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그에게 컵을 건네며 눈웃음을 지었다.“그럼 스스로 마셔요. 30살이나 돼서 이 정도 쓴 것도 못 마셔요?”‘태윤 씨가 한약 마시는 걸 싫어하는구나.’앞으로 그녀를 화나게 했을 때 아프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가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다면 한약을 잔뜩 지어다가 그가 무서워할 때까지 맨날 달여 먹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가 뾰로통한 얼굴로 아무 말이 없자 하예정은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태윤 씨, 이 약 마셔요. 이 약 마시고 빨리 나아야 함께 첫날밤이라도 보내죠. 내가 이 먼 곳까지 와서 보살펴준 보람이라도 있게.”전태윤의 검은 두 눈이 반짝이더니 그녀에게 물었다.“이젠 허락한 거야?”하예정이 자세를 고쳐 앉고 방긋 웃었다.“태윤 씨가 퇴원할 때쯤이면 비슷할 것 같아요. 어쩔 거예요? 마실 거예요 말 거예요?”전태윤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망설이더니 결국 손을 내밀어 한약을 받았다. 그러고는 큰 결심이라도 내린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한약을 마셨다.마시는 와중에 속으로 연신 되뇌었다.‘이건 꿀물이야. 이건 꿀물이야. 독감이 다 나으면 예정이가 큰 상을 내려줄 거야.’하예정과 한층 더 가까워지고 싶었던 건 사실이었다. 특히 지난번 그녀에게 옷을 갈아입힌 후 잠도 제대로 자질 못 했다.아무런 표정 없이 억지로 한약을 벌컥벌컥 마시는 그를 보며 하예정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절반만 마시면 돼요. 나머지 절반은 저녁에 밥 먹고 마셔요.”그가 절반 정도 마신 걸 보고 하예정이 귀띔했다. 전태윤이 움직임을 멈추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한꺼번에 다 마실게.”하루 한 번만 마시면 쓴 고통도 한 번이니 참을 수 있었다.말을 마친 전태윤은 계속하여 벌컥벌컥 마셨다.하예정은 말문이 막혀버렸다.‘하루 한 번만 마셔도 양이 충분하면 되겠지, 뭐.’그냥 한 번에 다 마시도록 내버려 두었다. 전태윤은 나머지 한약 찌꺼기는 도저히 못 마시겠다면서 찌푸린 얼굴로 하예정을 쳐다보았다.하예정은 그의 손에서 텀블
전태윤이 하예정을 먼저 사랑하게 되었고 사랑의 감정도 더 깊었다. 하지만 하예정은 고작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상태라 언제든지 마음이 변할 수 있었다.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와 하예정이 자주 싸우는 건 감정이 덜 깊은 것도 있겠지만 그의 성격과 습관 탓도 있었다.그는 하예정이 그를 위해 변하길 기대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그녀는 남자에게 완전히 기대는 여자가 아니었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법이 없었다. 어떤 일은 그에게 얘기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하여 그녀를 위해 변해야 하는 사람은 그였다.“왜 아무 말이 없어? 매번 할머니가 어떻게 예정이한테 잘해야 하고 감정을 키워나가는지 얘기할 때마다 입을 꾹 다물더라?”“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전태윤이 솔직하게 얘기하자 할머니가 말했다.“너 왜 이리 무뚝뚝해? 나머지 여덟 손자도 너처럼 이랬더라면 차라리 네 할아버지를 따라가려고 했을 거야. 따라가면 너희들 때문에 속 썩이지 않아도 되니까.”할머니의 아들과 며느리들도 사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손자들은 부모들이 무슨 얘기를 하든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흘릴 뿐 아예 귀담아들으려 하지도 않았다.하여 이 나이가 돼도 손자들의 혼사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할머니는 자신이 전생에 중매쟁이일 거란 생각마저 들었다. 그것도 업무 능력이 별로인 그런 중매쟁이 말이다. 그러니 이번 생에 손자들의 혼사 때문에 속을 썩이지.“할머니, 제 일은 제가 알아서 잘할게요. 할머니는 증손녀 안기만 기다리세요.”“기다리다가 흰머리가 다 자라겠어.”“검은색으로 염색하면 되죠.”할머니는 어이가 없었다.“할머니 화를 돋우는 거 보니 괜찮은 모양이네. 이만 끊는다.”전태윤 때문에 화가 나서 남편을 만나러 저승에라도 갈까 두려웠다.할머니가 휴대 전화를 티테이블에 휙 던지자 휴대 전화가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떨어지려 했다. 다행히 민첩한 전이진이 휴대 전화를 잡았다.“할머니, 새로 사신 휴대 전화잖아
