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23화

작가: 고능비
심효진은 쏜살같이 달려 김씨 별장에 도착했다. 주차한 후 먼저 하예정에게 30분 뒤에 갈 테니까 가게에서 기다리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하예정이 알겠다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심미란은 마침 외출하려던 참이었다. 매일 저녁 마작을 하지 않으면 파티에 참석하거나 남편의 술자리에 동행하곤 했다.

문 앞에 세워진 아들의 차에서 조카가 내리는 걸 본 심미란은 의아해하다가 이내 다정하게 웃었다.

“효진아, 어떻게 진우랑 같이 왔어?”

그러고는 뒤따라 내리는 아들에게 말했다.

“네 아빠가 네가 퇴근하자마자 안 보인다고 하더라. 진우야, 아빠 요즘 해야 할 일이 많으셔. 그러니까 아빠 많이 도와서 걱정 좀 덜어드려.”

남편이 말하길 전에는 김씨 그룹 계열사와 전씨 그룹이 거래가 많았었는데 요즘은 어찌 된 영문인지 전씨 그룹에서 일방적으로 협력을 중단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한창 준비하고 있는 몇몇 프로젝트 중에서 두 프로젝트가 계약 직전까지 진행됐지만 결국 전씨 그룹에 빼앗기고 말았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뺏고 빼앗기는 건 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씨 그룹이 먼저 협력을 중단하는 것도 모자라 대놓고 프로젝트까지 빼앗아갔다는 건 김씨 그룹을 겨냥한다는 걸 대놓고 통보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김씨 그룹과 전씨 그룹의 협력이 그리 깊진 않았는데 주요하게 업무가 달라서였다. 하지만 전씨 그룹에서 외부에 보낸 메시지에 김씨 그룹은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 그룹이 전씨 그룹의 심기를 건드린 건 아닌지 다들 궁금해했다.

전씨 그룹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기업은 성씨 그룹밖에 없다. 성씨 그룹은 기반이 탄탄하고 후계자도 대단한 사람이라 전태윤과 견주어볼 만했다. 그런데 성씨 그룹과도 비교가 안 되는 김씨 그룹이 전씨 그룹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건 자멸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내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벌써 몰래 내기를 시작했다. 김씨 그룹이 전씨 그룹과 적대시하면 몇 년을 버틸 수 있는가 하는 내기였다.

심미란은 남편이 외부의 여러 추측에 대응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전씨 그룹과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624화

    “고모부는 아직 안 들어왔어요?”“저녁 약속이 있어서 아마 12시 전에는 안 들어올 거야.”김진우에게 대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이 있다. 겨울 방학이라 친구들과 여행 갔는데 구정 전에 돌아온다고 한다.하여 집 안에 그들 말고 아무도 없었다. 심미란과 심효진이 소파에 앉았고 김진우는 두 사람 옆에 앉아 긴장한 얼굴로 어머니를 쳐다보았다.“효진아, 할 얘기가 뭐야?”“고모, 일단 이 얘기부터 할게요. 이 일은 예정이 잘못이 아니니까 듣고 나서 화가 나시더라도 아들한테만 화내셔야 해요. 절대 예정이한테 화풀이해서는 안 돼요.”심효진은 하예정을 지키려고 고모에게 사전 주의를 주었다.“혹시라도 고모가 예정이한테 화풀이한다면 앞으로 다시는 고모 집에 오지 않을 거예요.”심미란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대체 뭔데 이리 심각해? 고모가 왜 예정이한테 화를 내? 예정이랑 너 십몇 년 지기 친구이고 고모도 예정이 크는 걸 봐왔어. 속이 깊은 아이라서 예뻐해도 모자랄 판에 화를 내다니. 어서 얘기해 봐. 대체 무슨 일이야? 진우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예정이 얘기까지 나와?”심효진이 얘기하려던 그때 김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는 어머니를 보며 진지하게 얘기했다.“엄마, 나 예정 누나 사랑해. 짝사랑한 지 몇 년이나 됐어. 그런데 효진 누나가 자꾸 반대해. 엄마도 나랑 예정 누나를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엄마 예정 누나 예뻐한다고 했잖아. 그럼 나랑 예정 누나 허락해줄 수 있어?”그의 말에 심미란의 얼굴에 머금고 있던 미소가 점점 굳어졌다. 심미란이 먼저 고개를 돌려 조카에게 물었다.“효진아, 예정이 결혼한 거 아니었어?”“결혼했어요. 그리고 초고속 결혼한 남편이랑 지금 사이도 엄청 좋아요. 진우의 고백을 거절했는데도 진우는 포기하지 않아요.”심미란이 고개를 돌려 아들을 쳐다보았다. 김진우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어머니를 보았다. 그런데 그때 심미란이 아들의 따귀를 때리려 했지만 그만 어깨에 빗맞고 말았다. 어찌나 세게 내리쳤는지 김진우가 중심을 잃고 소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625화

