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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어릴 적부터 챙겨주고 지켜주어 사촌 누나와 정이 깊었다. 그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으니 평소 같으면 많은 도움을 주었을 테지만 이번에는 응원하기는커녕 한사코 반대하고 뜯어말리는 것도 모자라 욕까지 했다.

가뜩이나 사랑하는 하예정이 그에게 관심이 없어 속상한데 정이 깊은 사촌 누나의 응원까지 받지 못하니 더욱 절망에 빠졌다.

“일이 잘 안 풀려서 하소연하고 싶으면 나한테 전화해도 되고 우리 집에 와도 되잖아. 내일 주말이라 가게 문 안 열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내일 종일 시간 줄 테니까 마음껏 해. 그리고 너 일이 잘 풀릴 리가 있겠어? 정신이 딴 데 팔렸는데? 너 맨날 예정이한테 매달릴 궁리만 하잖아. 누나가 몇 번이나 얘기했어, 예정이는 유부녀라고. 걔는 너한테 그 어떤 마음도 없는데 이렇게 자꾸 매달려봤자 무슨 소용이야? 오히려 전에 쌓였던 정까지 다 떨어질 거야. 너 때문에 부부가 두 번이나 싸웠어. 넌 아무렇지 않겠지만 누나는 예정이한테 미안해.”

김진우는 고개를 돌려 유리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곧 구정이라 고향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사람도 많았고 돌아가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누나, 나도 내가 통제가 안 돼. 이러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남들이 예정 누나 가정에 끼어든 불륜남이라고도 하겠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거 못 참겠어. 말 섞지 않고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난. 예정 누나랑 알고 지낸 지 십 년이 넘는데 내가 끼어들면 불륜남이라니... 불륜남은 전태윤이지. 누나랑 안 지 몇 개월이나 됐다고 대체 그 사람이 뭔데 누나를 빼앗아가냐고!”

심효진은 운전만 하지 않았더라면 당장이라도 김진우를 수돗가로 끌고 가 차가운 물에 담가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었다.

“알고 지낸 시간이 길든 짧든 사랑은 인연이야. 너랑 예정이는 인연이 없어. 설령 평생 알고 지낸다 해도 안 돼. 전태윤 씨가 없었더라도 너랑 예정이는 불가능해. 왜 그걸 아직도 모르고 자꾸 매달리는 건데? 예정이는 널 사랑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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