하예진은 몸이 너무 뚱뚱한 탓에 드레스를 입지 않았다. 그녀에게 맞는 드레스가 없어 맞춤 제작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새 옷에 옅은 메이크업을 하고 이경혜가 선물한 액세서리까지 하고 나니 복스럽고 귀티가 줄줄 흘러넘쳤다.주우빈은 아동 양복을 입었다. 원래도 잘생긴 얼굴인데 양복까지 입으니 한층 더 멋져 보였다. 주우빈을 본 여자들은 저마다 한번 안아보려고 난리도 아니었다.주우빈은 처음에는 겁에 질린 듯하더니 곧장 잘 적응했고 두려움도 사라졌다. 사람들이 멋지다고 칭찬할 때마다 방긋 웃으며 고맙다고 했더니 오히려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말았다.“사모님, 노씨 가문 사모님과 넷째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한 도우미가 다가와 이경혜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이 올 때마다 이경혜는 딸과 조카와 함께 직접 마중 나갔다.이경혜가 하예진의 손을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예진아, 이모랑 노씨 사모님께 인사드리러 가자. 노씨 사모님은 노동명의 어머니셔. 노동명이 널 많이 도와줬었지?”이경혜가 간단하게 노씨 가문 사모님의 신분을 소개하자 하예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경혜가 이번 파티를 여는 목적은 하예진네 두 자매를 소개하고 배후에 성씨 그룹이 있다고 관성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이경혜는 딸과 조카와 함께 마중 나갔다가 마당 가운데서 별장으로 걸어오는 윤미라네 모자와 마주쳤다.“안녕하세요, 미라 씨. 안녕, 동명아.”“안녕하세요, 경혜 씨.”이경혜는 윤미라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반갑게 웃으며 맞이했다. 윤미라도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나누었다.평소였더라면 그들은 인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노씨 가문과 전씨 가문의 사이가 가까우니까.오늘 밤 윤미라가 성씨 가문의 파티에 참석한 건 작은 아들도 참석하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내일의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윤미라는 호기심을 안고 성씨 가문 파티에 참석했다.그녀는 작은아들이 흔쾌히 동행하려는 원인을 알고 싶었다. 예전 같았으면 죽어도 어머니와 그 어떤 파티도 참석하지 않으려
주우빈은 또다시 엄마 뒤에 쏙 숨어버렸다. 하예진이 돌아서서 아들을 안으며 말했다.“우빈아, 이분은 동명 아저씨야. 전에 본 적이 있잖아.”주우빈은 노동명을 빤히 쳐다보았다. 평소 예의 바른 아이였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노동명을 절대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았다.“아이가 참 예쁘게 생겼네.”윤미라가 주우빈을 칭찬했다. 이경혜의 큰조카는 체구도 크고 뚱뚱하지만 아들은 참 잘생겼다고 생각했다.“동명아, 네가 무섭게 생긴 바람에 애가 놀라서 만지게 못 하는 거야.”윤미라가 작은아들을 디스했다.노동명이 사고로 얼굴을 다친 후 윤미라는 아들에게 성형수술을 하여 칼 흉터를 지우라고 권유했다. 그러면 예전의 잘생긴 얼굴로 다시 돌아오니까.하지만 노동명은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그가 사고 났을 때 윤미라는 너무도 놀라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노동명은 그런 그녀의 마음도 모르고 성형수술을 아무리 권유해도 하지 않으려 했다.여러 해가 지났지만 칼 흉터는 여전히 선명했다.원래 잘생겼던 사람이 얼굴을 다치고 나서 35살, 아니, 곧 36살이 되는데도 여전히 싱글이다. 다른 집 아들은 이 나이에 벌써 애가 두셋이나 되는데 그녀의 아들은 장가갈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그런 노동명이 아이를 예뻐하는 모습을 본 윤미라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아들을 디스했다.노동명이 피식 웃었다.“우빈이가 절 자주 못 봐서 그래요. 앞으로 자주 보면 무서워하지 않을 거예요.”윤미라가 눈살을 찌푸렸다.“자주 본다고?”“예진 씨가 제 가게를 임대해서 토스트 가게를 오픈하려고 하거든요. 매일 아침 출근길에 그 길을 지나가는데 당연히 우빈이를 매일 보겠죠.”노동명이 설명했다.“사모님, 그럼 전 성 대표님한테 인사하러 가겠습니다.”성기현네 부부는 따로 다른 손님을 맞이하느라 어머니와 함께하지 않았다.이경혜가 다정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노동명은 성기현 쪽으로 걸어갔다.하예진을 힐끗거리던 윤미라의 두 눈에 언짢음이 섞여 있었지만 별다른 내색 하진 않고