    “고모, 진우 차를 타고 온 바람에 제 차는 두고 왔어요. 기사님한테 저 좀 가게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주세요.”심미란은 차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도우미를 불렀다. 그러고는 도우미더러 운전기사에게 얘기하여 심효진을 데려다주라고 했다.심효진이 떠난 후 심미란은 또 한 번 아들의 뺨을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김진우, 엄마가 화가 나서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예정이가 너보다 세 살 많고 가정 배경도 안 좋은데 너 눈이 삐었어? 예정이를 좋아하게?”“엄마, 엄마도 예정이 누나 좋아한 거 아니었어? 세 살 많으면 어때? 서른 살 많은 것도 아닌데. 그리고 예정 누나 가정 배경이 뭐가 안 좋아? 불법을 저지른 것도 없고 조상들도 평범한 농민 출신에 법을 어긴 짓을 한 적이 없는 청렴한 집안이야.”심미란은 너무도 화가 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엄마가 걔를 예뻐한 건 효진이 친구니까 조카처럼 생각한 거야.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네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엄마가 알았더라면 절대 못 만나게 했어. 김진우, 당장 그 마음 접어. 예정이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엄마는 두 사람 허락 못 해. 예정이 본가 식구들이 하나같이 다 진상이야. 그런 집안이랑 사돈을 맺으면 평생 재수 없어. 예정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지만 애가 바른 애라는 건 엄마도 알아. 하지만 너랑 어울리지 않아. 넌 김씨 가문의 도련님이고 이 집안의 후계자야. 앞으로 너의 짝은 반드시 재벌 집 딸이어야만 해.”“예정이가 너한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어? 아무것도 못 줘. 네가 아무 배경 없는 여자랑 결혼하는 거 엄마는 절대 허락 안 해. 네가 예정이랑 결혼하고 그 집 친척들이 알기라도 한다면 우리가 모른 척한다고 해도 우리 사돈이라는 명분으로 밖에서 온갖 파렴치한 짓을 하고 다닐 거야. 그러면 우리 김씨 가문의 명성에도 안 좋아.”김진우가 말했다.“엄마, 나 예정 누나 사랑해. 예정 누나한테 바라는 것도 없고 도움을 받을 생각도 없어. 예정 누나가 본가 친척들이랑 관계가 안 좋다는 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626화

    어떤 일은 굳이 겪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의지할 데가 없는 하예정과 달리 그의 어머니는 김씨 가문의 사모님이다. 김씨 가문은 하예정에 비해 돈도 있고 권력도 있다. 만약 심미란이 마음먹고 하예정을 못살게 군다면 하예정은 아마 버티지 못하고 관성을 떠나야만 할 것이다.“노력이 아니라 반드시 접어야 해, 반드시!”심미란이 명령조로 말했다. 평소에도 말한 대로 이행하는 그녀는 바로 두 경호원을 불렀다.“지금부터 진우를 24시간 따라다녀. 관성 중학교 문 앞에 가기만 하면 바로 나한테 보고해.”김진우의 낯빛이 어둡기 그지없었다.그 시각, 김씨 가문의 운전기사가 심효진을 가게까지 데려다주었다.하예정은 가게 문 앞의 진열대를 전부 가게 안으로 옮긴 후 공예품 재료와 공구도 정리했다. 그리고 냉장고 안의 남은 채소와 간식 등도 전부 봉투에 담아 집에 가져갈 준비를 했다.내일부터 가게 문을 열지 않고 구정이 지나 학생들이 개학하면 다시 열 생각이었다.“예정아, 다 정리했어?”“응. 이 물건들은 일단 네 차에 실을까? 아니면 내일 다시 와서 가져갈까?”“내 차에 둬. 이따가 널 집에 데려다줄 때 다 갖고 가.”하예정은 심효진의 차에 물건을 실으며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술 마시러 가는데 날 집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 음주 운전이면 네 차 못 타.”“대리운전 불러야지.”하예정은 문득 강일구가 떠올랐다.“강일구 씨 대리 운전기사야. 우리 남편도 그 사람이 꽤 믿음직스럽다고 하더라고. 이따가 다 마시고 강일구 씨한테 전화해서 대리운전을 해달라고 할게.”심효진이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대리운전을 해줄 사람 이미 찾았어.”“누군데?”“내 동생 불렀어. 지누 바에서 기다리라고 했거든. 걔 알코올 알레르기 있어서 술 못 마셔. 그리고 내 친남동생이라서 우리가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해도 걱정할 필요 없어. 우리 여자끼리 술집에 가서 술 좀 마시는 건 괜찮지만 그래도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 해. 취하면 사고 나기 쉽거든.”사실 심효진도 술집은 별로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627화

