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알았어.”전태윤도 조마조마하던 마음을 드디어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감기 걸렸으면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퇴근 후에 병원 가봐요. 아니면 그냥 지금 가요. 괜히 끌다가 더 심해지면 어떡해요. 지금 열은 나요?”전태윤이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짚어보았다.‘진짜 열나네? 어쩐지 머리도 무겁고 윙 하더라니.’하지만 하예정에게는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다.“열은 안 나. 체온은 정상이야. 나 몸은 건강하니까 걱정하지 마. 이따가 약국에 가서 감기약 사 먹으면 괜찮아져. 이모 집에 가니까 어때? 이모부랑 사촌 오빠, 언니들이 잘해주지?”“태윤 씨 지금 안색이 안 좋아요. 입술도 조금 빨갛고. 정말 열이 안 나요?”하예정이 꼼꼼하게 살폈다.“이모부랑 사촌 오빠들이 잘해줘요. 소현 언니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태윤 씨, 혈연이라는 게 정말 신기해요. 나랑 소현 언니 서로의 존재도 몰랐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엄청 잘 통하더라고요.”전태윤이 씩 웃었다.“나 대신 이모님한테 인사 전해줘. 당분간은 인사드리러 못 가고 구정 휴가 때 시간이 돼. 그때 같이 이모님한테 인사드리러 가자.”그는 성씨 가문에 인사하러 가기 전에 하예정에게 자신의 신분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생각이었다. 하예정이 무슨 반응을 하든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할머니의 말씀대로 이건 그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우리 이모도 이해해요. 이모가 내일 파티를 열어서 사람들한테 나랑 언니를 소개하겠대요. 태윤 씨가 옆에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난 그런 자리가 싫거든요. 태윤 씨가 옆에 있었더라면 훨씬 더 마음이 놓였을 거예요. 태윤 씨가 나한테 얼마나 큰 안전감을 주는지 모르죠? 나한테 무슨 어려운 일이 닥치든 항상 방법을 생각해서 해결해줬어요. 태윤 씨는 나만의 슈퍼맨 같아요.”전태윤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그건 내가 운이 좋아서 매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거야. 앞으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나한테 얘기해. 그리고 파티
“알았어요. 어차피 학생들이 방학이니까 나도 그리 바쁘진 않거든요. 태윤 씨가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달려가서 공처가로 만들어버릴 거예요. 동료들 앞에서 망신이나 당하게.”전태윤의 입가에 번진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네가 그러니까 더 일부러 병원에 안 가고 싶잖아. 네가 바로 달려오게.”“그랬다간 가만 안 둬요!”전태윤은 일부러 겁먹은 척했다.“아이고 무서워라. 내가 어찌 감히 그러겠어.”“됐어요. 그만 얘기하고 얼른 병원 가봐요. 다 큰 어른이 자기 몸도 잘 못 챙기면 어떡해요.”하예정은 한마디 투덜거린 후 영상통화를 끊었다.“예정아.”“언니.”하예정은 가까이 다가오는 언니를 바라보았다.“우빈이 자?”“응. 잠든 거 보고 운동도 할 겸 나왔어. 나 요즘 매일 세 번 뛰고 식단 관리도 시작했어. 열심히 다이어트 해보려고.”하예진이 발걸음을 멈추고 말을 이었다.“3년여 동안의 결혼 생활을 해보니까 여자는 자기 관리도 해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독립해야 하더라고. 남자한테 너무 기대선 안 되고 ‘내가 먹여 살릴게’ 같은 어처구니없는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 그랬다간 언젠가는 내 꼴이 돼. 남자는 돈이 생기면 나쁘게 변해. 주형인도 사장직에 오른 후부터 변했어. 돈이 많아지니까 그런 거야.”하예정은 다이어트 하려는 언니를 응원했다.“하루에 세 번이나 뛰어? 아침저녁으로 두 번만 뛰어도 돼.”식사할 때도 하예진이 탄수화물을 별로 먹지 않고 얘기를 나눌 때도 디저트엔 손도 대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전에는 디저트라면 사족을 못 쓰던 언니였는데.“매일 세 번씩 뛰면 다이어트 효과도 더 빨리 나타나겠지.”날씬한 몸매로 돌아오기 위해 하예진은 큰마음을 먹었다. 최대한 토스트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 결혼 전의 몸무게로 돌아와야 했다.그녀는 아직 31살밖에 안 됐고 아직 한창이었다. 이혼 한번 했다고 인생을 포기해선 안 되고 다시 일어나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예정아, 언니랑 산책 좀 할까?”하예진의 말에 하예정이 웃음으로 답했다.