“걱정하지 마, 노씨 사모님이 날 찾아오는 일이 없도록 할게. 너도 그만 진정해.”“언니는 너무 착해서 문제예요. 나 같았으면 그런 눈으로 날 쳐다봤다간 절대 가만 안 뒀어요.”하예진이 피식 웃었다.그녀와 성소현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성소현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집 딸이고 하예진은 일찍 부모를 여읜 외로운 딸인데.“아무튼 앞으로는 내가 언니를 지켜줄게요. 누가 언니한테 조금이라도 눈치를 주고 괴롭히면 당장 나한테 얘기해요. 내가 제대로 혼내줄 테니까.”“효진이 왔어.”심효진 남매를 본 하예진이 성소현에게 귀띔했다. 성소현은 그제야 하던 얘기를 멈췄다.심효진은 이번에도 남동생과 동행했다. 사실은 운전기사로 부려 먹을 생각이었다. 그러면 그녀는 파티에서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으니까.그런데 아쉽게도 하예정이 관성에 있지 않았다.“효진아.”하예진과 성소현이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효진 씨, 왜 이제야 왔어요.”성소현이 가까이 다가가 심효진의 팔짱을 꼈다. 뭇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하더니 심효진인 걸 알아보고는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김씨 사모님의 친정집 조카 아니에요? 오랜만에 보네요.”“성씨 사모님이 효진 씨가 만취해서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나 봐요. 그러니까 파티에 초대했겠죠. 지난번처럼 파티에서 드러누우면 어쩌려고.”“심효진 씨랑 성씨 사모님의 조카가 절친이래요. 초대하는 것도 당연하죠.”“우린 멀리 떨어져 있어요. 저런 사람과 가까이하면 오히려 우리가 놀림당해요.”심효진은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많은 이의 이목을 끌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녀가 성소현에게 물었다.“내가 늦었어요? 초대장에 적힌 시간보다 일찍 온 것 같은데.”그러고는 하예진에게도 인사를 건넨 후 주우빈을 안으며 하예진을 칭찬했다.“예진 언니, 오늘 이렇게 입으니까 참 복스러워 보이네요.”“그냥 차라리 뚱뚱하다고 해도 괜찮아.”자신의 겉모습이 얼마나 뚱뚱한지 잘 알고 있었던 하예진은 다른 사람들의 경멸 어린 시선에 진작 익숙해졌고
하예진이 잔뜩 경계하기 시작하면서 싸늘하게 물었다.“누구한테서 들었어? 내가 결혼 후에 출근도 못 하고 아무런 수입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이 받아...”“네 시어머니가 그러더라. 예진아, 나 지금 사업이 잘 안 돼서 예전에 번 돈까지 전부 다 밑지는 바람에 자금이 부족하거든? 나한테 2억만 좀 빌려주라.”하예진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너털웃음을 지었다.인간의 얼굴이 아무리 두꺼워도 어떻게 이 정도로 두꺼울 수가 있지?그 집 식구들은 하예진네 자매에게 정말 지긋지긋하게도 달라붙는다.“지명 오빠, 오빠 얼굴이 얼마나 두꺼운지 거울 좀 봐봐. 우리 자매한테 뭘 잘해준 게 있다고 지금 뻔뻔스럽게 돈을 빌려달라고 해? 그래, 나한테 2억이 있어. 하지만 절대 안 빌려줘. 다른 사람한테 빌려줄지언정 오빠한테는 죽어도 못 빌려줘!”“이러지 마, 예진아. 아무리 그래도 난 네 사촌 오빠야. 그땐 너희 두 자매가 하도 고집을 부려서 네 남편 집에서 예물 돈도 주지 않고 널 데려갔잖아. 그래서 그 집 식구들이 네가 귀한 줄 모르는 거야. 나중에 재혼하면 꼭 남자 측에 예물 돈을 할아버지한테 드리라고 해.”“많은 돈을 주고 며느리를 들여야 귀한 줄 알고 함부로 버리지 않아. 너 지금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쓸데도 없잖아. 나한테 먼저 2억 빌려줘. 자금이 원활하게 돌아갈 때 그때 돌려줄게. 그리고 내 사업이 이 지경이 된 게 다 너희 두 자매 때문이야. 너희 둘이 그런 글을 올려서 내 명성만 망가뜨리지 않았어도 내 사업이 휘청거리지 않았어. 너희 때문에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맨날 적자만 나.”하예진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한 푼도 못 빌려줘!”“예진아...”하예진이 전화를 끊자 하지명은 냅다 욕설을 퍼부었다.“뭐래?”그의 아버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예진이가 돈 빌려주겠대?”“아빠, 굳이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걔가 안 빌려줄 거라는 걸 알겠어요. 아무리 관계가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누가 흔쾌히 2억이나 빌려주겠어요?”하지명이 짜증 섞인
그리고 하지문이 아무리 물어도 성씨 그룹 말고 또 누가 그들에게 복수하려는지 절대 얘기하지 않았다.하지문은 하예정네 자매의 배후에 있는 조력자라고 확신했다. 처음에는 성소현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보니 성소현 말고 더 엄청난 사람이 두 자매의 배후에 있는 것 같다.그 사람이 대체 누굴까?누구길래 그가 관성에서 일자리 하나도 못 찾게 만든 걸까?충격받은 하지문은 자신감이 밑바닥을 드러냈다. 일단 할머니가 퇴원하신 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본가로 모시고 간 다음 구정이 지나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그럼 어떡해?”하순재가 근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예정네 자매 뒤에 대체 누가 있길래 이리 엄청난 거야? 일자리도 잃고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잖아. 