    하예정에게 ‘삐돌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전태윤은 사무실에서 몇 시간이나 자고 나서야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두꺼운 외투를 덮고 있었는데 누군가 덮어준 모양이다. 그는 외투를 옆으로 밀어내고는 시간을 확인했다.“벌써 밤 9시네.”전태윤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렇게나 오래 잘 줄은 생각지 못했다.테이블 위에 보온 도시락이 놓여있었는데 계열사 대표가 사 온 저녁이었다. 아무래도 그가 너무 곤히 자서 깨우지 않고 그냥 놓고 간 모양이다. 그가 덮고 있었던 두꺼운 외투도 계열사 대표가 덮어준 듯싶다.전태윤은 자세를 고쳐잡고 몇 분 동안 멍하니 앉아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정신을 차리려고 먼저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했다. 그러고는 몇 분이 지나서야 화장실에서 나왔다.테이블 앞에 다시 앉은 그는 보온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밥과 반찬에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었다.그는 식사하며 휴대 전화를 꺼내 카카오톡을 확인했다. 임원들이 보낸 일에 관한 문자 말고도 남동생들이 보낸 문자도 있었다.모든 문자를 확인한 전태윤의 눈빛이 어두웠다. 하예정의 문자가 단 한 통도 없었기 때문이다. 숙희 아주머니는 분명 하예정의 화가 풀렸다고 했었는데.지금 이 시각 가게에서 공예품을 만들 거나 언니네 집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내가 누군지도 기억 못 하는 건 아니겠지...’전태윤은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카카오톡을 나오자 다른 메시지가 와 있어 무심결에 클릭했는데 숙희 아주머니가 보낸 문자였다. 숙희 아주머니가 오후에 보냈지만 너무 깊이 자는 바람에 알림 소리를 듣지 못했다.「도련님, 사모님이랑 효진 씨 저녁에 술 마시러 술집 간대요.」짧은 문자 한 줄이었지만 전태윤의 낯빛이 확 굳어졌다. 그는 식사도 채 하지 않고 바로 숙희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숙희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았다.“도련님, 밖에 쓰레기를 버리고 오겠다고 핑계 대고 나와서 도련님 전화를 받았어요.”숙희 아주머니가 말을 이었다.“도련님, 왜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628화

    말문이 막힌 소정남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두 사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사이도 점점 가까워지면서 애정행각도 서슴지 않더니 갑자기 싸웠다고? 어쩐지 형수님이 술집에 간다더라니, 다 너 때문이었구나.”전태윤이 말했다.“일단 두 사람 지금 어느 술집인지, 언제 갔는지, 취했는지부터 알아봐 줘. 알아내면 바로 나한테 연락하고.”“알았어. 지금 당장 알아볼게.”소정남은 전화를 끊자마자 두 사람이 어느 술집으로 갔는지 알아보라고 부하들에게 분부했다.소정남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시에 전태윤은 전용기 스태프에게 연락하여 분부했다.“지금 당장 돌아갈 준비를 해요. 십여 분 후에 관성으로 돌아갈 겁니다.”출장 갈 때 공항까지 바래다주겠다는 하예정을 거절한 건 먼저 회사로 가봐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또 하나는 티켓을 끊지 않아서였다. 왜냐하면 늘 전용기를 타고 출장을 다녔기 때문이다.전태윤의 연락을 받은 스태프들은 재빨리 준비에 돌입했다. 전태윤은 모든 준비를 마친 후 하예정에게 전화하기 시작했다.그 시각 하예정은 심효진, 그리고 심효진의 남동생 심서준과 함께 술집에서 한창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술을 마실 수 없었던 심서준은 옆에 가만히 앉아 연거푸 술을 들이켜는 두 누나를 바라만 보았다. 특히 예정 누나는 물을 마시듯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심서준이 참다못해 하예정을 말렸다.“예정 누나, 너무 많이 마시지 마. 얼굴이 빨갛게 된 것 좀 봐. 누나 주량이 별로지? 더 마셨다간 취해.”그러자 하예정이 히죽 웃었다.“술에 취하면 온갖 걱정을 잊을 수 있잖아. 오늘 밤 제대로 취해서 전태윤이 누군지조차 잊고 싶어.”심서준이 심효진을 쳐다보자 그녀는 동생의 어깨를 토닥였다.“예정이가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누나도 오늘 예정이랑 끝까지 달릴 거니까 넌 그냥 옆에서 보기만 해. 말릴 필요 없어. 내일 숙취 때문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도 그건 얘 일이야. 아무도 얘한테 술로 기분 풀라고 한 사람 없어.”심서준은 말을 잇지 못했다. 하예정이 절친의 어깨에 손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629화