성기현은 속으로 전태윤을 몇 마디 욕했다.하예정이 초고속 결혼한 남편의 이름을 얘기했을 때까지만 해도 같은 전태윤인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출장 갔다는 소리에 성기현은 전태윤이 바로 하예정의 남편이라고 완전히 확신했다.“언제 돌아오는데요?”“그렇게 저한테 커피 사주고 싶으세요?”“전태윤 씨, 시치미 좀 그만 떼요. 저 다 알고 있어요. 예정이가 낀 반지랑 태윤 씨 반지가 커플 맞죠? 손만 공개하고 얼굴은 공개하지 않은 아내가 예정이 맞죠?”전태윤은 입을 꾹 다문 채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에 성기현은 그가 인정한 것으로 여겼다.“두 사람 언제 혼인신고 했어요? 예정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 전인가요? 유부남이 됐으면서 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우리 소현이는 그것도 모르고 태윤 씨네 회사 앞에 가서 공개 고백까지 했잖아요! 그 바람에 소현이는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했지만 태윤 씨는 여전히 고상하게 그런 소현이를 바라만 봤어요. 걔가 아무리 대시해도 받아주지 않을 거잖아요. 그리고 저랑 태윤 씨가 라이벌인 것도 뻔히 알면서도 태윤 씨를 좋아한 소현이를 웃었고 스스로 고생을 찾아서 한다고 웃었겠죠. 그나저나 예정이한테는 왜 당신이 최고 재벌가인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란 신분을 숨긴 거예요?”성기현은 성소현이 맨날 전태윤에게 매달렸지만 사실 전태윤은 진작 하예정과 몰래 혼인신고 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었다. 여동생이 저도 모르게 남의 가정에 끼어든 제삼자가 돼버렸다.만약 전태윤이 계속 아무런 정보도 흘리지 않고 결혼반지도 끼지 않았더라면 성소현은 아마 아직도 그에게 미쳐있었을 것이다.“예정이한테는 언제까지 숨길 생각이에요? 예정이랑 소현이가 절친인 거 몰라요? 이젠 사촌 사이가 됐는데 예정의 남편이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전씨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소현이가 알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예정이는 또 뭐라 생각하고 사촌 자매끼리 어떻게 지내야 하냐고요!”“기현 씨.”남편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유청하가 재빨리 다가와 남편에게 귀
전태윤이 전화를 뚝 끊자 오히려 화가 가라앉은 성기현이 싸늘하게 웃었다.“전태윤, 언제 날 형님이라고 부르는지 똑똑히 지켜볼 거야. 내가 너 하나 어쩌지 못할 것 같아?”그에게 물을 가져다주러 온 유청하가 그의 뒷얘기를 듣고 한마디 했다.“이젠 가족이 됐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전태윤 씨가 무슨 이유로 신분을 숨겼든 예정 아가씨의 남편인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내가 전태윤이랑 얼마나 오랜 시간 경쟁했었는데요. 지금까지도 그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어요. 어쩌다가 전태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갈 기회가 생겼는데 놓쳐서야 하겠어요?”성기현이 물을 받고 두어 모금 마셨다.“내가 지금 전태윤 때문에 얼마나 화가 났는데요. 전태윤이 출장 갔다 돌아오면 그대로 갚아줄 생각이에요. 나한테 밥을 사줄 때 예정이도 불러서 예정이 앞에서도 날 형님이라고 부르지 않는지 두고 볼 거예요. 여보, 나의 라이벌인 전태윤이 날 형님이라고 부르는 모습만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와요.”“당신 정말 어지간히 화난 게 아니네요.”유청하가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같은 연배인데 전태윤 씨가 기현 씨를 형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협박이라도 할 셈이에요?”“날 형님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하예정 앞에서 난처하게 할 거예요. 예의 없이 형님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고요.”유청하는 어이가 없었다.왠지 남편과 전태윤이 곧 한바탕 기 싸움을 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성기현에게 모든 비밀을 들킨 전태윤은 처음에는 걱정됐지만 성기현의 전화를 끊은 후 잠시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성기현이 이토록 화를 내는 건 그의 친여동생 때문이지, 하예정을 걱정해서가 아니었다. 성소현이 아직 그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기 전까지 성기현은 그의 진짜 정체를 하예정에게 얘기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그뿐만 아니라 어쩌면 갖은 방법으로 그를 도와 계속 숨기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앞으로 성기현 앞에서도 대놓고 하예정과 애정행각을 해도 된다.전태윤은 출장 일정이 끝나고 돌아가서