네 사업이 그리 큰 사업이 아닌데도 엄청난 영향을 받았어. 지명아, 할머니가 퇴원하신 후에 우리 다시 얘기해보자. 예정이 요구대로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화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그들이 두 자매를 어떻게 모함하고 명성을 어지럽혔으며 인터넷 악플 세례를 당하게 했으면 그대로 똑같이 당해야 한다고 하예정이 말했었다.하지명이 머뭇거렸다.“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데 인터넷에 공개 사과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래?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사과한 다음에 귀한 선물도 준비해서 예진네 자매한테 찾아가자. 이번에는 우리 전부 성질을 죽이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해. 걔네 둘이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하면 아무 일도 없게 되는 거야.”하지명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예진이랑 예정이 참 독한 애들이에요. 우리가 먼저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잖아요? 고작 인터넷에 글을 올려 댓글 알바를 구해서 악플 좀 달았을 뿐인데, 그리고 걔네들도 반격했잖아요. 요 두 달 우리도 힘들었고 손해가 엄청나단 말이에요. 이젠 비긴 거나 마찬가지인데 아직도 물고 늘어지네요. 우리를 벼랑 끝까지 내몰 생각인가 봐요.”하지명이 분통을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걔네 둘 우리를 아직도 원망하고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어요. 아빠, 아무래도 걔네 둘이
하예진과 하지명의 통화 내용을 전부 다 들은 성소현이 분노를 터뜨렸다.“아직도 언니한테 돈을 요구해요?”“나한테 돈 빌려달래. 요즘 사업이 잘 안 돼서 엄청 밑졌다면서 2억 빌려달래.”“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요? 관성에 나보다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 없는 줄 알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내가 뻔뻔하게 전 대표님을 쫓아다닌다는지, 파렴치하다는지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그 친척들에 비하면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니네요.”하예진이 되레 성소현을 달랬다.“그런 사람들 때문에 화내지 마, 소현아. 나랑 예정이 평생 그 사람들이랑 화해 안 해. 죽든 말든 알 게 뭐야.”그 집 식구들이 지금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건 다 인과응보이다.“가요,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술도 마셔요. 소현 씨네 집 파티셰가 만든 디저트가 너무 맛있어요. 나 오늘 밤 배터지게 먹을 거예요.”심효진이 화제를 돌리자 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단 거 많이 먹으면 살쪄요... 아, 예진 언니 말하는 건 아니었어요.”하예진은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단 거 먹으면 살이 많이 찌긴 해. 그래서 나 단 거 끊었어.”“난 매일 뛰며 운동해서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안 쪄요.”심효진은 성소현의 팔짱을 끼며 하예진네 모자에게도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다.하예진은 이번에 큰 결심을 한 듯싶다. 파티의 맛있는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꾹 참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만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소정남이 도착했을 때 심효진은 이미 배부르게 먹었고 취기도 올라왔다.누나의 귀가를 책임지려고 따라온 심서준이 만취한 누나를 부축하여 나가던 그때 마침 소정남과 딱 마주쳤다. 많은 이들이 소정남을 둘러싸고 한껏 아부하고 있었다.소정남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려고 일부러 늦게 도착했는데 심효진이 먼저 가려 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는 인제야 도착했는데...“소정남 씨.”심서준이 소정남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효진 씨 왜 이래요?”“우리 누나 취했어요.”소정남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정윤하는 흔쾌히 대답했다.“좋아요. 우리 엄마한테 저녁에 밥 좀 더 하시라고 부탁할게요. 아저씨가 우리 엄마가 하신 요리를 좋아하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 엄마가 매우 기뻐하실 거예요.”