    전태윤이 더는 걸지 않고 포기하려던 그때 다행히 소정남의 연락을 받았다.“정남아, 두 사람 지금 어느 술집이래?”전태윤이 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하게 물었다. 다급한 그의 목소리에 소정남이 기회를 놓칠세라 바로 장난쳤다.“아주 급해 죽겠지? 당장이라도 돌아오고 싶지?”“소정남!”지금 이 상황에 장난을 치다니.전태윤은 너무 조급한 나머지 당장 하늘을 날아서라도 관성에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정남이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아주 흔치 않은 일이잖아. 형수님 말고는 널 이토록 조급하게 할 사람이 없어.”전태윤은 늘 끄트머리에 가서야 조금이나마 표정 변화가 있었다. 그가 조급해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정말 거의 없다.“지금 지누 바에 있고 30분 전에 도착했어. 효진 씨 말고도 효진 씨 친남동생도 같이 있어.”그의 말에 전태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효진 씨 동생 몇 살이야?”‘효진 씨한테 뭔 동생이 이렇게나 많아?’사촌 동생인 김진우는 심효진과 하예정이 절친인 바람에 하예정을 알게 되었고 사랑하기까지 했다. 전태윤은 연적이 또 한 명 나타날까 걱정되었다.“효진 씨보다 서너 살 정도 어릴걸? 아무튼 성인이야. 효진 씨 남동생이 몇 살인 건 알아서 뭐 하게? 그건 내가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미래 처남이 될지도 모르는 동생한테 잘해줘야 하니까. 아, 알았다. 김진우 때문에 그러는 거지? 그래서 효진 씨 동생이라면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거지?”전태윤이 퉁명스럽게 말했다.“넌 연적이 없어서 내 기분 몰라.”소정남은 어이가 없었다.“무슨 말을 그렇게 해...”그는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지누 바 사장이 소지훈 씨 아니야?”술집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섞여 있는 곳이라 복잡했지만 소식을 빨리 알아내기엔 그만한 데가 없었다.“응. 형 명의로 된 거라서 형수님이 거기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걸 더 빨리 알아냈어. 내가 대충 계산해봤는데 지금쯤 아마 대여섯 잔은 마셨을 거야. 형수님 주량은 어때? 많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630화

    “아직은 너무 멀쩡해서 두 잔 더 마셔도 안 취해.”“그만 마셔. 그냥 두어 잔 정도 마시러 왔잖아. 많이 마시면 몸 상해.”하예정이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심효진은 잠깐 침묵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동생에게 하예정을 잘 지켜보라고 했다.잠시 후 심효진은 펜과 종이 몇 장, 그리고 술 한잔을 들고 돌아왔다.“이 잔만 마시고 그만 마셔. 그림이나 그리게 종이 몇 장 가져왔어.”“누나, 예정이 누나 취했는데 그림 그릴 수 있어?”하예정은 자신이 멀쩡하다고 얘기했지만 사실은 이미 취한 상태였다.심효진은 남동생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펜과 종이를 하예정에게 건넸다. 펜과 종이를 받아든 하예정은 술도 마시지 않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먼저 새알 하나를 그렸다.심서준은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쳐다보았다.취하고 나서 새알을 그리는 것쯤은 쉬웠다. 그도 쉽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하예정은 새알 하나를 그린 후 계속하여 호수를 그렸다. 호수 면에 특별히 동그라미를 많이 그렸는데 호수 바닥까지 동그라미가 가득했다. 마지막에는 호수 앞의 빈자리에 사람과 개를 그렸다.그 모습에 심서준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누나, 예정이 누나 술만 마시면 그림 그리기 좋아해?”심효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욕하고 싶지만 욕이 안 나올 때 펜과 종이를 주면 그림으로 풀거든. 한참 그리고 나면 기분이 풀려.”심서준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정말 별난 사람이 다 있어.’심효진이 하예정을 이해하길래 망정이지, 그라면 절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하예정은 모든 정신을 집중하여 인물을 그렸다. 심효진은 굳이 가까이 가서 보지 않아도 전태윤을 그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심서준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하예정의 그림을 빤히 들여다보았다.전태윤의 상반신을 그린 하예정은 빤히 살펴보다가 심장 쪽에 심장 하나를 그렸다. 하지만 너무도 작아 잘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펜을 내려놓고 새 술잔을 들고 마시며 자신의 작품을 감상했다. 이번에 드디어 비슷하게 그린 것 같다. 전에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631화