소정남이 바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들어와.”서재 문이 열리고 한 경호원이 초대장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소정남은 누군가 파티에 소지훈을 초대한 걸로 생각했지만 경호원은 곧장 그의 앞으로 다가와 초대장을 그에게 건네며 깍듯하게 말했다.“도련님, 이건 성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보낸 초대장입니다. 성씨 가문에서 내일 저녁에 파티하는데 도련님을 초대했어요.”“내 거라고?”소정남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성씨 가문의 파티 초대장을 성기현 씨가 특별히 보냈다고? 그것도 내일 저녁에? 이렇게나 급하게?”다른 가문에서 파티를 열 땐 며칠 전에 미리 초대하거나 심지어 십여 일 전에 초대하는 가문도 있었다. 그래야만 손님들도 준비할 시간이 있으니까.성씨 가문에서는 임시로 급하게 파티하는 것 같은데?이경혜가 두 조카를 찾았다는 사실을 떠올린 소정남은 성씨 가문의 이번 파티의 진짜 목적을 대충 짐작했다. 그녀가 두 조카를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이려는 게 아닐까?‘하하, 전태윤 인제 어떡하지?’“성씨 가문 큰 도련님께서 도련님한테 전해달라는 말씀이 있어요.”“뭔데?”“심효진 씨도 초대장 명단에 있답니다.”소정남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씩 웃으며 경호원에게 물었다.“성씨 가문에서 보낸 그 사람 갔어?”“아직 밖에서 도련님의 회답을 기다리고 있어요.”소정남은 초대장도 열어보지 않고 경호원에게 말했다.“가서 전해. 나 내일 저녁에 시간 맞춰서 꼭 간다고.”“알겠습니다.”경호원이 공손하게 대답한 후 자리를 떠났다. 소정남은 초대장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왠지 앞으로 성기현 씨를 만나도 함부로 대들지 못할 것 같아.”“심효진 씨랑 성기현 씨는 아무런 관계도 없잖아. 아까 그 말은 전태윤 씨한테 했어야지.”소지훈은 일을 마무리한 후 휴대 전화를 내려놓고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웃을 듯 말 듯 했다.“내가 왜 아직도 결혼할 생각이 없는지 알겠지?”“그건 형이 인연을 만나지 못해서 그런 거야. 태윤이 봐봐, 예전에는 얼마나 고집이 셌는데 지금은 순순히
쇼핑하면서 옷을 살 때 전 남편과 내연녀를 보면 어떤 기분일까?하예진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오히려 서현주가 가게로 들어와 하예진 자매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주형인의 팔짱을 꽉 꼈다. 마치 그들이 커플이라는 걸 다른 사람이 모르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다.“아빠.”하예정에게 안긴 주우빈이 주형인을 보자마자 아빠라고 불렀다. 그러자 가게에 있던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주형인을 쳐다보았다.주형인의 옆에 서 있는 젊고 예쁜 서현주와 주우빈이 엄마라고 부르는 하예진을 번갈아 보던 가게 점원이 동정 어린 눈빛으로 하예진을 쳐다보았다.‘쇼핑하다가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봤나 보네...’“우빈아.”점원의 따가운 눈빛 속에 주형인이 하예정 앞으로 걸어갔고 서현주도 그 뒤를 따랐다.“우빈아, 아빠가 안아보자.”주형인이 주우빈을 안으려 손을 내밀었지만 하예정은 바로 건네지 않고 먼저 주우빈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만약 주우빈이 아빠에게 안기길 원한다면 주형인이 몸을 구부리고 아들을 안으면 되니까.아직 어린 주우빈은 부모가 이혼한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아빠와의 감정이 그리 깊진 않았지만 딱히 거부하진 않았다. 주형인이 안으려 하자 주우빈도 그에게 안겼다.그 모습에 점원들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혹시라도 다툼이 벌어지면 당장 신고할 생각이었다.하예진은 계속 아무렇지 않은 척 옷을 골랐다. 이 브랜드의 옷을 결혼 전에 몇 벌 산 적이 있었는데 참으로 마음에 들었었다. 하여 이모와 함께 쇼핑하러 나오자마자 습관적으로 이 브랜드의 가게를 선택했다.그런데 아쉽게도 이 브랜드는 뚱뚱한 사람이 입을만한 큰 사이즈가 없었다.“저 사람은 제 전남편이에요.”덤덤한 하예진과 달리 점원들은 뭔가 깨달은 듯 두 눈이 반짝였다.‘어쩐지 남편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걸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옷을 고른다 했더니, 전 남편이었구나.’“하예진, 너도 옷 사러 왔어? 이 브랜드 옷 싸지 않은데.”주형인이 아들과 함께 노는 모습을 본 서현주는 기분이 아니꼬웠지만 뭐라 얘기할
