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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유청하는 하예정과 함께 별장을 한 바퀴 산책한 후 낮잠을 자겠다는 핑계로 들어가려 했다.

“언니는 들어가서 쉬세요. 전 여기 앉아서 풍경 좀 감상할게요.”

하예정은 별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화려한 집안보다 마당의 풍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아까 산책하다가 담장 옆의 텃밭을 발견했는데 아무래도 이모가 직접 가꾼 텃밭인 듯싶다.

이경혜가 지금은 재벌 집 사모님이긴 하지만 어릴 적엔 보육원에서 힘든 가난을 겪으면서 자랐다. 이젠 퇴직하고 회사 일을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 직접 채소를 기르는 것도 딱히 이상할 건 없었다.

“추워요? 추우면 도우미한테 제 옷 좀 가져다주라고 할게요.”

하예정네 자매는 이모 집에서 밥을 먹고 수다나 떨다가 가는 줄 알고 다른 여벌 옷을 챙겨오지 않았다. 며칠 머무르라는 이경혜의 제안에 저녁 무렵에 집으로 돌아가 갈아입을 옷을 챙길 생각이었다.

“고마워요, 언니. 안 추워요.”

유청하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럼 전 이만 들어가서 눈 좀 붙일게요. 낮잠 자는 습관이 있어서 이 시간만 되면 졸려요.”

하예정의 생활 패턴도 비슷하여 이해는 되었다.

유청하가 별장 안으로 들어간 후 하예정은 휴대 전화를 꺼내 카카오톡을 열어 전태윤의 프로필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의 프로필사진이 함께 찍은 결혼반지 사진으로 바뀌어있었다.

하예정의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번졌고 그에 대한 불만도 점차 사라졌다. 그에게 영상통화를 걸자 전태윤이 바로 받았다.

“예정아.”

그의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평소와 달리 맥이 축 처진 목소리에 하예정은 저도 모르게 걱정이 밀려왔다. 아무래도 그녀가 홧김에 술집에 간 바람에 출장 중에도 그녀가 걱정되어 밤새 달려왔다가 다시 돌아가느라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잘 못 잤어요?”

“아니, 감기 걸린 것 같아.”

한겨울에도 계속 찬물로 샤워하니 몸이 버틸 리가 있나.

하예정이 한마디 했다.

“옷 많이 입고 밥 제때 먹어요. 난 괜찮아요. 술 몇 잔 마시고 마음속의 답답함을 털어내면 멀쩡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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