    “효진 씨 맞으시죠?”문득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심효진 남매는 나란히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하예정은 소정남을 못 본 듯이 덤덤하게 술을 마셨다.“정남 씨?”여기서 소정남을 마주치다니, 심효진은 매우 의외였다.소정남은 얼른 상황을 설명했다.“주말에 몇몇 친구들이랑 함께 놀러 나왔는데 여기서 효진 씨를 다 보네요. 여기 앉아도 되죠?”심효진이 웃으며 대답했다.“이미 앉으셨잖아요. 친구분들은 아직인가 봐요?”그녀의 눈앞엔 소정남 한 명뿐이었다.소정남은 자리에 앉아 하예정에게도 인사했지만 그녀는 머리만 살짝 끄덕였다.“친구들은 다 가고 없어요.”소정남은 그림을 보며 심효진에게 물었다.“이거 누가 그렸어요? 제가 한 번 봐도 돼요?”심효진이 하예정을 힐긋 바라보자 소정남은 그림의 주인공이 그녀란 걸 바로 알아챘다. 하예정은 계속 술을 마시며 아무 말도 없었고 이에 소정남은 그녀가 반대하는 줄 알고 그림을 가져오지 않았다. 하지만 곁눈질로도 그림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림 속의 사람은 바로 전태윤이었다.‘사모님께서 그림 솜씨가 탁월하네. 태윤이랑 너무 똑같게 그렸잖아. 다만 심장을 왜 일부러... 저렇게 작게 그렸지? 너무 선명한데... 태윤이가 속 좁은 남자란 걸 티 내려고 그런 거야? 태윤의 뒤엔 호수야 아니면 강이야? 수면 위에 한가득한 동그라미는 또 뭐지? 그리고 알까지 하나 있어.’소정남은 그림과 하예정을 번갈아 가며 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눈빛도 흐려진 걸 보아 취한 게 분명했다.“예정 씨, 이 그림 예정 씨가 그렸죠? 진짜 너무 잘 그렸네요!”‘그러니까 이 그림의 의미는... 태윤이가 물에 떠 있는 알이란 말인가?! 아니, 아니야!’소정남은 다시 그림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태윤이는 호수에 떠 있는 알? 강에 떠 있는 알? 여러 개의 동그란 알?’소정남은 한참을 들여다보며 생각하다가 드디어 알게 됐다.전태윤의 마음이 저 알처럼 작아서 속이 좁고 널브러진 알들의 개수만큼

최신 챕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7화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6화

    도아영이 홀로 관성까지 찾아온 것도 전이혁을 위해서였다.관성에서 그녀의 안전은 그의 책임이다.앞으로 도아영과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 후보였다. 혹여 도아영이 관성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도씨 가문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은 물론 전씨 할머니께서도 그를 혼쭐 내실 것이 분명했다.전이혁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전화를 받자 전이혁이 조심스럽게 부탁했다.“형, 오늘은 형의 스위트 룸에서 하룻밤 자도 돼?”“안방만 빼고 다른 방은 마음대로 써.”전태윤은 거절하지 않았지만 안방 사용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평소 이곳에 머무를 때면 항상 안방을 사용했기 때문이다.“알았어. 고마워. 형.”“도아영 씨는 괜찮아?”“심하게 취해서 토하다가 물 달라고 하길래... 떠날 수 없어서 호텔에서 하룻밤 지내려고. 새벽에 아영 씨를 룸으로 데려다준 후 떠날 계획이야. 같이 묵었다는 사실을 알면 나에게 달라붙을까 봐 겁이 나.”전태윤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진심으로 도아영 씨와의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아. 그분 명성을 망가뜨리면 안 되지.”전이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형, 사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영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이고 할머니의 눈썰미는 틀린 적이 없으셨지. 도아영 씨와 함께 지내보니 나랑 잘 맞는 것 같긴 한데... 왠지 그 ‘여우’랑 함께 있을 때가 더 편안하단 말이야.”“‘여우’라고?”“내 꿈에 자꾸 등장하는 그 여자 말이야. 별명이 ‘여우 같은 여자’거든. 화장을 잘하는 건지... 본명도, 고향도, 행적도 전혀 알 수가 없어. 신비로운 느낌을 주어서 나도 자꾸 정복하고 싶어져.”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다니. 그분이 혹시 만성의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과 연관 있는 거 아니야?”만성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은 모연정의 사촌 형수이자 A시 허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데 그녀도 이중생활로 유명한 인물이다.허씨 가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5화