하예진이 아직 주형인의 아내였을 때 주형인은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서현주가 그런 삶을 보내고 있다. 그녀에 대한 주형인의 사랑이 정말 진심인 듯싶다.하예진을 이기고 쉽게 아내 자리를 꿰차고 주형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서현주는 하예진 앞에서 애정행각을 벌여 그녀를 자극하고 싶었다.하지만 하예진은 서현주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하여 자기 옷만 골랐다. 그 모습을 본 서현주가 또다시 빼앗으려 했다.하예정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싸늘하게 말했다.“서현주, 우리 언니가 만만한 게 아니라 귀찮아서 너한테 대꾸하지 않은 거야. 계속 언니를 괴롭혔다간 내가 절대 가만 안 둬!”하예정이 힘껏 밀쳐내자 뒤로 몇 걸음 물러난 서현주는 마침 주형인 옆에서 멈춰 섰다.“주형인, 네 애인 좀 잘 단속해. 날 건드렸다간 아주 쥐어 패버릴 테니까.”화가 난 서현주도 막말을 퍼부었다.“하예정, 네가 이렇게 난폭한 여자라는 걸 네 남편이 알기나 알아? 그러다가 버림받으면 어떡하려고.”하예정이 피식 웃었다.“우리 남편은 달라. 내 거친 모습을 좋아하거든.”서현주는 너무도 화가 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주형인이 주우빈과 노느라 그녀의 편도 들어주지 않자 주형인의 팔을 찰싹 내려치며 욕했다.“형인 씨, 지금 형인 씨의 전 처제가 날 괴롭히는데 가만히 있을 거예요?”주형인은 미쳐 날뛰는 서현주가 혹시라도 주우빈을 다치게 할까 걱정되어 재빨리 주우빈을 내려놓았다. 하예정이 조카에게 손을 흔들었다.“우빈이 이리 와.”주우빈이 하예정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자 하예정은 주우빈을 안으며 주형인에게 말했다.“주형인, 제발 당신 여자 좀 잘 단속해. 난 우리 언니처럼 그렇게 인내심이 있지 않아.”“예정아, 미친 개랑 뭘 따지고 그래.”하예진은 옷을 점원에게 건네고는 여동생의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안았다.“쟤는 내연녀라면 조강지처와 한바탕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지. 내가 통쾌하게 물러나니까 괜히 저러면서 우월감을 뽐내는 거야. 대
“이모...”이경혜는 하예진에게 더 말하지 말라고 손짓한 뒤 차가운 시선으로 서현주를 쳐다봤다.서현주가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사, 사모님.”이경혜는 고개를 홱 돌리고 딸에게 말했다.“소현아, 우리 집 경호원들에게 전화해서 차고에 있는 고급 차들을 전부 몰아오라고 해. 예진이한테 돌아가면서 태워야겠어. 2억 대부터 시작하는 차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사모님, 오해예요, 오해.”주형인이 상황수습에 나섰다.“사모님, 저희 옷 안 살게요. 지금 바로 나갈게요.”주형인은 회사 일에 영향을 미칠까 봐 감히 이경혜와 강경하게 맞서지 못했다.그는 서현주의 손에 쥔 옷을 점원에게 건네고는 황급히 서현주를 잡아당기며 밖으로 도망쳤다.서현주도 이경혜 앞에서는 감히 날뛰지 못했다. 가게 밖에 나선 후 그녀는 주형인의 손을 뿌리치고 씩씩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서현주는 걸어가며 주형인을 원망했다.“오빠 방금 뭐예요? 죽은 사람인가요? 내가 그 두 자매에게 모질게 괴롭힘당하는데 찍소리도 안 하고 있어요 왜?! 아들만 꼭 안고 다른 건 나 몰라라죠? 아들이 그리 귀하면 다시 소송 걸어서 양육권 뺏어오지 그래요? 돈 많은 이모가 한 명 생겨난 것뿐이잖아요! 성씨 일가가 재벌이지 하예진이 재벌인 것도 아닌데 날뛰어봤자 어디까지 날뛰겠어요? 그리고 하예정도 짜증 나. 오빠 방금 나 대신 하예정 짓밟았어야 했어요. 남 일에 참견하고 말이야. 하예정 남편이 누구예요?”서현주는 하예정의 남편이 누구인지 알아내서 여자를 보내 그녀의 남편을 꼬시게 할 작정이었다. 하예정도 남편에게 배신당한 기분이 어떤 것인지, 버림받은 기분이 어떤 것인지 톡톡히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서현주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두 자매가 워낙 돈독한 사이잖아? 이혼도 함께 해야지!’주형인은 그녀를 쫓아가 어깨를 다잡으며 달래주었다.“화 풀어, 나랑 함께 쥬얼리 보러 가자. 결혼반지 골라봐봐. 네가 좋아하는 거로 사줄게. 예정이가 산타를 배워서 실력이 어마어마해. 내가 사내대장부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