나아야 함께 첫날밤이라도 보내죠. 내가 이 먼 곳까지 와서 보살펴준 보람이라도 있게.”

전태윤의 검은 두 눈이 반짝이더니 그녀에게 물었다.

“이젠 허락한 거야?”

하예정이 자세를 고쳐 앉고 방긋 웃었다.

“태윤 씨가 퇴원할 때쯤이면 비슷할 것 같아요. 어쩔 거예요? 마실 거예요 말 거예요?”

전태윤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망설이더니 결국 손을 내밀어 한약을 받았다. 그러고는 큰 결심이라도 내린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한약을 마셨다.

마시는 와중에 속으로 연신 되뇌었다.

‘이건 꿀물이야. 이건 꿀물이야. 독감이 다 나으면 예정이가 큰 상을 내려줄 거야.’

하예정과 한층 더 가까워지고 싶었던 건 사실이었다. 특히 지난번 그녀에게 옷을 갈아입힌 후 잠도 제대로 자질 못 했다.

아무런 표정 없이 억지로 한약을 벌컥벌컥 마시는 그를 보며 하예정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절반만 마시면 돼요. 나머지 절반은 저녁에 밥 먹고 마셔요.”

그가 절반 정도 마신 걸 보고 하예정이 귀띔했다. 전태윤이 움직임을 멈추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한꺼번에 다 마실게.”

하루 한 번만 마시면 쓴 고통도 한 번이니 참을 수 있었다.

말을 마친 전태윤은 계속하여 벌컥벌컥 마셨다.

하예정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하루 한 번만 마셔도 양이 충분하면 되겠지, 뭐.’

그냥 한 번에 다 마시도록 내버려 두었다. 전태윤은 나머지 한약 찌꺼기는 도저히 못 마시겠다면서 찌푸린 얼굴로 하예정을 쳐다보았다.

하예정은 그의 손에서 텀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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