    “네.”우빈이는 전태윤의 말을 믿으며 다시 물었다.“이모부, 그 모기는 어디 갔어요?”전태윤은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우빈에게 보여주었지만 우빈은 모기를 찾을 수 없었다.“날아갔어. 이모부가 조금 늦는 바람에 잡지 못했어.”“그래요?”우빈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하예정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우빈이가 아무리 영리해도 결국은 어린아이일 뿐, 어른을 이길 수는 없었다.“우빈아, 이모부는 일하러 가야 해. 우리도 집에 가자. 이모부한테 잘 가라고 인사해야지.”우빈은 바로 그의 작은 손을 흔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모부, 잘 가요!”“집에 가서 빨리 쉬고 이모의 말도 잘 듣고. 이모를 귀찮게 하면 안 돼. 말 잘 들으면 겨울방학에 예진 리조트로 가서 용정이랑 놀게 해줄게.”우빈은 급히 약속했다.“절대로 이모 귀찮게 안 하고 말 잘 들을게요.”“여보, 빨리 일하러 가요. 우리도 갈게요.”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일하러 가라고 재촉한 뒤 운전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말했다.전태윤은 그 자리에 서서 차가 사랑하는 아내를 태우고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차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자 비로소 자신의 차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전이혁과 도아영의 일에 대해서 전태윤은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도아영이 취하면 전이혁이 그녀를 방으로 데려다줄 것이니까.전이혁은 도아영을 그녀의 방까지 데려다주고 외투와 양말을 벗겨 준 뒤 편안한 자세로 눕혔다. 그리고 그가 떠나려던 참에 도아영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옆으로 토해버렸다.전이혁이 쓰레기통을 가져오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이미 바닥과 침대를 모두 더럽혔다. 그는 이 광경을 보자 정말로 토할 것 같았다.흠... 전이혁도 토했다. 그는 입을 막은 채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정신없이 토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코와 입을 가린 채로 나왔다.도아영은 시원하게 토한 뒤 다시 침대에 철썩 누워버렸다.전이혁은 침대 반대쪽으로 돌아가 구토물을 보지 않으려 애썼고 최대한 빨리 도아영을 일으켜 안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4화

    도아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꿈나라에 들어가서 돌아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술 마시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을 안 듣더니 결국 취했네. 내일 아침이면 정말 고생할 텐데.”전이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도아영의 이마를 쿡쿡 찌르더니 체념했는지 그녀를 안아 들어 로얄 스위트룸 나섰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참! 난 도아영 씨가 어느 룸에 묵고 있는지 모르는데.'그는 걸음을 멈추고 도아영을 내려놓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부축하면서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은 금방 전화를 받았다.“형수님, 도아영 씨가 묵고 계신 룸 번호를 아세요?”하예정이 대답했다.“저도 잘 몰라요. 그냥 관성 호텔에 묵는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요. 아영이가 취했어요? 잠깐만요. 제가 알아볼게요.”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아영의 룸 번호를 알아봐 줘요. 취했대요. 이혁 도련님이 아영이를 모셔다드리려고 하는데 룸 번호를 몰라서.”전태윤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하예정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우빈의 손을 잡고 걸어 나갔다가 이내 돌아왔다. 그는 이미 전이혁과의 통화를 끝낸 상태였다.“알아봤어요?”“내가 이혁한테 이미 알려줬어.”전태윤은 여전히 표정이 굳은 표정으로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아까 내가 물어볼 때 프런트 직원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마치 내가 바람피우는 거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내 동생이 도아영 씨를 데려다주기 위해 그러는 거라고, 내가 대신 물어보는 거라고 설명까지 했어.”하예정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남편의 팔을 다정하게 끌며 달콤하게 웃었다.“설명했으면 그만이죠.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우리 감정엔 아무런 영향이 없는걸요. 제가 의심하지 않으면 되잖아요.”“다음부턴 이런 일 나에게 시키지 마. 이혁의 일은 이혁이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 내가 왜 도와줘야 해? 나도 예전엔 아무 도움 없이 오직 내 진심과 깊은 정으로 너의 마음을 얻었는데.”“알았어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3화

    전이혁은 침묵했다.도아영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왜요? 전이혁 씨는 그분을 보호하려고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는 거예요? 안심하세요. 저는 공정하게 경쟁하고 싶을 뿐이에요. 수작 부릴 생각은 없어요. 저는 그런 건 못해요. 남자 하나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고. 제가 이렇게 남자를 좋아한 건 처음이라서 한번 도전해 보는 거예요. 다른 남자였다면 그냥 양보했을 거예요.”도아영이 눈여겨본 건 전이혁이란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전이혁의 뒤에 있는 전씨 가문이 마음에 들었다. 전씨 가문의 훌륭한 가풍은 소문이 자자했으니까.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사상이 모두 개방적이어서 후손들이 무슨 일을 하든 언제나 지지해 주었다.심지어 반대한다고 해도 다른 집안 어르신들처럼 억지로 가로막지는 않았다.게다가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특히 아내를 아끼기로 유명했고 한번 정한 인연과 결혼은 끝까지 지키고 있었다.이런 남자들이 흔치 않았다. 여자라면 누구든 한결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을 것이다.하여 도아영은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정말 안 된다면 그건 그녀와 전씨 가문의 인연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애초에 노력도 안 해보고 포기한다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도아영은 평생 후회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여자였다.전이혁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여우’의 이름을 몰랐으니까. 마음의 절반을 뺏긴 주제에 정작 상대방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니...도아영은 그가 연적을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약간의 질투를 느꼈지만 더는 따져 묻지 않았다.“전이혁 씨가 그녀를 보호할수록 저는 더 궁금해지네요. 도대체 누가 저 도아영을 이길 수 있는지. 근데 괜찮아요. 언젠가는 제 연적이 누군지 알게 될 거니까.”그녀는 전이혁에게 잔을 들며 말했다.“전이혁 씨, 자! 우리 한잔하죠.”전이혁은 잔을 들고일어나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잔과 부딪혔다. 그리고 도아영이 단숨에 그 술을 들이마시는 걸 지켜보았다.도아영은 더 이상 전이혁과 사랑에 관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2화