소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가 만든 요리들이 정말 맛있어요.”“오늘 저녁에 많이 드세요. 아저씨, 저 먼저 운동 좀 하고 이따가 공항으로 마중하러 갈게요. 저녁에 봐요.”“그래요. 저도 이제 비행 모드로 전환해야 해요. 저녁에 봐요.”소지훈은 작별 인사를 하면서도 통화를 끊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그는 정윤하 쪽에서 전화를 끊은 후에야 휴대전화를 귓가에서 뗐다.소지훈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 사진은 정윤하의 사진 이였다.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소지훈은 정윤하의 사진을 몇 장 찍어 그녀에게 보내주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도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정윤하의 사진을 그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 사진으로 설정했다.휴대전화를 켜면 정윤하를 바로 볼 수 있었다.정윤하의 안색은 환했고 미소가 밝고 청춘의 활력이 넘쳐 소지훈은 그녀를 보면 볼수록 더 좋아졌다.비행기가 관성을 떠나 연성 공항에 착륙하기까지 이미 몇 시간이나 흘렀다.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자 소지훈은 이내 휴대전화의 비행모드를 정상상태로 돌려놓았다.그러자 그의 휴대전화에는 끊임없이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었다. 정윤하가 소지훈에게 자신이 공항 출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소지훈은 정윤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윤하가 바로 받았다.“아저씨, 도착했죠? 저도 방금 도착해서 공항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큰 종이에 글씨로 이름을 적어놓았어요. 아저씨가 나오시면 아저씨 성함이 한눈에 보이실 거예요.”소지훈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지금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어요. 캐리어를 가지러 갔다가 금방 나갈게요.”“괜찮아요. 기다릴게요. 뭐라도 좀 드셨어요? 집에 가는 길에 드실 간식 좀 사드릴게요. 집으로 가는 길에 좀 드세요. 공항은 우리 집에서 좀 멀거
전태윤은 피식 웃었다.“우리 소 대표님도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네요.”“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요. 뭘.”전태윤은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네네, 소 대표님은 높은 분이 아니십니다. 제 신분으로도 소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도 줄을 서야 하는데. 저와 정남이가 절친이 아니었다면 아마 돈을 많이 내놓는다고 해도 소 대표님을 만나지 못할걸요.”소지훈이 말했다.“제가 너무 바빠서 그래요. 전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우리와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바쁘잖아요.”“제가 간단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래요. 그럼 일단 연성에 가셔서 윤하 씨를 만나세요. 제가 먼저 정남에게 연락할게요.”소지훈이 대답했다.“무슨 일이 있으시면 정남이한테 말씀하세요. 두 분이 친구라서 말하기 더 편할 거에요. 그리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처음 사랑을 맛본 소지훈은 한창 뜨거운 열정으로 정윤하를 따르고 있었다.게다가 소지훈 부모님도 매일 그에게 결혼 재촉을 했다. 정윤하가 다른 남자들이 가로채 갈까 봐 늘 소지훈더러 연성으로 가서 정윤하에게 구애하라고 재촉하셨다.정윤하는 소지훈의 운명적인 여신이었다. 그가 정상적인 남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두 정윤하에게 달려 있었기에 정윤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의 부모는 너무 급한 나머지 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고백하지 않았다고 투덜거리며 아들 대신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싶었다.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를 만난 뒤로 급하게 고백하면 그녀가 놀라게 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알게 된 시간이 아직 짧기에 좀 더 익숙해진 뒤로 고백하려고 했다.정이 깊어지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리기 마련이다.소지훈은 이번에 연성에 가서 기회를 보면서 정윤하에게 고백하려 했고 또 정씨 가족들 앞에서 잘 보이고 싶었다.소지훈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정윤하보다 10살 많은 나이가 많다는 점이다. 만약 세는 나이로 계산하면 11살이나 더 많았다.“알겠어요. 알겠어요. 하