    도아영은 요즘도 이런 식으로 자식들의 혼사를 정하는 어르신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요즘은 연애와 결혼이 자유로운 시대인데 아직도 자식들의 혼사를 결정해 주는 집안이 있다고?’도아영은 곧바로 자기 집 안 어르신들을 떠올리더니 다시 묵묵히 조금 전의 의문을 거두어들였다.재벌 가문에서는 많은 혼사가 부모님들에 의해 결정되었고 대부분 어른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곤 한다.그들에게는 결혼의 자유가 많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건 이익뿐이었다. 두 가문 사이에서 이루어진 혼인으로 인해 두 회사에 얼마나 큰 이득을 가져다주느냐가 가장 관건이었다.“그럼 전이혁 씨 할머니께서 왜 저를 선택하셨어요? 저는 할머니를 본 적도 없는데.”도아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녀는 전씨 할머니를 본 적이 없었다.아마 봤을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전혀 기억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하지만 전씨 할머니는 도아영을 유심히 관찰하고 알아본 뒤에야 전이혁의 미래 아내로 선택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을 전이혁에게 건네주며 도아영에게 구애하도록 하게 한 것이다.“저도 모르겠어요. 할머니께서는 나이가 많으시지만 아직도 자주 돌아다니시니까. 우리가 감당하기도 힘들 정도로 말이죠. 다행히 할머니의 건강은 좋으시고 관리도 잘 되어서 겉으로 보기엔 예순 정도로 보이세요.“전이혁도 할머니가 어떻게 도아영을 선택하셨는지 모른다.도아영만 궁금한 게 아니라 고현과 여운초도 전씨 할머니께서 언제 그녀들을 눈여겨보셨는지 궁금해했었다.“그래서 저를 알게 되었고 저를 쫓아다녔던 거예요? 전이혁 씨가 저에게 한 행동이 애정 공세가 아니라고 하면 당신 스스로도 믿지 못하겠죠?”전이혁은 입술을 깨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인정해요. 제가 당신에게 구애했다는 것을.”전이혁은 도아영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모든 면에서 그와 잘 어울렸으니까.하지만...“그런데 왜 한동안 사라지고 저를 무시했어요? 일부러 관심을 끌려는 작전이었던 거예요?”전이혁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1화

    전이혁에게는 아무런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도망가려고 해도 너무 늦었다.그는 애써 침착한 척하며 자리에 앉아서 몸만 돌려 옆에 앉은 도아영을 돌아보았다. 전이혁의 깊고 검은 눈빛은 도아영이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없게 했다.이때 도아영은 몸을 굽혀 천천히 전이혁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전이혁은 그녀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도아영이 어떤 향수를 뿌리는지는 몰랐지만 강하지 않은 은은한 향기가 너무 좋았다.“전이혁 씨.”도아영은 그의 이름을 부드럽게 불렀다.“말해봐요, 듣고 있어요.”그도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대답했다.“제가 한 가지만 물을게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저를 대하는 거예요? 저에게 잘해주는 게 저를 좋아해서 그러는 거예요? 저에게 애정 공세를 하면서 왜 또 저를 무시하는 거죠?”전이혁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한 가지 물음보다 더 많이 물어본 것 같은데.”잠시 침묵이 흐른 뒤로 전이혁이 말을 이었다.“저도 제 마음이 어떤지 모르겠다고 하면 도아영 씨는 저를 나쁜 놈이라고 욕할 거죠?”그는 그녀에게 구애하고 싶었다.전이혁은 도아영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할머니의 눈썰미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하지만 그 ‘여자'가 없었다면 전이혁은 도아영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도아영과 함께 살아갈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겼다.하지만 그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당당함, 대담무쌍함, 의협심, 기발한 성격, 고요할 때의 차분함과 활발할 때의 성격은 전이혁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던 것이다.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그 ‘여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바로 그 ‘여우 같은 여자' 말이다. 도아영 같은 재벌가 따님이 아니라.도아영의 아름다운 눈이 반짝이며 전이혁이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못할 것임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전이혁을 내려다보았다.전이혁은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순간 도아영의 동작과 표정이 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0화