전태윤이 말했다.“모든 이 대표님은 실력이 훌륭하고 충실한 특별 비서를 두었기 때문에 분명히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거야. 만약 그 특별 비서가 살아있다면 찾아서 현임 이 대표님의 죄를 밝힐 수 있을 텐데. 만약 그 틀별 비서도 죽었다면 이 일은 정말 조사하기 어려울 거야. 40~50년이나 지났으니까. 이따가 소 대표님께 전화해서 전임 이 대표님의 비서가 누구인지, 그 사람이 아직 살아있는지, 살아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볼게.”소씨 가문도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울 것이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그건 내가 알아볼 수 있어. 내가 고진호 씨를 조사해 보는 게 더 편리할 거야.”사실 이씨 가문의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었겠지만, 그들을 찾아가면 이은화가 눈치채기 쉬웠다.어쩌면 전임 이 대표의 비서가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현재 이은화도 그 비서를 찾고 있을 수도 있었다.“그래. 그럼 소식이 있으면 나한테 알려줘.”“알았어. 둘째 형이 혼인 신고를 했다니, 부러워 죽겠어. 나와 이진 형이 동시에 할머니께서 주신 사진을 받았는데 이진이 형은 혼인 신고까지 했는데 난 아직도 고현 씨 뒤를 쫓아다니고 있다니. 휴.”진지한 이야기를 마친 전호영은 전태윤과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어쨌든 전호영과 전태윤 모두 할일도 없이 한가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수다를 떨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누가 반년 동안이나 아무 짓도 하지 말라고 했어? 그러니까 이진이 보다 늦지. 내가 보기엔 고현 씨도 너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너도 얼른 더 노력해서 내년에 결혼해야지. 이런 일은 나한테 말하지 말고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난 좀 쉬어야겠어.”전태윤은 전호영의 하소연이 듣기 싫었는지 이내 통화를 끊었다.애초에 전호영은 고현이 남자같이 생겼다고 무척 싫어했기 때문에 일부러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강성으로 가서 고현의 여자 신분을 폭로하려고 했다.전태윤이 전화를 끊어도 전호영은 화를 내지 않고 혼자 중얼거렸다.“자기만 행
“형, 통화하기 편해?”전호영은 고현을 호텔 밖으로 배웅하고 그의 사무실로 돌아온 뒤로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얼른 말해. 무슨 일인지.”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형한테 보낸 사진과 동영상은 이 대표님 남편이 바람을 피운 증거들이야.”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호영이 계속해서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대표님의 남편 정군호 씨인데 젊었을 때는 멋있었는데 재주가 없어서 이 대표님 남편으로 되었거든. 이씨 가문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불리웠지만 사실 존중 받지 못하고 아내에게 의지해 살아야 했어. 이 대표님도 남편을 엄격하게 관리했기에 매달 생활비를 주지 않고 매일 용돈 10만 정도만 주었어.”“이전에 바람을 피우려다가 이은화에게 혼이 난 뒤로 감히 바람을 피우고 싶어도 피우지 못했어. 이번에 이 대표님이 관성에 가서 형 결혼식에 참석한 뒤로 관성에 보름이나 머물게 되었는데 정군호 씨가 그 틈을 타 바람을 피울 기회를 얻었던 거야. 이 대표님이 아신다면 분명 한바탕 소란을 피울 거야.”“요즘 이씨 가문도 난장판이야. 이씨 가문의 아들들이 밖에서 내연녀를 두었는데 윤미 씨가 그 사실들을 폭로하는 바람에 지금 아들과 며느리들이 한창 떠들썩하게 지내고 있거든. 만약 이 대표님과 정군호 씨 일까지 폭로된다면 더욱 혼란스러워질 거야. 형, 형수님께 말씀드려봐. 무슨 계획 있으신지. 지금 이 틈을 타서 폭로할 수도 있으니까.”전태윤이 나지막이 물었다.“정군호 씨가 이 대표님의 남편이란 말이지?”“그럼, 고현 씨가 알려줬거든. 난 정군호 씨가 누군지도 몰랐어. 고현 씨가 강성의 토박이라 이씨 가문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서 정군호 씨를 알아봤거든. 고현 씨가 연회에 참석할 때 정군호 씨와 이 대표님이 함께 온 것을 봤대. 틀림없을 거야.”“이씨 가문의 그 이윤미 씨도 좀 재미있는 사람 같아. 이윤미 씨도 어느정도 수단은 있지만 그래도 도덕은 있는 편이네. 아쉽게도 이 대표님과 같은 사람을 어머니로 두었지.”이윤미가 이씨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