    “예정 언니, 벌써 다 드셨어요?”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우리가 좀 빨리 먹는 편이긴 하지. 평일엔 일이 바빠서 먹는 시간도 쪼개 써야 하다 보니 빨리 먹는 버릇이 생긴 것 같아.”도아영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예정은 우빈의 손을 잡고 남편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렇게 세 사람은 로얄 스위트룸을 빠져나왔고 거기에 문을 닫아주는 센스까지 보였다.전태윤은 경호원들에게도 식사하고 휴식을 취하라고 지시했다.전이혁과 도아영은 이 모든 것이 하예정이 그들에게 특별히 남겨준 기회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제 로얄 스위트룸 안에는 전이혁과 도아영만 남았다.도아영은 와인잔을 들어 우아하게 음미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전이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역시 피할 수 없었군.'전이혁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도아영 씨,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도아영은 대답 대신 잔을 기울이며 그를 바라만 보았다.‘정말 잘생겼어...'그녀는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잘생겼다는 소문을 들었다. 실제로 본 전태윤도 키가 훤칠한 미남이었지만 지나치게 차가운 인상에, 인사할 때 잠깐 마주친 뒤로는 도아영을 전혀 쳐다보지 않았다.오직 하예정만 바라보는 모습에서 ‘아내 바보'라는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전태윤의 차가운 카리스마와 달리 전이혁은 훨씬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전태윤 앞에서 전이혁은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단둘이 있을 때면 전이혁의 우수함이 빛을 발했다. 그는 도아영이 만난 남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였다.전이혁이 잘해줄 때면 도아영은 그에게 정말 빠져들 것만 같았지만 그녀를 소홀히 대할 때면 화가 치밀어 주먹으로 그를 한 대 패주고 싶을 지경이다.‘내가 무슨 애완동물도 아니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하는 애완견이야?'마음 내키면 그녀와 잠시 놀아주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리는 그의 태도에 도아영은 서서히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전이혁은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전이혁 씨, 왜 자리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99화

    하예정은 두 사람 사이의 암투를 모른 척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좋은 술 두 병 시킵니다. 저는 임신 중이라 못 마셔요. 우리 배 속의 아기 건강 생각해서라도 저는 술을 마시지 못하거든요. 태윤 씨도 술을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이혁 도련님이 도아영 씨랑 같이 마실 수밖에 없네요. 도련님, 아영 씨를 잘 모셔야 해요. 저와 태윤 씨가 있으니 도련님이 취해도 괜찮아요. 저희가 책임질게요.”하예정은 도아영에게 윙크했다. 도아영은 슬쩍 OK라는 사인을 보내며 자신 있다는 듯 웃었다.하예정은 그제야 도아영의 주량이 꽤 괜찮음을 눈치채고 안심했다. 하예정은 도아영이 전이혁에게 꼬치꼬치 캐묻다가 술에 취할까 봐 걱정하고 있던 참인데 도아영이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니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술과 여러ㅓ 요리가 나오자 도아영은 직접 전이혁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자! 전이혁 씨, 건배하죠.”전이혁은 잔을 받지 않고 오히려 도아영의 잔을 가져다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도아영 씨, 공복에는 술에 취하기 쉬워요. 이 술은 독해서 마실 땐 괜찮다가도 나중에 훅 가버릴 수 있어요. 먼저 요리들을 좀 드시고 또 국물도 한 그릇 드세요.”그 말과 함께 전이혁은 도아영에게 국물을 떠주었다.“국물부터 드셔보세요.”도아영은 평소 국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전이혁이 떠준 거라 예의상 한 수저 떠먹었다.“하 대표님, 이 국물이 정말 맛있네요. 저 원래 국물을 잘 안 마시는데 이 국물은 진짜 맛있어요.”“그럼 많이 드세요. 우리 집은 항상 식사 때 국물을 준비하는 게 습관이에요.”하예정은 우빈에게도 국물을 떠주며 물었다. 식습관은 바꾸게 하기 어려운 법이다.도아영은 관성의 사람이 아니라서 관성의 식습관과 달랐다.국물을 마시기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국물이 맛있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니 그 국물이 정말로 맛있었던 모양이다.“몇 살이에요? 동갑인 것 같은데.”“하 대표님이랑 같은 해에 태어났어요. 제 생일은 연말이라 하 대표님보다 몇 개월 어려요.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